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궁 시계가 정산까지 이틀 반을 가리키던 새벽, 천칭 부엌 아래의 대체 노동실 문이 열렸다.
문을 연 사람은 왕궁 경비대가 아니었다. 타린이었다. 아직 오래 서 있기 어려운 몸이었지만 그녀는 의자에 앉아 오래된 구리추의 눈금을 읽어 냈다. 구리추는 도르래를 움직이는 데 쓰였고, 노동실의 구멍마다 다른 무게가 걸려 있었다. 누군가 안쪽에서 힘을 주어도 밖에서 늘 같은 무게로 보이도록 만들어 놓은 장치였다.
“한 사람의 몸무게를 재는 게 아니에요.” 타린이 말했다. “계속 일할 수 있다고 가정한 노동량을 재는 거예요. 사람이 없거나 쓰러져도 숫자는 그대로지.”
오르델은 그녀의 설명을 듣고 첫 번째 도르래를 풀었다. 문을 강제로 들어 올리지 않고 무게추만 천천히 내리자 잠금이 풀렸다. 축축한 바람이 나왔다. 안쪽에는 폐쇄된 화덕 세 개와 좁은 침상들이 있었다.
브론은 냄새를 맡다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안에 누군가 있어요.”
“몇 명입니까?” 아일린이 물었다.
“아직 몰라요. 음식 냄새하고 약 냄새가 겹쳐 있습니다.”
안쪽에서 작은 기침 소리가 났다. 한 사람이 침상 모서리를 잡고 일어섰다. 뒤에는 침대에 누운 여성이 있었다. 두 사람은 자신이 일하지 않으면 외부의 곡식 공급이 멈춘다고 믿고 있었다. 그래서 누가 문을 열어도 쉽게 나오지 못했다.
도현은 문밖에 서서 먼저 그 말을 바로잡았다.
“저희는 이미 다른 공급로를 확보했습니다. 누가 일을 그만둔다고 저녁 배급을 취소하지 못하도록 기록을 분리했습니다. 원하시면 같이 나가서 확인할 수 있어요.”
남자는 그의 손을 보았다. 굳은 왼손과 번져 있는 검은 실이 눈에 띄었을 것이다.
“당신도 일하다 그렇게 됐소?”
“저는 손님을 치료하다 생겼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제가 다른 사람 대신 일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으려 합니다.”
한참 뒤 두 사람은 나가기로 했다. 남자는 카딘, 여자는 루제였다. 등록 명부에 있던 두 사람의 옛 사진과 작업 기록이 확인되었고, 서로의 이름을 본인이 직접 말했다. 이로써 이번 수색에서 돌아온 생존자는 여덟 명이 되었다.
그러나 같은 복도의 마지막 방에는 사람이 없었다. 대신 오래된 조리 앞치마 여섯 벌이 가지런히 걸려 있었다. 앞치마마다 이름 대신 공방 번호가 적혀 있었다. 벽장 속에는 여섯 사람의 마지막 의료 기록과 유품이 있었다. 일부에는 직원들이 서로 남긴 짧은 문장이 쓰여 있었다.
“왜 여섯 벌이죠?” 브론이 물었다.
오르델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앞서 발견한 유해와 기록을 포함하면, 실종 명부에서 아직 확인되지 않은 여섯 사람과 숫자가 맞습니다. 하지만 숫자만으로 신원을 정할 수는 없어요.”
왕실 의원 둘과 외부 기록원 한 명이 별도로 조사했다. 봉인된 보관실에서 수습한 유해의 기록, 사망 신고 원본, 작업 동료들의 증언을 비교했다. 생존자들이 확인할 의사가 있을 때에만 유품을 보여 주었다. 마르타는 몇 가지 앞치마를 알아보았고, 이벨은 마지막 하나를 보자 눈을 감았다.
“엘만의 거야.” 그녀가 말했다. “오른쪽 주머니에 나무 단추가 하나 있을 거야. 내가 꿰매 줬거든.”
오르델은 먼저 물었다. “열어 봐도 괜찮습니까?”
이벨이 고개를 끄덕였다. 주머니 안에는 반쪽으로 갈라진 나무 단추가 있었다. 그녀는 단추를 받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오래전 다른 사람에게 건넸던 바늘과 실이 이렇게 돌아올 줄은 몰랐다.
“그날 나한테 그랬어. 나가면 자기 마을의 국수를 먹고 싶다고.”
아무도 그녀의 슬픔을 위로하기 위해 그가 평안한 곳으로 갔을 거라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누구도 확인할 수 없는 위로였다. 도현은 그녀 곁에 의자를 갖다 놓았다.
