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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22화
PAYLUA ORIGINAL · 제22화

22화. 루덴의 검은 빵

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5,238자

오프라인 책장
루덴 마을의 아침에는 빵 냄새가 없었다. 북부 경계의 관문 마을인 루덴은 언덕 두 개 사이의 좁은 골짜기에 자리 잡고 있었다. 갈색 돌로 쌓은 집들이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올라가고, 중심 광장에는 커다란 물레방아가 돌고 있었다. 멀리서 보면 평화로운 제분 마을이었다. 그러나 가까이 가면 창문마다 걸린 검은 천과, 아무도 쓰지 않는 빵 굽는 화덕들이 눈에 들어왔다. 백도현은 마차에서 내리며 코끝을 찡그렸다. 퀴퀴한 밀가루 냄새 사이에 비에 젖은 동전 같은 금속 냄새가 섞여 있었다. “냄새가 이상하네요.” “이곳은 더 이상 빵 굽는 냄새가 안 나요.” 브론이 말했다. “밀가루는 있는데요.” 늑대인간의 후각은 제8창고에 다녀온 뒤 아직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어떤 냄새는 지나치게 강하고, 어떤 냄새는 코앞에 있어도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는 냄새를 맡을 때마다 메모하는 버릇을 들였다. 도현은 그 종이가 그의 감각을 지켜 주는 일기 같다고 생각했다. 관문 관리인은 왕실 통행증을 보고도 길을 비켜 주지 않았다. 먼지가 낀 창구에는 동전 대신 배급표를 쌓아 놓은 상자가 있었고, 벽에는 ‘허기 신고 후 출입’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배고프십니까?” 관리인이 물었다. “도착하기 전에 식사를 했습니다.” 도현이 대답했다. “현재 허기 여부를 묻습니다.” “충분히 먹었으니 지금은 배고프지 않습니다.” 관리인은 대답을 적지 않았다. 대신 손끝으로 잉크가 젖은 장부를 두드렸다. “그럼 보관소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습니다. 북부 곡물은 굶주린 사람들을 위해 운영되니까요.” 도현은 마른침을 삼켰다. 배고프다고 하면 식사의 채무자가 되고, 배고프지 않다고 하면 문을 지나갈 자격이 없어지는 구조였다. “우리는 곡물을 받으러 온 게 아닙니다. 미지급 식사에 대한 기록을 조사하러 왔습니다.” “정산 담당자가 아니면 장부를 볼 수 없습니다.” “정산 담당자는 누구입니까?” 관리인의 눈이 잠깐 흔들렸다. “검은 밀밭의 보관인입니다.” “그 보관인의 이름은요?” “이름을 적을 필요가 없습니다. 직책으로 충분합니다.” 도현은 마차로 돌아와 에스텔과 짧게 의논했다. 억지로 관문을 넘으면 왕실 구호위원회가 기다렸다는 듯 침입죄를 씌울 것이다. 반대로 장부의 규칙에 따르자니 여행을 시작하자마자 저주 계약의 일부가 될 위험이 있었다. 그때 광장 건너편에서 빵 수레 하나가 끼익 소리를 내며 지나갔다. 수레에는 검게 그을린 식빵이 높게 쌓여 있었다. 수레를 끄는 열두 살쯤 된 소년은 미끄러운 바닥에 넘어져 빵 세 개를 굴렸다. “아야!” 관리인이 고함을 질렀다. “배급품을 떨어뜨리면 네 식권에서 공제다!” 소년은 무릎에서 피가 흐르는데도 빵을 줍느라 정신이 없었다. 도현은 참지 못하고 다가갔다. 소년의 상처를 살피고 물통으로 먼지를 씻었다. 브론이 떨어진 빵을 줍자 관리인은 당장 그것을 제자리에 올려놓으라고 소리쳤다. “그건 팔거나 제공할 수 있는 음식이 아니잖습니까.” 도현이 말했다. “기록된 수량은 변하지 않는다!” “그럼 손님이 흙 묻은 빵을 받아도 된다는 겁니까?” 그 말에 주변 주민 몇 명이 걸음을 멈췄다. 관리인의 얼굴이 붉어졌다. “외지인이 북부 규정을 가르치려 드는군.” “규정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음식에 대해 묻는 겁니다.” 