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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30화
PAYLUA ORIGINAL · 제30화

30화. 첫 화덕의 비밀

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5,029자

오프라인 책장
불은 새벽이 가까워져서야 꺼졌다. 루덴 마을의 중앙 제분소는 검은 뼈대만 남긴 채 서 있었다. 지붕의 절반이 무너졌고, 빗물과 밀가루가 섞인 진흙이 골목까지 흘렀다. 그러나 저장 창고의 큰 문은 무너지지 않았고, 주민들이 함께 물통을 나른 덕분에 정상 곡물 상당량을 지킬 수 있었다. 도현은 그 광경을 보며 자신이 어젯밤 저주보다 더 무서워했던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저주의 계약은 사람을 묶지만, 끼니가 끊기면 사람은 서로를 의심하게 된다. 그때는 누가 거짓말을 했는지 따질 힘조차 남지 않는다. 광장에는 마을 사람들의 옷이 젖은 채 널려 있었다. 네린은 화덕에 얇은 빵을 붙여 굽고 있었고, 브론은 양동이를 옮기다 물에 빠진 신발을 털었다. 핀은 작은 아이 둘에게 콩죽을 나눠 주었다. 급식 줄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길게 서 있었지만 그들은 더 이상 배급표를 손에 쥔 채 묵묵히 기다리지만은 않았다. 누가 먼저 먹을지, 남은 곡식을 어떻게 나눌지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저씨, 오늘도 계산해요?” 핀이 물었다. 도현은 장부를 펼쳤다. “그럼. 어제 쓴 감자가 몇 개였는지 적어야 내일 먹을 수 있으니까.” “그런데 누가 공짜라고 하면 왜 안 돼요?” “선물은 공짜일 수 있어. 다만 선물 준 사람이 나중에 뭘 요구하는지 모르는데 받아 버리면 위험하잖아. 그래서 우리가 어떤 약속을 했는지 서로 알아야 해.” 핀은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작은 손으로 장부 맨 아래에 ‘오늘 감자전 반 장 남음’이라고 적었다. 맞춤법은 틀렸지만 도현은 고치지 않았다. 누군가 처음으로 자기 끼니를 스스로 기록하는 일이 더 중요해 보였다. 도현이 새벽의 일지를 정리하고 있을 때 왕도에서 전령이 찾아왔다. 먼지가 묻은 망토를 입은 젊은 병사는 종이가 젖지 않도록 품속 깊이 넣어 왔다고 했다. 편지는 공주 아일린의 짧은 명령서와 마리아가 보낸 작은 쪽지였다. 공주는 북부 제분소의 허위 배급 기록에 관한 조사 명령을 준비 중이라고 적었다. 다만 왕궁의 대신들이 구호위원회와 가까워 공식 조사가 언제 시작될지는 불확실했다. 왕실에서 곧장 병력을 보내 북부를 장악할 수도 없다고 했다. 명령의 효력이 닿지 않는 곳에서 주민들이 증거를 지킬 시간이 필요했다. 마리아의 편지는 훨씬 짧았다. [리아가 오늘도 가게 문에 빵 그림을 붙였습니다. 토마와 미나는 잘 지내고 있고, 베네딕트 님이 보내 준 요리사가 수프를 맡고 있습니다. 에스텔도 브론도, 그리고 도현 씨도 꼭 식사하십시오. 돌아오는 날에는 제 빵을 먹어 보고 맛을 말씀해 주세요.] 도현은 편지를 두 번 읽었다. 누군가 자신이 돌아올 곳을 돌보고 있다는 사실이 힘이 됐다. 그는 미역국의 맛을 기억하지 못했지만, 마리아가 새로 만들 빵의 맛을 기다리는 마음만은 확실했다. 에스텔이 편지를 곁눈질했다. “뭐라고 썼어?” “전부 밥 잘 먹으라고요.” “좋은 부탁이네.” “그렇죠. 세계를 구하라는 명령보다 따라 하기 쉽고요.” 브론이 옆에서 팔을 들었다. “전 이미 두 그릇 먹었습니다!” “그건 과잉 수행입니다.” 세 사람은 잠깐 웃었다. 그러다 도현은 마르타의 이름표를 손안에 올렸다. 기분 좋은 소식이 왔다고 이곳의 일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긴 시간을 건너기 위한 여정이라면 이런 작은 소식 하나도 분명한 식량이 될 수 있었다. 그는 부엌 장부에 새로운 문장을 적었다. [북부 조사에서 확인한 일: 허위 지급 증빙 존재. 