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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75화
PAYLUA ORIGINAL · 제75화

75화. 왕실 도장의 뒷면

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4,842자

오프라인 책장
아일린은 왕실 도장을 처음 받던 날을 기억했다. 열두 살 생일 다음 날이었다. 왕궁 서쪽 기록탑의 좁은 계단을 올라갔고, 한참 뒤에야 무거운 은상자가 열렸다. 상자 안에는 붉은 밀랍과 황금 손잡이가 달린 도장이 들어 있었다. 서명하는 방법보다 먼저 배운 것은 도장을 함부로 찍지 말라는 경고였다. ‘왕실의 허락은 한 번 남으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 말은 지금도 분명했다. 그러나 그녀가 어릴 때는 왜 그토록 두려운 얼굴로 말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오늘 처음으로 그 경고의 무게를 알 것 같았다. 제7조리실의 문이 닫힌 뒤, 일행은 왕궁 기록탑으로 향했다. 공개 심리는 중단된 상태였고 집행관은 만찬실에 남아 있었다. 에스텔은 레온이 건넨 주걱의 무게를 살폈다. 오래된 나무였지만 허투루 만든 물건은 아니었다. 손잡이 끝에는 아주 작은 구멍이 나 있었다. 거기에 철사나 줄이 걸려 있었던 흔적이었다. “이걸 왜 내보냈을까?” 브론이 물었다. “지금 가진 것 가운데 확실히 자기 손을 거친 물건이라서요.” 도현이 대답했다. “그럼 레온 씨가 정말 있다는 증거군요!” “그 안에서 무엇인가 우리에게 응답했고, 실물이 나왔다는 증거입니다. 살아 있는 몸으로 나올 수 있는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어요.” 브론은 잠시 풀이 죽었지만 수긍했다. 그는 최근 들어 단어 하나의 차이가 사람들을 구할 수도 해칠 수도 있다는 것을 자주 배웠다. 기록탑의 문지기는 공주의 얼굴을 보고도 곧바로 문을 열지 않았다. “전하, 오늘 이곳은 통행금지입니다.” “누가 명령했습니까?” “왕실 구호위원회입니다. 일곱 번째 종 이후 모든 인장 원본을 재검사한다고 하였습니다.” 루카스가 명령서를 받았다. 종이 아래에 붉은 인장이 찍혀 있었지만 도장의 무늬가 이상했다. 왕관의 가장 작은 첨탑 하나가 반대로 기울어 있었다. 아일린은 문지기에게서 종이를 받아 들어 오래 바라봤다. “이것은 제 도장이 아닙니다.” “왕실 기록에는 같은 문양이라고….” “그래서 원본을 확인하러 온 겁니다. 문은 지키되 상자를 가져와 주세요. 기록의 원본을 훼손하거나 훔칠 생각은 없습니다.” 문지기는 망설이다 고개를 숙였다. 그는 안쪽에 보고하고 두 명의 입회인과 함께 은상자를 가져왔다. 상자에는 여러 겹의 잠금장치가 달려 있었다. 아일린이 열쇠를 하나씩 돌리는 동안 도현은 기록탑 벽의 오래된 그림들을 바라봤다. 가뭄 속에서 빵을 나눠 주는 왕, 기근을 끝낸 영웅, 빈 바구니를 든 사람들이 줄지어 그려져 있었다. 그런데 마지막 그림만 유독 작았다. 식탁의 아래쪽에 웅크린 아이와 그 옆의 빈 그릇. 이 사람들의 얼굴을 그린 화가는 왜 공로자의 얼굴만 크게 그렸을까. 기록탑 안쪽에는 금속 서랍보다 나무 선반이 많았다. 높은 선반에는 마른 밧줄과 밀랍이 든 통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창문마다 가는 쇠창살이 있었다. 루카스는 선반 끝에 붙은 작은 종이를 바라봤다. 언제 마지막으로 문서를 옮겼는지 기록한 교대일지였다. 왕궁의 다른 곳처럼 이곳에도 실제로 일한 사람의 손길이 남아 있었다. 