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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169화
PAYLUA ORIGINAL · 제169화

169화. 기록을 지우는 손의 그림자

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3,799자

오프라인 책장
오르델은 자신의 발밑에 쏟아지는 시선을 이해하지 못했다. 화덕들이 만들어 낸 그림자는 보통의 그림자와 달랐다. 각 그림자의 손끝에는 잉크가 묻어 있었다. 실제 오르델은 펜을 잡고 있었지만 장갑에는 아무 얼룩도 없었다. “저를 가리킨다고 제가 범인이라는 뜻은 아니겠지요?” 그가 물었다. “당연하죠.” 도현이 말했다. “누가 그림자를 만들었는지부터 봅시다.” 에스텔이 작은 등불을 움직였다. 그림자의 방향은 등불과 상관없이 그대로였다. 오르델이 왼쪽으로 가면 그림자들이 따라왔고, 리데아가 그의 기록장을 대신 들자 그림자는 리데아에게 옮겨 갔다. “사람이 아니라 기록을 가리키네요.” 브론이 중얼거렸다. 도현은 오르델에게 장부를 바닥에 내려놓게 했다. 그림자가 장부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서른여섯 장의 문서 가운데 최근 추가된 한 장이 검은 연기를 내고 있었다. [접속 승인. 열람 중 생성된 음성 정보를 왕실 중앙 명부로 자동 전송.] 오르델의 얼굴이 새하얘졌다. “이런 항목을 승인한 적 없습니다.” “그럴 수 있어요.” 도현이 말했다. “하지만 이 서류에 붙었다면 누군가 전송을 받게 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도현은 증빙용 사본이 이미 지상으로 전송되었는지 확인했다. 오르델은 매 장마다 기록해 두었던 발급 시각과 봉인을 대조했다. 가장 최근의 한 장만 원래 서식과 다른 얇은 종이를 사용했다. “왕실 보존고의 공식용지와 같군요.” 리데아가 말했다. 아일린은 리데아에게 물었다. “이걸 누가 발급했는지 추적할 수 있나요?” “일련번호가 있습니다. 조회는 가능할 겁니다. 하지만 지금부터 먼저 전송을 막아야 합니다.” 그때 화덕 벽이 흔들렸다. 지하 배수로를 타고 차가운 물이 밀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발목까지 물이 차올랐다. 천장의 밀가루 먼지가 떨어지면서 등불의 빛이 뿌옇게 흐려졌다. 헥터가 소리쳤다. “연도가 다시 닫히고 있습니다! 여기서 오래 버티면 위험합니다!” 도현은 기록을 찢어 버릴지 잠깐 고민했다. 그러나 그 안에는 누가 실제로 제공했고 누가 받지 않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원본의 일부도 있었다. 무턱대고 없애면 실종자들의 목소리가 또 한 번 사라질 수 있었다. “전송되는 종이 한 장만 분리하겠습니다.” 오르델이 증빙용 원본과 전송용 사본을 구분했다. 도르센은 지상에서 내려온 호위병에게 원본 사본을 넘겨 안전한 곳으로 올려 보내라고 했다. 왕궁과 독립된 기록을 남기기 위해 타니아와 브론이 각각 한 부씩 들고 나갔다. 에스텔은 매듭을 손에 쥐었다. “전송을 막으려면 세 가닥을 다시 떼어야 할지도 몰라.” 도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무엇이 지워지는지 먼저 살펴보죠.” 그들은 매듭에서 세 번째 실을 당기지 않은 채, 그 연결 부위만 느슨하게 풀었다. 세 가닥이 한 번에 조여지며 모든 칸을 하나로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서로 다른 기록이 따로 남도록 놓는 방식이었다. 그러자 돌판의 세 번째 칸에 있던 ‘미확인’ 표시가 선명해졌다. 화덕의 목소리들이 한꺼번에 사라지는 대신, 각자의 원래 기록 위치로 돌아갔다. [자동 대리 응답 중지.] [원본 음성 흔적 보존.] [실체 미확인 상태 유지.] 동시에 장부에서 검은 연기가 사라졌다. 자동 전송이 보류되었다는 문구가 나타났다. 그러나 누구에게 전송될 예정이었는지는 아직 보이지 않았다. 배수로에서는 물이 더 빠르게 흘러들어 왔다. 브론이 도현을 업겠다고 했다. “괜찮습니다. 걸을 수 있어요.” “주방장님, 자꾸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제가 일자리를 잃는 것 같잖아요.” “늑대인간의 업무 범위에 사람 업기가 있었습니까?” “지금 추가하겠습니다.” 도현은 웃다가 통증에 얼굴을 찌푸렸다. 왼손의 피부는 전보다 더 단단하게 굳어 있었다. 그는 브론의 도움을 받아 계단을 올랐다. 절대로 혼자 감당할 필요가 없는 일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가 이렇게 어려웠다. 