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정산까지 이틀 남은 아침, 왕도의 빵집들은 평소보다 일찍 문을 열었다.
그렇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밀가루가 부족한 동네에는 불을 붙일 반죽이 없었고, 공동 주방에 등록하지 않은 사람들은 배급에서 빠질까 두려워했다. 마을마다 이동 수단도 달랐다. 북부의 길은 눈에 막혔고, 서쪽 항구에는 밀물 때문에 배가 늦게 도착했다.
왕실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은 한 시간 내내 같은 질문을 되풀이했다.
“기존 자동 정산을 멈추면 내일 곡식은 누가 보증합니까?”
도현은 입구에 기대 앉아 그 말을 들었다. 그는 오늘 냄비를 들러온 것이 아니라 운영 방식을 확인하러 왔다. 왼손에는 여전히 붕대가 감겨 있었다.
아일린이 말했다. “왕실 창고가 책임져야 하는 양은 책임지겠습니다. 주민 창고의 곡식까지 왕실 소유라고 적지 않겠습니다. 부족한 양은 부족하다고 밝힐 겁니다.”
한 대신이 책상을 내리쳤다. “전하의 체면을 생각하십시오! 빈 창고를 공개하면 시장이 더 흔들립니다!”
“이미 시장은 흔들리고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거짓 수량을 약속하는 것보다 실제 수량을 알리는 편이 낫습니다.”
오르델은 각 지역에서 도착한 원장을 꺼냈다. 루덴의 보리, 벨로스 항구의 소금과 마른 생선, 동부 온실의 뿌리채소와 콩. 그 아래에는 실제로 오늘 보내 줄 수 있는 양과 도착 예정 시간이 적혀 있었다. 도현은 표를 읽으면서 보존 상태가 좋지 않은 재료에 표시를 했다. 무리하게 이용했다가 식중독이 나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보리죽은 멀리까지 운송하지 마세요.” 도현이 말했다. “곡물을 보내서 현장에서 끓이는 편이 안전할 겁니다. 마른 생선은 오래 두려면 염도를 유지하고, 드실 때 따로 불려야 합니다.”
브론이 고개를 끄덕이며 적었다. “그럼 오늘 메뉴가 다 다른 거네요?”
“사람들이 있는 곳도 다른데 메뉴까지 같아야 할 이유는 없죠.”
회의는 의외로 작은 문제에서 나아갔다. 어떤 마을은 어린아이에게 딱딱한 빵만 배급하고 있었고, 어떤 항구는 노동자가 저녁 시간에 돌아오면 이미 식당이 닫혔다. 공급을 보증하는 종이보다 실제로 밥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이 중요했다.
아일린은 지역마다 서로 독립적으로 물량을 확인한 두 사람이 장부를 작성하게 했다. 개인정보를 공개하지 않고도 공급량을 비교할 수 있는 절차를 만들었다. 그 기록이 원활히 움직이려면 비용이 필요했다. 왕실은 우선 의전 행사 예산을 삭감하고 비축 창고를 복구할 자금을 전용하기로 했다.
“대관식에 쓸 비단을 팔아서 국을 끓이겠다는 건가요?” 브론이 놀랐다.
“대관을 안 했으니까요.” 아일린이 웃었다. “그리고 비단은 씹어도 맛이 없을 겁니다.”
도현이 말했다. “해 본 적은 없지만 동의합니다.”
오후가 되자 창고 책임자 중 일부가 협조를 거부했다. 위원회의 자동 수령 기록을 없애면 자신들이 그동안 쌓아 온 실적도 사라진다는 이유였다. 아일린은 전부 범죄자로 몰지 않았다. 실제로 공급된 물량을 구별해 다시 기록할 기회를 주되, 허위 청구를 숨긴 경우에는 독립 조사를 받게 했다.
그날 정오 동부 온실에서는 마법 난방 장치가 갑자기 멈췄다. 하나가 보내온 연락에는 채소의 절반이 얼 수 있다는 경고가 적혀 있었다. 왕실 정산 장치가 멈추기 전부터 위원회가 공급을 독점하던 곳이라 예비 난방 수단이 거의 없었다.
“지금 도현 씨를 보내면 안 됩니다.” 의원이 말했다. “이틀째 제대로 쉬지 못하셨어요.”
도현은 잠시 망설였다. 손이 멀쩡했다면 직접 달려가 고장 난 화덕을 살펴봤을 것이다. 그러나 북부와 동부를 하루 만에 오가는 마법도, 모든 온실을 순식간에 덥히는 요리도 없었다.
