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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49화
PAYLUA ORIGINAL · 제49화

49화. 출항하지 않은 배의 운임

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5,136자

오프라인 책장
몇 년째 묶여 있던 배가 출항한다고 하자 벨로스의 사람들은 두 갈래로 갈렸다. 누군가는 오래된 골칫거리가 사라진다며 기뻐했고, 누군가는 배와 함께 자신들의 기록까지 없어질까 두려워했다. 백연호가 막고 있는 수로 때문에 작은 어선은 늘 돌아가야 했다. 그러나 제3창고의 하역인부들에게 그 배는 일자리와 배급표를 동시에 쥔 곳이었다. 몇 년 동안 움직이지 않았던 배가 새벽에 떠나 버리면, 그동안 무엇을 싣고 있었는지 영영 확인할 길이 없어질지 몰랐다. 유리아는 조합 건물에 인부들을 모았다. 좁은 홀에서 젖은 옷이 마르며 소금 냄새가 올라왔다. 게른의 어머니는 소라껍데기를 두 손으로 감싸 쥔 채 앉아 있었다. 세탄은 자신과 동료의 나무패를 탁자 위에 늘어놓았다. “누가 배를 움직이려 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유리아가 말했다. “그 전에 확실하게 할 게 있어요. 우리 중 누구의 이름으로 짐이 나가고 있는지요.” 도현은 송장 사본과 수위 기록, 숟가락에 나타난 문장을 따로 나누어 벽에 붙였다. 이미 확인된 사실, 다른 사람이 직접 본 일, 아직 해석되지 않은 흔적. 세 가지 칸을 만들었다. “여기 적힌 걸 한꺼번에 사실이라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한 인부가 손을 들었다. “그럼 증거가 부족한 거 아닙니까?” “그렇죠. 그래도 없는 증거를 있다고 말하는 것보단 나아요.” “배가 떠나면 늦어요!” “그래서 오늘 할 수 있는 걸 하자는 겁니다. 각자 동의하지 않은 식사와 운송에 대해 이의를 기록하는 일부터요.” 그들은 자신에게 지급됐다고 기록된 식사의 날짜를 확인했다. 어떤 날은 야간 작업 중이었고, 어떤 날은 병가였으며, 어떤 날은 이미 항구를 떠났었다. 노인이 된 선원은 십 년 전 사망한 동료의 이름이 여전히 식사표에 남아 있다고 했다. 도현은 사망 사실도 가족과 공문으로 따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제보'로만 적었다. 한때 항구의 회계 일을 맡았다는 노인이 손을 들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잦아들기를 기다린 뒤 말했다. “증언을 어디에 적는지도 중요하지만, 그걸 누가 보관하는지가 더 중요하지 않겠소.” 노인의 이름은 라페였다. 그는 십 년 전 항만청에서 퇴직한 뒤 지금은 그물을 수선하며 산다고 했다. 종이의 모서리를 만지는 버릇이 오래된 장부 일꾼 같았다. “우리가 예전에는 항구로 들어온 생선의 수량을 셌지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사람의 식사 시간까지 같은 장부에 기록하라고 했습니다. 이유를 물으니 창고 비용을 정확히 계산해야 한다더군요.” “그걸 실제 지급으로 간주했습니까?” 도현이 물었다. “처음에는 아니었어요. 출항하는 선원에게 식권을 나눠 주기 위해서였죠. 그다음부터는 배가 떠나지 않은 날에도 식권을 발행했습니다. 식권이 있으니 지급이 있었다고 계산했고, 지급이 있었으니 대가를 청구했어요.” 도현은 몇 년 전의 변화가 어떤 문서로 남아 있는지 물었다. 라페는 자신이 보관한 것은 개인 일지뿐이라고 했다. 공식 장부는 퇴직할 때 반납했고, 지금의 계약 체계가 누구의 손에서 만들어졌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그분의 일지도 확인할 수 있을까요?” “가져오리다. 다만 내 글씨가 흐리고 날짜를 잘못 적었을 수도 있어요.” 도현은 그가 스스로 불확실한 부분을 말해 준 것이 오히려 고마웠다. 정확하지 않은 증언을 정확한 것으로 바꾸는 일은 언제나 쉬웠다. 그러나 그것이 누군가의 생계와 자유를 다시 빼앗을지도 몰랐다. 