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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26화
PAYLUA ORIGINAL · 제26화

26화. 장부가 빼앗은 내일

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5,134자

오프라인 책장
자정까지 남은 시간은 두 시간 반이었다. 루덴 여관의 좁은 식당에서는 늦은 저녁 손님들이 모두 돌아간 뒤에도 화덕 불이 꺼지지 않았다. 도현은 빈 조리대 위에 종이를 펼치고, 지금까지 확인한 문장을 한 줄씩 적었다. 왕실 구호의 식사 한 끼, 미지급 노동 17명, 매년 갱신되는 장부, 그리고 오늘 갑자기 생긴 열여덟 번째 자리. 겉으로는 다른 문서였지만 모든 문장의 끝에는 같은 질문이 숨어 있었다. 누가 그 대가를 치를 것인가. “그냥 이의 신청서를 쓰면 되는 거 아닙니까?” 브론이 물었다. “이름을 쓰는 순간 새 조리사로 등록될 수도 있다잖아요.” 도현이 대답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쓰면 자정이 되는데요.” 브론의 귀가 내려갔다. 도현은 그를 탓하지 않았다. 자신 역시 서류에 서명하는 것 외에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조급했다. 에스텔은 북부 장부의 복사본을 가져와 테이블 위에 놓았다. 마녀의 손목에는 마르타의 문을 만질 때 생긴 얇은 화상이 남아 있었다. 그는 약병에서 연고를 조금 덜어 주었다. “상처는 괜찮습니까?” “예전에도 불은 자주 만졌어. 하지만 그때는 내가 뭘 고치려다 다치는지 알고 있었지.” “이번에는 모르시겠죠.” “응. 그래서 네가 걱정돼.” 그녀의 말에 도현은 잠시 펜을 내려놓았다. 자기를 이 세계로 불러온 사람이 에스텔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고, 아직 모든 것을 용서한 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이제 그녀는 비밀을 감추기보다 같이 확인하려 했다. 그것이 충분한 보상이 되지는 않지만 다음 일을 함께할 이유는 되었다. 루카스가 출입문을 닫고 들어왔다. 그는 마을 기록 담당 테오가 준 종이와 왕실 통행증을 나란히 놓았다. “보관소의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고, 대리인으로서 기록 열람을 요구하는 신청서라면 왕실 인장을 사용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장부가 이 구분을 인정할지는 모릅니다.” “일단 문장을 정확히 써 봅시다.” 도현은 식탁을 정리한 뒤 종이를 꺼냈다. 손님에게 계약을 알리고, 제공된 재료와 서비스의 가격을 명확히 적고, 채무와 대리인의 권한을 구분한다. 한국에서 식당을 운영할 때도 필요했던 상식들이었다. 마법이 존재하는 세계에서 오히려 그 상식이 무기가 되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적었다. [나는 요리사 마르타 및 보관소 수용자의 미지급 노동에 관한 증언 대리인이다.] [그들의 채무를 인수하지 않는다.] [기존 제공 식사의 원가, 실제 수령자, 이미 수행한 노동에 대한 임금과 장부 갱신 내역을 제출하라.] 브론이 종이를 보고 입을 벌렸다. “그거 읽다 보면 자정 되겠습니다.” “읽고 이해할 시간은 줘야죠.” “이해할 생각이 없는 상대라면요?” 도현은 씩 웃었다. “그럼 이해하지 못했다고 기록해야죠.” 그들은 신청서를 내기 전에 루덴의 마을 회관으로 향했다. 밤늦도록 일부 주민이 모여 있었는데, 다음 날 배급표를 받으려면 공동 인감이 필요하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회관은 보리 자루를 쌓아 둔 창고를 겸하고 있었다. 벽에는 검은 빵을 만드는 방법이 그림으로 붙어 있었다. 하지만 조리법의 마지막 부분은 이상하게 잘려 있었다. “검은 시럽을 넣는 양을 왜 감췄습니까?” 도현이 물었다. 마을 원로가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그건 제분소에서 정하는 일이오. 