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반죽 저울은 커다란 천칭보다 훨씬 더 무거워 보였다.
쇠와 나무로 만들었으니 실제 무게는 한 손으로 들 수 있을 만큼 가벼웠다. 그러나 이벨은 그것을 보는 동안 두 손을 뒤로 숨겼다. 도현이 대신 들겠다고 하자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두려워하는 건 저울 자체가 아니야. 누군가 저걸 가지고 ‘네 몫은 이미 계산했다’고 말하던 순간이지.”
에스텔이 조용히 다가왔다. “누가 들고 있었어?”
“타린. 열여섯 명 중 가장 어린 검수인이었어. 빵 반죽의 무게가 다르다는 이유로 왕실 장부에 서명하지 않았지.”
브론이 고개를 갸웃했다. “빵 무게가 다르다고 그렇게 큰일이 나나요?”
“백 개를 만들었다고 적고 실제로는 아흔아홉 개만 만들었다면 누군가는 한 끼를 못 먹어.” 도현이 말했다. “그리고 왕실이 백 개 값을 받아 갔다면 그 하나는 누가 먹지도 않은 빵이겠죠.”
도현은 쟁반에서 회수한 마른 빵을 살폈다. 빵 가운데는 텅 비어 있었고 가장자리에는 검게 탄 설탕 비슷한 물질이 붙어 있었다. 전에 공개 조리 검증에서 본 검은 시럽과 냄새가 같았다. 그는 혀로 맛보지 않고 조금을 작은 병에 담았다.
“조리했다고 꾸민 표식 같습니다.”
오르델이 답했다. “분석하기 전까지는 같은 물질이라고 확정하지 말죠.”
“네. 냄새가 비슷하다는 것만 적겠습니다.”
이벨은 그 짧은 대화를 신기한 듯 듣고 있었다. 자신이 평생 보고 싶었던 검수가 이런 것이었을지도 몰랐다. 누군가의 결론을 입증하기 위해 음식의 모양을 맞추는 일이 아니라, 눈앞에 있는 그대로를 확인하는 일.
오르델은 먼저 가져온 기록지의 첫 장을 찢었다. 급하게 적어 놓은 문장을 지우기 위해서였다. 종이에는 ‘타린의 구조 방법’이라고 쓰여 있었다. 그는 종이를 접어 주머니에 넣고 새 기록을 시작했다.
“타린이라는 분이 남긴 단서는 맞지만, 이 물건으로 구조할 수 있다고 확정된 건 아니죠.”
이벨은 고개를 끄덕였다. “타린은 늘 그런 걸 싫어했어. 예전에 감독관이 반죽이 딱 맞는다고 소리쳤는데 타린이 혼자 저울을 다시 쟀거든. 감독관은 화를 냈고, 타린은 말했지. 네가 화났다는 사실로 빵이 더 무거워지는 건 아니라고.”
브론이 웃었다. “그분도 말씀이 제법 세셨네요.”
“세게 말할 수밖에 없었어. 당시에는 아홉 살짜리 아이까지 빵 만드는 일에 끌려왔거든. 한 명이 굶으면 다음 날 반죽을 할 힘이 없었어.”
에스텔은 그 이야기를 듣고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예전에 식당에서 사라진 요리사들을 제대로 구하지 못했다. 하지만 자신이 미처 알지 못한 사람들의 싸움까지 알고 있었다고 가장할 수는 없었다. “타린이 아직 있다면 직접 사과하고 싶네.”
“사과를 받으려 할지는 타린이 정할 거야.” 이벨이 말했다.
그때 작은 저울의 나무 손잡이가 차갑게 빛났다. 바닥의 눈금판 아래에서 검은 가루가 떨어졌다. 도현은 가루를 손가락으로 만지려다 멈추고 빈 병을 꺼냈다. 재료를 보는 일과 먹어 보는 일은 달랐다. 그는 아무 물질이나 입에 넣으며 증명하려는 습관을 버리기로 했다.
“이런 걸 알게 되니 요리가 좀 답답해지죠?” 브론이 물었다.
“답답한 게 아니에요. 제대로 하려면 원래 이렇게 확인해야 합니다. 제가 음식에 넣는 재료가 무엇인지 모르면 손님도 위험하니까요.”
도현은 상자에 번호를 붙였다. ‘검은 가루, 저울 밑, 채취 시각’. 그가 증거의 이름을 길고 지루하게 쓰자 브론은 한숨을 쉬었다. “식당 메뉴판도 이렇게 쓰면 손님이 다 도망가겠는데요.”
“메뉴에는 맛있는 이름을 쓰죠.”
“그럼 이 증거에는요?”
“수상한 검은 가루요.”
이벨이 웃음을 터뜨렸다. 오래전 동료들을 떠올리고 난 뒤 처음 내는 웃음이었다.