유리아는 탁자 옆에 커다란 천을 깔았다. 그 위에 오늘 가져온 증거의 종류를 나눴다. 식사표는 식사표끼리, 나무패는 나무패끼리, 원본 문서는 직접 가진 사람 이름 아래에 놓았다. 물건을 빼앗는 대신 필요한 부분만 베껴서 보관하자는 도현의 제안이었다. 게른의 어머니는 소라껍데기를 꺼내 천 위에 놓으려다 망설였다. “이것도 증거인가요? 저는 아들 목소리인 것 같아서 갖고 있는 건데.” 도현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따로 맡기시지 않아도 됩니다. 필요한 부분은 허락받고 적겠습니다.” 노인은 껍데기를 다시 가슴에 품었다. “그럼 들고 있을래요. 돌아오면 직접 주려고요.” 도현은 그 대답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법과 마법의 기록이 무엇이라 부르든, 소라껍데기는 아직 누군가의 어머니에게 아들의 물건이었다. 에스텔은 건물 뒤쪽에서 문서의 봉인을 확인했다. 그녀는 자신에게 불리한 최초 계약의 흔적도 숨기지 않고 유리아에게 보여 주었다. 손바닥의 검은 자국이 욱신거렸지만 이번만큼은 서류를 혼자 보관하지 않았다. 소란이 커질 때 바깥에서 붉은 깃발이 올라갔다. 하얀 식탁 운송조합이 공식 출항을 통보한 것이다. 서류를 든 중년 남자가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 외투에는 파도와 밀 이삭 단추가 달려 있었다. “나는 관리인 모리안이오. 백연호는 정상적인 운송 절차에 따라 이동합니다.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정식 접수 창구로 오시오.” 유리아가 소리쳤다. “우리가 몇 달 동안 접수한 이의는 누가 읽었죠?” 모리안은 싱긋 웃었다. “이미 분류되고 있습니다. 분류 중인 이의는 출항에 영향을 주지 않지요.” “분류만 하다가 사람도 사라졌어요.” “증빙 없이 그런 말씀을 하시면 곤란합니다.” 도현은 앞으로 나섰다. “그럼 증빙을 보시죠.” 그는 무료 차를 마시지 않은 노동자의 이름으로 지급됐다는 식사표, 동의 없이 맛의 기억이 보관됐다는 나무패, 그리고 물때와 맞지 않는 송장을 내놓았다. 모리안은 하나씩 읽었다.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운송 대상은 사람이 아니라 기록입니다. 기록에 피해가 있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기록 때문에 사람이 피해를 봤다고 말하는 겁니다.” 모리안은 손을 내밀었다. “정본을 주십시오. 보관소에서 다시 심사하겠습니다.” “사본을 드리죠. 정본은 당사자들에게 있습니다.” 그제야 관리인의 웃음이 사라졌다. “당신들이 규정을 모르는군요. 보관 기록을 원본 그대로 제출하지 않으면 반출 거부 의사가 없는 것으로 처리됩니다.” 도현은 대답 대신 루카스에게 확인을 구했다. 루카스는 공주의 인장이 찍힌 조사 공문을 펼쳤다. 적법하게 접수된 이의를 당사자의 동의 없이 없앨 수 없다는 문구가 있었다. 하지만 그 공문이 바로 출항을 멈출 권한까지 주는 것은 아니었다. “이의 접수 확인을 요구합니다.” 루카스가 말했다. “출항 보류는 항만청에 별도로 신청하겠습니다.” 유리아는 곧바로 항만청의 공식 보존 명령을 요청했다. 창고에 남은 문서를 하얀 식탁 관리인의 일방적인 판단으로 옮기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였다. 새벽까지 결정이 내려질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녀는 신청서에 자기 이름을 직접 적었다. 도현은 그 옆에서 접수증의 사본을 작성하고 신청 일시를 기록했다. 모리안은 두 사람을 잠시 바라보다 발길을 돌렸다. 그가 사라진 뒤 창고 쪽에서 검은 연기가 올랐다. 사람들은 일제히 비명을 질렀다. 제3창고의 서쪽 지붕에서 불길이 올라오는 것이었다. “증거를 태우려는 거야!” 누군가 외쳤다. 도현은 불이 난 이유를 모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 속에 사람이 남았는지 확인하는 것이 먼저였다. 유리아가 하역 인부들을 이끌고 양동이를 옮겼다. 