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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51화
PAYLUA ORIGINAL · 제51화

51화. 출항 전에 남긴 이름

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4,764자

오프라인 책장
새벽 다섯 시를 넘긴 벨로스 항구에는 안개보다 먼저 소문이 내려앉았다. 백연호가 멈췄다는 소문이었다. 출항종이 세 번 울리다 끊겼고, 항만청이 배를 봉인했다는 이야기는 생선 상인들의 좌판과 마른 밧줄 더미 사이를 빠르게 지나갔다. 어떤 사람은 저주가 풀렸다고 했고, 다른 사람은 왕실 배가 나포됐다고 했다. 도현은 보리죽을 젓다 말고 두 이야기를 모두 정정해야 했다. “배의 운임 변경과 출항을 잠정 보류한 겁니다. 저주가 풀린 건 아니에요.” “그게 그거 아닙니까?” 브론이 그릇을 닦으며 물었다. “전혀 다르죠. 손님이 계산서에 잘못 적힌 수프를 지웠다고 배가 부른 건 아니니까요.” 브론은 잠깐 생각하더니 자신이 마신 수프의 값을 장부에서 지우려 했다. 도현이 숟가락으로 그의 손등을 가볍게 쳤다. “직원 식사는 별도 항목입니다.” “그 항목이 있다는 사실이 오늘 가장 감동적입니다.” 농담이 잠시 주방의 긴장을 느슨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도현의 오른손에는 따뜻한 그릇이, 왼손목에는 차갑게 번지는 석화의 얼룩이 남아 있었다. 두 개의 저주는 여전히 그를 떠나지 않았다. 더구나 전날 밤부터 어머니가 해주던 국의 향을 떠올리려 하면 머릿속에서 빈 냄비 뚜껑을 여는 소리만 났다. 그는 종이에 이름 네 개를 적었다. 백도현. 에스텔. 브론. 루카스. 이름을 쓰는 동안에는 모두 또렷했다. 그래서 더욱 겁이 났다. 유리아가 젖은 외투를 털며 들어왔다. 그녀 뒤에는 항만청 조사관 도르만이 서 있었다. 밤새 화재 현장을 돌아다닌 듯 눈가가 붉었다. “흰 화덕섬으로 가겠다고 들었습니다.” 도르만이 먼저 말했다. 도현은 지도를 펼쳤다. 제0접안지에서 얇게 이어진 붉은 선이 먼바다의 작은 흰 점으로 향했다. “여기로 가야 증언 보관 단위가 왜 열여섯 개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도만 믿고 갈 수 있는 곳은 아닙니다. 바닷길은 조수에 따라 두 개로 갈라지고, 하나는 돌아올 때 사라집니다. 게다가 백연호 사건의 관련자들이 빠져나가면 증거 조사가 엉킬 수 있어요.” “저희가 피의자라는 뜻입니까?” “아닙니다. 증언자라는 뜻입니다. 증언자는 사라져도 곤란하거든요.” 도르만은 세 장의 종이를 꺼냈다. 제3창고 화재 조사 참고인 진술서, 백연호 출항 보류 당시의 기록 확인서, 그리고 섬까지 가는 소형 선박에 대한 한정 항해 허가 신청서였다. 도현이 세 장을 읽는 동안 브론은 한숨을 쉬었다. “모험도 서류를 통과해야 하는 겁니까?” “서류를 안 통과하면 다른 사람이 대신 모험했다고 청구할지도 모릅니다.” 도현이 대답했다. 도르만은 처음으로 웃었다. 정오 무렵 게른의 어머니가 항구 창고 앞에 나타났다. 그녀는 두툼한 모직 숄을 두르고 소라껍데기를 품에 안고 있었다. 아들의 목소리일지도 모르는 소리가 담긴 물건이었다. 도현은 먼저 그녀에게 수색 현황을 전했다. 백연호 선저는 아직 조사 중이고, 화재로 무너진 제3창고 하부 통로도 물을 퍼내야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살아 있다는 확답도, 숨졌다는 선언도 하지 않았다. “섬에 그 애의 흔적이 있을까요?” 