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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78화
PAYLUA ORIGINAL · 제78화

78화. 왕국에서 가장 오래된 영수증

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4,733자

오프라인 책장
왕궁 원본 보관소의 문은 아침보다 밤에 더 컸다. 해가 지면 대리석 회랑 끝에서 두꺼운 그늘이 흘러나왔고, 지하로 향하는 문턱은 실제 높이보다 두 배쯤 높은 벽처럼 보였다. 루카스는 허가증을 두 장 가지고 왔다. 하나는 왕실 보관소 열람 허가, 다른 하나는 공개 심리의 정식 증거 제출 명령이었다. 두 문서가 요구하는 절차는 달랐다. “첫 번째는 저희가 기록을 보러 오는 허가입니다.” 루카스가 설명했다. “두 번째는 저들이 저희 기록을 가져가겠다는 명령이죠.” “우리가 보러 간다고 해서 손님들의 종이까지 내놓을 이유는 없네요.” 도현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보관소는 저쪽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할 겁니다.” 아일린은 원본 보관소의 문 앞에서 두 문서를 모두 읽었다. 검은 왕관 저주가 그녀의 소매 안쪽에서 뜨거워졌다. 예전에는 심한 통증이 오면 중요한 말을 서둘러 끝냈지만, 이제는 의도적으로 속도를 늦추었다. “증거 제출 명령의 발령자가 누구죠?” “최초 제공자의 대리인입니다.” “그 권한을 계속 검증하고 있는데, 그 사람이 조사 자료부터 달라고 한다면 순서를 바꾼 셈이에요.” 공주는 두 번째 문서 아래에 이의서를 첨부했다. 자신이 왕실 대표 자격으로 조사에 참여하지만 다른 증언자의 자료를 동의 없이 넘기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문턱의 그림자가 꿈틀거렸으나 문은 막히지 않았다. 보관소로 들어가기 전, 도현은 식당에서 가져온 작은 봉투 하나를 루카스에게 건넸다. 그 안에는 벨로스의 마레가 서면으로 보낸 한 장의 증언 사본이 있었다. 사본을 가져올 수 있었던 것은 마레가 왕실 조사에서 제공된 음식의 양을 확인하는 용도로만 사용하라고 명시적으로 허락했기 때문이다. 본인의 이름과 주소는 숨긴 채, 자신이 원치 않는 추가 식사를 거절했다는 사실만 남겼다. “이 기록도 요구받으면 내놓을 겁니까?” 루카스가 물었다. “아닙니다. 마레 씨가 허락한 용도 밖에는 쓰지 않습니다. 최초 계약의 원본을 여는 대가로 낼 수는 없어요.” 그들은 문밖에서 봉투를 다시 밀봉했다. 아일린은 그것을 보고 조용히 말했다. “저는 예전이라면 왕실 조사에 필요한 증언은 왕실이 당연히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누가 무엇을 위해 허락했는지가 제일 먼저 보이는군요.” 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의 허락이 귀찮아서 안 받기 시작하면, 그 다음부터는 편한 쪽으로 모든 걸 처리하게 될 겁니다.” 문턱의 황동판에는 오래된 교대 명단이 적혀 있었다. 세르빈 이전의 기록관리관들이 줄지어 있었지만 어떤 사람의 이름만 유독 깨끗이 지워져 있었다. 도현이 손을 대려 하자 루카스가 막았다. “오늘 열람 허가 대상은 영수증입니다. 이름을 조사하려면 따로 신청해야 합니다.” “그렇군요.” 도현은 손을 거뒀다. “찾아볼 게 하나 더 늘었습니다.” 그들이 절차를 확인하는 사이 뒤에서 작은 발소리가 들렸다. 제7조리실 앞에서 보리차를 나르던 시종 테르안이었다. 그는 빈 물주전자를 들고 내려오다 도현 일행을 보자 멈췄다. “여기까지는 원래 식수를 나르는 길입니다.” 