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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71화
PAYLUA ORIGINAL · 제71화

71화. 종이 울리기 전의 증인석

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4,816자

오프라인 책장
제7조리실 앞 만찬실에는 식탁이 하나밖에 없었다. 왕궁에서 가장 큰 연회장을 몇 번이나 지나왔으니 도현은 적어도 긴 탁자와 휘황한 촛대를 예상했다. 하지만 돌계단 끝의 방은 뜻밖에도 좁았다. 회벽에는 오래된 물얼룩이 있었고, 천장은 검은 연기에 그을려 있었다. 가운데 놓인 둥근 식탁에는 손바닥만 한 빈 접시 일곱 개가 시계처럼 배열되어 있었다. 창문은 없었다. 대신 벽에 난 좁은 환기구로 왕궁 주방의 양파 볶는 냄새가 희미하게 넘어왔다. “이곳이 정말 특별 공개 심리 장소입니까?” 브론이 수염을 꿈틀거렸다. “의자도 다섯 개밖에 없는데요.” “그러게요. 공개라는 말의 뜻부터 물어봐야겠군요.” 도현이 답했다. 루카스는 입구 문고리에 왕실 인장을 건 허가증을 묶었다. 허가증에는 증인 세 명의 이름과 동행인 둘이 적혀 있었다. 주방에서 막 가져온 실제 저녁 식사의 기록도 봉투에 넣어 두었다. 아일린은 오른손을 장갑 안으로 감추고 있었다. 장갑의 등 부분에는 검은 왕관 무늬가 희미하게 비쳐 보였다. 손목부터 팔꿈치까지 이어진 저주는 여전히 가라앉지 않았다. “오늘은 제가 왕실의 입장도 설명하겠습니다.” 공주가 말했다. “그러나 제 말이 백성 전체를 대신한다고 주장하지는 않을 거예요.” 에스텔은 벽에 붙은 작은 황동판을 읽었다. ‘참석자는 과거에 제공받은 모든 식사의 사실성을 인정한다.’ 판 아래에 보이지 않던 글자가 비늘처럼 떠올랐다. ‘이의 없음으로 간주.’ “서명하지 마.” 에스텔이 낮게 말했다. “아무것도 안 썼는데요.” “들어온 것만으로 서명한 걸로 만드는 방이야.” 도현은 들고 온 수첩을 펼쳐 첫 줄을 적었다. [입장 사실은 과거 청구의 인정이 아니다.] 그 아래 루카스가 입장 시간을, 브론이 향기와 소리로 감지한 상황을 적었다. 도현은 황동판 밑에 그 종이를 두었다. 서로 다른 먹물로 쓰인 문장들이 잠시 팽팽히 맞섰다. 벽의 글자가 희미하게 흐려졌다. “그 문서의 효력은 어디서 인정받습니까?” 맞은편 어둠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방 구석에 서 있던 자가 어둠을 밀고 나왔다. 검은 예복과 희고 긴 장갑, 얼굴 절반을 가린 얇은 금속 가면. 가면의 이마에는 처음 본 왕실 문장보다 작은 숟가락 하나가 새겨져 있었다. “최초 제공자의 대리인으로 출석한 집행관입니다. 제 이름은 공개 대상이 아닙니다.” “저희는 이름 없는 사람에게 증언을 맡기지 않습니다.” 루카스가 곧바로 말했다. “인간의 이름이 계약보다 중요합니까?” “누가 말했는지 알 수 없다면 나중에 답을 요구할 수도 없으니까요.” 문밖에서는 누군가 문고리를 천천히 두드렸다. 루카스가 고개를 돌리자 제7조리실 앞에서 기다리던 늙은 시종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었다. 그는 일곱 번째 종이 울리기 전까지 방에 식수를 나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손에 든 주전자에는 미지근한 보리차가 들어 있었다. “여기 드시는 분이 있습니까?” 집행관이 “증인들에게 제공하라”고 말하려 하자 시종이 먼저 물었다. “몇 분이 드실지는 알려 주셔야 합니다. 관례대로 일곱 잔을 놓았다가 남기면 저한테 미수령분이 청구됩니다.” 도현은 시종의 마른 손을 보았다. 새끼손가락의 관절이 휘어 있었고, 손목에는 오래된 뜨거운 물 화상 자국이 있었다. 그는 수많은 만찬을 치른 사람이었지만 정작 제 몫의 따뜻한 차를 마셔 본 적은 별로 없어 보였다. “저는 한 잔 마시겠습니다. 다른 분들은요?” 아일린은 목이 마르다고 답했고 루카스도 잔을 청했다. 