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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36화
PAYLUA ORIGINAL · 제36화

36화. 공주가 보내지 않은 초대장

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5,051자

오프라인 책장
아일린 공주는 더 이상 왕궁의 아침 식탁에 앉지 않았다. 왕도 중심의 하얀 탑에는 매일 세 번씩 종이 울렸고, 그때마다 왕실 요리사들이 금은 식기를 나르곤 했다. 공주가 어렸을 때는 그 장면이 왕국의 풍요로움처럼 보였다. 하지만 손등에 생긴 검은 왕관 모양의 저주가 커진 뒤부터는 다른 것이 보였다. 은쟁반 위의 음식마다 아주 가느다란 검은 실이 늘어져 있었다. 실은 접시의 가장자리를 따라 식탁 아래로 사라졌다. “오늘도 한 입도 안 드셨습니까?” 시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일린은 잔을 내려놓았다. “내게 무엇을 먹을지 결정할 권리가 있는지부터 알아야겠어.” 시녀는 이해하지 못한 얼굴이었다. 왕족에게 음식은 선택의 문제였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면 언제든 새 요리를 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아일린은 그 풍요가 다른 사람의 빈 그릇에서 나왔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 버렸다. 그녀는 침실 옆의 좁은 방에서 북부 보고서를 읽었다. 루카스가 보낸 문서에는 화재가 난 제분소, 허위 영수증, 공동 부엌에서 구운 빵의 수량까지 적혀 있었다. 그는 백도현의 조사 방식이 왕실의 행정 절차보다 느리지만 실제로 제공된 식사를 구별하는 데에는 도움이 된다고 보고했다. 아일린은 그 문장을 두 번 읽었다. “느리다고?” 그녀는 혼잣말을 했다. 그동안 왕궁의 명령은 너무 빨리 내려졌고, 사람들의 이름은 그 명령보다 더 빨리 지워졌다. 느린 확인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이해했다. 그때 시종장이 들어왔다. 그는 검은 봉투를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있었다. “전하, 북부 조사단에게 보낸 초대장이 반송되었습니다.” 아일린이 눈썹을 찌푸렸다. “내가 초대장을 보냈다고?” 봉투 안에는 왕실의 문장이 찍힌 초대장이 있었다. 백도현과 일행에게 왕도 복귀를 명령하고, 회귀하지 않으면 조사권을 정지한다는 내용이었다. 문서 말미에는 아일린의 이름과 왕실 인장이 함께 있었다. 하지만 공주는 그 인장을 보고 곧바로 이상함을 알아챘다. 자신의 공식 문서에는 왕관 아래 작은 청색 점이 들어 있었다. 그것은 어려서 어머니가 ‘사람 이름을 빼먹지 말라’며 만들어 준 표시였다. “이 문서에는 점이 없어.” “사본이어서 빠진 것 아닐까요?” “아니. 이건 본문도 내가 쓰는 말투가 아니야.” 아일린은 봉투를 뒤집었다. 구호위원회가 사용하는 좁은 서류함의 기름 냄새가 났다. 공주는 루카스에게 보낼 짧은 전갈을 작성했다. [북부 조사 중단 명령을 발급한 사실이 없음. 왕실 문장 사칭 가능성 조사 요청.] [공식 인장은 청색 점 포함. 해당 문서 사본 보존.] 전갈을 맡은 기사는 물러났지만 시종장은 자리에 남았다. “전하, 구호위원회에서는 왕국의 안정이 더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지금처럼 조사하시면 귀족들의 불만이 커질 겁니다.” “사람을 빚으로 묶어 두는 것이 안정이라면 그 안정부터 다시 생각해야지.” 아일린은 잠시 기침했다. 손등의 검은 왕관이 팔목으로 조금 번졌다. 며칠 전부터 왕궁의 식사 시간이 가까워지면 저주가 더 심하게 반응했다. 원래 먹던 음식을 끊으면 나아질 줄 알았지만 그렇지도 않았다. 저주는 자신의 몸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전하, 휴식하셔야 합니다.” “쉬면 끝나는 저주였으면 벌써 나았겠지.” 그녀는 일어서서 서고로 향했다. 궁정 사서가 건넨 책에는 대기근 당시 왕실의 구호 기록이 적혀 있었다. 첫 부분은 온통 칭송뿐이었다. 