에스텔은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중앙 화덕 안에서는 작은 빛이 꿈틀거렸다. “세른.” 그녀가 부르자 아주 낮은 대답이 들렸다. “문은…… 닫아도 돼.” 에스텔이 눈을 감았다. “그럼 안에 남은 사람은?” “이름 대신…… 증거를 남겨.” 소리는 곧 사라졌다. 그 목소리가 진짜 세른의 현재 말인지, 오래전 남겨 둔 메시지인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이번에는 에스텔이 혼자 문을 닫지 않았다. 마지막 사람이 나왔다는 것을 오르델과 토렘이 함께 확인했다. 출입자 이름이 모두 맞았다. 화덕의 문에는 재진입을 금지하는 봉인을 임시로 걸되, 원본 열람을 위한 재개방 조건을 명시했다. 계단 입구에서 타니아와 니아가 기다리고 있었다. 두 사람은 모두 물에 젖은 사본을 품에 안고 있었다. 호위대가 문을 열어 주자 타니아는 곧바로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안에 들어간 사람들 모두 나왔습니까?” 오르델이 출입자 이름을 한 사람씩 불렀다. 에스텔, 백도현, 브론, 아일린, 헥터, 리데아, 오르델, 그리고 기록을 나르기 위해 나중에 들어왔던 두 명의 호위병. 각자의 이름을 직접 확인했고, 마법 장부의 숫자와 상관없이 눈앞의 사람을 세었다. “모두 나왔습니다.” 오르델이 말했다. 타니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문을 닫아도 되겠네요.” 에스텔은 그 말을 듣고 잠깐 눈을 감았다. 오래전 자신이 혼자 문을 잠갔을 때는 아무에게도 이런 질문을 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방금 나온 사람들과 확인하지 못한 화덕 속 목소리를 구분해서 기록했다. “현재 실체가 확인된 사람은 전원 퇴실. 부엌 내부의 음성 기록은 미확인. 봉인 시각과 재개방 조건을 함께 적겠습니다.” 누군가는 그것이 지나치게 형식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에스텔에게는 문을 닫는 의미가 달라졌다. 도망치기 위해 닫는 문이 아니라, 언제 왜 다시 열어야 하는지 남기는 문이었다. 왕궁의 의원이 도현의 손을 살폈다. 찬물에 오래 노출된 뒤라 손가락의 감각이 더 둔해져 있었다. 의원은 피부를 억지로 펴지 않고 체온을 회복시키는 붕대를 감았다. “오늘은 절대 요리하지 마십시오.” 도현이 한숨을 쉬었다. “의원님이 아니라 주방장이 할 말 같군요.” “제가 요리사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입니다.” “그럼 잘 들을게요.” 그는 서명 대신 오른손으로 평범한 동그라미를 그렸다. 의료 기록에는 치료를 받았다는 사실만 남았다. 누군가의 저주를 치료했다는 선언도, 빚을 갚겠다는 약속도 아니었다. 아일린은 바로 왕실 회의로 가지 않았다. 우선 무사히 돌아온 사람들에게 따뜻한 차를 준비하게 했다. 다들 피곤한 얼굴이었다. 기록은 중요했지만 기록을 옮기는 사람도 돌봐야 했다. 브론은 젖은 꼬리를 수건으로 닦았다. “오늘 제가 제일 많이 들은 말이 ‘멈춰’하고 ‘확인해’입니다.” “그래서 다치지 않은 사람이 많았던 겁니다.” 도현이 대답했다. “다음에는 ‘맛있어’라는 말을 많이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도현은 웃었다. 자신이 언젠가 다시 요리를 할 수 있을지 걱정됐지만, 오늘 당장 해야 할 일은 따뜻한 차를 마시고 증거를 마르게 하는 것이었다. 기록을 서두르느라 사람을 잃는 일만큼은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지상으로 올라오자 오르델이 떨리는 손으로 전송용 서류의 발급 번호를 확인했다. 그것은 리데아의 이름도, 현재 의전국 집행관 발테르의 이름도 아니었다. [발급 기관: 왕국 식량안정위원회.] [등록 연도: 구왕력 117년.] [유효 상태: 현재.] 아일린이 낮게 말했다. “처음 겨울에 만들어진 기관이 지금도 누군가의 목소리를 가져가고 있다는 뜻인가요?” 도현은 문서에 찍힌 인장을 보았다. 원 안에 빵 열여섯 개가 그려져 있었다. 다음 행에는 빈 칸이 하나 있었다. [열일곱 번째 등록인: 지정 보류.] 그 칸 위에서 잉크 한 방울이 아직 마르지 않은 것처럼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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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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