브론은 물보다 국물이 낫다며 머쓱해하다가 따뜻한 물을 선택했다. 에스텔은 고개를 저었다. 시종은 꼭 필요한 네 잔만 놓았다. 집행관 앞에는 잔을 놓지 않았다. “여섯 번째 분이 빠졌군요.” 집행관이 말했다. “그분은 원한다고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시종이 대답했다. 도현이 찻잔의 온기를 손바닥으로 느끼는 사이 식탁 안쪽에서는 가느다란 금속성이 들렸다. 비어 있는 잔이 다섯 번째 자리에 나타나려다 사라졌다. 모두가 본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브론은 찻잔을 닦던 천에서 냄새가 갑자기 빠졌다며 코를 찡그렸다. 시종은 바닥을 살피다 루카스에게 조심스럽게 부탁했다. “제가 여기에 다녀갔다고 남겨 주십시오. 나중에 일곱 잔을 갖다 놨다는 기록이 생기더라도, 저는 네 잔만 두고 갔습니다.” “성함을 기록해도 될까요?” “네. 제가 직접 말한 걸로요. 저를 대신해 목소리를 내는 건 싫습니다.” 시종의 이름은 테르안이었다. 도현은 자신의 수첩 맨 아래에 그의 이름을 조심히 적었다. 이 증언이 특별 공개 심리의 결론을 당장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문이 닫힌 방 안에도 실제로 식사를 나르고, 불을 피우고, 뒷정리를 하는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을 남길 수는 있었다. 도현은 찻잔을 비운 뒤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테르안은 잠깐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가 허리를 굽혀 답했다. 그것은 왕실 기록에 없는 아주 작은 대화였다. 집행관은 웃지 않았다. 그는 식탁의 첫 번째 접시를 손가락으로 건드렸다. 은은한 종소리가 났다. 도현은 움찔했다. 일곱 번째 종이 울린 줄 알았지만, 이것은 훨씬 가볍고 짧은 소리였다. “먼저 절차를 설명하겠습니다. 최초 제공자는 왕국의 굶주림을 끝내기 위해 식사를 제공했고, 수령자들은 미래의 풍요 일부를 대가로 약속했습니다. 그 약속에 대해 지금 이곳에서 이의를 제기한다는군요.” “그 약속의 서명을 보여 주십시오.” 아일린이 말했다. “수령자가 18만 명이 넘습니다. 모든 사람의 서명을 어떻게 가져옵니까?” “그 숫자는 저주에 묶인 현재 인원이지, 그들이 모두 서명했다는 증거가 아니에요.” 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183,442명. 공주의 손에서 처음 본 그 숫자는 사람의 목숨을 세는 숫자였지 찬성표가 아니었다. 집행관은 접시 두 번째를 뒤집었다. 검은 선들이 접시 바닥에서 솟아 엷은 허공의 막을 만들었다. 막에는 오래전 기근의 풍경이 비쳤다. 메마른 거리, 물 없는 우물, 줄을 선 사람들. 숟가락을 꼭 쥔 소년이 검은 보리 수프를 받아먹는 장면에 이르자 집행관이 손을 펼쳤다. “이것이 왕국이 구해 준 생명입니다. 지금의 편안함으로 당시의 절박함을 재단하시겠습니까?” 도현은 말없이 화면을 보았다. 아이의 입술에는 수프가 묻어 있었다.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야윈 몸은 분명 실제였을 수 있다. 그 배고픔까지 거짓이라고 말할 생각은 없었다. “그때 먹였다는 사실과 그 아이가 후손의 삶까지 내주기로 했다는 주장은 다릅니다.” 집행관이 고개를 기울였다. “당신은 그 시대에 있었습니까?” “없었습니다. 그래서 묻는 겁니다. 누가 만들었고, 누가 먹었고, 누가 값을 냈는지.”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군요.” “아직 답을 못 들었으니까요.” 잠시 정적이 흘렀다. 도현의 왼손목에서 회색 반점이 당겼다. 석화 저주는 추위와 긴장이 겹칠 때마다 손가락을 굳게 만들었다. 그는 주머니 안에 넣어 둔 면끈 매듭을 만졌다. 