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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168화
PAYLUA ORIGINAL · 제168화

168화. 목소리 열여섯 개의 주인

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3,866자

오프라인 책장
첫 겨울의 부엌으로 돌아간 일행은 전날과 다른 출입 절차를 만들었다. 지상에서는 토렘이 통로를 지키고, 오르델이 들어가는 사람의 이름과 나오는 사람의 이름을 직접 적었다. 그 종이에는 마법을 쓰지 않았다. 왕실 보존고에서 제3실을 가져오는 일은 리데아와 아일린이 공동 서명한 별도 열람 절차로 처리했다. 보존고에는 돌려놓을 시각과 개봉 조건을 남겨 두었다. 도현은 에스텔에게 열쇠를 돌려주었다. “문을 닫았던 사람이니까 이번엔 열지 말라는 뜻이야?” 에스텔이 물었다. “아뇨. 처음부터 끝까지 누가 선택했는지 남기려는 겁니다.” 에스텔은 잠깐 놀란 얼굴을 했다. 중앙 화덕의 문에는 눈이 잔뜩 쌓여 있었다. 헥터와 브론이 연도가 막혀 있지 않은지 확인했다. 어떤 순간에도 실제 불은 피우지 않기로 했다. 화덕에서 일어나는 푸른 불꽃이 기록을 강제로 활성화시키는 현상을 이미 보았기 때문이다. 에스텔이 첫 번째 홈에 열쇠를 넣자 화덕의 문이 손가락 두 개 들어갈 만큼 벌어졌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사람의 속삭임이 들렸다. “여기 있어요.” “그릇이 비었어요.” “엄마, 아직 안 왔어요?” 순식간에 열여섯 개의 작은 화덕에서 각기 다른 소리가 터져 나왔다. 어린 목소리도 있었고 노인의 목소리도 있었다. 사라진 요리사들의 것인지, 오래전 굶주린 사람들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브론이 귀를 붙잡았다. 늑대인간의 청각에는 그 소리가 너무도 생생했다. “주방장님, 다 살아 있는 사람 같아요.” “그렇게 들릴 수 있습니다.” 도현이 말했다. “하지만 들리는 것과 확인되는 건 다릅니다.” 오르델은 화덕에 질문을 던졌다. “오늘 날짜를 압니까?” 열여섯 목소리는 서로 다른 대답을 했다. ‘첫 겨울 열두 번째 날’, ‘마지막 출항 전날’, ‘왕관을 쓴 날’. 하나는 오늘의 날짜를 그대로 말했다. 아일린이 움직임을 멈췄다. “방금 오늘 날짜를 말한 목소리는 누구죠?” 에스텔은 첫 겨울 기록에서 그 말을 찾지 못했다. 오르델이 오늘 왕궁 장부가 갱신될 때마다 음성이 바뀌는지 확인하자, 그 목소리는 마침 그가 보고 있던 표를 그대로 읽었다. “실시간으로 장부를 읽을 수도 있군요.” 도현은 화덕에 있는 목소리마다 번호를 붙였다. 첫 번째 목소리에게는 무엇을 먹고 싶은지 물었다. 다섯 번째에게는 나가는 길을 알고 있는지 물었다. 아홉 번째에게는 이름이 무엇인지 대신 쓰지 않고 직접 말해 달라고 했다. 어떤 대답은 오래된 녹음처럼 정확히 반복되었다. 어떤 목소리는 질문과 상관없는 문장을 말했다. 둘은 질문을 바꾸면 서로 다른 대답을 했다. 그 둘조차 누가 지금 대답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여기 있는 목소리 전부가 사라진 요리사 열여섯 명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도현이 말했다. “그럼 실종된 사람들과는 관계가 없는 걸까요?” 아일린이 물었다. “관계가 있을 수는 있죠. 하지만 목소리와 사람을 일대일로 맞출 근거부터 찾아야 합니다.” 그들은 목소리를 열여섯 종류로만 나누지 않았다. 같은 목소리가 서로 다른 화덕에서 재생되는지도 확인했다. 첫 번째 화덕의 낮은 남자 목소리와 열 번째 화덕의 아이 목소리는 서로 다른 내용을 말했지만, 마지막에 숨을 들이쉬는 소리가 똑같았다. 브론은 두 화덕 사이를 여러 번 오가며 소리를 듣더니 말했다. “끝에서 긁히는 소리도 같아요. 사람이 두 명인 게 아니라 같은 장치가 두 군데로 소리를 보내는 것 같습니다.” “그럼 목소리 수를 사람 수로 세면 안 되겠네요.” 오르델이 적었다. 일곱 번째 화덕에서는 늙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배고픈 아이에게 죽을 먹으라고 달래다가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도현은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마음이 무거워졌다. 자기 기억 속에서 빠져나간 어머니의 음식과, 다른 사람의 어머니가 아이를 부르는 목소리가 겹쳐졌기 때문이다. 그는 잠시 눈을 감았지만 억지로 기억을 되찾으려고 하지는 않았다. 