소년은 도현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아저씨, 괜찮아요. 전 원래 이런 빵만 먹어요.” 그 말이 더 아팠다. 도현은 새 식빵 한 덩이를 들어 보았다. 색깔은 검었지만 태운 흔적은 없었다. 반죽 안에 잘게 부서진 회색 결정이 박혀 있었고, 빵을 가까이 대자 손목의 저주가 미세하게 움직였다. “이건 어디서 만든 겁니까?” 소년이 언덕 위의 큰 굴뚝을 가리켰다. “중앙 제분소요. 거기서 주는 밀가루로 구우면 다 이렇게 돼요.” “그런데 왜 계속 먹죠?” “다른 밀가루는 허가가 안 나요.” 관문 관리인이 급히 소년을 끌어당겼다. 도현이 몸을 움직이려는 순간 루카스가 앞으로 나섰다. “아이에게 손대지 마십시오.” 그는 공주의 봉인이 새겨진 통행증을 펼쳤다. 관리인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지만 뒤편의 병사 둘이 자세를 고쳐 섰다. “왕실 호위기사의 조언이군요. 그러나 북부는 구호위원회 직할입니다.” “공주님께서 식품 안전 조사를 명하셨습니다. 적어도 다친 아이에게 상처를 씻을 시간은 주십시오.” 관리인은 잠시 망설이다 입술을 깨물었다. 소년은 풀려났고, 도현 일행은 관문 옆 좁은 골목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장부를 열람할 자격을 얻은 건 아니었다. 그러나 적어도 마을에서 사람들을 만날 길은 생겼다. 소년의 이름은 핀이라고 했다. 아버지는 제분소에서 일하다 지난해 실종되었고, 어머니는 밀가루를 받기 위해 창고에서 청소 일을 한다고 했다. 핀은 가족 몫의 식권을 지키려고 매일 빵 수레를 끌었다. “아버지가 일한 값은 못 받았어?” 도현이 물었다. “장부에는 받았다고 적혔대요. 엄마는 아무것도 못 받았다고 했는데.” 핀은 말하면서도 눈치를 보았다. 아이가 사실을 말할 때마다 누군가 벌점을 매기기라도 하는 듯했다. “사람들이 어디에서 밥을 먹니?” “광장 뒤의 공동 급식소요. 배급표 있으면 공짜예요. 그런데 먹고 나면 꿈을 좀 꾸게 돼요.” “무슨 꿈?” “어떤 날은 내가 어른이 되고, 어떤 날은 모르는 집에서 일해요. 일어나면 손가락이 아파요.” 도현은 핀의 손을 살폈다. 어린 손바닥의 굳은살 사이에 밀가루와 섞인 검은 가루가 끼어 있었다. 그는 지금 바로 저주가 옮겨갈 음식을 먹여 치료할 수 있는지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처음부터 그 방식은 피하기로 했다. 그들이 광장을 지나는 동안 종탑의 그림자는 이상하게 길어졌다. 해는 머리 위에 있었지만 마을 사람들은 벌써 저녁 배급 줄을 서기 시작했다. 줄 맨 앞에서 지팡이를 든 노인이 벽에 걸린 표를 살피고 있었다. 표에는 ‘다음 배급까지 남은 시간’이라는 문장이 있었는데, 숫자가 한 칸씩 줄어들 때마다 사람들의 손목에 같은 모양의 검은 점이 나타났다. 도현은 가까이 다가가 물었다. “왜 배급 시간이 줄어들수록 손목에 표시가 생기죠?” 노인은 소매를 내리고 대답했다. “먹을 차례를 잊지 않게 하는 표시요.” “배급표도 있는데 이게 꼭 필요합니까?” “표를 잃어버리는 사람도 있으니까.” 그 말이 무척 평범해서 오히려 더 무서웠다. 도현은 아일린의 손에 새겨진 왕관 모양을 떠올렸다. 고위 계약의 저주와 가난한 주민의 손목에 찍힌 점들이 다른 모양이더라도, 누군가를 식탁 앞으로 부르는 목적은 같을 수 있었다. 루카스는 표를 유심히 살폈다. 왕실의 공식 배급 공문에는 이런 손목 표식이 없었다고 했다. 그가 관리인을 찾으러 가는 사이 도현과 브론은 줄에서 나온 노인의 짐을 옮겼다. 노인은 놀랄 만큼 가벼운 광주리를 들고 있었다. 그 안에는 빈 수저와 물병밖에 없었다. “배급 전에 음식을 사 드시면 표시가 사라집니까?” 도현이 물었다. “아무도 해 본 적 없지. 공짜로 주는 밥을 두고 왜 비싼 걸 사 먹겠소.” 그 대답을 들은 도현은 섣불리 실험할 생각을 접었다. 노인의 한 끼를 자신이 마음대로 결정할 권리는 없었다. 그는 근처 게시판에 조심스럽게 메모를 붙였다. ‘배급표 외의 음식으로도 끼니를 선택할 수 있는지 확인 중. 강요하지 않음.’ 