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로스의 지도에는 바다로 나가는 길이 세 개 있었다. 주민들은 모두 네 개라고 말했다.
도현은 항만청에서 받은 지도를 탁자 위에 펼쳐 놓았다. 북쪽 수로에는 어선이, 남쪽 수로에는 소금 운반선이, 중앙 수로에는 왕실 납품선이 오갔다. 그런데 유리아가 펜으로 그은 네 번째 선은 방파제 밑에서 시작해 지도 바깥의 빈 바다로 이어졌다.
“제0접안지로 가는 길입니까?” 도현이 물었다.
“그래야 설명이 돼요. 배는 출항한 기록이 있는데 본 사람은 없고, 조수가 빠질 때마다 항구 밑에서 쇠사슬 소리가 나니까.”
브론이 얼굴을 찌푸렸다. “그게 바다로 나가는 게 아니라 바다 밑으로 내려가는 길이면요?”
루카스가 공주의 공문을 펼쳤다. 그들은 밤사이 확보한 나무패와 자루 표식을 근거로 창고 하층 기록의 보전을 요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항만청 조사관은 면담 시작부터 서류철을 덮었다.
“제3창고는 민간 물류자산입니다. 통행 자체는 항구 조례에 따릅니다.”
“물품 반출 시각과 배의 실제 출항 시각이 서로 다릅니다.” 루카스가 말했다. “확인이 필요합니다.”
“배는 언제든 기상 때문에 늦을 수 있습니다.”
“아예 본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그건 증언의 문제겠죠.”
조사관은 자신의 이름을 '도르만'이라고 소개했다. 말투는 정중했으나 모든 질문을 관할 밖이라는 말로 되돌렸다. 도현은 그의 손목에 작은 흰 점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소금 결정 같았지만, 마치 피부 안쪽에서 자라는 듯했다.
“혹시 항구 노동자의 짠맛 상실 사건도 조사하셨습니까?”
“공중위생 문제라면 의무국으로 가시죠.”
“그렇다면 제3창고가 노동자에게 지급한 무료 소금의 성분을 확인할 수 있습니까?”
“납품업자의 영업 비밀입니다.”
“납품업자가 누구죠?”
“확인이 필요합니다.”
도현은 펜을 내려놓았다. 도르만에게 대답을 강요해도 여기서 얻을 것은 없었다. 그는 대신 면담 기록에 '자료 제출 거절'이라는 문장을 적고 확인 서명을 요구했다. 도르만은 잠깐 주저하다가 날짜 옆에 도장을 찍었다.
사무소 밖으로 나오자 브론이 분통을 터뜨렸다. “우리가 하루 종일 찾아다닌 걸 저 사람은 세 마디로 끝냈어요!”
“그 세 마디도 기록이 되니까요.” 도현이 답했다. “게다가 거절한 이유가 전부 다릅니다. 누가 어느 문서의 소유자인지 서로 다르게 이야기한다는 것도 단서예요.”
유리아는 그들을 부두의 시계탑으로 데려갔다. 서부 항구의 조수 시간을 기록하는 낡은 시계였다. 벽에는 여섯 시간마다 수위가 바뀌는 표가 걸려 있었고, 그 옆에는 지난 한 달 동안 침수된 창고 목록이 붙어 있었다. 제3창고는 한 번도 침수된 적이 없다고 적혀 있었다.
“그런데 하부 배수로에는 바닷물이 차 있었죠.” 도현이 말했다.
“제3창고가 물에 잠긴 게 아니라, 물이 드나드는 문을 가진 거예요.” 유리아가 대답했다.
도현은 한 시간 동안 수위표와 화물 송장의 날짜를 비교했다. 출항했다고 적힌 시각은 늘 간조가 시작되는 두 시간 전이었다. 그런데 벨로스에서 큰 배가 움직이기엔 수로가 너무 얕아지는 시간이었다.
“배가 아니라 물건 자체가 내려간 것 아닐까요?” 루카스가 물었다.
“그러면 운송 기록은 배의 기록이 아니라 하역대 기록이겠죠.”
도현은 송장의 단위를 확인했다. 자루 한 개당 중량, 보관료, 운임. 한 장의 서류에 세 항목이 있었다. 그런데 운임을 받는 곳에는 선장 이름이 아니라 '식탁 관리인'이라는 직책만 적혀 있었다. 허위 청구의 구조가 북부와 닮았다. 노동자가 먹지 않은 빵을 받았다고 적었던 것처럼, 움직이지 않은 짐을 배에 실었다고 적고 있었다.