지금 이 소리가 누군가의 어머니 것이라고 단정하는 순간 그것을 필요로 하는 다른 사람에게 잘못된 희망을 줄 수 있었다. “저 목소리의 출처를 알 수 있을까요?” 오르델은 화덕 아래의 문양을 살폈다. 조리자 이름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날짜와 음식을 보관한 항목만 있었다. 곡물 창고의 출납표와 연결된 기호도 나왔다. 누가 언제 이 목소리를 남겼는지는 빠져 있었다. “목소리만 남았고 사람에 관한 기록은 따로 보관했나 봅니다.” 아일린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 둘이 분리된 채로 백 년이 지나면, 누가 누구인지 아무도 모르게 되는군요.” 그때 열한 번째 화덕에서 이번에 들은 적 없는 문장이 나타났다. “돌아오면 빵을 데워 놓을게.” 헥터가 머리를 들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늦게 퇴근하던 날마다 들었던 말과 비슷했다. 그러나 그는 눈을 감고 깊게 숨을 골랐다. “제 아버지 목소리는 아닙니다.” “확실합니까?” 브론이 물었다. “네. 말은 비슷하지만 끝을 끄는 습관이 달랐어요. 제 기억이 정확하다면요.” 도현은 그 말을 그대로 적었다. ‘헥터가 기억하는 부친의 억양과 다름.’ 그보다 많은 뜻을 붙이지 않았다. 에스텔은 화덕 가장자리의 작은 흠집을 보여 주었다. 누군가 도마 위에서 칼을 세 번 밀다가 만든 자국처럼 보였다. 그녀는 세른이 물자 장부를 정리할 때 자주 쓰던 표시라고 설명했다. 다른 기록도 찾아보니 중앙 화덕 바로 안쪽에서 같은 자국이 반복되었다. “세른의 것이 맞을 수도 있어.” “그럼 일단 세른이 직접 확인한 기록이 이 근처에 있었을 가능성이 높아졌네요.” “넌 왜 항상 그렇게 길게 말하니?” “짧게 말하면 틀릴까 봐요.” 에스텔은 미소를 지었다. 그녀 역시 그 이유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자신은 과거에 너무 빨리 결론을 내렸다. 목소리가 위험하다는 이유만으로 부엌 안의 모든 사람까지 위험한 존재라고 간주했던 것이다. 아일린이 화덕들을 향해 말했다. “우리는 당신들의 이름을 마음대로 붙이지 않겠습니다. 지금 살아 있다면 그 사실을 확인할 기회를 만들겠습니다.” 대답은 없었다. 다만 바닥에 있던 얇은 돌판 한 장이 천천히 움직였다. 그 아래에는 사람이 통과할 만한 구멍이 아니라 종이를 넣고 빼는 작은 틈이 있었다. “증언을 옮길 수 있는 통로였겠군요.” 오르델이 중얼거렸다. 그들은 종이를 밀어 넣지 않았다. 그것이 어느 장부에 닿는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 에스텔이 매듭의 두 가닥을 꺼냈다. 리데아는 왕실에서 가져온 제3실을 별도 밀폐 유리관에 넣은 채 돌판 옆에 놓았다. 열쇠를 바로 돌리지 않았다. 원래 세 갈래 매듭이 갖추어진 상태에서 무엇이 달라지는지 확인하려는 것이었다. 도현이 도마의 첫 칸에 실제로 가져온 물자 목록을 놓고, 둘째 칸에는 조리되지 않았다고 기록했다. 셋째 칸은 비워 두었다. 오르델은 매듭이 결합되기 전과 후를 각각 기록했다. 에스텔이 두 가닥과 제3실을 연결한 순간 목소리들이 일제히 멈췄다. 돌판에는 이름 대신 세 가지 칸이 떠올랐다. [제공자 기록: 존재.] [조리자 기록: 일부 존재.] [수령자 직접 증언: 미확인.] 리데아가 얼굴을 굳혔다. “왕실에서 이용해 온 접속 방식은 세 번째 칸을 자동으로 채우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그동안 기록에 남아 있는 사람의 목소리를 살아 있는 대답처럼 쓴 거군요.” 아일린이 말했다. “일부는 그랬을 수 있습니다.” 리데아가 답했다. “어떤 목소리가 진짜였는지는 아직 확인해야 하겠지요.” 도현이 열쇠를 돌리기 전에 물었다. “문 안에 계신 분들. 지금 나가고 싶은 분이 있습니까?” 아무 대답이 없었다. 그리고 열여섯 번째 화덕에서 아주 희미하게 한마디가 흘러나왔다. “문을…… 열지 마세요.” “왜요?” “저 사람은…… 우리 목소리를 가져가려고 해요.” 에스텔이 뒤를 돌아보았다. 화덕에 비친 그림자들이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리데아가 아니라, 왕실 문서관 오르델의 발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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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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