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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44화
PAYLUA ORIGINAL · 제44화

44화. 짠맛을 잃은 조개죽

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5,036자

오프라인 책장
항구에서 수프를 판 첫날 저녁, 백도현은 재료보다 손님들의 혀를 먼저 걱정했다. 부두 사람 열 명 가운데 넷은 짠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한 사람은 해초 냄새를 맡으면 토할 것 같다고 했고, 다른 사람은 아무리 소금을 넣어도 맹물 같다고 했다. 반면 식당에 갓 들어온 젊은 어부는 수프가 너무 짜다며 물을 두 잔이나 마셨다. 같은 냄비에서 나온 음식인데도 반응이 달랐다. “상한 소금을 쓰신 건 아니죠?” 브론이 긴장했다. “여관에서 산 일반 소금이에요. 물에도 녹이고 맛도 봤습니다.” 도현은 바닥의 소금 자루를 한 번 더 확인했다. 창고에서 무료로 나눠 주는 하얀 결정은 쓰지 않았다. 그 소금이 저주를 옮기는 매개인지 아직 확인된 것이 없었다. 다만 사람들의 감각이 이상해졌는데도 누군가 그 소금을 계속 뿌리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했다. 에스텔은 주문받지 않은 수프를 먹지 않고 옆에서 손님의 혀를 살폈다. 그녀가 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작은 빛이 일었다가 꺼졌다. “감각을 빼앗는 단순한 주문은 아니야.” “그럼?” “짠맛의 기억을 다른 곳에 보관해 둔 것 같아. 잃어버린 건 맛 자체가 아니라, 이 맛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표지일 수도 있어.” 도현은 자신의 손목을 내려다봤다. 소녀의 기억 저주가 옮아온 뒤로 어린 시절 먹던 미역국의 맛이 흐려졌다. 그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짠맛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엄마가 끓여 준 국의 기억을 잃은 사람은 다른 맛으로 무엇을 알아볼 수 있을까. 그는 답을 내기 전에 자신의 감각부터 점검했다. 생선 수프 한 숟갈을 입에 넣었다. 식초를 한 방울 더하자 산미가 올라왔고, 구운 양파의 단맛이 오래 남았다. 적어도 지금 느끼는 짠맛은 남아 있었다. “제가 직접 먹어 보고 적겠습니다. 손님에게 실험하겠다는 동의 없이 내놓지는 않을 겁니다.” “그래도 요리사잖아요. 맛있는 걸 만들면 되는 거 아니에요?” 브론이 물었다. “상대가 맛을 느끼는지 모르는데 맛있다고 결정해 줄 순 없죠.” 도현은 바다 소금이 놓인 창고에서 손님들의 증상을 표로 정리했다. 누구는 짠맛만 잃었고, 누구는 달고 쓴 맛도 흐릿해졌다고 했다. 서로 같은 날 같은 음식을 먹었던 사람들도 반응이 달랐다. 에스텔은 그 기록을 보고 손끝으로 탁자를 두드렸다. “마법에 걸린 물건을 먹어서 그렇다면 증상이 다 비슷해야 해.” “계약한 날짜나 일한 장소가 더 중요한 걸까요?” “그럴 가능성이 있지만 지금은 모르겠어. 넌 그 소금 자체가 저주라고 생각하니?” 도현은 유리병 속 흰 결정을 빛에 비췄다. “병에 들어 있는 것만으로는 알 수 없죠. 근데 그걸 음식에 넣으면 손님이 의도하지 않은 대가를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는 점은 우려됩니다.” “그래서 쓰지 않는 거구나.” 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모르는 재료를 쓰고 나서 나중에 죄송하다고 말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는 요리용 소금과 의심스러운 소금을 별도 병에 보관하고 천 색깔을 달리했다. 브론이 어두운 병을 맡자 눈썹을 찡그렸다. “하얀 건데 검은 냄새가 납니다.” “색으로만 표시하면 밤에 헷갈려요.” 