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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178화
PAYLUA ORIGINAL · 제178화

178화. 열여섯 번째가 아닌 한 사람

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3,967자

오프라인 책장
눈 위의 발자국은 오래가지 않았다. 온실의 유리 지붕에서 떨어진 물이 좁은 길을 적시고 있었다. 도현 일행은 발자국을 따라 달리기보다 걸음의 방향과 간격을 기록했다. 좁은 보폭, 왼쪽으로 조금 기운 발끝, 자주 멈춘 흔적. 도현은 그 흔적만으로 추격 대상이 다쳤다고 결론짓지 않았다. “누가 우리를 유인하려고 만든 발자국일 수도 있잖아요.” 브론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냄새는 실제 사람이 지나간 것 같습니다. 마법으로 만든 모조 발자국이라면 이런 땀 냄새까지 남기기 어렵습니다.” 그들은 하나의 허락을 받고 과수원 끝의 오래된 차가운 저장고로 향했다. 이곳은 눈이 쌓이면 길이 보이지 않아 마을 사람도 잘 가지 않았다. 도현은 입구에서 걸음을 멈췄다. 문이 살짝 열려 있었다. 안쪽에서 숨소리가 들렸다. “도움을 드리러 왔습니다.” 그가 말했다. “문을 닫고 싶으면 닫으셔도 됩니다. 이름은 말씀하지 않으셔도 되고요.” 긴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문 뒤에서 힘없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말 이름을 말하지 않아도 돼?” 에스텔이 한 발 앞으로 나가려 했다. 도현이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멈춰 섰다. “네.” 도현이 대답했다. “다만 다치셨다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만 알려 주세요.” 문이 조금 더 열렸다. 짙은 갈색 머리카락이 어깨에 달라붙은 여자가 서 있었다. 겉옷은 오래되었지만 젖은 곳마다 최근에 말린 흔적이 있었다. 그녀의 오른손에는 오래된 화상 흉터가, 왼손에는 새로 묶은 붕대가 있었다.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모르겠어.” 여자가 말했다. “지금 바로 믿지 않으셔도 됩니다.” 도현이 대답했다. 그가 한 걸음 물러나자 여자는 문턱 가까이 나왔다. 에스텔이 숨을 삼켰다. “이벨.” 여자는 마녀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대신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얼굴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바라보았다. 에스텔이 울먹이며 다가가려 하자 그녀는 손을 들어 멈추게 했다. “거기 있어. 네가 나를 알아본다고 내가 너를 믿어야 하는 건 아니니까.” 에스텔은 그 자리에 섰다. “그래. 그럴 자격 없어.” 도현은 두 사람 사이에서 누구의 편도 대신 선택하지 않았다. 여자가 자신을 이벨이라고 밝힐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그녀의 눈길이 도현의 보호대를 향했다. “너도 그 식당의 요리사인가?” “지금은 그렇습니다.” “그럼 왜 아직 살아 있지?” “많은 사람이 도와줘서요.” 여자는 잠깐 입꼬리를 올렸다. “이상한 대답이군.” 그녀의 다리가 흔들리자 하나가 의자를 가져왔다. 여자는 의자에 앉기 전에 자리값을 물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었다. “돈 안 받습니다.” 하나가 말했다. “그러면 나중에 청구하겠다는 거지.” 도현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물과 의자는 지금 여기서 함께 쓰기로 한 겁니다. 원치 않으시면 받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녀는 한참 의자를 바라보다 앉았다. 브론이 멀찍이서 따뜻한 물을 가져왔다. 여자는 자신의 손으로 컵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오르델은 그 사실을 기록하지 않았다. 개인의 치료와 구조 과정까지 왕실의 식사 명부로 만들 필요는 없었다. 에스텔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네가 정말 이벨이니?” 여자가 대답했다. “옛날에는 그 이름으로 불렸지.” “어떻게 여기서...” “내가 말할 수 있을 때 말할게.” 그 말로 대화가 끝났다. 에스텔은 더 묻지 않았다. 수십 년 동안 답을 기다린 사람에게 가장 어려운 일은 답을 요구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벨은 따뜻한 방에 들어가서도 벽과 창문부터 확인했다. 침대를 보지 않았고, 물 한 잔을 받기 전에는 뒷문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물었다. 하나는 문을 잠글 필요가 없다고 말했고, 원하면 자기가 바깥에서 기다려 주겠다고 했다. “왜 그렇게까지 해?” 이벨이 물었다. “저도 온실에 갇혀 본 적이 있어요.” 