그가 말했다. “그런데 가끔 제가 가져온 찻잔 수보다 식탁에 놓인 잔 수가 많다고 적혀 있습니다.” “어제도 그렇습니까?” “어제는 네 잔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세었습니다. 오늘 기록은 여섯 잔입니다.” 그는 자신의 낡은 손가락을 보여 주었다. 네 번 접었다가 폈다. 도현은 그가 왜 자신의 말을 꼭 남겨 달라고 했는지 이해했다. 누군가 만든 숫자 앞에서 몸으로 경험한 사실을 지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는 알고 있었다. “어제 네 잔을 놓았다는 걸 기록했습니다.” 도현이 말했다. “감사합니다. 그 말 하나면 됩니다.” 테르안은 더 묻지 않고 지나갔다. 그의 발걸음 소리는 어둠 깊숙이 사라졌지만 도현의 수첩에는 네 잔이라는 숫자가 남았다. 보관소의 가장 오래된 영수증을 조사하기 전에, 그들이 오늘의 영수증부터 제대로 쓰고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그들이 보관소 안으로 들어가자 세르빈이 맨 앞의 식탁에 서 있었다. 그는 며칠 전처럼 흰 장갑을 꼈지만 어깨가 더 처져 보였다. 탁자 위에는 검은 솥이 놓여 있었다. 솥 안에서 무언가 천천히 끓고 있었다. “원본을 보려고 오셨겠지요.” 세르빈이 말했다. “이제는 저도 그걸 보여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조건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도현이 대답했다. “그 조건은 제가 낸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누구 겁니까?” “보관소의 오래된 규칙입니다. 원본의 값을 증언으로 대체한다는 규칙.” “남의 증언을 대가로 받는 곳이라면 원본도 믿기 어렵겠네요.” 세르빈은 반박하려다 입술을 다물었다. “불편한 규칙이라는 점에는 동의합니다. 다만 이곳의 기록을 단번에 파괴하면 증언 자체가 같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그건 저도 원하지 않아요.” 도현은 그의 표정을 살폈다. 세르빈은 줄곧 규칙을 지키려 했지만 처음부터 상대를 속여 승리하려던 사람만은 아닐 수 있었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한 말이 모두 믿을 만하다는 뜻은 아니었다. “원본 열람을 위해 익명 증언을 내놓지는 않겠습니다. 다른 대가가 필요하다면 누가 그걸 요구하는지부터 확인해야겠군요.” 세르빈은 한숨을 쉬며 식탁을 가리켰다. “그러면 똑같은 질문이 남습니다. 원본을 열 수 있는 이유가 있습니까?” 아일린이 앞으로 나섰다. “왕실 위탁 계약을 조사하는 법적 이해관계가 있고, 그 계약 때문에 현재 저주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열람을 막을 별도의 근거가 있다면 저희에게 제출하세요.” 세르빈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반대하려는 대신 검은 솥 아래의 작은 틈에서 서류 한 장을 꺼냈다. 오래된 종이는 가장자리가 거의 타 버렸고 글자는 반쯤 사라져 있었다. [구호 물자 1차 영수증.] [식재료: 보리, 건조 채소, 소금.] [제공 예정 수량: 미확정.] [실제 수령 수량: 공란.] 도현의 눈길은 금액란에 멈췄다. 돈이나 금화의 표시 대신 낯선 문구가 있었다. [부족분 결제 재원: 왕실 비축분.] “왕실 비축분을 썼다고요?” 루카스가 물었다. “후손에게 넘긴다고 쓰지 않았군요.” “이게 처음 계약인지, 그 전 단계의 영수증인지는 확인이 필요합니다.” 도현이 말했다. 세르빈은 자신의 장갑 끝을 바라봤다. “그 차이는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숨겨 두었습니다.” “왜 숨겼습니까?” “다른 원본과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 오히려 더 보여 줘야 했겠군요.” 