도현은 유리아에게 새로 표시한 수로와 예전 지도가 얼마나 다른지 물었다. 바닷물이 밀려오는 방향만 달랐고 오래된 방파제의 돌기둥 위치는 같았다. 그는 이 사실을 근거로 기록과 실제 땅의 모양을 따로 구분했다. 물길이 같아도 그곳을 오간 배와 사람까지 같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도현은 유리아에게 새로 표시한 수로와 예전 지도가 얼마나 다른지 물었다. 바닷물이 밀려오는 방향만 달랐고 오래된 방파제의 돌기둥 위치는 같았다. 그는 이 사실을 근거로 기록과 실제 땅의 모양을 따로 구분했다. 물길이 같아도 그곳을 오간 배와 사람까지 같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에스텔이 오래된 문서의 빈칸을 짚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어디로 갔느냐보다 누가 받았느냐일 수도 있어. 원래 계약은 수령자를 먼저 확인해야 식사가 완성됐어. 항구는 반대로 물건을 먼저 도착시켜 놓고 사람을 수령자로 붙이는 곳이야.”
“그럼 없는 사람에게도 운임이 붙겠네요.”
“그렇겠지.”
도현은 게른을 떠올렸다. 부재자로 등록되어 운임이 붙었다는 수부. 그의 어머니는 아들의 생사도 모르는데, 장부는 이미 그가 무엇인가를 받았다고 적고 있을지 몰랐다.
해 질 녘에는 항만청의 작은 창고에서 수위 측정 도구를 빌릴 수 있었다. 관리인이 협조를 거절하지 않은 것은 유리아가 오래전부터 그 도구의 분실 책임을 맡아 왔기 때문이었다. 도현은 나무판에 매단 쇳덩이를 물속으로 내렸다가 건져 올렸다. 바다의 깊이를 재려는 단순한 방법이었다.
처음 던진 곳은 네 길 반, 두 번째는 다섯 길이었다. 그런데 제3창고 아래 수로 가까이에 이르자 쇳덩이가 갑자기 뭔가에 걸렸다. 당겨도 올라오지 않다가 순식간에 힘이 풀렸다. 건져 올린 쇳덩이에는 밀가루 같은 검은 가루가 묻어 있었다.
“바닷물 아래에 밀가루가 있습니까?” 브론이 물었다.
“흙이나 해조류일 수도 있어요. 아직은.” 도현은 가루를 헝겊에 따로 담았다.
루카스가 밧줄의 끝을 살폈다. “마치 배가 지나간 뒤에 닫히는 수문이 있는 것 같습니다.”
유리아는 바닥의 물때를 읽듯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바다는 보통 같은 시간에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요. 그런데 이 수로에선 물이 들어오다가 갑자기 멈추는 날이 있었죠. 어선들도 그래서 가까이 가지 않습니다.”
도현은 제0접안지가 바다 위 항로가 아니라 수문 너머 어딘가일 가능성을 수첩에 적었다. 해류를 조작하는 마법이 존재하더라도 그것이 곧 사람이 그곳을 지나갔다는 뜻은 아니었다. 물건과 기록이 어떻게 이동하는지부터 확인해야 했다.
유리아는 바다 쪽으로 몸을 기울여 밧줄의 손상을 살폈다. 검은 가루가 닿은 구간은 섬유가 삭은 듯 거칠었다. “이대로 사람이 매달려 갔으면 끊어졌을 거예요. 들어갈 때는 반드시 새 밧줄을 쓰죠.”
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요리용 칼을 잘 다뤘지만 잠수나 배 수리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다. 이 분야에서 자신의 판단을 믿는 것보다 유리아의 경험을 듣는 편이 안전했다.
부두로 돌아오니 세탄이 작은 종이컵에 따뜻한 물을 담아 건넸다. “어머니가 바다에서 나온 사람은 차가운 물을 한꺼번에 마시지 말라고 하셨어요.”
“감사합니다.”
세탄은 쑥스럽게 웃었다. “주방장님이 제가 먹을 음식을 먼저 물었으니까요. 저도 조금은 뭘 드실지 알아야 할 것 같아서요.”
그들이 물을 마시는 사이 항구의 시계탑에 불이 하나씩 켜졌다. 붉은 등불과 노란 등불이 교대로 움직였다. 유리아는 이를 배의 출입 신호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가장 낮은 등불 한 개만은 다른 등불과 무관하게 천천히 깜빡였다. 그 방향은 제3창고 아래의 보이지 않는 수문이었다.