마르타의 반복 노동 임시 중단.] [아직 확인되지 않은 일: 나머지 열여섯 명의 위치, 최초 계약의 주인, 왕국 전체의 저주 해제 방법.] 이 목록은 깔끔하지 않았다. 비어 있는 항목이 훨씬 많았다. 그래도 거짓으로 전부 해결했다고 쓰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해가 올라오자 루카스가 마을 회관에서 주민 대표들을 불러 모았다. 그는 제분소에서 확보한 증빙 서류를 탁자 위에 놓고, 왕실 구호위원회의 특별 조치가 어떻게 발송되었는지 설명했다. 테오는 자신이 날짜를 바꿔 적었던 일과, 허위 배급량을 알면서도 침묵했던 사실을 스스로 인정했다. 주민들 중에는 그에게 화를 내는 사람도 있었지만, 누군가 다가와 물을 건네기도 했다. “저 사람을 지금 체포하면 장부를 읽을 사람이 없습니다.” 루카스가 말했다. “잘못한 일은 조사하되, 증거를 숨길 이유는 더 이상 주지 않겠습니다.” 노라가 일어섰다. 그는 어머니 엘마의 이름표를 양손에 들고 있었다. “저는 어머니가 어디에 계시는지 아직 모릅니다. 하지만 오늘부터는 어머니가 없는 사람으로 장부에 적히지 않았으면 합니다.” 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 사람의 행방을 모른다는 사실과, 그 사람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기록하는 일은 전혀 달랐다. 북부 장부가 사람들에게 해 온 가장 큰 폭력은 아마 그 차이를 지워 버린 것이었을 것이다. 회의가 끝나기 전 도현은 어젯밤 보관소에서 확인한 사항을 설명했다. 열일곱 명의 이름은 모두 보존되어 있고, 마르타의 생존은 직접 확인했으며, 엘마와 오도에게서는 증언을 들었다. 다만 그 증언이 현재의 의식인지 과거 기록이 재생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어머니가 돌아올 수 있는 겁니까?” 노라가 물었다. “가능성을 확인할 실마리는 얻었습니다. 아직 돌아온다고 약속드리지는 못합니다.” 노라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거짓된 희망보다 정직한 불확실함을 견디는 편을 택한 얼굴이었다. 그날 오후 레온의 쇠숟가락이 마르타의 이름표를 향해 빛났다. 검은 밀밭의 허수아비가 서 있던 언덕에서 바람이 멎었다. 도현과 에스텔, 브론은 서류를 든 루카스와 함께 다시 그곳으로 갔다. 불에 탄 제분소가 멀리 보였고, 밭 사이의 작은 길에는 전날보다 밝은 햇빛이 내려앉아 있었다. 허수아비 하나의 앞치마가 조용히 떨어졌다. 마르타의 이름이 적힌 천이었다. 도현이 그것을 주워 들자 눈앞에 문장이 나타났다. [조리사 마르타. 반복 노동: 정지.] [외부 시간과 내부 시간 동기화 완료.] [신병 구속 유지 사유: 채무 미정산.] “아직도 여기서 못 나오는 건가요?” 브론이 물었다. “그래요. 하지만 더 이상 같은 하루를 살지는 않게 됐습니다.” 도현은 이름표를 잡았다. 강제로 문을 열어 여자를 밖으로 끌어낸다면 남은 시간과 빚이 어디로 향할지 모른다. 서둘러 영웅이 되고 싶다는 마음 때문에 또 누군가를 희생시켜서는 안 됐다. “마르타 씨. 들리십니까?” 바닥 아래에서 희미한 목소리가 올라왔다. “들려요. 오늘은 오븐이 다시 켜지지 않았어요.” “그럼 잠시 쉬셔도 됩니다.” “쉬어도… 되는 건가요?” “쉬어야죠. 배고프면 식사하시고, 손이 아프면 치료도 받으셔야 합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누군가 바닥 아래에서 울고 있었다. 도현은 그 소리를 들으며 손목에 남은 회색 자국을 가만히 눌렀다. 자신에게는 아직 두 개의 저주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새로운 저주를 흡수하지 않고 누군가의 일을 멈추게 만들었다. 그 사실이 작지만 중요한 변화였다. 에스텔이 밝은 얼굴로 말했다. “레온이 이걸 봤다면 좋아했을 거야.” “좋아하기는 일러요. 아직 밖으로 모셔오지도 못했으니까.” “그래도 처음이잖아. 희생할 사람을 새로 세우지 않고, 오래된 계약을 멈추게 만든 게.” 