문지기 옆의 나이 든 보존관은 탁본용 먹을 갈면서 말했다. “인장은 문서의 출처를 밝히지만 문서의 진실까지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도장 찍힌 종이가 모두 사실이었다면 저희 일도 쉬웠겠지요.” “이런 말을 해도 괜찮으십니까?” 브론이 물었다. “늙으면 적당히 겁이 없어집니다. 대신 증거 없이 확신하는 버릇은 더 경계하게 되지요.” 보존관은 작은 받침대에 왕실 문장 도안을 펼쳐 보였다. 초기 왕실 인장은 지금보다 훨씬 단순했다. 왕관 하나와 곡식 이삭 둘, 그 밑에 빈 접시. 어느 시기부터 접시에는 숟가락이 놓이기 시작했고, 그 다음에는 접시 자체가 사라졌다. “왜 접시가 없어졌습니까?” 도현이 물었다. “정확한 이유는 아무도 적지 않았습니다. 왕실의 문장 개편이라고만 되어 있지요. 여러 해에 걸쳐 조금씩 바뀐 것이 아니라 어느 해에 갑자기 바뀌었습니다.” 에스텔은 마지막 접시 그림을 손가락으로 따라갔다. “이 접시는 비어 있어야 했어. 레온이 그렇게 말했지. 마지막 접시에 누군가의 몫을 억지로 담는 순간, 아직 밥을 먹지 않은 사람까지 먹었다고 계산된다고.” “그걸 지금 기억하신 겁니까?” 루카스가 물었다. “완전한 기억은 아니야. 무늬를 보니까 일부가 떠올랐어. 기억이 생겼다는 사실도 그대로 기록해 줘. 오래전에 확신한 것처럼 적지 말고.” 루카스는 알겠다고 대답했다. 아일린은 그림 속의 왕관을 살폈다. 왕실의 권위가 공짜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요 며칠 처음으로 했다. 자신이 매일 찍는 도장 하나에 어떤 사람은 식사를 얻고, 다른 사람은 내일을 빼앗겼을 수 있었다. 그 무게를 모른 채 왕실의 선의를 자랑하던 연설들이 떠올라 얼굴이 화끈거렸다. 도현은 그녀의 표정을 보고 말을 아꼈다. 사람의 죄책감을 새로운 계약으로 만드는 것이야말로 이들이 맞서 온 방식이었다. 한 사람의 후회까지 왕국 전체의 채무를 떠안을 이유가 되지는 않았다. “원본을 보되, 우리도 새 빚은 만들지 맙시다.” 그가 말했다. 아일린은 그제야 깊게 숨을 쉬었다. “좋아요. 제가 무엇을 책임져야 하는지 정확히 알아야 하니까요.” 상자가 열리자 두 개의 왕실 도장이 나타났다. 하나는 아일린이 평소 사용하던 것, 하나는 먼지가 두껍게 앉은 낡은 도장이었다. 아일린이 숨을 멈췄다. “저 낡은 것은 폐기됐다고 들었어요.” 문지기가 낡은 장부를 꺼냈다. “왕실 초대 구호 인장입니다. 사용 중지 결재가 누락되어 보존 중입니다.” 루카스가 도장을 뒤집었다. 손잡이 밑에는 왕실 문장이 아닌 작은 접시 무늬가 있었다. 그것은 오늘 만찬실에서 집행관이 건드린 접시와 닮았다. 똑같다고 말하기에는 닳아 있었지만 위치가 같았다. “그 시절에는 이 도장이 어떤 문서에 쓰였습니까?” 아일린이 물었다. “배급 허가, 식량 이동, 수혜자 등록….” 문지기가 목록을 뒤적였다. “그리고 긴급 제공 계약의 원본 승인에 사용됐습니다.” “누가 찍었습니까?” “왕명으로 위임받은 재정 대리인입니다.” 도현은 제8창고에서 보았던 이름을 떠올렸다. “카르도?” 문지기의 얼굴이 굳었다. “그 이름을 어떻게 아십니까?” “수로에 잠긴 창고에서 나왔습니다. 원본과 비교하기 위해 묻습니다.” 문지기는 여러 해 동안 닦아 온 보존철을 꺼냈다. 표지에는 [긴급 구호 7차 개정]이라고 적혀 있었다. 맨 앞의 증서에는 재정 대리인 카르도의 이름이 선명했다. 하지만 그 뒤에 붙은 문서에는 유난히 많은 여백이 있었다. [최초 제공 계약: 왕실 위탁.] [수령인의 장래 부담: 추후 확정.] [대리 징수자: 필요 시 승계.] 아일린이 종이를 내려놓았다. “추후 확정이라는 말로 후손의 삶을 받겠다는 권한까지 얻을 수는 없습니다.” 문지기는 대답하지 못했다. 도현은 원본에 날짜가 언제 적혔는지 물었다. 문지기는 표지와 안쪽 문서의 먹빛을 살폈다. 처음의 잉크는 흐렸지만 개정 부분은 상대적으로 짙었다. 