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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34화
PAYLUA ORIGINAL · 제34화

34화. 사람보다 먼저 도착한 서류

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5,138자

오프라인 책장
북부 특별감사관의 행렬은 마치 전쟁을 치르러 오는 군대처럼 보였다. 검은 깃발 둘, 서류를 담은 마차 한 대, 갑옷을 입은 감시병 여덟 명. 그런데 선두에 선 베르크가 처음 내린 명령은 다소 우스웠다. “저 화덕의 굴뚝을 조사해 주십시오.” 브론이 마을 광장에 서서 말했다. “불이 나오는지 확인하려고요? 화덕이니까 당연히 나옵니다.” “무허가 화덕의 연기는 몰수 대상입니다.” “연기도요?” “소유권이 불명확한 모든 생산물입니다.” 도현은 웃지 않았다. 이 말도 안 되는 논리로 곡물과 노동, 심지어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사람들의 식사 시간까지 빼앗아 갔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주민들 앞에서 상대를 비웃는다고 달라질 것은 없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곡물 창고를 봉인하려는 손을 멈추게 하는 것이었다. “공문을 보여 주십시오.” 베르크가 다정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구두는 제분소 화재의 재를 밟았는데도 먼지가 묻지 않았다. “백도현 주방장님. 다시 뵈니 반갑습니다. 이번에는 미리 준비하셨군요.” “지난번에도 준비했습니다. 당신이 서류를 태우지만 않았으면 더 편했겠죠.” 베르크는 대답하지 않았다. 도현은 그 침묵이 인정인지 계산인지 따지지 않았다. 루카스가 도현 옆에 섰고, 주민 대표 세 명이 공동 부엌의 기록을 들고 나왔다. 테오의 손에는 주민들이 확인한 사본 묶음이 있었다. 감시병 하나가 장부를 낚아채려 했다. 핀의 아버지가 일하던 제분소에서 쓰던 두꺼운 자가 그의 손을 막았다. 자를 든 사람은 테오였다. 그는 겁에 질려 있었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원본 대조 없이 가져가면 기록이 훼손됩니다.” “왕실 공문에 따라 압류한다.” “왕실의 어느 부서 공문입니까?” 루카스가 물었다. 베르크는 마차에서 푸른 봉인을 꺼냈다. ‘왕실 구호위원회 북부 감사국’이라고 적혀 있었다. 루카스는 공주가 발급한 자신의 호위 명령서를 펼쳐 두 문장을 나란히 놓았다. 인장 아래 날짜와 담당자의 표기 방식이 달랐다. “위원회 발행 문서는 맞지만, 왕실 전체의 직접 명령은 아닙니다.” “실무 관청의 권한을 무시하십니까?” “아니요. 다만 어느 권한까지 행사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겁니다. 군인이 왕명을 사칭하면 죄를 묻는 것처럼, 문서에도 발행 책임이 있어야지요.” 주민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왕실이라는 글자만 보이면 고개를 숙였는데, 오늘은 같은 왕실 사람이 봉인을 세세히 읽고 있었다. 루카스에게는 단순한 행정 확인이었지만, 이 마을에는 낯선 광경이었다. 베르크가 손을 뻗었다. “그렇다면 압류 물품 목록을 확인하시죠. 이쪽은 허위 지급 내역을 조사하겠다고 하셨으니 저희에게도 협조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협조하겠습니다.” 도현이 말했다. “서류를 옮기지 않고 이 자리에서 대조하는 조건이라면요.” 감사관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도현은 그 변화가 마음에 걸렸다. 상대가 이렇게 쉽게 물러설 이유가 없었다. 마을 회관 앞에 탁자가 놓였다. 기록지는 날짜, 재료, 실제 수령자, 수령 여부로 나뉘었다. 테오는 검은 밀 제분소에서 가져온 낡은 장부를 펼쳤고, 노라는 마을 사람들에게 확인을 요청했다. 사본은 일부 문서가 불에 타거나 물에 젖어 읽기 어려웠다. 도현은 그 부분에 ‘불명’이라고 적었다. 모른다는 사실을 남기는 것이 허위 기록의 시작을 막는 길이었다. 