누가 읽을지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마을 사람들에게 다른 질문이 있다는 사실은 알려 주고 싶었다. 오후에는 마을 북쪽의 작은 방앗간을 찾았다. 중앙 제분소와 달리 물레방아가 멈춰 있었고, 작업대에는 손으로 돌리는 맷돌 하나만 남아 있었다. 그곳에서 갈색 머리를 짧게 자른 여자가 도현을 맞았다. 그녀는 손님들을 훑어본 뒤 문밖의 길을 살피고 문을 닫았다. “당신들이 왕도에서 왔다는 소문을 들었어요. 나는 노라라고 해요.” 노라는 곡물 거래 장부를 꺼내 보여 주었다. 여러 달 전부터 중앙 제분소 외에 어떤 제분업자도 밀을 다룰 수 없게 되었다는 기록이었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싼 밀가루가 생겨 좋아했지만, 곧 빵을 먹은 날에 관한 기억이 서로 맞지 않기 시작했다고 했다. “우리 어머니는 빵을 굽던 사람이었어요. 이름은 엘마. 구호위원회가 북부로 보냈다는 연락을 마지막으로 사라졌죠.” “엘마.” 도현이 이름을 반복했다. “17명 명단에 있을 수 있겠네요.” “당신도 그 명단을 알고 있나요?” 노라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녀는 작업대 아래에서 낡은 식권 한 장을 꺼냈다. 한쪽에는 작은 구멍이 일곱 개 뚫려 있었다. “어머니가 떠나기 전에 주셨어요. 배급표를 받을 때 이걸 내밀지 말라고 하셨죠. 누군가 ‘오늘 한 끼는 누구의 것인가’라고 물으면 보여 주라고 했고요.” 레온의 쇠숟가락 홈과 똑같은 수였다. 도현이 식권을 손끝으로 만지자 작은 문장이 나타났다. [요리사 엘마.] [보관 상태: 미정산.] [마지막 조리일: 날짜 없음.] 노라는 숨을 삼켰다. “살아 있다는 뜻인가요?” “확답할 수는 없습니다.” 도현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누군가 지금도 이 이름을 기록으로 쓰고 있다는 뜻은 됩니다.” 그는 빈 그릇 두 개를 꺼내 노라에게 건넸다. 노라가 내놓은 정상 밀가루는 아주 적었지만 손으로 갈아 만든 것이었다. 도현은 밀가루를 물과 소금으로 반죽해 화덕 가장자리에 납작하게 붙였다. 불이 약해 가장자리가 조금 탔지만, 향은 정직했다. “직접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밀가루 값은 현금으로 드리고요. 먹기 전에 어떤 재료를 썼는지도 알려 드릴게요.” 노라는 빵 한 조각을 뜯어 입에 넣었다. 표정에 큰 변화는 없었다. 저주가 풀리거나 기억이 돌아오는 기적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먹고 싶어 하던 음식을 마음대로 먹는 사람의 얼굴이 잠깐 돌아왔다. 그날 저녁 핀이 다시 찾아왔다. 소년은 중앙 제분소에서 오늘 밤 검은 밀을 수확한다며 마을 사람들에게 새 식권을 나눠 주었다고 했다. 그런데 배급표 뒤에는 전과 다른 글씨가 찍혀 있었다. [가을 특별 정산.] [미회수 식사 비용은 가족 노동으로 납부 가능.] [노라의 어머니 엘마: 출석 예정.] 노라가 종이를 움켜쥐었다. “어머니가 돌아오는 건가요?” 도현은 창문 밖의 북쪽 들판을 바라보았다. 해는 막 능선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그런데 바람에 흔들리는 검은 밀밭에서는 아직 거두지 않은 이삭들이 사람의 팔처럼 일제히 일어섰다. 숟가락이 울렸다. [정산소가 식사에 참석할 가족을 확인합니다.] [장소: 해가 지지 않는 밀밭.] 도현은 빈 식권을 꺼내 이름 대신 한 문장을 적었다. [내가 먹을 음식은 내가 결정한다.] 그는 노라에게 종이를 보여 주었다. “어머니가 오시는지 직접 확인해 봅시다. 대신 저쪽에서 내주는 음식부터 먹지는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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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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