육안만으로 조작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한 번에 작성된 문서는 아니었다. 에스텔은 실수처럼 작은 소리를 냈다. “이 아래 조항은 내가 입회한 날에는 없었어.” “그걸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루카스가 물었다. “그날 입회인은 내가 혼자가 아니었어. 화덕 뒤에서 물을 날라 주던 아이가 있었지.” “이름을 기억합니까?” “처음엔 기억나지 않았어. 그런데 오늘 그 아이가 두 번째 화덕섬에 남긴 질문과 같은 말을 들었거든. 빵을 안 먹으면 어머니가 돌아오는지 묻던 아이.” 도현은 흰 화덕섬의 나리를 떠올렸다. ‘첫 빵을 거절한 아이’의 이름은 현재 계약에서 사라져 있었다. 그 아이가 증인이라면 최초 제공의 성립 여부를 다시 물을 수 있다. 그렇다고 아일린의 기록탑에 남은 작은 그림의 주인과 바로 동일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아일린은 문지기에게 원본의 탁본을 요청했다. 문지기는 먼저 보존 규정을 읽어 주었다. 원본을 꺼낼 수 없으며, 탁본도 두 명의 서명을 받아야 했다. 공주는 그대로 절차를 따랐다. 자신의 지위를 내세워 생략하는 순간 이 문서도 결국 한 사람의 말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전하.” 루카스가 물었다. “국왕 폐하께는 언제 보고하시겠습니까?” 아일린은 한동안 창밖을 바라봤다. 왕궁의 정원에는 전쟁 기념비가 서 있었다. 자신은 그 기념비 앞에서 여러 번 백성들을 지키겠다고 맹세했다. 그때는 지킨다는 말이 명령하는 것과 가까울 줄 알았다. 지금은 오히려 자기 조상의 명령을 조사하는 일이 왕실을 지키는 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오늘 보고할 겁니다. 다만 원본과 탁본을 함께 제출하겠습니다. 지금 저 혼자 확정했다고 말하지 않고요.” 문지기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상자를 닫자 먼지 속에서 반짝이는 작은 철조각 하나가 떨어졌다. 낡은 도장의 옆면에 끼워져 있던 쐐기였다. 쐐기에는 새것 같은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왕실 인장 정기 교체 완료. 다음 사용 예정: 공개 구호 조리 검증일.] “이건 언제 들어온 겁니까?” 루카스가 물었다. 문지기는 창백해졌다. “그런 날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는데요.” 도현은 주걱의 빈 구멍과 쐐기의 폭을 번갈아 살폈다. 이상하게도 크기가 비슷했다. 그는 억지로 끼워 보지 않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추측을 맞히는 즐거움이 아니라 어떤 손이 두 물건을 연결했는지 밝히는 일이었다. 그때 공주의 오른손등에서 작은 검은 점이 떨렸다. 왕관 모양 저주 아래로 아주 가는 선 하나가 낡은 도장 쪽을 향해 움직였다. 아일린은 황급히 손을 숨기지 않았다. “제 저주가 저 인장에 반응합니다.” 그녀는 숨을 고르고 덧붙였다. “하지만 제가 그 인장을 사용했다는 뜻은 아니에요.” 도현은 그 말을 장부에 적었다. 대화가 끝난 뒤 왕궁 곳곳에서 늦은 저녁을 알리는 조용한 종이 울렸다. 일곱 번째 종의 의식은 끝났지만, 왕궁의 일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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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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