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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20화
PAYLUA ORIGINAL · 제20화

20화. 마지막 숟갈을 들지 않은 사람들

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6,020자

오프라인 책장
왕국 전체에 무료 식사를 제공한다는 왕실의 발표가 나온 것은 그날 정오였다. 왕도 곳곳에 붉은 천막이 세워졌다. 광장에서는 빵이 쌓인 수레가 줄지어 들어왔고, 사원 앞에서는 커다란 솥에 보리 수프가 끓었다. 종이 울리는 시간에 맞춰 누구나 식사를 받을 수 있다는 소식에 사람들은 환호했다. 지난겨울부터 곡물값이 오르던 터라 무료 식사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엇보다 반가운 약속이었다. 백도현은 창문 너머로 그 광경을 바라봤다. 멀리서 보면 훌륭한 구호 사업이었다. 그러나 그는 왕실의 오래된 장부와, 제8창고에서 가져온 새 기록을 알고 있었다. 최초의 만찬에 사용된 식탁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이번에는 더 많은 사람이 연결될 수 있었다. “음식을 먹지 말라고 하면 사람들이 믿을까요?” 브론이 물었다. “공짜 식사를 막으려는 악당으로 보이겠죠.” “그럼 어떻게 해요?” 도현은 조리대를 정리했다. 식재료를 손질하고, 그릇을 닦고, 레온의 쇠숟가락을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걸었다. 큰 사건을 앞두고도 주방을 정리하는 건 그의 오래된 버릇이었다. 그릇의 위치가 어지러우면 마음까지 흔들렸기 때문이다. “먹지 말라는 말만 할 수는 없어요. 안전한 식사가 있어야 합니다.” 그는 벨리온이 가져온 영수증과 노동자들이 보낸 기부금 장부를 펼쳤다. 돈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계산했다. 수십 명에게는 음식을 제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수천 명에게 나눠 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왕궁 주방의 총주방장 베네딕트에게 연락했다. 베네딕트는 한참 뒤 수레 두 대를 끌고 나타났다. 수레에는 보리와 감자, 콩, 깨끗한 물통이 실려 있었다. 그는 식당을 한 번 훑어보고 말했다. “공주님이 시키셨다. 왕실 창고에서 빼낸 것이 아니라 내 개인 창고에서 가져왔다. 장부에 적어라.” “값도 계산해 드리겠습니다.” “값은 나중에 받지. 대신 이걸 어디에 쓸 건지부터 알려 주게.” “사람들이 무엇을 먹는지 알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하려고요.” 베네딕트는 잠깐 웃었다. “왕궁 주방에서는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이 드물지.” 도현은 조리법을 종이 여러 장에 베껴 썼다. 검은 시럽을 쓰지 않는 보리 수프와 채소 스튜, 익히는 시간, 재료량, 먹을 때 주의할 점. 왕국에서 구할 수 있는 평범한 재료만 골랐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문장을 눈에 띄게 적었다. [이 식사에는 이름, 기억, 가족의 미래를 담보로 요구하지 않습니다.] [대가를 모르는 식사는 거절할 수 있습니다.] 준비된 조리법을 나누는 일은 생각보다 복잡했다. 각 식당의 화덕 크기가 달랐고, 물을 끓이는 속도도 제각각이었다. 도현은 사람들을 모아 대량으로 음식을 만들 때 지켜야 할 기준을 설명했다. 같은 양의 보리를 넣더라도 바닥에 눌어붙으면 냄새가 달라진다. 콩이 덜 익으면 먹는 사람이 아플 수 있다. 검은 시럽을 빼는 것만으로 안전한 식사가 완성되는 것도 아니었다. 베네딕트는 그 설명을 들으며 자신의 요리사들에게 지시했다. “재료가 의심스러우면 쓰지 마라. 손님 수보다 중요한 게 그 손님들의 안전이다. 오늘은 허세를 부릴 필요 없다.” 젊은 요리사 네린도 작은 수레를 끌고 왔다. 그녀는 왕실 시식회에서 도현에게 향신료를 권했던 사람이었다. 오늘은 자신이 관리하던 창고에서 검은 시럽 상자 하나를 봉인해 가져왔다. “이걸 증거로 쓰세요. 뚜껑을 열면 이상한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도현은 상자를 만지지 않고 옆에 놓았다. “잘했어요. 나중에 조사할 때 필요할 겁니다. 그런데 오늘은 안전하게 요리할 사람이 더 필요해요.” 네린은 팔을 걷어붙였다. “보리 수프 조리법은 어제 다 외웠어요. 다만 당신 방식대로만 할 필요는 없겠죠?” “물론이죠. 사람들에게 맞게 바꾸세요. 재료와 대가만 분명히 알려 주세요.” 네린이 웃었다. 도현은 주방마다 다른 사람이 서서 한 끼를 책임지는 풍경을 바라봤다. 