어머니가 물었다. “모릅니다. 있으면 확인해 보겠습니다. 하지만 있다는 말부터 드리지는 않겠습니다.” 게른의 어머니는 소라껍데기를 한 번 더 닦았다. 그 안쪽에는 바닷물에 오래 닳은 자국과 손톱으로 긁은 듯한 얇은 선이 겹쳐 있었다. 그녀는 아들이 열 살 무렵 처음 잠수하겠다고 했던 일을 이야기했다. 다른 아이들이 돛배 놀이를 할 때 게른은 배 밑에 뭐가 있는지 보겠다며 물속에 얼굴을 넣곤 했다고 했다. 어머니는 말리고 또 말렸지만 아이는 돌아와 자신이 본 물고기 모양을 그려 보여 주었다. “그 애가 커서 진짜로 배 밑에서 일할 줄은 몰랐어요.” “아드님에게 어떤 말을 전해 드릴까요?” 도현이 물었다. 그녀는 너무 오래 생각해서 도현이 다른 이야기를 꺼내려는 순간 겨우 대답했다. “돌아오기 싫으면 왜 그런지 편지만 보내 달라고요. 다치지 않았다면, 내가 기다리는 이유를 자꾸 미안해하지 말라고요.” 도현은 종이에 그 말을 한 글자도 바꾸지 않고 적었다. 무조건 돌아오라고 요구하는 말이 아니었다. 아들의 선택을 듣겠다는 말이었다. 도현은 그 종이를 젖지 않게 두 겹으로 접었다. 그녀는 잠시 입술을 깨물었다. “그렇게 말해 주는 사람이 별로 없었어요. 다들 희망을 주거나 포기하라고만 하더군요.” 어머니는 소라껍데기를 넘겨주지 않았다. 대신 그 무늬를 종이에 베껴서 도현에게 건넸다. 껍데기 안쪽의 긁힌 선 세 개, 마지막에서 두 번 꺾이는 점선, 작은 아이가 새긴 것 같은 별 하나. 그녀만 아는 아들의 버릇이라 했다. “그 애가 어릴 때 조개껍데기를 주우면 꼭 자기 표시를 남겼어요. 서툴러서 별 모양이 늘 한쪽으로 기울었죠.” 도현은 그림을 접어 방수 주머니에 넣었다. 증거를 가져가기보다, 증거의 주인이 누구인지 기억하는 쪽을 택했다. 항해 준비가 결정되기 전에 도현은 도르만과 함께 제3창고의 탄 자리를 다시 찾았다. 젖은 석벽에서는 탄 밀가루와 바닷물 냄새가 났다. 소방대가 붉은 분필로 표시한 발화 지점은 배수구 아래가 아니라 위층 문간이었다. 누군가는 모리안의 사람을 봤다고 말했고, 다른 이는 불이 붙기 전에 아무도 그 근처에 가지 않았다고 했다. 도르만은 두 목격담을 각각 적었다. 서로 맞지 않는다고 해서 어느 한쪽을 지우지 않았다. “범인을 찾으면 바로 알려 주세요.” 도현이 말했다. “찾으면요. 아직은 조사를 해야 합니다.” 유리아는 현장 밖에서 구조된 인부 셋의 상태를 알려 주었다. 한 명은 손에 화상을 입었고, 다른 두 사람은 연기를 마셔 며칠 쉬어야 했다. 도현은 그들에게 진술을 재촉하지 않았다. 대신 작업장에서 쓰던 부드러운 음식을 조금 가져다주었다. 밥을 잘 삼키지 못하는 인부에게는 국물을 따로 걸렀다. “무료라고 써 붙이셔도 의심할 사람들이에요.” 유리아가 말했다. “그럼 누가 돈을 내는지도 써야겠군요. 제가 제 재료로 만든다고.” “그런 게 사람을 편하게 할까요?” “지금까지 너무 많은 사람이 모르는 값을 치렀으니까요.” 도현은 부상자 세 명에게 식사 제공 기록만 남기고 어떤 조사 협조도 요구하지 않았다. 누군가 아프다는 사실을 이용해 증언을 사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 도르만은 그 모습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섬에 간다고 해서 벨로스 일이 끝나는 건 아닙니다.” “돌아오면 이어서 하겠습니다. 제가 없더라도 이분들이 조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연락처를 정리해 주세요.” 항구의 장부를 펴는 손길은 누구보다 조용했다. 도현은 서류 한 장에도 자신이 모르는 누군가의 생활이 달려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 알고 있었다. 