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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66화
PAYLUA ORIGINAL · 제66화

66화. 어제의 식사를 증명하라

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5,029자

오프라인 책장
종은 한 번 울렸지만 왕궁의 식탁은 모두 반응했다. 연회장에 남아 있던 은접시가 동시에 떨렸고, 하인들이 들고 있던 빈 쟁반에는 갓 구운 빵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실제 빵은 없는데 향기만 공기 속으로 퍼졌다. 도현은 그 냄새를 맡는 순간 어머니가 설날 아침에 끓이던 국의 향을 떠올리려 했다. 그러나 어떤 맛도 따라오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 어딘가에서 작은 것이 떨어져 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도현!” 에스텔이 손목을 붙잡았다. “괜찮습니다.” “지금 눈이 초점을 못 맞추고 있었어.” “냄새 때문에 잠깐….” 그는 말을 끝내지 못했다. 종소리가 그에게서만 무언가를 가져간 것은 아니었다. 복도 끝의 어린 시종이 식탁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손에 들린 쟁반에는 음식이 없었다. “또 받아야 합니다.” 아이가 중얼거렸다. “아직 남은 몫이 있습니다.” “누가 시켰니?” 루카스가 물었다. “모르겠습니다. 그냥 알고 있습니다.” 그 말이 가장 무서웠다. 명령한 사람이 없어도 몸이 기억하는 규칙. 왕국의 식탁은 배고픔을 통제하는 주문이 아니라, 음식을 받았다는 기록 자체를 계속 되풀이시키는 장치일지도 몰랐다. 도현은 아이를 일으켜 세우지 않았다. 먼저 자기 이름을 말하고 손을 내밀었다. “나는 백도현이야. 네가 지금 밥을 먹고 싶은지 말해 줄 수 있니?” 아이는 입술을 달싹였다. “배는… 고프지 않습니다.” “그럼 빈 쟁반은 내려놓아도 돼.” 아이가 쟁반을 바닥에 놓자 금속에서 가느다란 비명이 났다. 그 순간 복도 바닥의 검은 선 한 가닥이 끊어졌다. 그러나 다른 선들은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다. “한 사람의 선택으로 전체가 멈추진 않는군요.” 도현이 말했다. “그래도 여기를 지나는 한 줄은 끊겼어요.” 공주가 대답했다. 그들은 회랑의 작은 문으로 들어갔다. 루카스가 호위를 앞세우자 문지기는 기계적으로 움직여 창고 열쇠를 내밀었다. 그의 눈에는 공포와 안도가 뒤섞여 있었다. “원본 보관소는 중앙 계단 아래에 있습니다. 기록관리관 세르빈이 열쇠를 가지고 있습니다.” 도현은 처음 듣는 이름을 수첩에 적었다. 문지기는 그 모습을 보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그 사람 앞에서는 어제 먹은 것을 말하지 마십시오.” “왜요?” “어제 식사 기록을 틀리게 말하면 오늘도 먹지 않은 것으로 처리됩니다.” 브론의 귀가 바짝 섰다. “그럼 식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은요?” 문지기는 답하지 못했다. 작은 주방으로 가는 복도에서 그들은 어둠 속에 서 있는 하녀 셋을 만났다. 한 사람은 손에 손수건을 쥐고 있었고, 다른 사람은 빈 접시를 가슴에 끌어안고 있었다. 셋 모두 자신이 저녁을 이미 나른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했다. 그러나 아무도 오늘 저녁 손님을 본 적은 없었다. “그릇은 어디로 가져갔습니까?” 루카스가 물었다. 첫 번째 하녀는 연회장이라고 대답했고, 두 번째는 병동이라고 했다. 세 번째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는 갑자기 벽에 기대어 울기 시작했다. “제가 못 가져갔으면 누군가 굶었을 텐데요.” 도현은 그녀에게 다가갔다. “누가 굶었다는 건 확인됐습니까?” “아니요. 