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목적지에 도착한 건 아니지만, 이전에는 길이 없다고 여겼던 곳에 발자국 하나를 남긴 기분이었다. 그때 바람이 밭을 가로질렀다. 검은 밀 이삭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고, 땅 위에 검은 물결 같은 선이 만들어졌다. 선은 한동안 흔들리다가 북쪽의 작은 돌언덕 아래로 모였다. 돌언덕 한쪽에 낡은 굴뚝이 솟아 있었다. 앞서 마르타가 보이지 않는 오븐의 불이 꺼졌다고 말했는데도 굴뚝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저건 어디입니까?” 도현이 물었다. 노라가 숨을 삼켰다. “옛날 마을 사람들이 쓰던 첫 화덕이에요. 대기근이 있기 전부터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문이 잠겨서 아무도 못 들어갔죠.” 도현은 어젯밤 발견한 문구를 떠올렸다. [첫 번째 빵이 구워지지 않은 곳.] 그 말은 최초의 배급소가 아니라, 빵을 구우려다 실패한 장소를 가리킨 것일지도 몰랐다. 어째서 빵이 완성되지 않았는지 알아야 했다. 그들은 돌언덕으로 갔다. 화덕의 입구는 작았고 돌문에는 아주 오래된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시간이 지나 대부분 닳아 있었지만 네 번째 줄만은 읽을 수 있었다. [곡물을 주지 못한 자가 약속한 것은 곡물이 아니었다.] 도현은 손끝으로 돌을 쓰다듬었다. 검은 곡물은 누군가가 보낸 선물이었고, 그 대가를 후손에게 넘겼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약속한 것이 곡물이 아니었다면, 최초 계약의 대상은 무엇이었을까. 에스텔이 봉인을 살폈다. “이 문에는 왕실 인장이 없어. 왕국이 계약을 맺기 전부터 여기에 있었던 것 같아.” “그럼 카르도도 여기에서 뭔가를 가져왔다는 뜻이겠네요.” 도현이 쇠숟가락을 돌문에 대자 일곱 홈이 동시에 빛났다. 그 빛은 곧바로 꺼졌지만 돌문 안쪽에서 아주 작은 기계음이 들렸다. [채권 원본의 첫 항목 발견.] [최초 채무자: 왕실 구호위원회가 아님.] [최초 제공자: 이름 미상.] [제공 품목: 굶주림이 없는 내일.] 도현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식량을 준 것이 아니라, 굶주리지 않을 내일을 빌려주었다는 말인가. 내일을 빌려준다면 그것을 돌려받을 때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마지막 문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원본 계약의 담보: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람들의 식사 시간.] 에스텔은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루카스도 말을 잃었다. 아이들이 먹을 밥을 위해 미래의 아이들이 살아갈 시간을 담보로 잡았다면, 왕실이 저지른 죄는 지금껏 알던 것보다 훨씬 오래된 것이었다. 그때 돌문 틈에서 작은 종이 조각이 떨어졌다. 도현이 조심스럽게 집자 처음 보는 이름 하나가 적혀 있었다. [최초 계약의 입회인: 에스텔.] 도현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마녀는 자신이 알지 못하는 문서를 본 사람처럼 종이를 응시했다. “에스텔 씨.” 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이것도 기억나지 않는 겁니까, 아니면 아직 말씀하지 않은 겁니까?” 그녀는 대답하지 못했다. 검은 밀밭 너머로 해가 떠올랐다. 그러나 도현의 손에 들린 종이는 아직도 밤처럼 차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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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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