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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57화
PAYLUA ORIGINAL · 제57화

57화. 검은 접시의 회수관

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4,797자

오프라인 책장
검은 접시 문양이 그려진 배는 섬에 정박하지 않았다. 뱃머리가 얕은 암초를 지나자 사브라가 호각을 불었다. 바늘고기호는 작은 만 안쪽에 그대로 떠 있었지만, 노선장은 언제라도 닻을 끌어올릴 수 있게 밧줄을 느슨하게 해 두었다. 그녀가 가리킨 새로운 배는 조심스러웠다. 돛을 접고 수심을 재면서 해안에 다가왔고, 뱃전에 선 사람들은 섬의 위치를 지도에 표시하고 있었다. “저 사람들은 처음 온 사람들이 아닙니다.” 루카스가 말했다. “어떻게 알아요?” 브론이 물었다. “얕은 물길을 돌아 들어오는 순서를 알고 있어요. 게다가 저 배는 접안하지 않고 서류부터 보내려 합니다.” 잠시 뒤 작은 배 한 척이 해변에 닿았다. 검은 방수 외투를 입은 남자가 내려왔다. 어깨에는 화덕 모양의 은색 표식이 있었고, 허리에는 긴 칼 대신 여러 종류의 도장이 매달려 있었다. 그는 발이 젖지 않게 장화를 털고 먼저 인사했다. “회수국 위임 집행관 아르덴입니다. 흰 화덕섬에 보관된 열여섯 건의 진술 자료에 관해 인도 명령을 받았습니다.” 루카스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어느 기관의 명령입니까?” “왕국 식량부 산하 계약 정리국입니다.” “왕실의 정식 명령서와 별도 위임장을 보여 주십시오.” 아르덴은 예상했다는 듯 서류를 펼쳤다. 인장은 진짜처럼 보였지만 발급 관청과 수신처가 서로 달랐다. 루카스는 한 문장씩 읽은 뒤 접지 않았다. “이 문서는 인도 요청입니다. 본인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봉인을 해제하라는 강제 명령은 아닙니다.” “신속한 정리가 필요합니다. 지연될수록 왕국 전체의 식량 계약에 혼선이 생깁니다.” “혼선이 생긴다는 말로 사람이 남긴 말을 가져갈 수는 없죠.” 도현이 말했다. 아르덴은 그를 바라봤다. “백도현. 왕도에서 요리를 시작한 이방인. 흥미로운 소문이 많더군요.” “그중에 사실이 얼마나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사실 확인을 좋아하시는군요. 그러니 오히려 이해하실 겁니다. 이 섬에는 원본인지 사본인지 불명확한 진술이 많습니다. 우리가 회수해 정리해야 혼란을 막을 수 있어요.” “그 정리 과정에서 누가 돌려달라고 했는지 확인합니까?” “그 부분은 내륙 심사부가 담당합니다.” “그럼 여기서는 확인하지 않겠다는 말이군요.” 아르덴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내려갔다. 그는 더 이상 미소 짓지 않았다. 해변에서 올라오는 동안 아르덴의 부하 하나가 도현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희가 악당처럼 보이겠죠.” 젊은 인부였다. 옆구리에는 낡은 구명줄을 감고 있었고, 장갑 끝은 소금에 삭아 있었다. “아직 당신이 무슨 일을 했는지 모릅니다.” 도현이 대답했다. “저는 원래 섬에 남겨진 가족의 유품을 돌려주는 일을 했어요. 누군가가 맡긴 말을 잃어버렸다고 울면, 찾아 주는 일이 제법 보람 있었죠. 그런데 요즘은 목록에 적힌 숫자만 맞추라는 명령이 더 많습니다.” “이름은 뭡니까?” “이렌입니다. 하지만 그 이름을 문서에 남겨 주시지는 마세요. 집에 아직 아이가 있어요.” 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이 원하지 않으면 남기지 않겠습니다.” 이렌은 섬의 돌계단을 올려다봤다. “여기에 있는 물건들을 가져가면 누가 우는지 제가 알 수 있을까요?”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울 사람이 없는지부터 확인해야겠죠.” “그걸 누가 가르쳐 줬습니까?” “아마 이곳에서 살았던 사람들이요.” 