우리 같은 사람이 알 필요는 없소.” “먹는 사람이 알아야 할 것 아닙니까?” “어디서 굴러온 사람이 이 동네를 어지럽히는 건지. 공짜 밥도 못 먹게 할 셈인가?” 도현은 고개를 저었다. 무료 식사 자체를 비난하려는 게 아니었다. 어떤 비용으로 만들어졌고, 대가가 누구에게 청구되는지가 문제였다. “굶주린 사람에게 공짜로 밥을 주는 건 좋은 일입니다. 문제는 공짜라고 말해 놓고 그 사람의 자식에게 수십 년 동안 값을 받아 내는 겁니다.” 늙은 여자가 구석에서 물었다. “그럼 우리한테 뭘 먹으라는 거요? 이 겨울을 어떻게 나라고?” 도현은 잠시 말을 멈췄다. 배고픈 사람에게 ‘그 음식은 나쁘다’라고만 말하는 건 쉬웠다. 식량이 부족한 현실을 함께 책임지는 일은 훨씬 어려웠다. “내일 아침에 정상 밀가루로 죽을 만들겠습니다. 많지는 않지만 우선 어린아이와 아픈 분들부터 드시게 할 겁니다. 그리고 이 동네에서 정산되지 않은 곡물이 얼마나 되는지 조사하겠습니다.” “그걸 누가 허락하지?” “허락이 필요한 이유가 뭡니까? 각자 가진 곡식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 일인데.” 원로는 대답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작게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믿지 않는 표정이었고, 누군가는 곡식이 정말 있느냐고 물었다. 그 반응을 본 도현은 계획을 수정했다. 자신이 식사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오래가지 못했다. 각 가정이 조리법을 공유하고 곡식 창고의 공급 상태를 알 수 있어야 했다. 테오가 회관 문으로 들어온 것은 그때였다. 그는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작은 장부 하나를 안고 있었다. “여기에는 지난달에 중앙 제분소로 들어온 정상 곡물 수량이 적혀 있습니다. 주민에게는 모두 흉작이라 했지만 창고에는 충분한 재고가 있어요.” “테오 씨!” 원로가 외쳤다. “그걸 공개하면…” “저도 압니다. 배급이 끊길 겁니다. 그런데 이미 제 아들 식권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테오의 목소리는 떨렸다. 자기가 제분소에서 일하면서도 가족을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을 말하기 어려운 듯했다. “왜 줄어듭니까?” 도현이 물었다. “제 이름으로 발급된 식권이 과거로 넘어가고 있어요. 내가 일한 일수는 그대로인데, 아들이 다음 달에 받을 식사가 줄어듭니다.” 도현은 장부를 넘겼다. 숫자들이 이상했다. 제분소의 생산량은 해마다 늘었지만 주민들에게 제공된 양은 늘지 않았다. 줄어든 식권은 모두 ‘과거 정산’이라는 항목으로 빠져 있었다. “과거에 이미 먹은 음식값을 지금도 걷는 겁니다.” 그가 말했다. “가장 무서운 건 빚이 아니라 정산이 끝나지 않도록 만드는 사람이네요.” 회관의 시계가 열한 시 반을 알렸다. 더 지체할 수 없었다. 도현은 테오가 내놓은 문서 한 쪽에 신청서를 붙이고, 주민들이 볼 수 있는 곳에 사본을 남겼다. 사람들은 아직 수군거렸지만 누구도 종이를 떼어 내지는 않았다. 회관에서 나오는 길에 네린이 보낸 레시피 사본 몇 장이 도착했다. 말을 타고 온 연락병은 왕도에서 서른여 개 식당이 재료를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것은 멀리서 오는 큰 지원보다, 당장 마을에서 쓸 수 있는 솥과 물통이었다. 도현은 회관 문 앞에 모인 사람들과 짧게 조리 작업을 나누었다. 화덕 두 곳은 부드러운 콩죽을 만들고, 다른 화덕에서는 늙은 사람들도 씹기 쉬운 감자 수프를 끓이기로 했다. 저장 창고를 열 권한은 아직 없었으므로 테오가 확인할 수 있는 공용 곡식만 사용했다. 소금은 누구에게나 같은 양을 쓰지 않고 각자의 사정을 확인하게 했다. 병이 있는 사람에게 임의로 약효가 있는 음식이라고 속이지 않는 것도 강조했다. 한 노인이 물었다. “그럼 맛이 없어지지 않겠소?” “사람마다 다르게 만들 수 있죠. 똑같은 수프를 모두에게 먹이려고 하면 누군가에게는 너무 짜고 누군가에게는 싱거울 수 있습니다.” “이 동네에선 그 말이 금지된 줄 알았소.” 