그렇지만 저는 자꾸….” “확인하지 못한 일로 자신을 벌하지 마세요. 제가 방금 연회장에서 왔습니다. 그곳에 식사한 손님이 몇 명인지 다시 확인하겠습니다.” 그는 다른 하녀들에게 물과 앉을 자리를 부탁했다. 에스텔은 마법의 힘으로 그들의 기억을 바로잡겠다는 제안을 하지 않았다. 기억을 바꿀 수 있는 마녀가 기억을 확인하지 않고 손대는 일은 위험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브론이 빈 접시에서 냄새를 맡았다. “이상합니다. 음식 냄새가 없어요. 접시를 닦은 비누 냄새만 납니다.” “방금 씻었을 수도 있잖아요.” 도현이 말했다. “그럴 수 있죠. 제가 말할 수 있는 건 지금 어떤 냄새가 나는지뿐입니다.” 루카스가 그릇의 번호를 적었다. 그러자 하녀 하나가 눈을 크게 떴다. “그 번호, 우리 주방엔 없어요.” 실제로 접시 바닥에는 왕실 문장이 아닌 작은 검은 접시가 새겨져 있었다. 허가받지 않은 다른 식탁에서 가져온 그릇인 셈이었다. 이건 단순한 기억 착오가 아니라 누군가 실제로 가져다 놓은 물건이었다. 루카스는 하녀들이 다치지 않도록 복도 안쪽을 폐쇄하고 그릇 하나를 보존하도록 시켰다. “저 그릇을 증거로 가져가면 저도 끌려갑니까?” 하녀가 물었다. “당신은 신고자입니다. 죄인으로 다루지 못하게 제가 기록하겠습니다.” 루카스가 답했다. 하녀는 오래 손수건을 쥔 뒤에야 놓았다. 그녀는 아직 떨고 있었지만 뒤늦게 누군가가 자신을 믿는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도현은 이 사람들의 두려움이 단지 주문 하나로 생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왕궁에서는 잘못된 식사 기록을 의심하는 행위 자체가 죄가 되어 왔던 것이다. 중앙 계단 아래에는 작은 주방이 있었다. 그을린 돌벽과 화구 세 개가 남아 있었다. 조리실이라기보다 보관소를 위한 시험실처럼 보였다. 가늘고 긴 열쇠구멍이 문 양옆에 뚫려 있었고, 하나에는 쇠숟가락이 들어갈 만한 홈이 있었다. “레온의 숟가락이 열쇠인 걸까요?” 브론이 물었다. “그럴 가능성은 있어요. 하지만 들이밀기 전에 안쪽을 보죠.” 에스텔이 희미한 마력으로 문 가장자리를 비췄다. 금속의 표면에 여러 층의 글씨가 겹쳐 있었다. 첫 번째는 단순한 보관 규정, 두 번째는 왕실 승인 문구, 세 번째는 누군가 긁어 지운 '대리인'이라는 단어였다. 그때 반대편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짙은 남색 제복에 흰 장갑을 낀 남자가 석계단을 내려왔다. 한쪽 눈에는 작은 렌즈를 달고 있었다. “제가 세르빈입니다. 원본 보관소 책임자지요.” 그는 공주에게 정중히 절했다. 그러나 도현에게는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백도현 씨. 당신의 입장 신청서는 어제 접수되었습니다.” “저는 어제 왕도에 있지 않았습니다.” “그런 일은 이곳에서 흔합니다. 기록은 사실보다 먼저 도착할 때가 있지요.” 세르빈은 웃었다. 사람을 안심시키려는 웃음이 아니라 정답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의 웃음이었다. “들어가시겠습니까? 조건은 간단합니다. 어제 드신 저녁을 정확하게 말씀하시면 됩니다.” “저는 어제 마차 안에서 감자 수프를 먹었습니다. 브론이 소금을 두 번 넣었죠.” “틀렸습니다.” 도현의 왼손에 회색 선이 일었다. 그는 혀끝을 깨물었다. 세르빈이 내민 서류에는 그가 왕궁에서 이미 열두 접시를 비웠다고 적혀 있었다. “거짓 장부군요.” 도현이 말했다. “증명할 수 있습니까?” “제가 먹지 않았으니까요.” “그건 당신의 기억일 뿐입니다. 기억은 잘못될 수 있지요.” 세르빈의 렌즈 안쪽에서 눈부신 빛이 흘렀다. 그는 장부의 새 페이지에 손가락을 대며 웃었다. 오래전부터 이런 방식으로 사람을 심문해 온 사람처럼 보였다. 앞에서 항의하던 이들도 시간이 지나면 자신이 무엇을 먹었는지 흔들리게 될 것이다. 도현은 주머니에서 여관 영수증을 꺼냈다. 