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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50화
PAYLUA ORIGINAL · 제50화

50화. 하얀 식탁의 출항종

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5,511자

오프라인 책장
백연호의 출항 예정 시각은 새벽 다섯 시였다. 항구의 시계탑은 네 시를 막 알렸다. 동쪽 하늘에 희미한 회색빛이 번졌고, 부두에 엎드린 어선들은 검은 실루엣처럼 보였다. 사람들은 물을 길어 오고, 밧줄을 옮기고, 문서를 펼쳐 들었다. 불타던 제3창고는 밤사이 진화되었지만 지붕 일부가 무너져 있었다. 진화 과정에서 젖은 서류들은 항만청과 노조 대표가 보는 앞에서 따로 봉인했다. “출항을 어떻게 막을 겁니까?” 브론이 물었다. 도현은 어제 밤 쓴 장부를 펼쳤다. 수부 열여덟 명의 이의 신청서가 있었다. 그중 열다섯 명은 자신 이름으로 식사나 운임이 기록됐지만 실제로 제공받지 않았다고 증언했고, 세 명은 어떤 기록인지 몰라 확인을 요청했다. 숫자를 부풀리지 않았다. 자신에게 유리해 보이는 답도 함부로 합치지 않았다. “배에 매달려 막지는 않을 겁니다. 출항 승인권부터 확인할 거예요.” 유리아가 걱정스럽게 그를 바라봤다. “모리안은 항만청을 움직일 수 있어요.” “그래도 사람들의 이의까지 없애지는 못할 겁니다. 적어도 원본은 여러 곳에 있으니까요.” 아일린의 공문을 든 루카스가 항만청으로 향했다. 도현과 에스텔은 부두에 남았다. 에스텔은 밤새 잠을 자지 못해 얼굴이 창백했다. 그녀의 손바닥에는 입회인 증언을 활성화한 검은 상처가 남아 있었다. “무리하지 마세요.” 도현이 말했다. “이번엔 내 잘못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지 않을 거야.” “잘못을 고치는 게 죽을 만큼 무리하는 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에스텔은 한참 말이 없다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소금 결정 하나를 손에 올렸다. 물기 없는 결정 속에 파도와 밀 이삭의 문양이 보였다. “처음 계약을 할 때 우리에게는 수령자를 확인하기 전에는 음식을 굽지 말라는 규칙이 있었어. 지금 항구에서는 수령자가 없어도 배를 떠나게 만들고 있어.” “그 규칙을 여기서도 적용할 수 있습니까?” “이론상으로는. 하지만 이의만으로 왕국의 계약 전체를 무효로 할 수는 없어. 이번 출항은 별개의 사건이야.” 도현은 그 말에 안도했다. 그들은 아직 열여섯 요리사의 소재도 몰랐고 183,442명의 저주도 풀지 못했다. 그런데 한 번의 승리로 모든 것을 해결했다고 믿기 시작하면 또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었다. 새벽 네 시 반, 항만청의 관리들이 부두에 모였다. 모리안은 검은 외투를 입고 나타났다. 손에는 금빛 도장이 들려 있었다. 그는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허가 없는 출항 방해는 공무집행 방해로 처리합니다. 모두 길을 비우십시오.” 유리아가 손을 들었다. “우리는 배의 출항 자체가 아니라, 우리 이름으로 청구된 운임을 반박하는 겁니다.” “이의는 심사 중입니다.” “그럼 심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사람 이름으로 새 운임을 만들지 마세요.” 모리안은 유리아를 무시하고 배 쪽에 손짓했다. 그런데 그때 백연호의 난간에 검은 글씨가 떠올랐다. [수령인 미확인 운송물: 16.] [출항 명령: 승인 대리인 요청.] [당사자 이의 접수: 18건.] [운임 귀속 변경 시 이해관계인 통지 필요.] 모리안이 얼굴을 굳혔다. 그는 곧바로 금빛 도장을 눌러 출항 명령을 강행하려 했다. 소금 결정이 배의 바닥에서 솟아오르고, 붉은 밧줄이 부두의 쇠고리를 팽팽히 당겼다. 도현은 레온의 숟가락을 꺼냈다. 숟가락은 울리기만 할 뿐 어떤 힘도 주지 않았다. 그는 물러서지 않고 큰 소리로 말했다. “제일 먼저 식사를 받았다고 적힌 사람을 확인하겠습니다. 식권을 보여 주세요!”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다시 물었다. “열여섯 포대를 누구에게 넘긴 겁니까? 