왕이 성문을 열고 백성에게 음식을 주었다는 문장, 귀족들이 재산을 내놓았다는 기록, 그리고 이름 없는 자비로운 상인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런데 하단의 작은 부록에는 다른 숫자가 있었다. [연회 참석 예정: 183,442명.] 아일린은 숨을 삼켰다. 그 숫자는 현재 왕국의 식탁 저주와 연결된 인원 수와 같았다. 기록에 적힌 예정자가 살아 있는 사람들의 숫자와 같을 리는 없었다. 아마 계약이 참석자를 세는 방식으로 후손을 계속 등록하고 있을 것이다. 서고를 나서려는데 복도 끝에서 베네딕트가 기다리고 있었다. 왕실 주방의 책임자는 평소처럼 흰 조리복을 입고 있었지만 소매에 재가 묻어 있었다. 그는 공주에게 오래된 은쟁반 하나를 내밀었다. 쟁반의 뒤편에는 여러 번 다시 새긴 듯한 상처가 있었다. “전하, 이 쟁반은 어느 창고에 있어야 합니까?” “왕실 주방이겠지요.” “원래는 서쪽 소금 항구의 조합에서 보낸 물건입니다. 보통은 화물 목록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이 물건은 왕실 연회 선물로 처리되어 관세가 면제되었습니다.” 아일린은 쟁반을 뒤집었다. 짧은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오늘 먹을 음식은 내일 지불할 수 있다.] “이걸 왜 이제 보여 주시죠?” 베네딕트는 깊게 숨을 들이켰다. “그동안은 왕실 식탁의 전통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도현이라는 요리사가 주방에서 질문을 던진 뒤부터 음식이 어디에서 왔는지 다시 보게 되더군요. 제가 관리한 식단에도 검은 시럽이 오래 들어 있었습니다.” “시럽의 원료를 아십니까?” “기록상으로는 북부의 특수 곡물입니다. 그러나 납품 송장에는 서쪽 항구의 창고 도장이 찍혀 있었습니다. 이상해서 원본 송장을 찾으려 했더니 누군가 이미 서류함을 비웠더군요.” 아일린은 쟁반을 손끝으로 만졌다. 저주의 검은 선이 잠시 쟁반 가장자리로 다가왔다가 물러났다. 그녀는 손을 떼었다. “도현 씨에게 이 사실을 전해 주세요.” “전하의 공식 명령입니까?” “아니요. 왕실 식탁의 책임자로서 당신이 확인한 사실을 말해 달라는 부탁입니다. 기록도 함께요.” 베네딕트는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다만 확인되지 않은 부분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적겠습니다.” 그의 말에 아일린은 잠깐 미소를 지었다. 아주 오래된 왕실 주방에서도 누군가는 자신이 한 일부터 다시 확인하기 시작했다. 공주는 그 작은 변화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북부의 도현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했다. 하지만 편지를 곧장 보내기에는 구호위원회가 왕궁의 우편망을 살피고 있었다. 아일린은 시녀에게 작은 부탁을 했다. “왕도 뒷골목 ‘마지막 한 숟갈’에 가 본 적 있니?” “빵이 맛있다는 소문은 들었습니다.” “거기로 가서 마리아에게 이 쪽지를 맡겨. 왕실 봉투 없이.” 시녀는 놀랐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아일린은 종이를 접어 리아가 좋아한다던 작은 빵 그림을 그렸다. 종이 가장자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공주는 손가락을 굳히고 호흡을 골랐다. 검은 왕관의 저주가 번진 손으로 직접 쓴 글씨는 예전보다 삐뚤었지만, 그래서 오히려 자신의 손길이 남았다. 왕실 인장을 흉내 내는 자가 있어도 이 작은 그림까지 쉽게 흉내 낼 수는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녀는 편지를 맡길 시녀에게 위험하다면 먼저 자신을 보호하라고 당부했다. 명령을 받았다는 이유로 누군가 위험을 떠안게 하는 일은 더는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그것은 공식 문서가 아니었기에 위조하기 어려운 개인적인 흔적이었다. 