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른이 살아 있다는 소식은 아침에 온 것이 아니라 작은 조개껍데기에서 나왔다.
유리아가 식당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해가 뜨기 전이었다. 그녀는 밤샘 순찰을 마친 얼굴로 주머니에서 소라껍데기 하나를 꺼냈다. 껍데기 안에는 소금이 가득했고, 입구는 얇은 밀랍으로 봉해져 있었다. 부두의 잠수 수리공들은 메시지를 물에 젖지 않게 전할 때 이런 방법을 썼다고 했다.
“새벽에 배 밑에서 찾았어요. 게른의 작업 표식이 있습니다.”
도현은 껍데기를 받아 들었다. 안에는 손글씨가 새겨진 얇은 금속판이 있었다. '네 번째 잠수는 취소됐다. 어머니에게 식사는 거절했다고 전해 줘.' 날짜는 게른이 실종되던 날로 되어 있었다. 필적이 실제 그의 것인지 아직 알 수 없었다.
“돌아오신 건 아니군요.”
“네. 하지만 그는 그날 마지막까지 자기가 먹지 않았다고 주장한 모양이에요.”
브론은 코를 킁킁거리다 귀를 기울였다. “이 껍데기에 뭔가 소리가 남아 있어요. 물속에서 쓴 것처럼 울립니다.”
에스텔이 마법을 시도하자 밀랍이 희미하게 녹았다. 껍데기 안쪽에서 작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침은 먹지 않았다. 밤에는 잠수하지 않는다. 수령인으로 적지 마라.'
세 번 반복되는 목소리였다. 도현은 그중 어느 것이 본인의 말이고 어느 것이 마법 기록인지 알아낼 수 없었다. 그는 유리아에게 목소리를 아는 사람이 있는지 물었다. 유리아는 눈을 감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게른이 맞는 것 같아요. 배가 침수될 때마다 저렇게 투덜거렸으니까. 그래도 어머니가 확인해 줘야겠죠.”
그 사이 항구에 작은 비가 내렸다. 가늘고 차가운 빗줄기가 오래된 뱃줄에 매달려 떨어졌다. 도현은 잠수 수리공이 사용한다는 낡은 장비를 보기 위해 유리아와 선박 수리소를 찾았다. 거기에는 둥근 유리창이 달린 금속 투구와, 사람이 숨을 쉴 수 있도록 수면 위로 공기를 보내는 펌프가 있었다. 장비의 표면은 소금에 삭아 군데군데 푸르게 변했다.
유리아는 한 대를 가리켰다. “게른이 마지막으로 수리한 겁니다.”
“누가 지금도 사용합니까?”
“아무도요. 그날 이후 연결 호스가 끊어진 채 발견됐어요. 게른이 물속에 들어간 게 확실한지도 모르죠.”
도현은 투구의 유리를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요리용 냄비와 비슷한 금속이었지만 안에서 보는 바다의 색은 전혀 다를 것이었다. 물속에서 갑자기 길을 잃는 공포를 생각하자 목덜미가 서늘해졌다.
수리소 주인 마렌은 투구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 사내는 물을 무서워하지 않았어요. 그렇다고 멍청하게 뛰어드는 사람도 아니었죠. 들어가기 전에 밧줄을 두 번, 공기 호스를 세 번 확인했어요.”
“왜 실종되기 전에는 야간 작업을 거부했다는 걸까요?”
“야간에 물밑 종이 울린다고 했습니다. 배가 없는 곳에서 닻을 올리는 소리가 난다고.”
브론이 처음으로 질문했다. “그 종소리를 다른 사람도 들었습니까?”
마렌은 턱을 문질렀다. “나는 못 들었어요. 대신 투구를 건져 올린 날, 안쪽이 완전히 말라 있는 걸 봤죠. 원래 잠수하고 나온 투구는 늘 젖어 있는데.”
도현은 그 설명을 기록했다. 투구가 말랐다는 것이 마법인지 누군가 나중에 닦아 놓은 결과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는 손에 든 공책에 작은 그림도 남겼다. 투구 뒤쪽의 금속 고리 하나가 다른 부품보다 새것이었다.
“이 고리는 언제 갈았습니까?”
“게른이 사라지기 전날입니다. 항만청 사람이 새 부품을 가져왔어요. 낡은 부품은 어디로 갔는지 몰라요.”