도착한 사람에게 실제로 인수 확인을 받았습니까?” 모리안이 외쳤다. “계약은 원래 그렇게 작동합니다!” “원래 계약은 수령자를 확인한 뒤에 조리를 시작하게 되어 있습니다.” 에스텔이 나섰다. 그녀는 허공에 손바닥을 펼쳤다. 검은 상처에 붉은 빛이 일었다. “입회인 에스텔입니다. 나는 첫 계약에서 왕실이 구호 식사의 값을 부담한다는 문장을 읽었습니다. 수령자가 확인되지 않은 음식을 후손에게 청구한다는 문장은 읽지 않았습니다. 그 문장을 나중에 보고도 침묵했습니다. 오늘은 그 사실을 다시 증언하겠습니다.” 항구의 사람들이 숨을 죽였다. 배의 선체가 낮게 울렸다. 바닷물 위에 하얀 접시 모양의 빛이 나타났다. 빛은 하나씩 갈라져 물결 위로 퍼졌다. 그러나 사라진 저주가 무언가를 대신 침범하려 하는 징후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 순간 일어나는 일은 치료가 아니라 계약 집행에 관한 검증이었다. 루카스가 항만청 관리들과 함께 돌아왔다. 그는 공식 접수증을 들어 올렸다. “출항 승인에 대한 보류 심사를 개시합니다. 실수령인 미확인과 당사자 이의가 이유입니다. 항만청의 임시 결정입니다. 원본 계약 전체의 효력과 별개입니다.” 모리안은 도장을 다시 찍으려 했지만 배의 붉은 밧줄이 한순간 느슨해졌다. 닻이 내려앉으며 갑판이 크게 흔들렸다. 출항종은 네 번을 울리려다 세 번째에서 멎었다. [제0접안지 운임 변경: 보류.] [열여섯 증언 보관 단위: 원위치 봉인.] [실종 요리사 16인의 위치·생사: 미확인.] [왕국의 식탁 원본 계약: 유효성 조사 계속.] 도현은 마지막 두 줄을 오래 바라봤다. 북부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모든 것을 해결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새로운 거짓 청구가 사람들 이름을 덮어쓰는 일은 한 차례 막았다. 유리아가 무릎을 꿇었다가 다시 일어났다. 그녀는 모리안을 향해 말했다. “우리 이름이 어디에 쓰였는지 계속 확인하겠습니다.” 모리안은 사람들을 노려보다가 천천히 물러섰다. 그가 물러나는 동안에도 루카스는 출항 보류가 풀리지 않도록 항만청의 문서 보존 책임자를 확인했다. 화재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었고, 게른의 행방도 알 수 없었다. 출항을 멈춘 뒤에도 일은 한동안 끝나지 않았다. 항만청 관리들은 보류 통지서를 세 부 작성했다. 한 장은 선박에, 한 장은 하역 노동자 대표에게, 마지막 한 장은 항만청 보관실에 들어갔다. 모리안이 또 다른 이름으로 명령을 내리더라도 같은 배가 같은 물품을 실었다는 사실을 지우기 어렵게 하기 위해서였다. 루카스는 도현에게 말했다. “왕실에 공식 보고를 올릴 때는 출항 보류와 계약 무효를 명확히 구분하겠습니다. 전하께서도 그 점을 중요하게 생각하실 겁니다.” “좋습니다. 저주가 풀렸다고 소문이 나면 사람들이 더 위험해질 수 있으니까요.” 브론이 젖은 발을 털며 투덜거렸다. “그렇게 큰 배를 멈췄는데도 아무 저주가 안 풀린 겁니까?” “오늘 새로 붙을 뻔한 빚은 막았죠.” 도현이 말했다. “그건 중요한 일입니다.” 유리아가 대신 대답했다. “우리 동료가 내일 일할 시간을 또 빼앗기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세탄은 자신의 나무패를 돌려받았다. 그의 짠맛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제3창고가 그 감각을 보관하고 있었다는 기록을 공식적으로 제출할 수 있었다. 그는 식당 문 앞에서 도현에게 말했다. “저는 언젠가 제 입으로 짠맛을 다시 느껴 보고 싶어요. 그때도 조개죽을 만들어 주시겠어요?” “기억하세요. 같은 맛이 돌아올지는 저도 몰라요.” “괜찮아요. 다시 먹을지 결정할 수 있으면 됐어요.” 게른의 어머니는 그날도 아들의 귀환을 기다렸다. 유리아는 정박선에 대한 수색을 항만청에 정식 요청했고, 게른이 남긴 것으로 보이는 기록은 소유자인 어머니가 보관했다. 누구도 그걸 마지막 유품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도현은 불타 버린 창고를 마지막으로 살폈다. 소방대가 남긴 흰 표식에는 발화 지점과 인명 구조 시각이 적혀 있었다. 