편지에는 도현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덧붙였다. [왕궁의 식사는 여전히 준비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참석을 허락한 적 없습니다.] [북부에서 시작된 조사를 중단하지 말아 주세요. 대신 누구도 혼자 대가를 지게 하지 마세요.] 그날 밤 아일린은 한동안 불 꺼진 주방에 앉아 있었다. 실은 자신도 따뜻한 죽 한 그릇이 먹고 싶었다. 그러나 접시가 놓인 자리마다 검은 선이 흔들렸고, 왕실 관리들은 그것을 보지 못했다. 그녀는 깨끗한 물을 마시며 북부에 보내 놓은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들에게 모든 문제를 떠넘기지 않겠다는 다짐은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계속 찾겠다는 뜻이어야 했다. 한편 루덴의 첫 화덕 아래에서는 도현 일행이 다시 기록을 조사하고 있었다. 브론은 입구에 줄을 묶어 놓고 수시로 돌아갈 길을 확인했다. 루카스는 왕도에서 오는 전령을 기다리면서도 벽면의 변경 내역을 살폈다. 도현은 셋째 아이의 수령 거부 사유가 적힌 식사표를 읽었다. ‘밥값을 어머니에게 청구한다고 들었기 때문.’ 그 문장은 이상하리만큼 구체적이었다. 배고픈 아이가 거절했다면 거기에는 말해 줄 어른이 있었을 것이다. 아이가 나중에 사라졌는지 살아남았는지를 알아보려면 이름이 필요했다. “음식을 제공한 기록에는 이름이 없는데, 음식을 거절한 기록에는 이유가 남아 있어요.” 도현이 말했다. “누군가 적은 겁니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적어도 이 계약을 완전히 믿지 않았어요.” 에스텔은 얇은 철판을 들어 올렸다. 아래에는 나무 조각이 있었고 그 조각에 세 줄의 그림이 새겨져 있었다. 첫째는 접시를 내려놓은 아이, 둘째는 문밖에 선 아이, 셋째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있는 아이였다. “이 아이가 거절한 뒤에 어머니가 데리고 나간 걸까?” “가능성은 있죠. 하지만 그림이 실제 장면인지, 누군가 후대에 그린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도현은 하나씩 사진을 찍을 수 없는 이세계가 답답했다. 대신 얇은 종이를 얹고 숯으로 문양을 떠냈다. 나무결이 남은 작은 그림은 수첩 세 장에 나눠 복사되었다. 사본마다 보관자를 따로 적었다. 그때 루카스에게 전령이 도착했다. 말에 진흙을 잔뜩 묻힌 젊은 기사는 위조 초대장을 조심스럽게 건넸다. 루카스는 문서의 사본을 보자 얼굴을 굳혔다. “이것 때문에 공주님이 우리를 부르셨다고 했군요.” “가짜입니까?” 도현이 물었다. “공주님이 발급하지 않았다고 직접 확인하셨습니다. 청색 표시가 없습니다.” 에스텔은 문서의 글씨를 자세히 살폈다. 그녀는 공주의 서명 아래 아주 작은 마법 실이 숨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마법 실은 첫 화덕에서 보았던 검은 선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이 문서는 명령을 전달하려는 게 아니야.” “그럼요?” “우리를 돌아가게 만들려는 거지. 북부에서 서류를 모으기 전에.” 루카스는 수첩을 덮었다. “베르크가 말한 시한까지 하루도 남지 않았습니다.” 도현은 나무 조각의 셋째 그림을 다시 보았다. 어머니의 손을 잡고 나가는 아이. 자신이 찾는 사람에게는 이름이 없지만, 선택은 남아 있었다. 그때 첫 화덕의 돌벽이 떨리며 새로운 통로를 열었다. 벽 속에는 빈 의자 하나와 작은 나무패가 놓여 있었다. 나무패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최초 수령을 거부한 증인은 계약자 목록에서 제외되었다.] [증언을 되찾으려면 그가 남긴 말을 듣게 하라.] 도현은 동료들을 돌아봤다. “목격자부터 찾아야겠습니다. 기록에서 지워진 사람의 말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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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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