도현은 병뚜껑에 홈을 새겼다. “이건 손으로 만져도 알아볼 수 있게 두 줄, 일반 소금은 한 줄. 앞으로 아무도 혼자 재료 창고에 들어가지 마세요. 손님한테 나갈 음식에 문제가 생기면 우리 책임입니다.” 그날 밤 도현은 손목의 석화 자국이 조금 굳는 것을 느꼈다. 갑자기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수프를 저을 때 숟가락을 오래 쥐기 어려웠다. 기억 저주 때문에 그는 그 느낌이 어제도 있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래서 브론에게 손목의 상태를 말하고 날짜와 시각을 적어 달라고 했다. “주방장님, 아프면 쉬세요.” 브론이 말했다. “손님이 기다린다고 손이 저절로 낫지는 않죠. 그래도 제가 할 수 있는 일까지는 해 보고 싶습니다.” “언제든 멈춰야 하면 말해 주세요. 제가 국은 저을 수 있습니다.” “소금을 두 번 넣지만 않으면요.” “그 실수는 지난주에 딱 한 번 했습니다!” 둘은 잠깐 웃었다. 저주를 지닌 요리사가 일하려면 동료의 눈과 손이 필요했다. 그것이 이 식당에서 조금씩 만들어 가는 새로운 조리법의 일부였다. 그날 밤, 유리아가 짠맛을 잃은 수부 한 사람을 데리고 왔다. 갈색 피부에 눈가가 깊이 패인 젊은 남자였다. 이름은 세탄. 창고에서 소금을 나르는 일을 하다가 어느 날부터 바닷물조차 싱겁게 느껴졌다고 했다. “병원에는 다녀오셨습니까?” 도현이 물었다. “의사는 코와 혀는 멀쩡하다고 했죠. 그런데 맛을 알려 주는 마법 표지가 사라졌다고 했어요.”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겠네요.” 세탄은 예상했다는 듯 어깨를 움츠렸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고치는 일이 아니었다. 그는 항구 사람들에게 음식을 해 주고 싶었고, 음식이 너무 짜면 동료들이 먹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 “뭘 가장 그리워합니까?” “어머니가 해주던 조개죽입니다. 그런데 이제 아무리 끓여도 그 맛이 아니에요.” 도현은 부엌 한쪽을 비워 달라고 했다. 쌀은 구하기 어려웠기에 보리와 짧게 부순 밀알을 사용했다. 조개는 모래를 제거하고 살만 따로 볶았다. 버터를 조금 녹인 뒤 조개와 양파를 넣고 향이 돌 때까지 기다렸다. 이어 남긴 껍데기로 낸 맑은 국물을 여러 번 나눠 부었다. 세탄은 냄비 앞에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왜 한 번에 다 붓지 않죠?” “곡물이 국물을 흡수할 시간을 주려고요. 그래야 재료마다 맛이 겹쳐도 뭉개지지 않아요.” “짠맛이 없어도 알 수 있을까요?” “그건 직접 드셔 봐야죠. 안 느껴지면 안 느껴진다고 해도 됩니다.” 세탄은 죽을 한 숟갈 먹었다. 아무 말이 없었다. 두 번째 숟갈을 뜬 뒤에도 표정이 변하지 않았다. 도현은 기대를 누르며 기다렸다. “짠맛은 없어요.” “그렇군요.” “그런데 조개를 굽던 냄새가 납니다. 집에서 어머니가 냄비를 긁던 소리도 생각나요.” 그는 눈을 깜빡였다. 아무 저주도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그리워하던 식사의 다른 부분은 남아 있었다. “이런 걸 요리라고 하나요?” “그런 게 요리죠.” 브론은 대답을 듣고도 조금 아쉬운 표정이었다. “저주가 안 풀리면 손님이 실망하지 않겠어요?” “오늘은 치료를 약속하지 않았으니까요. 손님이 원한 건 어머니의 죽이었어요.” 그때 세탄이 손목에서 낡은 팔찌를 풀었다. 은화 대신 오래된 나무패를 내밀었다. 거기엔 '제3창고 소금 나르는 사람'이라는 글씨가 적혀 있었다. “이건 안 받을게요.” 도현이 말했다. “요리값은 미리 말씀드린 금액이면 됩니다.” “돈 대신 주려는 게 아니에요. 여기서 일할 때 받은 표예요. 버리려고 했는데, 지금 보니 누군가 제 이름을 뒤에 덧썼어요.” 도현이 나무패를 뒤집었다. 잉크가 말라붙은 뒤에야 보이는 아주 작은 글씨였다. [세탄: 짠맛의 기억 11개월분 보관.] [보관 위치: 제3창고 하층.] [대가 지급 여부: 미확인.] 