밤에는 유리아의 동료 하역인부들이 조심스럽게 모였다. 그들은 접시를 들고 나타났지만 도현은 먼저 수프값과 장부 쓰는 법을 설명했다. 어떤 사람은 증언을 거부했고, 어떤 사람은 익명으로만 말하겠다고 했다. 도현은 모두 받아들였다. 자신의 목소리를 기록하는 일을 누가 대신 결정해서는 안 됐다.
한 노인은 배가 없는 출항일에 '물소리보다 낮은 종'을 들었다고 했다. 젊은 인부는 창고 바닥에서 검은 밀 냄새가 났다고 기억했다. 또 다른 이는 어느 날 동료가 사라진 뒤 그 사람의 작업복만 돌아왔는데 소금기가 전혀 없었다고 했다.
“작업복까지 소금이 없었다고요?” 브론이 되물었다.
“아주 말끔했어. 마치 소금 냄새를 누가 다 훔쳐 간 것처럼.”
도현은 증언의 시각과 장소를 따로 정리했다. 항구는 언제나 바쁘고 소음이 심했다. 한 사람이 잘못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다른 날 다른 위치에 있던 사람들이 같은 낮은 종소리를 들었다면 확인할 가치가 있었다.
그때 오래된 시계탑이 밤 여덟 시를 알렸다. 높은 종소리 아래에서 아주 낮은 두 번째 울림이 따라왔다. 브론은 반사적으로 창문으로 뛰어갔다.
“들립니다. 종이 하나 더 있어요. 바다 아래에서요.”
유리아도 창밖을 봤다. 제3창고 쪽 부두에서 수레를 밀던 인부가 갑자기 멈춰 섰다. 그는 무언가를 듣는 듯 허공에 귀를 기울이더니 자신도 모르게 물가로 발을 내디뎠다.
루카스가 달려가 인부의 어깨를 붙잡았다. 인부는 정신을 차린 듯 뒤로 물러났다. 그의 입술이 파랗게 질려 있었다.
“방금 누가 제 이름을 불렀습니다.”
“누가요?”
“모르겠어요. 제가 빚진 식사를 받으러 오라고 했어요.”
도현은 그에게 자신이 빚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인부는 머리를 저었다. 그가 먹은 것은 회사에서 제공한 무료 점심 한 끼뿐이었다. 그것도 자기가 먹지 않은 날을 포함해 한 달치로 기록되어 있었다.
도현은 그 말을 들으며 마르타의 장부가 떠올랐다. 한 번의 잘못된 지급이 여러 날의 가짜 대가를 만들어 냈다. 항구에서 같은 방식이 반복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흩어진 뒤, 도현은 창가에 앉아 오늘 받은 증언을 다시 읽었다. 같은 낮은 종소리라는 말이 네 번 나오지만, 실제 시각은 조금씩 달랐다. 그는 오래된 항만 지도 위에 들은 장소를 점으로 찍었다. 세 점은 제3창고를 둘러쌌고 한 점은 백연호 옆에 있었다.
“종이 한 곳에서 울리는 게 아닐까요?” 브론이 물었다.
“물속 소리는 건물이나 배에 반사되잖아요. 그럴 수도 있지만 아직은 모르겠어요.”
“제가 내일도 들어 볼게요. 그 소리가 사람을 부를 때는 어떤 방향인지요.”
도현은 브론의 귀를 잠깐 바라봤다. 울림이 너무 커지면 다칠 수 있었다. “가까이 갈 필요는 없어요. 들리는 곳을 표시하고 물러나면 됩니다.”
브론은 고개를 끄덕이며 지도에 표시를 했다. 작은 점 네 개는 당장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했다. 그래도 정체 모를 종소리가 한 사람의 머릿속에서만 반복되는 공포가 아니라 함께 확인할 수 있는 현상이 되었다.
그날 밤, 레온의 숟가락이 다시 울렸다. 이번에는 더 낮은 음이었다. 숟가락 표면에 해안 지도가 잠깐 떠올랐고, 제0접안지라는 글씨가 파도 아래쪽에 나타났다.
[물품 인도 선행. 수령인 대기 중.]
[현재 수령 대기 명단: 16.]
[대기자 목록 열람 권한: 최초 제공자의 입회인.]
에스텔이 숟가락을 바라봤다. 그녀의 손바닥에 남은 상처가 다시 검게 빛났다. 자신이 입회했던 첫 계약의 그림자가 서쪽 바다 밑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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