그 말이 끝나자 이렌은 아르덴에게 달려갔다. 항구에서 보던 사람과 달리 아르덴의 부하들이 모두 기계처럼 움직이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들도 주어진 일과 자기 삶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도현은 그 흔들림을 이용하고 싶지 않았다. 다만 선택할 기회가 생기면 제대로 알 수 있도록 사실을 남기고 싶었다. 그들은 나리가 지키는 낮은 돌집에 모였다. 나리는 아르덴을 보고 놀라지 않았다. 그의 전임자들을 몇 번이나 보았던 사람처럼 차분하게 물을 내왔다. 아르덴은 물잔을 받지 않고 자신의 금속 컵을 꺼냈다. “여긴 변함이 없군요.” 그가 말했다. “여기서 바뀌지 않은 건 돌벽뿐입니다.” 나리가 대답했다. 아르덴은 열여섯 개의 조각이 놓였다는 말을 듣고 손가락을 탁자 위에 얹었다. 루카스가 조각을 직접 보여 주는 일은 거절했다. 나리의 동의와 보관 조건에 따르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럼 봉인 확인만 하죠.” 아르덴이 말했다. “이미 한 건에 회수 요청이 들어왔다고 알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신청자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 우리가 조사하면 됩니다.” 도현이 물었다. “조사를 위해 먼저 전부 가져가야 합니까?” “적법한 절차에 따릅니다.” “절차가 어떤 순서인지 알려 주세요.” 아르덴은 짜증을 숨기고 설명했다. 보관물 확보, 진술 분류, 관련자 대조, 반환 심사, 기록 폐쇄. 도현은 순서를 적은 뒤 첫 줄에 동그라미를 쳤다. “여기서 보관물을 확보하기 전에, 본인이 공개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할 수 있나요?” “물론입니다. 원칙상으로는.” “원칙상이 아니라 실제로요.” 아르덴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르덴의 위임장 앞면에는 섬의 주소가, 뒷면에는 기록을 훼손하지 말라는 주의사항이 적혀 있었다. 루카스는 두 페이지의 인장 색이 조금 다르다는 점을 표시했다. 그것만으로 위조라고 할 수는 없었다. 부서마다 잉크를 달리 썼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아르덴은 그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문서의 효력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도현은 다투는 대신 물었다. “이 문서를 본인 외에 누가 보관합니까?” “제 직속 상관이 원본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상관의 이름도 적혀 있나요?” “내부 결재권자의 실명은 공개할 의무가 없습니다.” 루카스가 끼어들었다. “그렇더라도 문서 번호와 발급 기관은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르덴은 잠시 망설이다 작은 검정 수첩을 꺼냈다. 종이에는 열두 자리 숫자가 적혀 있었다. 루카스는 그것을 베껴 썼고, 나리는 섬에 들어오는 사람의 기록에 같은 번호를 남겼다. 누구도 지금 바로 진위를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그러나 나중에 왕실 기록과 대조할 수 있는 기준이 생겼다. 이렌이 옆에서 가늘게 숨을 쉬었다. 아르덴의 허락 없이 무언가에 서명한 것은 아니지만, 이 작은 번호 하나가 자신의 일을 조금은 바꾸리라는 걸 아는 표정이었다. 그때 에스텔이 잔을 내려놓았다. “원본 계약은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먼저 확인하도록 되어 있었어. 지금 이 섬의 보관물도 같은 원리로 만들어진 거라면, 가져간 뒤에 묻는 건 순서가 뒤집힌 거야.” “당신이 입회인 에스텔입니까?” “그래요. 