노인의 대답에 도현은 멈칫했다. 구호위원회가 강제 배급을 유지하려고 모든 사람에게 같은 음식과 시간을 정해 놓았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음식이 획일적이면 공급하기는 쉬울 것이다. 하지만 먹는 사람이 다르다는 사실마저 지워지면, 그들은 그저 장부의 수량이 된다. 그는 일하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내일도 조리를 계속하실 수 있겠습니까?” 대장장이가 손을 들었다. “나무를 패는 건 할 수 있소.” 어린아이의 어머니가 말했다. “나는 야채를 다듬을게요. 대신 아이를 맡길 사람이 필요해요.” 옆집 노파가 대답했다. “아이들은 내가 볼 수 있지.” 그런 대화가 여러 번 오갔다. 도현은 자신이 모든 걸 정해 주지 않아도 사람들이 방법을 찾는 모습을 보았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선택할 때 공동 부엌은 조금씩 제 모습을 갖추었다. 테오는 마지막으로 도현을 불렀다. “원본 장부를 열면 내 이름도 나올 겁니다. 내가 잘못 처리한 날짜가 많아요.” “그것도 조사해야겠죠.” “내 가족에게 벌이 갈까 봐 두렵습니다.” “당연히 두렵겠죠. 잘못을 없던 것으로 할 순 없지만, 그걸 이유로 가족에게 빚을 물리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테오는 오랫동안 손에 쥐고 있던 열쇠 하나를 건넸다. 제분소 뒤쪽 창고의 보조 열쇠였다. “이건 내가 책임지고 열겠습니다. 다른 사람 이름으로 처리하지 않을게요.” 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책임을 진다는 말은 다른 사람에게 희생을 떠넘긴다는 뜻과 달라야 했다. 그들이 출발할 때 회관의 화덕에는 처음으로 검은 밀가루가 아닌 평범한 콩죽이 끓고 있었다. 보관소로 향하는 개울 다리에 도착하자 주변의 소리가 사라졌다. 물 흐르는 소리도, 바람에 흔들리는 이삭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다리 가운데에 검은 글씨가 떠올랐다. [새로운 채무자 확인.] [이름을 적고 식사를 받으시오.] 도현은 준비한 신청서를 들어 보였다. “식사를 받으러 온 게 아닙니다. 이미 제공된 식사에 대한 기록을 요구합니다.” [채권자의 허가 없이 열람 불가.] “허가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명시하십시오.” 글씨가 잠깐 멈췄다. [대리 권한을 증명하라.] 도현은 마르타의 이름표를 손바닥에 올렸다. “본인의 동의를 받고 전달받은 증거입니다. 내가 대신 갚겠다는 증서가 아닙니다.” 마지막 말이 끝나자 쇠숟가락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회색 석화 자국이 팔꿈치로 기어오르는 것 같아 도현은 이를 악물었다. 곁의 에스텔이 손을 뻗었지만 도현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 저주를 다른 사람에게 옮길 생각은 없었다. [대리인 자격 확인.] [채무 인수 동의 없음.] [기록 열람 요청: 접수.] 다리 밑으로 숨어 있던 물길이 낮은 소리를 내며 열렸다. 도현은 숨을 몰아쉬었다. 새로운 저주를 흡수한 것인지 확인했지만 손목에는 기존의 두 자국만 남아 있었다. 대신 쇠숟가락의 일곱 홈 중 두 번째가 회색으로 변했다. [이의 신청 기간 연장: 7일.] [채권 보관소의 원본 열람 승인.] [조건: 원본의 증언자를 반드시 동반할 것.] “증언자라면 마르타 씨인가요?” 브론이 물었다. 도현은 다리 아래 열린 어둠을 바라봤다. “그분 혼자면 될까요? 열일곱 명의 시간을 한 장부에 넣었다면, 누가 무슨 일을 했는지도 각각 들어야겠죠.” 어둠 속에서 열일곱 개의 의자가 바닥을 긁는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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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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