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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68화
PAYLUA ORIGINAL · 제68화

68화. 구워지지 않은 빵의 청구서

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5,219자

오프라인 책장
‘차기 대리 징수자’라는 말이 나타나자 식탁들 사이에서 의자 끄는 소리가 났다. 처음에는 하나였다. 곧 열 개, 수십 개의 의자가 나무 바닥을 긁었다. 빈자리를 남겨 둔 모든 식탁이 백도현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것 같았다. 세르빈은 드디어 그를 똑바로 바라봤다. “축하드립니다. 이제 문이 당신을 주인으로 인정하는군요.” “제가 무슨 소유권 이전 계약에 서명했습니까?” 도현이 물었다. “이 식탁을 관리할 수 있는 자격을 얻으셨다는 뜻입니다.” “자격과 의무는 다릅니다. 전 사람의 내일을 걷겠다고 한 적 없습니다.” 세르빈은 얇게 웃었다. “사람들을 살리고 싶지 않습니까? 그들이 버리는 내일을 모아서 더 좋은 오늘을 만들 수 있다면요?” 도현은 그 말을 듣고 한때 주방에서 버리던 재료들을 떠올렸다. 손님이 먹지 않은 음식으로 다른 요리를 만들어 직원 식사를 제공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사람의 기억과 미래가 냉장고의 남은 채소일 수는 없었다. “누가 자기 내일을 버렸는지 확인해야죠. 더구나 그걸 버렸다는 게 사실인지도요.” 세르빈이 장부를 손끝으로 밀었다. “이곳에서는 기록된 것이 사실입니다.” 에스텔은 오래된 마법의 이름을 알아본 듯했다. 그녀는 굽은 손가락으로 주변 공기를 두 번 저었다. 검은 종이조각들이 그녀의 손끝을 피해 사방으로 흩어졌다. 완전히 막는 주문이 아니라 잠시 방향을 바꾸는 주문이었다. 그녀가 땀을 흘리자 브론이 옆에서 물었다. “사장님, 한 번에 없애는 마법은 없나요?” “이게 사람들의 기록이라면 함부로 태울 수 없어. 잘못하면 기록 속에 묶인 사람도 다칠 수 있지.” “그럼 저희는 무엇과 싸우고 있는 겁니까?” “모르겠어. 그래서 오늘은 없애는 것보다 멈추는 게 목표야.” 루카스는 검을 쥔 손에 힘을 빼고 옆의 책상으로 다가갔다. 표면에는 옛 인장들이 찍혀 있었다. 그는 자신이 직접 확인한 인장의 순서와 이곳의 인장이 다른 점을 발견했다. 왕실 구호위원회는 왕관이 똑바로 선 문장을 썼지만, 이곳의 오래된 계약에는 왕관이 뒤집혀 있었다. 공주의 저주 문양과 같았다. “뒤집힌 왕관이 이 보관소의 표식일 수도 있겠군요.” “정확히는 오래전에 폐기됐던 표식이야.” 에스텔이 말했다. “계약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뒤집힌 왕관을 사죄의 표시로 썼어. 제공자가 자신의 권리를 내려놓겠다는 뜻이었지.” “그런데 지금은 수령자의 손에 저주로 남았군요.” 도현이 말했다. 에스텔은 대답하지 않았다. 확인해야 할 것은 많았다. 그러나 왕관이 뒤집힌 이유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권한을 포기한다는 의미였다면, 누군가 그것을 정반대로 이용한 셈이었다. 도현의 시야에 어머니의 부엌이 나타나기 직전, 브론은 레온의 숟가락에서 풍겨 나오는 금속 냄새를 맡았다. 피나 녹 냄새가 아니었다. 잘 닦아 놓은 부엌 도구를 뜨거운 물에 넣었을 때 나는 냄새였다. “주방장님, 숟가락에서 식탁 냄새가 아니라 주방 냄새가 나요.” 도현은 그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숟가락을 더 단단히 쥐었다. 식탁이 빼앗으려 하는 기억과 주방의 도구가 기억하는 일이 서로 다르다면, 어쩌면 이 안에서도 구별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순간 도현의 시야가 흔들렸다. 어린 시절의 식탁이 어두운 보관소 한복판에 나타났다. 밥솥에서 김이 오르고, 한국의 낡은 아파트 부엌에서는 여름 선풍기가 돌고 있었다. 