누군가 한 명이 저주를 전부 삼키지 않아도 되는 방향이 아주 조금씩 보였다. 왕도 서쪽 광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왕실 천막 앞에 긴 줄이 서 있었다. 어린아이들은 빨간 국자가 반짝이는 모습을 구경했고, 늙은 사람들은 따뜻한 국물을 기다렸다. 도현과 브론은 천막 맞은편에 작은 식탁을 설치했다. 베네딕트의 요리사들이 솥을 옮기는 동안 벨리온은 사람들에게 무료 식사의 내역을 알렸다. “저쪽 음식은 왕실이 제공합니다. 다만 계약 조건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이쪽은 재료와 비용을 전부 공개합니다. 어느 쪽이든 선택은 여러분이 하십시오.”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왕실 관리 하나가 달려와 소리쳤다. “왕실 구호를 방해하는 자들은 체포하겠다!” 루카스가 앞으로 나섰다. 공주의 호위 문장이 새겨진 작은 증표를 내밀었다. “왕실 식품 안전 검증에 관한 공주님의 명령입니다. 배급은 진행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고지를 거부할 근거도 없습니다.” 관리인은 입을 다물었다. 뒤에서 병사들이 다가왔지만 루카스가 길을 막았다. 그때 광장의 종이 울렸다. 한 번. 두 번. 세 번. 시민들이 동시에 손을 멈췄다. 도현의 손목이 뜨거워졌다. 회색 석화 자국이 팔꿈치 쪽으로 뻗었고, 기억의 검은 실이 손등을 타고 올라왔다. 그는 무릎이 꺾이려는 것을 간신히 버텼다. [왕국의 식탁: 정산 준비.] [주인 심사 최종 문항 활성화.] [마지막 한 숟갈의 주인을 정하라.] 광장 가운데의 붉은 천막 위로 거대한 검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왕실 고문관 카르도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회색 수염 사이로 검은 선이 살아 있는 벌레처럼 움직였다. 그는 손을 들어 군중을 잠재웠다. “왕국은 오늘 또 한 번 굶주림을 끝낼 것이다. 모든 시민은 감사한 마음으로 한 숟갈을 들어라!” 도현은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숟가락을 드는 모습을 보았다. 그들의 눈은 멍했고 움직임은 같은 박자를 타고 있었다. 음식이 아니라 종소리가 사람들을 움직이고 있었다. “멈추세요!” 그는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러나 목소리는 광장 전체에 닿지 않았다. 브론은 근처의 나무통을 뒤집어 발판을 만들었다. 도현이 그 위에 올라서자 베네딕트가 조리용 큰 뚜껑을 가져왔다. 도현은 쇠국자로 뚜껑을 세게 쳤다. 쾅! 금속성이 왕실 종소리를 뚫고 울렸다. 사람 몇 명이 고개를 돌렸다. “무엇을 먹는지 모르시면 잠깐 멈추십시오! 여러분에게는 식사를 선택할 권리가 있습니다!” 카르도의 눈이 가늘어졌다. “네가 아직도 자신을 요리사라고 생각하나? 왕국 전체를 구할 수 있는 그릇을 거부하고 있는 주제에.” “사람을 살리겠다는 말로 사람의 인생을 빚으로 잡을 수는 없습니다.” 도현은 제8창고에서 가져온 결재 기록을 들어 보였다. 벨리온이 이를 사람들에게 읽어 주기 시작했다. “왕실 수혜자는 면제. 비왕실 수혜자는 후손에게 대가 승계. 이것이 첫 구호 계약의 내용이었습니다!” 광장에 웅성거림이 퍼졌다. 누군가는 거짓말이라 외쳤고, 어떤 사람은 자신도 어머니의 이름을 잊었다며 울었다. 카르도는 미소를 유지하려 했지만 눈가가 뒤틀렸다. “오래된 기록 하나로 수십 년의 구호를 부정할 수는 없지.” “그럼 공개해서 조사합시다.” 도현이 말했다. “왕실 기록, 배급받은 사람들의 증언, 사라진 요리사들의 이름까지요.” 카르도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손을 들어 검은 그림자를 도현 쪽으로 보냈다. 그림자는 마지막 숟갈을 찾는 손처럼 움직였다. 도현의 눈앞에 마지막 질문이 다시 나타났다. [누가 마지막 한 숟갈을 먹어야 하는가?] 그는 레온의 숟가락을 쥐었다. 식당의 오래된 규칙은 늘 누군가의 희생을 요구했다. 요리사 한 명이 마지막 한 숟갈을 먹으면 다른 사람들이 살아남는다는 구조였다. 그러나 도현은 그 답을 쓰지 않기로 했다. “아무도 대신 먹을 필요 없습니다.” [응답 부적합. 마지막 한 숟갈의 소유자를 지정하라.] “먹을 사람이 배가 부르면 남겨도 됩니다. 먹고 싶으면 스스로 선택하면 됩니다. 누구도 가족의 미래까지 내놓으면서 먹을 의무는 없습니다.” 그는 숟가락을 높이 들어 올렸다. “마지막 한 숟갈은 요리사도, 왕도 아닌, 먹을 사람이 자기 뜻으로 결정할 몫입니다.” 순간 검은 그림자가 흔들렸다. 군중 속에서 누군가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토마였다. 그 옆에서 미나가 오빠의 손을 잡았다. 뒤이어 브론, 베네딕트, 광장의 몇몇 시민이 그릇에서 손을 뗐다. 