길을 우회하느라 하루 늦게 도착했다는 마부의 기록도 있었다. 같은 사람들의 이름과 날짜가 서로 다른 문서에 남아 있었다. 그는 그것들을 세르빈 앞에 나란히 놓았다. “제 기억이 틀렸다고 하실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 문서 세 장을 각각 다른 사람이 쓴 이유는 설명하셔야겠죠.” 세르빈의 렌즈가 찰칵 소리를 냈다. “모두 조작된 서류일 수도 있겠지요.” “그럼 당신 장부만 조작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보여 주세요.” 잠시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브론이 소리 없이 손가락으로 셋을 세었다. 누가 먼저 말을 피하는지 지켜보려는 듯했다. 마침내 세르빈은 문손잡이를 잡았다. 말로 증명하지 못한 확신을 장소의 위엄으로 대신하려는 선택이었다. 세르빈은 손가락 하나를 튕겼다. 종이가 스스로 넘겨지며 도현의 이름 아래 새 항목이 나타났다. [어제 제공된 음식: 제7조리실 최종 만찬.] [지불 수단: 귀환 가능성 일부.] 에스텔이 앞으로 나서려 하자 도현이 팔을 뻗어 막았다. 마차에서 먹은 수프의 재료와 누가 불을 지폈는지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에게서 기억을 빼앗아도 다른 사람의 기록까지 한 번에 지울 수는 없었다. “여기 증인이 셋입니다. 그리고 마차의 식비 장부와 여관의 영수증이 있습니다. 그 기록을 보기 전까지는 당신 장부가 맞다고 인정할 수 없습니다.” 세르빈의 웃음이 사라졌다. “원본은 언제나 하나입니다.” 에스텔은 출입문 앞에서 도현의 손을 잠깐 붙잡았다. 그가 가진 기억의 저주는 사람을 기억으로 유인하는 마법과 만나면 더 위험해질 수 있었다. 그녀는 준비한 매듭끈을 손목에 감아 주었다. 검은 실이 아니라 평범한 면끈이었다. 흰 화덕섬에서 나리가 보여 준 방법을 기억해 만든 것이었다. “이 끈엔 주문이 없어. 네가 어디서 출발했는지 잊지 않도록 손에 잡히는 걸 두자는 거야.” “그럼 이것만 믿고 들어가지는 않겠습니다.” “그래. 나는 네가 내 말을 의심해도 된다는 게 이제 편해.” 루카스는 입장 인원을 새로 확인했다. 도현, 에스텔, 브론, 루카스, 그리고 공주의 공식 열람 허가에 따른 기록관리관 세르빈. 아일린은 저주가 심해져 처음에는 복도 밖에서 대기하기로 했다. 자신의 증상과 타인의 기록 열람 권한은 별개의 문제라는 점에 공주도 동의했다. 세르빈은 루카스가 작성한 명단을 보고 얼굴을 찡그렸다. “이런 번거로운 절차는 보관소에서 처음 보는군요.” “처음이라서 하는 겁니다.” 루카스가 말했다. “기억을 잃고 나왔다는 사람들이 모두 절차를 증명할 수 없었으니까.” 문 안쪽의 어둠이 잠시 흔들렸다. 도현은 면끈을 만져 보았다. 손에 잡히는 건 작고 단단한 매듭 세 개였다. 그가 잊지 않아야 할 질문도 세 개였다. 누가 만들었는가, 누가 받았는가, 누가 값을 내는가. 빈 식탁에 이름이 없더라도 그 질문을 잊지 않는다면, 적어도 누군가 만들어 놓은 정답을 바로 받아들이진 않을 것이다. 그가 문을 열자 문 안쪽에서 바람이 불었다. 마치 오래전 누군가가 만든 저녁 냄새가 수십 년 동안 갇혀 있다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듯했다. “좋습니다.” 세르빈이 말했다. “그럼 원본이 있는 곳에서 누가 틀렸는지 확인하시지요.” 문 너머에는 서가가 없었다. 수천 개의 작은 식탁이 어둠 속에 줄지어 서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식탁 끝에 똑같은 빈 의자가 하나씩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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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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