어머니가 돌아서서 무언가를 말했지만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도현은 그쪽으로 한 걸음 나아갔다. “도현!” 브론의 외침이 멀게 들렸다. 식탁의 다른 의자가 도현에게 다가왔다. 그는 어머니의 얼굴을 보려 손을 뻗었다. 그 순간 석화의 저주가 손목을 죄었다. 검지가 굳었고 손바닥의 작은 힘줄들이 얼어붙었다. 에스텔이 도현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건 네 기억을 돌려주는 게 아니야. 네가 그리워하는 장면을 보여 주고 값을 받으려는 거지.” 도현은 눈을 감았다. 한국의 부엌은 아직도 그리웠다. 음식의 온기와 말투가 떠오르지 않는 것이 억울했다. 그러나 그 빈자리를 메우고 싶다는 마음을 누군가에게 빼앗길 수는 없었다. “필요 없습니다.” 그가 말하자 환영이 사라졌다. 세르빈의 눈빛이 변했다. “당신은 중요한 기회를 거절했습니다.” “기회를 줬다는 말부터 확인해야겠네요.” 하지만 상황은 더 나빠졌다. 보관소 밖에서 종이 울리고, 어둠에 떠 있던 기록들이 동시에 뒤집혔다. 의자 위로 검은 곡물들이 쏟아졌다. 곡물은 사람의 손가락처럼 하나씩 움직여 문 쪽을 막았다. 검은 밀알들이 몰려오자 브론은 식탁을 밀어 길을 막았다. 나무다리가 바닥을 긁으며 뻣뻣한 소리를 냈다. 그러나 밀알은 의자 다리 사이로 스며들었고, 그의 발치에서 작은 손바닥 모양으로 뭉쳤다. “이건 좀 싫습니다!” 그는 뒤로 뛰었지만 미끄러운 바닥에 무릎을 부딪쳤다. 도현이 도우려 하자 왼손이 굳어 바로 움직일 수 없었다. 그 순간 에스텔이 외쳤다. “내 주문을 믿지 마! 내가 길을 열 테니 네가 직접 확인해!” 에스텔의 손끝에서 짧은 불빛이 지나갔다. 밀알이 양옆으로 흩어지며 좁은 길이 생겼다. 루카스가 먼저 그 길의 바닥을 칼집으로 두드렸다. 무너지지 않는 걸 확인한 뒤 브론에게 손을 내밀었다. 세 사람은 한 걸음씩 뒤로 물러섰다. 누구도 홀로 달아나지 않았다. 도현은 그 순간 자신이 만들었던 가장 바쁜 저녁 서비스를 떠올렸다. 튀김이 타고 주문이 밀리던 날, 좋은 주방은 요리사의 손 하나로 굴러가지 않았다. 누군가 불을 줄이고, 누군가 접시를 옮기고, 누군가 다친 사람의 자리를 대신해야 했다. 위험한 저주의 보관소도 결국 비슷했다. 루카스가 검을 뽑았다. “공주님께 위험을 알리겠습니다!” “검으로 베지 마세요!” 에스텔이 외쳤다. “이건 물질이 아니야. 부서지면 사람의 기억 속으로 들어갈 수 있어!” 그때 아일린의 목소리가 문 밖에서 들렸다. “문을 열어 주세요!” 세르빈은 미소를 지었다. “전하는 들어오실 수 없습니다. 왕국 전체가 얽힌 계약의 중심이시니까요.” 도현은 문틈에 비치는 빛을 보았다. 공주는 혼자였다. 검은 왕관 문양이 손끝까지 번져 있었다. 그녀는 손바닥을 문에 대고 말했다. “저에게 기록의 일부를 보여 주십시오. 저는 제 이름으로 한 식사 외에는 승인한 일이 없습니다.” 식탁 하나가 요란하게 떨렸다. 세르빈이 공주의 말을 듣고 처음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전하께서는 왕실의 책임을 부인하실 수 없습니다!” “책임을 부인하는 것이 아닙니다. 확인하지 않은 서명을 제 이름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도현은 쇠숟가락을 꺼냈다. 일곱 홈 중 하나가 희게 빛나고 있었다. 그가 숟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가까운 식탁의 빵 냄새가 달라졌다. 사람들의 얼굴이 아니라 오래된 조리 과정이 떠올랐다. 밀을 빻는 소리, 뜨거운 물, 충분히 익지 않은 반죽, 그 위에 억지로 부어진 검은 시럽. “잠깐만요.” 그가 중얼거렸다. “이 식탁은 식사를 보존한다고 했죠?” 세르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요리가 실제로 완성됐는지도 보존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빵 그림자는 겉보기에는 훌륭했다. 윗면은 호박색으로 윤기가 흐르고, 가장자리에는 밀가루가 뿌려져 있었다. 도현이 일하던 한국의 식당에서도 이런 빵이라면 손님들이 사진을 찍었을 것이다. 