에스텔이 숨을 삼켰다. 이것은 맛을 잃은 노동자가 우연히 병에 걸린 사건이 아니라, 감각을 기간 단위로 관리하는 체계의 흔적이었다. 그러나 나무패 한 장만으로 운영자와 목적을 모두 입증할 수는 없었다. “이 표를 가지고 계신 다른 분도 있습니까?” 도현이 물었다. 세탄은 고개를 끄덕였다. “부두에 많아요. 그런데 다들 창고에서 퇴직한 뒤에도 반납하지 못해요. 반납하면 '받아 간 맛을 정산한다'고 해서.” “맛을 받았다고 적혀 있습니까? 빼앗겼는데도?” “그게 무슨 차이인지는 모르겠어요. 문서에는 늘 우리가 받았다고 써 있었으니까.” 도현은 말없이 나무패를 수첩 사이에 끼웠다. 북부에서 보았던 거짓 지급 기록과 같은 방식이었다. 받지 못한 빵을 받았다고 적고, 빼앗긴 맛을 받았다고 기록하는 것. 하얀 식탁은 사람에게서 가져간 것을 사람의 빚으로 바꾸는 데 익숙했다. 그날 식당 밖에서는 작은 소동이 있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가 수프를 먹으려던 손님의 접시를 빼앗아 '항구 안의 식사는 등록 창고에서만 가능하다'며 호통쳤다. 유리아가 그의 손을 쳐 접시를 돌려받았다. 루카스는 칼을 빼지 않고 남자에게 소속 증명서를 요구했다. 남자는 말없이 돌아섰다. 외투 뒷면에는 파도와 밀 이삭이 새겨진 단추가 달려 있었다. “항만청 사람인가요?” 브론이 물었다. 유리아는 고개를 저었다. “저 단추는 항만청에 없어요. 하얀 식탁의 운송 감사관들이 달죠.” 밤이 깊어지자 세탄은 자신과 동료들이 받은 나무패를 가져오겠다고 약속했다. 단, 누가 증언할지는 각자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도현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를 빨리 풀고 싶은 마음 때문에 다른 사람의 삶을 다시 강요할 수는 없었다. 세탄은 돌아가기 전 다른 수부들에게 조개죽을 이야기했다. 다음 날에는 동료 셋이 식당 문 앞에서 망설였다. 그들은 죽이 감각을 되돌려 준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했다. 도현은 그 말을 바로잡았다. 짠맛은 돌아오지 않았고, 세탄이 좋은 기억을 떠올린 것은 맞지만 그것이 치료라고 말할 근거는 없었다. “그러면 여기에 와 봐야 소용없는 겁니까?” 한 사람이 실망했다. “식사는 드실 수 있습니다. 맛을 되찾는 일에 대해선 저도 조사 중이고요.” 그 남자는 한참 문 앞에 서 있다가 물었다. “그래도 들어가 앉아도 돼요?” “물론입니다. 여기서는 손님이 자신에게 맞는 자리를 고르셔도 됩니다.” 남자는 창가에 앉았다. 다리를 오래 뻗을 수 있는 자리였다. 누가 기적을 약속하지 않아도 식탁에 앉는 것만으로 잠시 쉬어 갈 수 있다는 사실이 그에게는 뜻밖이었던 모양이었다. 가게 문을 닫으려는데 냄비 바닥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단단한 알갱이 하나가 구르듯 부딪혔다. 도현이 수프를 모두 덜어 낸 뒤 보니 하얀 소금 결정 하나가 남아 있었다. 그가 넣은 소금과는 모양이 달랐다. 네모진 결정 안쪽에 작은 숫자 '16'이 떠 있었다. 도현은 그것을 젓가락 끝으로 건져 유리병에 담았다. “누가 재료를 바꿨나 봅니다.” 브론이 귀를 쫑긋했다. “창문 쪽에서 문 여는 소리가 났어요. 그런데 아무 냄새가 없었습니다.” 에스텔은 병을 바라보다가 낮게 말했다. “저건 음식이 아니야. 맛을 세는 저울의 추야.” 도현은 병뚜껑을 닫았다. 열여섯이라는 숫자가 다시 등장했다. 이번에는 창고의 포대뿐 아니라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저울 속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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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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