조사가 끝난 뒤 기록원은 실종된 열네 명의 결과를 정리했다. **여덟 명은 살아서 발견되었고, 여섯 명은 사망 기록과 유품, 독립 증언의 대조를 통해 신원이 확인되었다.** 도현 일행은 법적으로 필요한 절차를 밟으며 각 가족에게 사망 사실을 전달하고, 원하는 방식으로 장례와 추모를 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마르타, 이벨, 타린을 포함해 살아 돌아온 요리사는 모두 열한 명이었다. 그중 누구도 왕실을 구해 준 영웅이라는 호칭을 바라지 않았다. 일부는 주방에 다시 서겠다고 했지만 다른 이들은 다시는 칼을 쥐지 않겠다고 했다.
아일린은 그 선택을 모두 기록으로 남겼다. 일을 그만두는 사람에게도 치료와 보상이 필요하며, 왕실은 실종을 강제한 계약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선언했다.
베이른은 보고서를 읽다가 끝부분에서 손을 멈췄다. '사망 확인 여섯 명'이라는 문장이 눈에 걸렸다. 그는 국가가 전쟁과 기근을 통과하는 동안 어느 정도 희생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이름과 유품을 직접 적은 이 종이를 보자, 불가피하다는 말이 누구의 입에서 나왔는지 묻게 되었다.
그는 오르델에게 물었다. “이 여섯 사람이 제도 때문에 죽었다는 걸 증명할 수 있습니까?”
“저희가 확인한 건 감금 사실과 사망 자료입니다. 개별 사망 경위는 더 조사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분들을 허락 없이 노동 명부에 묶어 둔 책임까지 없어진 건 아닙니다.”
베이른이 긴 한숨을 쉬었다. “그럼 저는 그 조사에 협조해야 하겠군요.”
“협조는 시작이고, 판단은 별개입니다.” 아일린이 말했다.
해가 진 뒤 한 가족이 보호소를 찾아왔다. 돌아오지 못한 조리사의 누이와 조카였다. 누이는 보존 기록의 이름을 보고도 한동안 믿지 못했다. 오랫동안 실종 상태였으니 살아 있기를 바란 날도 있었고, 이미 죽었다고 생각하며 살았던 날도 있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언제부터 저 사람이 고통받았는지 알 수 있나요?” 그녀가 물었다.
오르델은 확인된 날짜와 확인되지 않은 날짜를 구별해 보여 주었다. 그녀가 묻지 않은 장면이나 처참한 세부 사항을 설명하지 않았다. 누이는 몇 번이고 같은 줄을 읽었다. 그러고는 유품 가운데 작은 앞치마 끈을 가리켰다.
“내가 어릴 때 묶어 준 매듭이 있어요. 오라버니가 절대 풀지 않겠다고 했지요.”
그녀는 끈을 손에 쥐고 한참 서 있었다. 도현은 무엇을 말해야 할지 몰랐다. 한국에서 일하던 레스토랑에서도, 누군가의 죽음 앞에서는 멋진 말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그는 가족이 쉴 수 있는 의자를 준비하고 따뜻한 물을 건넸다.
“왕실이 사과하면 끝나나요?” 누이가 물었다.
“끝나지 않습니다.” 아일린이 답했다. “기록과 법적 책임을 계속 조사하겠습니다. 필요한 지원이 무엇인지도 듣겠습니다. 오늘 바로 대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왕실의 부채는 구호 곡식만이 아니었다. 빼앗긴 시간, 누군가의 가족, 돌아오지 못한 봄까지 포함하고 있었다. 그 모든 것을 숫자 하나로 갚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아일린도 이제 알고 있었다.
그날 밤 일행은 식당 뒤뜰에 작은 식탁을 펼쳤다. 돌아온 사람들은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을 골랐다. 울고 싶은 사람은 울었고, 그냥 방에 있고 싶다는 사람에게는 식사를 문 앞에 놓아 두었다. 여섯 사람의 자리에는 억지로 빈 그릇을 놓지 않았다. 그들이 원했던 음식과 기억할 수 있는 말을 적은 종이만 각자의 가족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도현은 찬찬히 조리대 위를 보았다. 여섯 사람의 식사를 대신 먹을 수 없다는 사실이 가슴에 걸렸다. 하지만 그 빈자리를 마법으로 지울 생각도 없었다.
“이젠 숫자가 끝났네요.” 브론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수색 명부는 끝났죠.” 도현이 대답했다. “이 사람들의 삶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요.”
그때 오르델이 마지막 보고서를 펼쳤다. 최초 계약을 붙잡은 장치의 잔여 장부에서 새로운 줄이 떠올랐다.
[검증된 원기록 다수. 허위 대리 수령 입증.] [최종 정산까지 이틀.] [자동 집행을 취소하려면 공급 중단 없는 대체 절차를 확인하시오.]
아일린은 그 줄을 오래 바라봤다. 사람을 대신 먹었다고 선언하지 않아도 공급을 이어 갈 수 있는지, 왕국이 이제 실제로 증명해야 할 차례였다.
제196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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