다른 사람은 도현이 만든 수프를 선택했고, 또 다른 사람은 먹지 않고 집으로 돌아갔다. 같은 박자로 움직이던 식탁이 처음으로 제각각 움직였다. [강제 동시 식사 조건: 불충족.] [최종 정산: 보류.] [주인 심사 최종 응답: 기존 규정 외의 선택 확인.] 카르도의 얼굴에서 처음으로 미소가 사라졌다. 종소리가 끊기고 왕실 천막 위의 그림자가 흩어졌다. 그러나 검은 계약의 숫자는 사라지지 않았다. 도현의 눈앞에 나타난 숫자는 여전히 컸다. [식탁 연결 인원: 183,442명.] [계약 해체: 미완료.] 도현은 힘이 풀려 무릎을 꿇었다. 브론이 급히 달려와 그의 팔을 붙잡았다. “주방장님!” “괜찮아요. 아직 끝난 건 아니니까요.” 멀리서 아일린 공주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창백했지만 서 있었다. 루카스가 다가가자 공주는 그를 지나 도현 앞에 섰다. “오늘 우리가 구한 건 왕국입니까?” 도현은 잠시 숨을 골랐다. “아니요. 오늘 저녁만 구한 겁니다.” 공주는 잠깐 놀랐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밤, '마지막 한 숟갈'의 문에는 낯선 글씨가 나타났다. 에스텔과 브론, 리아와 마리아, 토마와 미나가 함께 서서 그 글씨를 읽었다. [식당 임시 관리권 부여.] [대상: 백도현.] [사유: 강제 계약에 의존하지 않는 식사 방식 확인.] [완전한 소유권 심사: 보류.] “드디어 사장님이 되신 건가요?” 브론이 물었다. “임시래요.” 도현이 말했다. “그리고 월급을 올려 준다는 얘기는 없네요.” “이럴 때도 월급 이야기를 하십니까?” “사장이 되면 가장 먼저 확인해야죠.” 모두가 웃었다. 아주 잠깐이지만 식당은 평범한 저녁 풍경으로 돌아왔다. 마리아는 빵을 구웠고 리아는 그 옆에서 모양이 삐뚤어진 반죽을 만들었다. 도현은 두 사람이 나란히 서 있는 것을 보며 눈을 감았다. 자신의 어머니 얼굴도 언젠가 또렷하게 떠올릴 수 있기를 바랐다. 리아와 마리아가 마주 선 것은 바로 그날 저녁이었다. 마리아가 식당 문을 넘는 순간 아이는 먼저 멈췄다. 기억 속의 어머니는 언제나 따뜻한 빵 냄새와 함께 있었지만, 지금 눈앞의 여자는 지치고 손이 거칠었다. 오랫동안 기다리던 얼굴이 너무 갑자기 나타나서인지 리아는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 “리아.” 마리아는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그 한마디에 리아의 입술이 떨렸다. “엄마?” “많이 컸구나.” 아이는 작은 소리를 내며 어머니에게 달려갔다. 마리아는 한쪽 무릎을 꿇고 리아를 끌어안았다. 두 사람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따뜻한 빵 냄새가 식당을 채웠고, 브론은 처음으로 자신이 그 냄새를 맡지 못한다는 사실을 서운해하지 않았다. 눈앞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냄새가 없어도 알 수 있었다. 도현은 그들이 우는 동안 조용히 주방으로 들어갔다. 마리아의 발목에는 여전히 검은 실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리아도 기억 저주를 완전히 잃은 것은 아니었다.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고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딸과 어머니가 함께 식탁에 앉는 일만큼은 오늘 이루어졌다. 도현은 두 사람 앞에 꿀빵 두 개를 놓아 주었다. “오늘은 이 빵값을 받지 않겠습니다.” 리아가 울다가 웃었다. “그럼 나중에 엄마랑 와서 돈 내고 먹을게요.” “그건 다음번 식사값이고.” 도현은 두 사람을 번갈아 봤다. “오늘은 그냥 같이 드세요.” 마리아는 빵을 반으로 찢어 딸에게 건넸다. 리아가 조심스럽게 한입을 먹었다. 오래전부터 기다려 온 동작이었다. 에스텔은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눈물을 닦았다. 가게 불을 끄려던 순간 레온의 쇠숟가락에서 마지막으로 한 번 종소리가 났다. [임시 관리인에게 전달할 미수금 목록이 존재합니다.] [왕국의 식탁 채권 보관소: 북부 검은 밀밭.] [관리 대상: 사라진 요리사 17명.] 도현은 숟가락을 조용히 내려놓았다. 오늘 밤의 식사는 끝났지만, 아직 돌아오지 못한 요리사들이 있었다. 그는 다음 날 장부의 첫 페이지에 쓸 제목을 정했다. [찾아올 사람들: 열일곱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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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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