불을 낸 사람이 모리안이라고 의심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그를 범인으로 확정할 증거는 아직 없었다. 도현은 그 사실도 장부에 적었다.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무슨 일이든 그 사람이 했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었다. 에스텔은 벽에 등을 기대고 잠깐 눈을 감았다. 어두운 손바닥 상처가 조금 옅어진 듯했지만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도현은 수프를 작게 떠 컵에 담아 주었다. “드셔도 됩니다. 저주를 빼내려고 만든 게 아니에요.” 에스텔은 컵을 받으며 피식 웃었다. “언젠가 너도 내가 하는 말을 바로 믿는 날이 올까?” “거짓말을 안 하시면 가능성은 올라가겠죠.” 그녀는 반박하지 않았다. 대신 수프를 한 모금 마셨다. 더 오래 머무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일 다시 이야기할 힘을 얻기 위해서였다. 아침이 밝자 도현은 수프 가게의 작은 화덕에 불을 피웠다. 불을 끄지 못하고 밤을 지새운 인부들에게 따뜻한 보리죽을 내놓았다. 유리아가 그릇을 받으며 말했다. “이번 식사는 누구 이름으로 적죠?” “드실 분 이름으로요. 원하지 않으시면 숫자만 적고요.” “그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다니.” 도현은 어깨를 으쓱했다. “사실은 아주 평범한 일인데요.” 간단한 식사가 끝나자 항구 사람들은 뒤늦게 자기 일을 찾아 움직였다. 수리를 기다리던 배가 다시 손질되었고, 밤새 문을 닫았던 생선 가게가 천막을 펼쳤다. 어떤 이에게는 목숨을 건 밤이었지만 다른 이에게는 다음 손님에게 음식을 내야 하는 아침이었다. 도현은 젖은 앞치마를 바꾸고 냄비의 바닥을 문질렀다. 소금 결정이 남아 있는지 두 번 확인했다. 브론은 그릇을 쌓다가 오랜만에 하나도 깨뜨리지 않은 자신을 자랑했다. 에스텔은 웃으려다가 손바닥의 상처가 욱신거리자 표정을 감췄다. 도현은 그것을 보았지만 잔뜩 캐묻지 않았다. 대신 왕도에 보고할 때 그녀의 상태도 기록해 두기로 했다. 그때 유리아가 가게 바깥에서 외쳤다. “주방장님, 여기 소금은 원래 이렇게 쓰나요?” 그녀는 모래가 잔뜩 묻은 작은 소금 결정 하나를 보여 줬다. 창고에서 나온 의심스러운 결정이 아니었다. 파도에 젖었다 마르면서 생긴 평범한 바다 소금이었다. 도현은 손가락으로 부서지는 모습을 살피며 말했다. “원래 소금은 음식을 오래 두게도 하고 맛을 돋우기도 하죠. 누군가의 빚까지 저장하라고 있는 건 아니고요.” 유리아는 그 말을 오래 생각하다가 소금을 조그만 종이 봉지에 담았다. “그럼 이건 평범한 음식에만 쓰도록 하죠. 누가 먹는지 확인할 수 있는 음식에요.” 그때 에스텔이 부두에서 가져온 젖은 서류를 펼쳤다. 배가 멈추던 순간 선체 아래에서 떠오른 얇은 지도였다. 거기에는 제0접안지에서 이어지는 새로운 항로가 그려져 있었다. 해안선 밖의 작은 섬, '흰 화덕섬'. 서류 맨 아래에는 짧은 문구가 있었다. [증언 보관 단위 최종 배송지: 흰 화덕섬의 두 번째 식탁.] [원래 수령인을 확인할 것.] [발신자 서명: 첫 빵을 굽지 않은 자.] 브론이 입을 다물었다. 도현도 그 문구를 한참 바라봤다. 첫 화덕에서 발견한 미완성 반죽, 음식을 거절했던 세 번째 아이, 그리고 새 항로의 이름이 한 줄로 연결되는 듯했다. 도현은 지도를 접어 수첩에 끼웠다. 이제는 바다로 나가야 했다. 그러나 그 전에 게른의 어머니에게, 아들이 남긴 마지막 목소리와 아직 확인되지 않은 행방을 정확히 전해야 했다. 식당 문 밖으로 햇빛이 길게 들어왔다. 도현이 새 수프를 떠올리던 순간 레온의 쇠숟가락이 조용히 울렸다. [다음 식사 장소: 흰 화덕섬.] [초대받은 손님: 최초 수령을 거부한 사람.] [경고: 손님의 이름은 아직 계약에 존재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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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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