그들은 지하 부엌의 두 번째 방으로 들어갔다. 벽마다 좁은 창이 뚫려 있었다. 창 너머로는 왕국의 다른 지역이 작은 그림처럼 펼쳐졌다. 북부의 밀밭, 서쪽 항구, 동부 온실, 왕도의 골목. 사람들은 그림 속에서 일하고 있었고, 그 위에 식사 수령 숫자가 흐르고 있었다.
“실시간 영상인가요?” 브론이 물었다.
오르델이 손을 내저었다. “일부는 오래전 모습입니다. 북부에 철거한 다리가 그대로 있어요.”
도현은 마을을 가리켰다. “이미 사라진 집에도 배급 숫자가 오르네요.”
“과거 기록을 현재 공급 실적에 덧씌운 겁니다.”
아일린은 이 기록을 당장 모두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벨은 먼저 창 아래에 작게 새겨진 한 문장을 발견했다.
[검수 창의 관찰자는 해당 지역의 제공을 확인한 것으로 간주함.]
그들은 서둘러 그림에서 몸을 돌렸다. 보는 것만으로 식사가 제공됐다고 꾸미는 장치였다. 궁전 지하에 누군가를 들여보내기 어려웠던 이유가 이것이었다. 진실을 찾으려 들어온 사람을 거짓 기록의 증인으로 만들 수 있었다.
“저쪽에서는 우리가 무엇을 하든 동의로 만들 준비가 되어 있군요.” 아일린이 말했다.
“동의를 빼앗는 장치는 설득하려 하지 않습니다.” 오르델이 기록지를 펼쳤다. “우리가 할 일은 장치 바깥에 남을 증거를 만드는 거예요.”
도현은 가져온 보리와 물을 꺼냈다. 식사 수령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면, 왕실 그림이 아니라 사람 앞에서 실제 음식을 만들어 확인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이 안에서 조리하면 또 기록될 텐데.” 에스텔이 말했다.
“그럼 부엌 밖에서 만들겠습니다.”
그들은 장치의 감지선이 닿지 않는 돌계단으로 올라왔다. 도현은 손이 불편해 브론에게 반죽을 맡겼다. 보리를 갈아 만든 거친 가루에 물과 소금을 넣고, 부풀릴 재료가 없으니 얇게 눌러 굽게 했다. 브론이 힘을 너무 주어 반죽이 돌판에 눌러붙었다.
“저는 아직 늑대인간입니다. 도현 씨처럼 섬세한 손이 없어요.”
“반죽은 야생동물이 아니에요. 제압하지 말고 달래세요.”
“이걸 달래라고요?”
도현은 웃다가 왼손의 통증 때문에 얼굴을 찌푸렸다. 그가 주저앉으려 하자 이벨이 망설이다 반죽판을 받아 들었다.
“나도 예전엔 이런 걸 만들었어. 너무 오래돼서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물을 조금씩 더하며 반죽을 접었다. 손바닥의 열다섯 흉터 때문에 손을 뻗는 순간마다 경직되었지만, 도현은 그녀를 재촉하지 않았다.
한참 뒤 작은 보리빵 다섯 장이 완성되었다. 아무런 마법 표식도 뜨지 않았다. 일행은 먹고 싶은지 서로 묻고, 동의한 사람끼리 빵을 나눠 먹었다. 먹지 않겠다는 에스텔의 몫은 남겨 두었다.
“누가 얼마를 먹었는지 적을까요?” 오르델이 물었다.
“실제 수량만 기록해 주세요. 이름을 붙여서 대가를 청구하지는 않고요.”
그때 작은 반죽 저울의 바늘이 혼자 움직였다. 지하실에서 가져왔을 때는 고장 난 듯 멈췄던 물건이었다. 바늘은 보리빵 한 장의 무게를 가리킨 뒤 짧게 떨었다.
이벨이 헛숨을 삼켰다. “타린이 말했어. 진짜로 만든 걸 재면 저울이 반응한다고.”
나무 받침 밑에서 얇은 종이 한 장이 떨어졌다.
[검수 불일치 발견. 제2비교실 기록 열람 허가.] [원검수인: 타린.] [현 상태: 미확인.]
그 아래 작고 급한 글씨가 있었다.
[도망친다면 빈 접시를 가져가지 마. 그건 왕이 아직 먹지 않은 몫이니까.]
도현은 종이를 접지 않았다. 자신들이 찾은 것은 타린의 생사가 아니라, 타린이 남긴 검수 원칙이었다. 그 차이를 지키지 않는다면 이 부엌의 장부와 똑같은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왕궁 밖으로 나오자 해가 지고 있었다. 국경에서 들어온 곡물 마차가 검문소에 줄지어 서 있었다. 운송 허가가 늦어져 오늘 저녁에 도착할 빵이 내일 아침이 된다고 했다.
도현은 서류를 쥐었다. 원본을 찾는 동안에도 사람들은 정말로 굶을 수 있었다.
“내일은 조사만 하지 맙시다.”
그가 말했다.
“사람들이 오늘 저녁에 먹을 수 있는지도 확인해야겠습니다.”
제182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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