탁자 위에 첫 장부를 올리는 과정에서도 작은 소동이 있었다. 베르크가 가져온 장부는 은색 금속테로 묶여 있었고, 테오가 가진 사본은 손때 묻은 종이였다. 감시병은 사본을 곁에 놓을 가치가 없다며 치우려 했지만 주민 대표인 빵집 주인이 손을 뻗어 막았다. “그 종이는 우리가 손으로 베껴 쓴 겁니다. 누가 먹었는지 밤마다 물어봤고요. 금테가 없다고 이름까지 없어지는 건 아니죠.” 감시병은 잠시 멈칫했다. 루카스는 두 문서를 동등하게 탁자 위에 올리라고 지시했다. 도현은 종이마다 작성 시각과 보관자를 적은 작은 표찰을 붙였다. 소박한 절차였지만 기록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을 한 명으로 제한하지 않는 방법이었다. 이때 한 젊은 남자가 갑자기 탁자 앞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얼마 전 제분소를 떠나 도시로 일하러 갔다 돌아온 사람이었다. 그의 손에는 길고 좁은 종이 두 장이 있었다. 하나에는 자신의 이름이, 다른 하나에는 이미 사망한 형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둘 다 내 이름처럼 쓰였어요! 형은 내가 열 살 때 죽었는데, 이 종이는 지난달 날짜라고요!” 베르크는 입술을 다물었다. 도현은 종이들을 주민들 앞으로 펼쳤다. 같은 필체와 같은 시간에 찍힌 승인 인장이 보였다. 다만 이 인장만으로 누가 지시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기록 담당자가 누구였습니까?” 남자가 테오를 보았다. 테오는 도망치지 않았다. “제가 이름을 복사했습니다. 하지만 형이 돌아가신 줄은 몰랐습니다. 사망 신고가 장부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확인했어야 했습니다.” 남자는 당장 주먹을 날릴 듯 다가갔다가 멈췄다. 그는 형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구겨 쥐었다. 도현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지 않았다. 잘못을 인정하는 것과 용서받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대신 증거를 남기게 했고, 남자가 원하면 증언을 따로 기록하겠다고 했다. 첫 번째 쟁점은 열세 살 핀의 이름이었다. 베르크가 표를 가리켰다. “지난해 겨울, 식량 18회 수령. 대가 미납.” 핀이 얼굴을 붉혔다. “저는 그때 아버지를 찾으러 다녔어요. 배급소에 간 날은 세 번뿐이에요.” “아이가 잘못 기억할 수 있겠군요.” 도현이 말을 받았다. “그래서 다른 기록과 대조하자는 겁니다.” 그는 주민들이 보관한 낡은 목재 표찰을 꺼냈다. 지급할 때마다 구멍을 하나 뚫는 표찰에는 세 개의 흔적만 있었다. 핀이 가진 표찰만으로 모든 사실을 증명할 수는 없지만, 베르크의 숫자가 유일한 기록이 아니라는 사실은 드러났다. 두 번째 쟁점은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의 식사였다. 부엌 일을 돕던 여자가 남편의 이름을 발견하고 손을 들었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일 년 넘게 수프를 받은 것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여자는 날짜가 적힌 가족 장부를 가져왔다. 옆집 노인이 장례를 치른 날을 증언했다. 베르크는 얼굴을 굳혔다. “자동 기록 오류일 수 있습니다.” “그럼 수정하시면 됩니다.” 도현이 말했다. “이미 없는 사람이 먹었다고 되어 있으면, 실제로 돈이 어디로 갔는지 찾아야죠.” 사람들이 웃었다. 곧이어 그 웃음은 분노 섞인 소란으로 바뀌었다. 어떤 이는 자기 어머니가 5년 전에 받은 빵을 다시 청구당했다고 했고, 어떤 이는 태어나지도 않은 딸의 이름이 이미 장부에 적혀 있다고 했다. 그때 베르크가 기다렸다는 듯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혼란을 보십시오. 바로 이 때문에 개별 증언을 믿을 수 없다는 겁니다. 공식 장부 한 권이 필요한 이유지요.” “공식 장부가 틀렸을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도현이 말했다. “틀린 장부를 하나로 합친다고 정확해지는 건 아닙니다.” 