그리고 내가 그 순서가 뒤집히는 걸 알고도 침묵했던 사람입니다.” 아르덴은 그녀의 검은 손바닥 상처를 오래 보았다. 그는 공격하지 않았다. 대신 새로운 서류를 꺼냈다. ‘긴급 자료 보전 통지’라는 제목이었다. 섬의 기록이 훼손될 위험이 있으므로 보관 책임을 자신이 대행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도현은 조리대의 나무판에 손을 얹었다. “누가 훼손하려는 겁니까?” “확인 중입니다.” “그럼 지금 확인된 위험을 말씀해 주세요.” 아르덴은 잠시 눈을 피했다. 바깥에서 부두 종이 울렸다. 낯선 배가 깊은 물길 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폭풍이 옵니다. 섬의 보관고는 안전하지 않습니다.” 그 말만큼은 사실에 가까웠다. 창밖의 바다 색이 조금씩 검어지고 있었다. 사브라가 예고했던 비가 하루 일찍 다가온 모양이었다. 나리는 긴 한숨을 쉬었다. “바람이 강하면 화덕 아래 통로로 물이 들어옵니다. 기록을 보호할 준비는 해야겠군요.” “그럼 제 배로 옮기십시오.” 아르덴이 즉시 말했다. “방법이 하나뿐은 아닙니다.” 도현이 대답했다. “높은 창고로 올릴 수도 있고, 지금 섬에 있는 사람들끼리 봉인을 다시 만들 수도 있습니다.” 아르덴은 이번에는 분명히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시간이 없습니다.” “그럼 더더욱 기록의 주인이 누구인지 지우지 않는 방법부터 고르죠.” 도현은 루카스와 브론에게 높은 곳의 건조 창고를 확인해 달라고 했다. 에스텔은 나리와 함께 봉인된 조각들을 점검했다. 아르덴의 배는 해안에서 대기하되 기록에 손대지 않기로 잠정 합의했다. 회의가 끝난 뒤 아르덴은 도현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당신이 지키려는 기록이 정말 사람을 살리는 데 쓰일 거라고 믿습니까?” “모르겠습니다. 다만 기록을 빼앗은 뒤에야 물어보는 방식은 이미 사람을 해쳤죠.” 아르덴은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그가 돌아서자 외투 안쪽에서 작은 장부 모서리가 보였다. 그 모서리에는 마치 빵가루를 털어낸 듯 흰 가루가 묻어 있었다. 아르덴의 배에서 다시 호각 소리가 들렸다. 이렌이 창문으로 뛰어가 배 쪽에 손짓했다. 먼 해안에 조수와 함께 떠밀려온 검은 부표 하나가 있었다. 부표에는 배의 소속을 알리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도현은 그 숫자를 서둘러 해석하지 않았다. 아르덴은 인부 둘에게 부표를 건지지 말고 위치만 표시하라고 명령했다. “왜 회수하지 않습니까?” 브론이 물었다. “바닷길을 막는 물건일 수도 있습니다. 소속이 확인될 때까지 배를 손상시키면 안 됩니다.” 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때로는 아르덴이 자신보다 훨씬 신중했다. 그가 지금까지 해 온 일이 모두 옳다는 뜻은 아니지만, 바다 위의 책임에 대해서는 배울 것이 있었다. 도현은 작업 기록에 부표의 위치를 남겼다. 나중에 게른 수색 기록과 비교할 수는 있겠지만, 게른의 물건이라는 증거는 없었다. 바람이 거세졌다. 높은 언덕의 종이 스스로 울렸다. 에스텔이 창밖을 바라봤다. “도현, 비가 오기 전에 한 번 더 확인해야 할 게 있어.” “뭡니까?” “아르덴이 말한 위임장. 거기에 쓰인 날짜가 이상해. 아직 오지 않은 내일 날짜야.” 도현은 문을 닫으려다 손을 멈췄다. 내일을 담보로 잡던 계약이 이번에는 내일에 발급될 명령서로 나타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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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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