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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18화
PAYLUA ORIGINAL · 제18화

18화. 마지막 숟갈의 노래

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5,555자

오프라인 책장
리아는 어머니가 좋아하던 노래를 끝까지 부르지 못했다. “마지막 한 숟갈은….” 아이는 식당의 작은 창문 옆에서 고개를 기울였다. 바깥에는 장맛비처럼 굵은 빗줄기가 흐르고, 지붕 끝에서는 빗물이 일정한 박자로 떨어지고 있었다. 리아는 그 소리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가, 마지막 가사가 생각나지 않자 입술을 깨물었다. “천천히 해도 괜찮아.” 백도현이 말했다. “엄마는 꼭 마지막에 웃었어요. 내가 노래를 틀리면 더 크게 웃었는데.” “엄마가 어땠는지만 기억해도 충분해.” 리아는 잠깐 생각하다가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렸다. “마지막 한 숟갈은… 기다리는 사람의 것.” 도현의 손이 멈췄다. 레온이 남긴 기록에는 ‘마지막 숟갈을 남겨라’라고 적혀 있었고, 제7조리실의 질문은 ‘누구의 것인가’였다. 리아의 노래는 두 문장 사이에 빠져 있던 답을 담고 있는 듯했다. “엄마가 그 노래를 어디서 배웠다고 했니?” “빵을 만들면서요. 어릴 때부터 알고 있는 노래라고 했어요. 그런데 엄마가 가끔 가사를 바꿨어요. ‘기다리는 사람에게 주지 마. 기다릴 수 있도록 남겨 둬’라고요.” 도현은 메모를 꺼냈다. 사람을 살리려던 이들이 의도적으로 마지막 한 숟갈을 남겨 정산을 미뤘다면, 노래는 그 방법을 아이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암호였을 수 있었다. “리아. 엄마가 일하던 곳의 냄새는 기억나?” “물 냄새요. 옷에 밀가루가 묻었고, 빨간 천을 가끔 빨았어요.” “빨간 천?” “큰 배에 다는 천이라고 했어요. 물이 많은 곳에 가면 바람을 가리는 데 쓴대요.” 브론의 귀가 쫑긋 섰다. “붉은 돛!” 리아는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도 그렇게 불렀어요.” 도현은 머릿속에 지도를 그렸다. 남쪽 제분소, 붉은 돛 배, 왕궁 아래 제7조리실, 수로 아래 제8창고. 왕도에는 여러 수로가 있었지만 큰 배가 들어갈 수 있는 구간은 제한돼 있었다. 특히 오래된 석조 수문 아래에는 몇 년째 폐쇄된 화물창고가 있었다. “거기가 제8창고일지도 몰라요.” 에스텔이 장부를 넘기며 말했다. “섣불리 들어가면 안 돼. 폐쇄된 수문은 예전 구호 수송선이 통과하던 곳이야. 안쪽에는 아직 계약의 잔재가 남았을 거야.” “그래서 준비부터 하려는 겁니다.” 도현은 작은 종이에 필요한 물건을 적었다. 물에 젖지 않는 등불, 긴 밧줄, 칼 대신 쓸 수 있는 튼튼한 주걱, 마른 빵, 깨끗한 물, 소금, 작은 방수 주머니. 그리고 무엇보다 돌아갈 경로를 확인할 사람이 필요했다. “루카스 기사님께 연락할 수 있습니까?” 에스텔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일린 공주가 남긴 출입증 뒷면에는 비상 전달용 문장이 있었다. 그녀는 그 문장에 마법 잉크를 바르고 짧은 쪽지를 썼다. [제8창고 탐색 예정. 수로 진입 경로 및 민간인 보호 협조 요청.] 잉크가 말라 사라졌다. 멀리 왕궁 방향에서 아주 작게 종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는 도현의 손목이 반응하지 않았다. 대신 리아가 고개를 숙이고 귀를 막았다. “저 소리 싫어요.” 도현은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말했다. “엄마를 찾으러 가 볼게. 꼭 찾아온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모른 척하지는 않을게.” 도현은 아이에게 어머니가 어떤 빵을 좋아했는지 물었다. 리아는 잠시 생각하다가 손가락으로 둥근 모양을 그렸다. “바깥이 딱딱한 빵이요. 안에는 꿀이 아주 조금 들어 있고요. 엄마는 따뜻할 때 먹어야 향이 산다고 했어요.” “꿀은 왜 조금만 넣었을까?” “비싸니까요.” 아이는 너무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도현은 가슴 한쪽이 저렸다. 어린아이가 음식의 맛보다 값부터 기억해야 했던 시간이었다. 