베르크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 “이 마을에서 위원회의 기록을 부정하겠다면 곡물 지급도 중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도현은 기다렸다는 듯 공동 부엌의 오늘 기록을 펼쳤다. 정상 곡물 출처와 입고량, 주민들의 기부 목록이 자세히 적혀 있었다. “그래서 지난 사흘 동안 외부 도움 없이도 음식을 준비했습니다. 남은 곡물은 많지 않지만, 적어도 없는 음식을 제공했다고 적진 않겠습니다.” 베르크가 테오를 보았다. “자네는 본부에 등록된 기록 담당관이지. 저들이 만든 종이에 서명했나?” 테오의 얼굴에서 피가 빠졌다. 모두가 그를 바라봤다. 지난날 자신이 숫자를 바꿔 적었음을 인정한 사람에게, 다시 선택의 순간이 찾아온 것이다. “네. 주민들이 확인한 기록에 제가 대조 표시를 했습니다.” “허위 문서 조작 혐의로 체포할 수도 있다는 걸 모르나?” “모른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테오는 떨리는 손으로 두 권의 장부를 올려놓았다. “그래서 제 수정 이력도 함께 제출합니다. 어느 날짜에 누구의 숫자를 바꾸라는 지시를 받았는지 적었습니다. 일부는 제가 스스로 고쳤습니다. 그것도 숨기지 않았습니다.” 도현은 테오가 용감하다고 칭찬하지 않았다. 자신이 잘못한 일을 기록하는 건 당연한 책임이었다. 다만 그가 지금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도록 그의 옆에 섰다. 베르크는 마차 쪽으로 돌아갔다. 돌아서는 순간 은색 열쇠가 외투 아래에서 튀어나왔다. 도현은 열쇠 표면의 기호를 보았다. 첫 화덕에서 주운 금속 조각과 똑같은 밀 이삭과 파도였다. “감사관님.” 베르크가 멈췄다. “그 열쇠, 북부에서 만든 겁니까?” “업무용 물품입니다.” “왜 바다의 파도가 새겨져 있죠?” 감사관의 미소가 완전히 사라졌다. 그는 정면으로 대답하지 않았다. “내일 해가 질 때까지 자료를 제출하십시오. 그때까지 제 권한으로 식사 기록을 임시 동결하겠습니다. 공동 부엌을 막지 않는 대신 새로운 증빙을 원본에 반영하지 못하게 하지요.” 루카스가 공문에 시간과 조치 범위를 적도록 요구했다. 베르크는 마지못해 서명했다. 물리적인 압류는 피했지만 이제 시간이 정해졌다. 하루 안에 최초 계약을 변경한 자의 증거를 찾아야 했다. 그날 밤 도현은 첫 화덕에서 가져온 금속 조각을 베르크의 열쇠 스케치 위에 놓았다. 두 문양은 거의 일치했다. 다만 조각에는 파도 아래 작은 점 하나가 있었고 열쇠에는 그 자리가 비어 있었다. 에스텔은 오래 생각하다 말했다. “그건 보관소 열쇠가 아니라 인수증 표식이야. 누가 곡물을 받았는지 아니라, 누가 채권을 사 갔는지 표시하는 거지.” “그럼 베르크는 단순한 감사관이 아니겠군요.” “적어도 저 열쇠를 지닌 사람은 첫 약속이 다른 손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알고 있을 거야.” 브론은 잠시 끙끙거리다 입을 열었다. “그럼 감사관이 돈을 받으러 온 게 아니라, 빚을 산 사람의 심부름을 하는 거란 말입니까?”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도현이 말했다. 창밖에서는 방앗간의 마지막 화덕이 식어 가고 있었다. 여전히 내일 먹을 곡물은 부족했다. 첫 화덕의 비밀을 풀어도 사람들의 배고픔이 당장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때 도현의 수첩 속에 끼워 둔 식사표가 저절로 펼쳐졌다. 셋째 아이의 ‘수령 거부’라는 글씨 아래 새 문장이 나타났다. [거부 사유: 밥값을 어머니에게 청구한다고 들었기 때문.] 도현은 식사표를 덮지 못했다. 대가가 누구에게 돌아갈지 물은 아이가 있었다. 처음부터 누군가는 이 계약의 이상함을 알아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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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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