하나가 말했다. “몸은 돌아다녔지만 봄이 끝나면 모두 굶을 거라고 해서 누구도 다른 선택을 못 했거든요.” “거기는 봄이 끝났어?” “네. 나무가 잎을 떨구었어요. 무서웠지만 겨울이 와도 사람들은 살아 있더라고요.” 이벨은 한참 창밖을 보았다. 가지에 앉은 새 한 마리가 마른 잎을 쪼았다. 계절이 바뀌는 장면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그녀에게는 믿기 어려운 일처럼 보였다. “나는 날이 가는 걸 숫자로만 알았어.” 그녀는 붕대 아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누군가 거절할 때마다 숫자가 늘었지. 열다섯까지 갔을 때는 내가 열여섯 번째가 된 줄도 몰랐어.” 하나는 더 캐묻지 않았다. 대신 창가의 물 주전자를 바꿔 주고 물이 차가우면 말해 달라고 했다. 이벨은 처음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참 뒤 자신이 원하던 물의 온도를 조심스럽게 말했다. “조금 더 따뜻했으면 좋겠어.” 하나는 기쁘게 끓인 물을 섞어 가져왔다. 사소한 요구 하나를 거절당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이벨의 어깨가 조금 풀렸다. 도현은 밖에서 기다리며 자기 손목을 쥐었다가 놓았다. 잊어버린 기억을 되찾기 위해 타인의 고통을 대신 삼켜야 한다고 믿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그러나 지금 이벨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구원의 선언이 아니었다. 창문을 열어도 되는지, 따뜻한 물을 더 가져올지, 질문에 답하지 않아도 괜찮은지를 스스로 정하는 일이었다. 아일린은 도현 옆에 섰다. “왕이 된다면 이런 것까지 책임져야 할까요?” “왕이 된다고 모든 사람의 선택을 대신할 필요는 없겠죠.” “그렇다면 제 역할은 뭘까요?” “그 사람이 자기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막는 걸 치우는 것 아닐까요.” 아일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공주가 되어서 처음 배운 통치는 수많은 사람의 이름을 한 장부에 올리는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한 사람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않는 일이 더 어려웠다. 왕실 기록에서 실종 요리사로 분류된 이벨과 눈앞의 여성이 같은 사람인지 확인하려면 증거가 더 필요했다. 오르델은 조리 도구의 흉터, 동료들의 증언, 당시 일기의 글씨를 비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본인의 동의가 있어야 했다. 여자는 조용히 물었다. “확인되면 또 끌려가?”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법적 보호를 요청하겠습니다.” 아일린이 말했다. “다만 완벽히 안전하다고 거짓 약속은 못 하겠어요.” 여자는 처음으로 공주를 바라보았다. 손등의 검은 왕관을 보고 얼굴이 일그러졌다. “왕실 사람이 여기까지 왔구나.” “왕실이 한 일을 조사하러 왔습니다.” “그 말을 몇 번이나 들었는지 몰라.” 아일린은 대꾸하지 못했다. 여자의 의심은 근거 없는 적의가 아니었다. 왕실의 기록은 그녀가 거절한 것을 동의로 바꿔 왔다. 도현은 대화를 멈추고 주방을 간단히 정리했다. 사람을 발견했다는 기쁨이 앞섰지만 그녀는 탈진한 상태였다. 무엇을 먹고 싶은지, 먹을 수 있는지부터 물어야 했다. “따뜻한 음식이 필요하십니까?” 여자가 작게 말했다. “배로 만든 얇은 수프를 먹고 싶어.” 도현의 손은 아직 칼을 잡지 못했다. 그는 하나에게 배를 손질하는 법을 설명하고 브론에게 불을 부탁했다. 여자는 조리를 지켜보았다. 배를 너무 오래 끓이면 향이 사라지므로 약한 불로 익혀야 한다는 말을 듣자, 마치 익숙한 사람의 습관을 보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 “그 방식은 누가 가르쳤어?” “제가 알고 있던 요리를 여기에 맞춘 겁니다.” “마녀에게 배운 건 아니네.” “네.” 여자는 한숨을 쉬었다. “그럼 조금은 믿어도 되겠어.” 수프가 완성되자 도현은 그릇을 그녀 앞에 놓고 물러났다. 누가 먹었는지 감시하지 않았다. 여자는 스스로 한 숟갈을 떠먹었다. 그 순간 아무 마법 문구도 나타나지 않았다. 검은 실도, 저주의 이동도 없었다. 그냥 따뜻한 배 수프였다. 그러나 마지막 숟갈을 내려놓으며 여자는 말했다. “내가 이벨이라는 걸 증명하는 건 어렵지 않아. 문제는 내가 여기서 나오자마자 나머지 열다섯 명이 사라질 수 있다는 거야.” 도현의 손끝이 차가워졌다. “그 사람들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여자는 대답 대신 왼손의 붕대를 풀었다. 그 아래에는 작은 원형 화상이 열다섯 개 줄지어 있었다. “그들은 아직도 내 이름을 붙잡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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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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