그는 남은 반죽을 조금 떼어 리아와 함께 빵을 만들었다. 오븐 안에서 반죽이 부풀고 겉면이 황금색으로 변했다. 리아는 그 모습을 보며 손뼉을 쳤다. “엄마는 항상 오븐에서 빵이 나오기 전에 세 번 문을 두드렸어요.” “왜?” “빵이 놀라지 말라고요.” 도현은 웃었다. 말도 안 되는 이유지만, 요리를 하는 사람에게는 그런 사소한 습관이 생기곤 했다. 그는 오븐 문을 톡톡톡 두드렸다. 리아도 따라 했다. 그 순간 오븐 안에서 작은 금속성이 울렸다. 에스텔이 고개를 돌렸다. “그 소리….” “왜요?” “옛 구호 창고에서는 반죽이 끝날 때마다 작은 종이 울렸어. 계약에 묶인 사람이 일을 쉬지 못하도록 시간을 세는 장치였지.” 리아는 눈을 크게 떴다. “엄마가 문을 두드린 건 그 종소리를 따라 한 걸까요?” “그랬을 수도 있어.” 도현이 답했다. “하지만 네 엄마는 무서운 소리를 빵을 위한 노크로 바꿨을지도 몰라.” 도현은 빵을 꺼내 반으로 찢었다. 김이 올라오자 리아는 두 손으로 받아 들었다. 기적 같은 치료는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아이가 미소를 지었다. 도현은 그 모습을 보고 반드시 살아 있는 어머니의 흔적을 찾아보겠다고 다짐했다. 리아는 그의 손을 잡았다. “아저씨도 돌아와야 해요.” 그 말이 도현에게 오래 남았다. 그가 떠나온 세계에도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어머니가 끓여 주던 미역국의 맛은 잊어도, 누군가 자신을 기다릴 거라는 사실까지 잊고 싶지는 않았다. 밤이 되기 전에 루카스가 식당에 나타났다. 무거운 검은 갑옷 대신 낡은 회색 외투를 입고 있었다. 그는 문턱을 넘자마자 작은 주걱을 도현에게 보여 주었다. 지난번 도현이 선물한 물건이었다. “공주님께서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왕실 구호위원회가 수로 경비대를 교체했습니다. 붉은 돛 수송선은 오늘 밤 제8창고로 향합니다.” “공주님은 무사하십니까?” “공식적으로는 병환으로 격리 중입니다. 하지만 아직 움직이실 수 있습니다.” 루카스는 짧게 눈을 내리깔았다. “공주님 손의 왕관 표식이 어제보다 진해졌습니다. 그분께 시간이 많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도현은 주먹을 쥐었다. 아일린은 왕실의 일원이면서도 그들이 저지른 일을 멈추려 했고, 그 대가로 스스로 위험해지고 있었다. “제8창고를 지키는 사람은 누굽니까?” “왕실 소속이라고 기록돼 있지만 실제로는 구호위원회 사람들입니다. 살아 있는지 확인되지 않는 병사도 있습니다.” 브론이 끼어들었다. “그건 제가 이미 봤습니다. 냄새가 없는 병사들이에요.” 루카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함부로 검을 쓰기 어렵습니다. 칼을 맞아도 쓰러지지 않는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도현은 조리대 위의 소금과 밀가루를 내려다봤다. 지금까지 그들이 만난 검은 인부와 종의 흔적은 모두 음식 재료에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소금을 뿌리면 모두 해결된다는 보장은 없었다. “정면으로 싸우지 맙시다. 먼저 사람을 찾아야 합니다.” 탐색을 시작하기 전에 도현은 일행과 약속을 정했다. 첫째, 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이 혼자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둘째, 발견한 병이나 기록을 함부로 깨뜨리거나 불태우지 않는다. 셋째, 살아 있는 사람을 만나면 계약의 내용을 확인하기 전까지 음식이나 마법 약을 강제로 먹이지 않는다. 루카스가 마지막 약속을 듣고 도현을 바라봤다. “전투 상황에서는 그렇게 신중하게 움직일 수 없을 때도 있습니다.” “그때는 사람을 안전한 곳으로 빼내는 걸 먼저 생각하겠습니다. 저주를 풀겠다고 제가 더 큰 저주를 받으면 다음 사람도 구하지 못하니까요.” 루카스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종이 한 장에 수로 주변의 출입구를 그렸다. 오래된 도시 지도를 베낀 것으로, 흰 선은 지상 도로, 파란 선은 물길을 표시했다. 폐쇄된 창고에 연결된 관문은 세 개였지만 이 가운데 둘은 이미 막혀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는 문은 여기입니다. 