그러나 빵은 뜨거워 보이는데 접시에는 열기가 없었다. “진짜 빵은 식는 동안에도 냄새가 변합니다.” 도현이 말했다. “가장 먼저 알코올 향이 날아가고, 남은 수분이 표면을 조금씩 부드럽게 하죠. 그런데 이 빵은 시간이 지나도 같은 냄새예요.” 세르빈이 눈을 찌푸렸다. “그게 무엇을 증명합니까?” “당신이 만든 건 완성된 빵의 기록일 뿐이고, 실제로 구운 빵은 아닐 수 있다는 겁니다.” 그는 손등의 저주가 올라오는 것을 억누르며 솥에 쓰던 작은 온도계를 꺼냈다. 흰 화덕섬에서 나리가 준 도구였다. 온도계는 빵 곁에서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도현은 그것을 루카스에게 건네 관찰 결과를 적게 했다. 그러자 세르빈이 손을 뻗어 온도계를 낚아채려 했다. “이곳은 마법 기록 보관소입니다. 그런 싸구려 도구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 브론이 앞을 막았다. “싸구려라도 온도를 재는 건 온도계가 더 잘합니다.” 세르빈은 처음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이곳의 기록을 훼손할 생각입니까?” “아니요. 비교하고 있습니다.” 도현이 대답했다. 세르빈이 손가락을 튕겼다. 새 빵이 한 개 더 나타났다. 이번에는 표면이 터지며 따뜻한 김이 올라왔다. 브론이 코를 움찔했다. “전보다 훨씬 진짜 같은데요.” “그런데 어디서 구웠습니까?” 도현이 물었다. 아무 대답도 없었다. 식탁에는 불도 화덕도, 반죽을 만든 사람도 없었다. 도현은 빵을 집지 않았다. 허공에 진짜처럼 보이는 음식이 생긴다는 사실은 놀라웠다. 그러나 누가 실제로 먹었는지와는 무관했다. “이 식탁이 아무리 맛있어 보이는 걸 만들더라도, 누군가의 배에 들어간 사실까지 거꾸로 만들 수는 없을 겁니다.” 그 말을 하자 빵 그림자가 순간적으로 일그러졌다. 표면에 있던 윤기가 사라지고 아직 익지 않은 반죽의 하얀 속살이 드러났다. 세르빈의 손등에 찍힌 검은 접시 문양이 희미하게 흔들렸다. 그는 가장 가까운 빵 그림자를 집지 않고 코끝으로 냄새를 맡았다. 이 빵에는 구워진 밀의 향이 없었다. 발효를 시작한 반죽의 시큼한 냄새만 있었다. “이건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그게 무슨 의미입니까?” 세르빈이 물었다. “완성되지 않은 걸 제공했다고 기록했다면, 그 기록에서부터 틀린 거죠.” 그는 마레가 남긴 미수령 식사의 서면 기록을 펼쳤다. 그 위에 흰 화덕섬의 금속판 탁본을 겹쳤다. 종이 두 장이 맞닿자 기록의 일부가 밝아졌다. [제공 전 청구 불가.] [미수령분 자동 합산: 제공 기록과 불일치.] 식탁 사이의 검은 곡물들이 잠시 멈추었다. 루카스가 그 틈에 문을 열었다. 아일린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검은 문양이 번지는 팔을 다른 손으로 감싸 쥐고 있었다. “당장 중단할 수 있나요?” 공주가 물었다. “전체는 아닙니다. 하지만 거짓 제공 기록으로 새 빚을 만드는 건 잠시 멈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일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선 오늘 저녁부터 멈춰 주세요.” 도현은 그녀를 바라봤다. 왕국을 구한다는 말은 너무 컸다. 오늘 저녁을 실제 먹은 저녁으로 남기는 일은 조금 작았다. 그러나 그것부터 해야 했다. 세르빈이 손끝을 들어 올렸다. 다른 식탁들에서는 또다시 의자 끄는 소리가 났다. “오늘은 멈출 수 있어도,” 그가 낮게 말했다. “내일의 빈자리는 누가 책임질 겁니까?” 그 질문은 이제 위협이라기보다, 대답할 사람이 없는 오래된 사무실의 독백처럼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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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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