루카스는 창고 문을 두드려 안의 인원을 확인했고, 브론은 냄새를 맡으며 부두 쪽으로 뛰었다. “안에 사람 셋입니다! 왼쪽 아래! 기름 냄새도 납니다!” 도현은 창고 옆 물통을 끌고 갔다. 뜨거운 공기가 얼굴에 닿았다. 루카스가 문을 부수자 기침하는 인부 둘이 먼저 뛰어나왔다. 세 번째 인부는 바닥에 주저앉아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유리아가 그의 팔을 잡아 끌었고 브론이 뒤에서 밀었다. 불길은 아직 위층에 머물러 있었다. 항구 소방대가 도착해 물을 뿌리기 시작하자 도현은 물러났다. 누가 불을 질렀는지보다 더 시급한 것은 사람을 살리는 일이었다. 구출된 인부 하나가 젖은 서류철을 내밀었다. “태우기 전에 이건 꺼냈습니다. 창고 지하 보관물 이동 일지예요.” 도현은 물기를 털어 읽었다. 열여섯 포대의 목적지는 제0접안지였지만, 운임 수령자의 항목에는 이름이 아니라 '미래의 식사'가 적혀 있었다. 또 한 줄에는 '수령인이 확인되지 않을 경우 최초 계약자의 후손에게 운임 대가 이전'이라고 쓰여 있었다. “이런 식으로 한 번 더 후손에게 넘기는 겁니까?” 세탄이 물었다. “그렇게 하려는 계획으로 보입니다. 이미 실제로 넘어갔는지는 확인해야 합니다.” 도현은 서류의 마지막 장을 펼쳤다. 소금 결정처럼 흰 글씨가 떠올랐다. [서부 관리인 모리안의 출항 승인권: 잠정.] [최초 제공 계약의 수령인 확인: 미완료.] [출항 보류를 신청할 수 있는 자: 실제 식사를 받지 않은 당사자들.] 도현은 벽에 붙인 수많은 이름을 돌아봤다. 그들이 함께 서명한 이의가, 이제는 출항에 관한 정식 신청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신청을 넣는 순간 하얀 식탁이 어떤 반격을 할지는 알 수 없었다. 유리아는 불길 속에서 나온 인부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다음 날 쉬도록 했다. 한 사람은 손에 화상을 입었고 다른 사람은 연기를 마셔 기침이 심했다. 도현은 따뜻한 물을 가져왔지만 자신이 치료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기에 항구 의무실 사람을 불렀다. 소방대가 나머지 불씨를 정리하는 동안 그는 식당의 화덕에 불을 더하지 않았다. 게른의 어머니는 조합 건물 의자에 앉아 있었다. 소라껍데기를 품에 안은 채 창고 쪽을 바라보는 모습이었다. 도현은 노인 옆에 앉아 서류를 보여 줬다. 출항 명령서에 게른의 이름은 직접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다녔던 수리소와 제0접안지가 같은 기록 속에 연결돼 있다는 사실만큼은 전했다. “아들이 저 안에 있는 겁니까?” “그건 아직 말할 수 없습니다.” 도현이 대답했다. “다만 이 배가 왜 움직이려 하는지는 더 알아보겠습니다.” 노인은 한참 침묵하다가 조용히 말했다. “사람이 안 돌아오면 남은 사람은 같은 질문을 매일 해요. 살아 있느냐, 죽었느냐. 어느 쪽이든 듣기가 무서울 때도 있지요.” 도현은 대답을 꾸미지 않았다. 그는 의자에 앉아 빗물이 마르는 길을 함께 바라봤다. 조금 지나자 노인은 소라껍데기를 가슴에 올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일 아침에도 여기 있을 거예요. 기다리는 사람의 일이라는 게 원래 그렇잖아요.” 도현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출항을 막지 못하더라도 왜 막지 못했는지는 설명할 것이다. 희망을 무너뜨릴까 두려워 사실을 숨기는 일은 이제 하지 않겠다고. 부두의 붉은 깃발 아래에서 출항종이 세 번 울렸다. 배의 닻줄이 서서히 당겨지기 시작했다. 아직 밤이었다. 새벽까지 남은 시간은 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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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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