오후에는 배를 찾아야 했다. 항만청이 허가할 선박은 조수표를 읽을 수 있는 선장과 통신용 종을 갖춰야 했다. 유리아가 소개한 노선장은 늙은 여성이었다. 이름은 사브라. 그녀의 배 '바늘고기호'는 정박선들 사이에서 유난히 작아 보였고, 돛에는 물고기 뼈처럼 꿰맨 수선 자국이 가득했다. “섬으로 가는 배삯이 얼마죠?” 도현이 물었다. 사브라는 먼저 물었다. “돌아올 생각은 있나?” “있습니다.” “그럼 돌아올 자리 값까지 내야지. 편도만 계산하는 손님은 태우지 않아.” 브론이 귀를 세웠다. “우리 식당보다 장사가 정직하군요.” “내가 바다에서 잃은 건 배 세 척이지, 양심이 아니야.” 사브라는 소금에 젖은 조수표를 펼쳤다. 이틀 뒤의 낮은 물때가 가장 안전했다. 하지만 지도에 찍힌 희미한 점은 정박이 가능한 부두가 아니라 얕은 암초 사이의 물길을 뜻했다. 노선장은 항해를 돕겠다고 하면서도 섬에서는 배를 떠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누군가는 돌아오는 길을 지켜야 했다. 도현은 그 조건에 동의했다. 자신이 위험을 감수한다고 다른 사람의 위험까지 대신 결정할 수는 없었다. 저녁이 되자 아일린 공주의 밀봉 서신이 도착했다. 왕실 문양이 찍힌 봉투였지만, 도현은 지난번 가짜 초대장을 기억하고 루카스에게 인장과 문체를 따로 확인받았다. 진짜임이 확인되자 그제야 읽었다. 공주는 왕궁 구호위원회의 오래된 납품 장부에서 '두 번째 식탁은 기록을 먹지 않는다'는 문장을 발견했다고 했다. 첫 번째 식탁이 빚을 만들었다면 두 번째 식탁은 빚을 검증하는 자리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도 덧붙였다. 다만 문서 원본이 심하게 훼손되어 결론을 낼 수 없다고 정직하게 적었다. 도현은 편지 끝의 짧은 사적인 문장에 시선을 멈췄다. '저를 살리는 음식보다, 제가 다른 사람을 살리고 싶다는 선택을 잊지 말아 주세요.' 그는 편지를 접었다. 공주의 저주는 여전히 183,442명과 연결되어 있었다. 섬에 간다고 그 숫자가 줄지는 않을 터였다. 밤에 에스텔은 식당 뒤편에서 조용히 손바닥을 씻고 있었다. 검은 상처가 물에 젖자 오래된 글씨처럼 가늘어졌다. 도현이 수건을 내밀었다. “섬에 가면 최초 제공자의 이름을 알 수 있을까요?” “모르겠어.” “이번에는 그 대답을 믿겠습니다.” 에스텔이 고개를 들었다. “믿는다는 말이 이렇게 불편한 줄 몰랐네.” “확실하지 않은 걸 확실하다고 말하지 않으셨으니까요.” 그들은 더 이야기하지 않았다. 먼바다에서는 작은 종소리가 났다. 출항을 멈춘 백연호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었다. 사브라가 조수 시간을 확인하려고 울리는 바늘고기호의 종이었다. 도현은 한동안 그 소리를 들었다. 내일과 모레는 준비에 써야 했다. 섬에 도착하는 것보다 무사히 돌아와 누군가에게 사실을 전하는 일이 더 중요했다. 그때 접어 둔 지도 가장자리에서 희미한 글씨가 올라왔다. [흰 화덕섬 입도 조건: 손님의 이름을 먼저 묻지 말 것.] 바로 아래, 다른 필체가 붉게 덧쓰였다. [그러나 이름을 묻지 않으면, 그를 다시 찾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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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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