그것이 치료법은 아니지만 자신이 오늘 이곳에 왜 왔는지 상기시키는 데는 도움이 됐다. “참관인은 어디 있습니까?” 루카스가 물었다. “문에는 특별 공개 심리라고 적혀 있습니다.” 집행관이 벽을 향해 팔을 벌렸다. 그제야 회벽 사이에 희미한 얼굴들이 드러났다. 사람들은 의자 없이 서 있었다. 눈도 입도 반쯤 지워진 모습이었다. 브론은 즉시 도현의 앞을 막았다. “냄새가 없습니다. 살아 있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아요.” “보관된 증언입니다.” 집행관이 말했다. “지금 이 자리에 불러올 수 있는 증인 전원이지요.” “보관된 사람들의 의사를 지금 확인할 수 있습니까?” 아일린이 물었다.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세 번째 접시가 천천히 돌았다. 유령 같은 얼굴이 하나씩 입을 열었다. ‘배고프다.’ ‘감사하다.’ ‘빚졌다.’ 짧은 단어가 순서 없이 흘러나왔다. 복도가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에스텔이 벽 쪽으로 다가갔다. 한 얼굴을 마주 보고 그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를 기억하시겠습니까?” 그 얼굴은 눈꺼풀만 움직였다. 에스텔은 손을 거뒀다. “이 사람이 제게 고맙다는 말을 한 적은 있어. 하지만 이후에 무슨 대가를 청구하는지 안다고 말한 적은 없었어.” “당신은 최초 계약의 입회인이었습니다.” 집행관이 말했다. “그 사실은 부정하지 않겠지요?” “네. 저는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도현은 그녀를 쳐다봤다. 에스텔은 더 이상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날 내가 확인한 건 굶주린 사람에게 음식을 나눠 주자는 약속이었어요. 수령하지 않은 몫을 자식에게 넘기는 계약에는 입회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놓친 것이 있다면 조사받겠습니다. 그러나 없던 동의까지 있었다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집행관의 장갑 끝에서 검은 실이 뻗었다. 에스텔의 그림자와 바닥의 글자가 잠시 연결됐다. 도현은 끼어들려다가 멈췄다. 그녀가 직접 설명하기로 선택한 자리였다. 대신 루카스에게 고개를 돌렸다. “지금 발언의 앞뒤가 생략되지 않도록 전부 적어 주세요.” “기록 중입니다.” 왕궁 어딘가에서 거대한 종의 추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아직 타종은 아니었다. 그러나 일곱 번째 종까지 남은 시간이 길지 않다는 것은 모두 알 수 있었다. 집행관은 마지막으로 도현 앞에 빈 접시 하나를 밀어 놓았다. “당신의 이름이 차기 대리 징수자로 올라간 이유를 알고 싶다고 했지요. 좋습니다. 일곱 번째 종이 울리면 자격을 심사하겠습니다.” “지원한 적이 없습니다.” “지원 여부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남의 저주를 두 번 받아들였으니까요.” 접시 바닥에 도현의 이름이 나타났다. 그 옆에는 아직 쓰이지 않은 공간이 있었다. 그는 접시를 들지 않고 수첩을 열었다. [저주 두 개를 옮겨 받은 사실은 인정한다. 앞으로 다른 사람의 채무를 인수하는 데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 문장을 쓰자 빈 공간에 한 글자가 새겨졌다. [거절.] 그리고 접시가 두 동강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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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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