다만 돌아갈 때 수위가 높아지면 같은 길을 쓸 수 없습니다.” “그럼 물이 올라갈 때 쓸 경로도 필요하겠네요.” 루카스는 준비해 온 밧줄을 펼쳤다. 일정한 간격으로 매듭이 지어져 있었다. 시야가 나빠져도 매듭 수를 세며 돌아올 수 있도록 만든 것이었다. “병사들에게 구조 신호를 미리 정해 두었습니다. 종을 세 번 울리는 대신 나무를 두 번 두드리면 도움이 옵니다.” 브론이 물었다. “왜 종을 안 울립니까?” “지금은 종소리를 믿을 수 없으니까요.” 그들은 말없이 매듭을 확인했다. 도현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이세계에서 왕실 기사에게 구조 계획을 배우게 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동료가 할 수 있는 일이 달라서 다행이었다. 이번에는 누구도 혼자 모든 걸 해결할 필요가 없었다. 그들은 해가 진 뒤 수로를 따라 이동했다. 루카스는 제복이 없는 경비병 둘을 멀리 배치해 퇴로를 확보했고, 브론은 앞서가며 냄새를 맡았다. 강둑에는 검은 이끼가 끼어 있었고, 낡은 계단 아래에서는 물이 벽을 세차게 때렸다. 창고로 향하는 수문은 생각보다 낮았다. 배 한 척이 겨우 지나갈 정도였다. “이 아래에 사람이 있다면 오래 버티기 힘들겠는데요.” 도현이 말했다. “물길이 실제 거리와 다르게 이어져 있습니다.” 에스텔이 설명했다. “옛 계약에 묶인 곳은 시간을 제대로 세지 못하거든.” 수문 앞에 도착하자 브론이 갑자기 멈춰 섰다. 그의 눈동자가 크게 떨렸다. “왜 그래요?” “주방장님….” 늑대인간은 코끝을 만졌다. 두 번, 세 번 깊이 숨을 들이마셨지만 표정이 달라지지 않았다. “아무 냄새도 안 납니다.” 도현은 브론의 어깨를 붙잡았다. “주변이 이상해서 그런 걸 거예요. 일단 뒤로 물러나죠.” “아뇨. 제 후각이 사라졌어요. 저주가… 할아버지 때부터 이어진 저주가 다시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브론의 목소리에 처음으로 두려움이 묻어났다. 후각을 잃는 일은 그에게 단순한 불편이 아니었다. 자기 가족이 잃어버린 것과 같은 것을 또 잃는 일이었다. 그들 앞에 있는 수문에는 높이를 재기 위한 금속 눈금이 새겨져 있었다. 정상적인 수위는 다섯 번째 눈금 아래였지만 지금은 일곱 번째까지 물이 올라왔다. 루카스가 작은 조각돌을 던지자 물은 잠시 검게 흔들리더니 다시 고요해졌다. “흐름이 거꾸로 바뀌었습니다.” 그가 말했다. 에스텔이 손바닥에 작은 불꽃을 피웠다. 불꽃은 물길을 향해 기울었다가 갑자기 아래로 내려갔다. “제8창고는 평범한 창고가 아니야. 식탁이 잊고 싶은 것들을 모아 두는 곳이지. 시간이 엉킨 건 그 때문일 거야.” 도현은 무릎을 굽혀 물 표면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봤다. 물결 속의 얼굴은 잠시 한국의 조리복을 입은 자신으로 보였다가 다시 낡은 앞치마 차림으로 변했다. 그는 급히 고개를 들었다. 기억 저주가 보여 준 환상인지, 창고의 마법이 만든 착시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제가 길을 잊으면 꼭 붙잡아 주세요.” 도현이 말했다. 브론은 곧장 팔을 내밀었다. “제가 냄새를 못 맡아도 주방장님 손은 잡을 수 있습니다.” 도현은 그의 팔을 잡았다. 루카스가 앞에서 밧줄을 당겼고 에스텔은 불꽃의 세기를 낮췄다. 네 사람은 한 걸음씩 수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 벽 너머에서 무언가 반복해서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규칙적인 세 번의 노크였다. 그 소리가 빵 오븐의 문을 두드리던 리아의 손과 너무 닮아 있었다. 그때 수문 안쪽에서 희미한 노랫소리가 들렸다. 물이 흔들리는 소리 사이로 여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마지막 한 숟갈은… 기다리는 사람의 것….” 도현은 브론을 부축하며 창고 안쪽을 바라봤다. 그 목소리를 리아에게서 들은 적이 있었다. 누군가 제8창고 안에서 아직 노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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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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