세르빈은 웃지 못했다. 그는 과거의 보관소가 어떤 식으로 움직였는지 설명했다. 그릇이 비면 제공된 것으로 기재되고, 제공된 것으로 기재되면 자동으로 대금이 생기고, 대금이 생기면 누구에게든 승계될 자리가 생겼다. 오랜 세월 그 과정이 반복되자 처음에는 단순히 장부에 적힌 수치였던 것이 사람의 기억과 시간까지 끌어오는 저주가 됐다. 그의 설명이 전부 사실인지 다른 증거로 확인해야 했지만, 적어도 보관소의 작동 방식과 일부는 맞아떨어졌다. “그러면 왕실 비축분으로 처리할 수 있었던 것을 왜 다른 사람에게 넘겼습니까?” 아일린이 물었다. “저는 당시의 사람이 아닙니다.” 세르빈이 말했다. “하지만 수정 기록은 남아 있습니다.” 그는 영수증 뒷면을 들어 올렸다. 가느다란 실로 다른 종이가 덧붙어 있었다. 덧붙인 종이는 본문보다 훨씬 새것처럼 보였고 글씨는 정교했다. [왕실 비축분 소진 시, 후대 수령인의 미사용 몫으로 대체한다.] [작성: 재정 대리인 카르도.] 에스텔이 낮게 탄식했다. “처음에는 없었던 문장이야.” “그날 그 자리에 계셨으니 그렇게 기억하실 수 있습니다.” 세르빈이 말했다. “하지만 원본 분석으로 연대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맞아요.” 에스텔이 답했다. “나 혼자 기억한다고 해서 증명이 되지는 않으니까.” 도현은 그때 레온의 주걱을 꺼냈다. 손잡이에 난 작은 구멍 옆에는 오래된 기름 자국이 있었다. 그는 주걱과 영수증을 나란히 놓았다. 기름은 색이 달랐다. 같은 물건이라는 증거가 되지 않았고, 구멍의 크기와 서류의 봉인 방식도 지금은 연결되지 않았다. “이건 따로 두겠습니다. 비슷하다는 이유로 억지로 연결하면 안 되니까요.” 루카스가 두 물건의 위치를 기록했다. 세르빈은 잠깐 이상하다는 듯 그를 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원본을 탁본하는 동안 보관소의 식탁 끝에서 미세한 소리가 났다. 아일린의 손에 생긴 검은 왕관 문양이 조금씩 빛났다. 세르빈이 서두르려 하자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제 증상이 기록 열람을 서두를 이유는 되지 않습니다. 안전하지 않으면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그때 검은 솥에서 작은 공기방울 하나가 터졌다. 솥 위로 낯선 남자의 손이 나타났다. 길고 마른 손가락에는 옅은 잉크 자국이 있었다. 손은 허공에서 한동안 떠 있더니 영수증의 대금 칸을 가리켰다. 브론이 냄새를 맡았다. “저 손, 잉크 냄새가 있어요. 오래된 먹물이 아니에요. 오늘 쓴 것 같아요.” 세르빈의 얼굴이 얼어붙었다. “그럴 수 없습니다. 이 솥은 새로운 기록을 만들지 못합니다.” 손가락이 천천히 움직였다. 영수증의 가장자리에서 글씨가 하나씩 떠올랐다. [대체 재원 변경 예정.] [원안의 왕실 책임: 미집행.] [증거 열람자에게 경고: 오늘 밤 안에 소각할 것.] 도현은 쓴웃음을 지었다. “가장 오래된 영수증이 지금 막 오늘 날짜의 명령을 받고 있군요.” 세르빈은 처음으로 솥의 뚜껑을 두 손으로 붙잡았다. 그는 오래된 규칙을 지켜 왔지만 지금 자신이 지키려던 기록을 누가 바꾸고 있는지 더 이상 부정할 수 없었다. “이건 보관이 아닙니다.” 그가 말했다. “누군가 살아 있는 장부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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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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