유리아가 그 고리에 손을 댔다. 표면에는 파도와 밀 이삭이 교차하는 문양이 아주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도현은 그것을 발견했다고 해서 곧바로 게른이 납치됐다고 말하지 않았다. 다만 항만청 납품 부품과 실종 시점이 연결된다는 사실은 조사할 가치가 있었다.
수리소를 나오며 브론은 한참 침묵했다. “주방장님, 제가 소리를 더 잘 들었으면 게른 씨를 찾을 수 있을까요?”
“소리만으로 사람을 찾기는 어려워요. 그래도 무슨 소리가 나는지는 중요한 단서죠.”
“그럼 귀를 믿되, 코도 같이 쓰겠습니다.”
“그보다 물에 들어가야 하는 일이 생기면 먼저 유리아 씨 말을 들으세요.”
브론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항구의 물은 늑대인간의 두꺼운 털만으로 감당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그날 점심, 게른의 어머니가 통행소에서 배를 타고 벨로스에 도착했다. 마른 얼굴의 노인은 소라껍데기를 손에 쥐고 오래 울었다. 그러나 아들이 살아 있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우리 게른이 목소리예요. 이걸 마지막으로 남겼다면, 그 뒤는 모르는 일이죠.”
도현은 고개를 숙였다. 누군가의 희망을 빨리 해결해 주고 싶은 마음에 성급한 약속을 하면 안 됐다. 할머니는 앉을 자리를 부탁했다. 도현은 새로 끓인 생선 수프 한 그릇을 내왔다. 할머니는 아들 이야기를 하다가 국물이 식은 뒤에야 스푼을 들었다.
“게른은 배 밑에 오래 들어가면 짠맛이 너무 진하게 느껴진다고 했어요. 그런데 실종되기 한 달 전부터는 아무 맛도 나지 않는다고 했죠.”
“창고에서 일했나요?”
“제3창고 방수 벽을 고쳤다고 했어요. 그 뒤로 밤마다 배가 없는데 배를 고치러 나가야 한다고.”
유리아가 낮게 한숨을 쉬었다. “제0접안지로 들어가는 문이 배 밑에 있을지 모릅니다.”
할머니는 도현의 손목을 바라봤다. 석화의 회색 반점이 소매 사이로 드러나 있었다. “당신도 어딘가에서 대가를 치렀군요.”
도현은 잠시 망설이다 말했다. “두 손님의 저주를 옮겨 받았습니다. 그 이상은 아직 버틸 수 없습니다.”
“그럼 더 받지 마세요.”
그 말이 너무 간단해서 도현은 대답을 잃었다. 할머니는 국물을 한 숟갈 더 먹고 덧붙였다. “사람을 살리겠다고 다른 사람까지 사라지면 남은 사람은 두 명을 기다려야 해요.”
할머니가 잠든 사이 도현은 작은 수프 가게의 뒷마당으로 나갔다. 게른의 목소리가 담긴 소라껍데기를 어떻게 보관해야 할지 고민했다. 증거라면 건조한 곳에 놓는 것이 좋았지만, 소금이 마르면 안쪽에 새겨진 문장이 지워질지도 몰랐다. 그는 유리아에게 물었다. 잠수 수리공의 기록법을 아는 사람은 그보다 그녀였다.
“밀랍을 다시 덮어 주세요. 바람이 직접 닿으면 안 됩니다.” 유리아가 말했다. “소금이 빠지면 껍데기에 새긴 표시도 달라져요.”
두 사람은 촛불을 녹여 작은 봉인을 만들었다. 도현은 봉투 겉에 '소라껍데기 1개, 게른이 남겼을 가능성이 있는 목소리, 가족 대조 필요'라고 적었다. 자꾸만 '게른의 마지막 목소리'라고 쓰고 싶어졌다. 그러나 그것이 마지막인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작업이 끝나자 에스텔이 다가왔다. 그녀는 도현의 손목에 새로 생긴 작은 회색 금을 보았다. 석화 저주가 있는 자리였다.
“어제보다 번졌어.”
도현은 손목을 들어올렸다. “크기가 달라졌습니까?”
“네가 보기에는?”
“저는 기억이 자신 없어요. 그래서 매일 브론에게 기록을 부탁했습니다.”