그는 하나에게 가능한 일을 나눠 보냈다. 약한 식재료부터 수확하고, 저장할 수 있는 뿌리채소는 냉기가 닿지 않는 공간으로 옮기고, 화덕 수리공에게 어떤 부품이 고장 났는지 먼저 확인하게 했다. 그리고 브론에게 물었다.
“그동안 남아 있는 곡식으로 몇 끼를 만들 수 있을까요?”
“사람을 세는 건 이제 제가 좀 하죠.” 브론은 장부를 펼쳤다. “어른용으로만 계산하면 부족하지만, 모두가 같은 양을 먹을 필요는 없잖아요.”
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단번에 모두를 구할 수는 없었다. 다만 무엇이 부족한지 제대로 알아야 먼저 도울 사람을 찾을 수 있었다. 한 시간 뒤 하나는 부품을 고쳤고, 채소 일부는 잃었지만 겨울용 씨앗은 지킬 수 있었다고 전해 왔다. 도현은 실패한 수확량도 그대로 보고서에 적었다. 괜찮다고 꾸미지 않았다.
그때 서쪽 항구에서 급한 전갈이 도착했다. 게른이 이끄는 화물선이 왕도에 도착하기 직전, 위원회 소속 검문대가 강을 막았다는 소식이었다. 검문관은 새 보증서가 없으면 배를 통과시키지 않겠다고 했다.
“지금 막힌 배에는 무엇이 있습니까?” 도현이 물었다.
“말린 생선과 보리, 아이들용 약초입니다.” 오르델이 답했다.
“며칠 버틸 수 있는 양이죠?”
“왕도 서쪽 구역에는 하루 반 정도.”
아일린이 일어났다. “제가 가겠습니다.”
강가에는 비가 다시 내리고 있었다. 기둥에 묶인 배는 물살에 흔들렸고, 검문대 뒤에서 시민들이 욕설을 퍼부었다. 아일린이 도착하자 검문관은 왕실 승인이 없으므로 배를 열 수 없다고 반복했다.
“왕실 승인은 제가 갖고 왔습니다.” 아일린이 답했다.
“위원회의 자동 보증서와 양식이 다릅니다.”
“제게 보여 주세요. 무엇을 보증하라는 건지.”
서류에는 부당한 조건이 있었다. 한 척의 식량을 확인하면 같은 항로의 모든 배를 이미 수령한 것으로 본다는 문장이었다. 게른은 그것을 보고 웃음도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오늘 이 배에 있는 물건만 가져왔소. 물 위에 없는 배까지 가져왔다고 서명할 순 없지.”
아일린은 검문대장에게 실제 적재 수량을 확인할 독립 검수단을 불렀다. 창고에서 빠져나간 품목과 배에 실린 물품을 맞추고, 물에 젖은 포장을 따로 분리했다. 시간이 걸렸지만 해가 완전히 지기 전에 통과 허가가 나왔다.
베이른은 그 광경을 반대편 언덕에서 지켜봤다. 옆에 있던 부하가 물었다. “막아야 합니까? 특별 명령을 내리면 다시 닫을 수 있습니다.”
그는 대답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오늘 실제로 도착한 식량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이 배를 막아서 지킬 보증이 무엇인지 처음으로 말할 수 없었다.
그날 밤 루덴에서는 마르타가 굽는 보리빵이 첫 번째로 완성됐다. 벨로스에서는 부두 노동자들이 국물을 끓였고, 동부 온실에서는 하나가 채소를 나눴다. 왕도의 '마지막 한 숟갈'에서는 브론이 종을 울려 사람들에게 저녁이 준비됐다고 알렸다.
각 주방이 작성한 기록은 일관되지 않았다. 표의 모양도 다르고 분량 단위도 달랐다. 오르델은 내용을 억지로 하나로 합치지 않고 공통 부분만 대조했다. 어디에서 무엇을 만들었고, 누가 전달을 확인했으며, 아직 받지 못한 사람에게 무엇을 남겨 놓았는지.
천칭 부엌의 오른쪽 접시에서 검은 돌이 여럿 떨어졌다. 그러나 기록 전체가 사라지지는 않았다.
[실제 제공의 독립 증빙 다수.] [대체 공급 절차 지속 가능성 확인.] [최종 계약 정정 심사: 진행 가능.]
도현은 그 문구를 보고 처음으로 길게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공급이 이틀 동안 가능하다는 사실이 내년 겨울까지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제일 아래에 짧은 메모를 남겼다.
[왕실은 남은 부채를 실제 곡식과 예산으로 갚을 것. 시민의 이름으로 옮기지 않을 것.]
일곱 번째 종이 울릴 날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하루였다.
제197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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