에스텔은 아무 말 없이 수첩을 펴 손목 그림을 비교했다. 실제로 며칠 동안 선이 조금 길어졌다. 그녀는 치료 주문을 외우려다 멈췄다. 성급한 해제 주문은 저주를 옆 사람에게 옮길 위험이 있었다.
“일을 줄여야겠어.”
“줄일 겁니다. 대신 할 수 있는 일은 나눠서 하고요.”
“내가 네게 선택권을 먼저 물었어야 했어.”
“그 말은 이미 들었습니다.” 도현은 화를 내지 않았다. “더 중요한 건 앞으로 어떻게 하실 건가입니다.”
에스텔은 오래도록 바다를 바라보다 말했다. “제3창고 아래 문이 내 증언에 반응한다면, 거기서도 내 책임을 피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네게 저주를 얹으면서 들어가지는 않을게.”
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둘 사이의 거리가 갑자기 사라지지는 않았다. 그래도 적어도 그날 밤에는 서로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하지 않을지를 직접 말할 수 있었다.
그때 골목에서 비린 물 냄새가 훅 끼쳐 왔다. 한 아이가 물고기 망을 끌고 가다 미끄러져 넘어졌다. 브론이 뛰어나가 망을 들어 주자 아이는 감사 인사를 하고 도망쳤다. 도현은 그 모습을 보며 잠깐 미소 지었다. 자신의 일은 거대한 계약과 싸우는 일만이 아니었다. 지나가는 사람이 넘어진 것을 보고 손을 내미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그가 다시 식당 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소라껍데기를 봉인한 밀랍 표면에 작은 금이 생겼다. 누군가 내부에서 문을 두드리는 듯한 소리였다. 도현은 귀를 가까이 대지 않고 봉투를 바닥에 놓았다. 움직임을 기록한 뒤에야 모두를 불렀다. 위험한 기록은 혼자 확인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오후에는 세탄이 식당을 찾아왔다. 그는 동료들의 나무패 다섯 개를 가져왔다. 각자 사용을 허락한 사람의 이름과 날짜가 적혀 있었다. 모두 짠맛 상실 기간이 기록되어 있었고, 보관 위치는 제3창고 하층이었다. 도현은 팔찌 하나를 들여다보다가 그 안쪽에서 예전 왕실의 원형 인장을 발견했다. 왕실 구호위원회가 항만청에 감각을 '기탁'하도록 승인한 기록이었다.
“왜 왕실이 사람의 맛을 보관하죠?” 브론이 물었다.
에스텔이 낮게 말했다. “식사를 끝내지 못한 사람의 허기를 대신 보관한다는 설명을 들은 적은 있어. 하지만 맛의 기억까지 가져간다고는 듣지 못했어.”
“그렇다면 여기서도 계약이 바뀌었군요.”
그들은 수부들의 입을 빌려 함부로 치료를 선언하지 않았다. 대신 원본 나무패와 사본을 비교해 누가 자신의 감각을 기탁하는 데 동의했는지 기록했다. 다섯 사람 가운데 제대로 내용을 설명받았다는 사람은 없었다. 일할 기회를 얻으려면 서명하라는 말만 들었다는 증언이 남았다.
저녁 무렵 유리아는 게른의 할머니에게 숙소를 구해 주었다. 돌아온 것은 아들이 아니라 그의 목소리뿐이었다. 도현은 그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 그러나 무엇이 남아 있는지 확인한 뒤에야 찾아갈 수 있는 길도 있었다.
유리아가 낮은 지도를 내놓았다. 게른이 고쳤다는 방수 벽은 제3창고 아래가 아니라 정박해 있는 가장 큰 배의 바닥에서 이어졌다. 배의 이름은 '백연호'. 항구 사람들은 몇 년째 움직이지 않는다고 했다.
“움직이지 않는 배에 운임이 청구됐다면요?” 도현이 말했다.
“배보다 아래에서 움직였다는 뜻이겠죠.”
그때 게른의 소라껍데기에서 마지막 한 문장이 새어 나왔다.
'선장은 배 위에 없다. 식탁 아래에 있다.'
유리아는 껍데기를 떨어뜨릴 뻔했다. 그녀는 창밖의 백연호를 바라봤다. 배의 닻은 바다를 향해 내려가 있었고, 쇠사슬은 아무 바람도 없는데 천천히 팽팽해지고 있었다.
제47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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