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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165화
PAYLUA ORIGINAL · 제165화

165화. 국자는 사람을 대신하지 않는다

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4,089자

오프라인 책장
지상 배식 창고 앞에는 줄이 두 개 있었다. 한쪽은 낡은 왕실 배급표를 손에 쥔 사람들이었다. 다른 쪽은 종이에 이름이 없거나 배급표를 잃어버린 사람들이었다. 두 줄 사이에는 낮은 나무 울타리가 쳐져 있었다. 음식을 기다리는 사람들끼리 서로 눈을 마주치지 않게 만든 구조였다. 도현은 작은 창문 너머로 창고 안을 살폈다. 밀가루 자루가 쌓여 있었다. 향신료와 콩도 충분해 보였다. 적어도 그날 점심을 만들 재료는 있었다. “왜 배급을 멈췄습니까?” 아일린이 창고 관리인에게 물었다. 관리인은 왕위 계승자의 얼굴을 알아보고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창고 열쇠를 내놓지는 않았다. “전하, 기록이 일치하지 않습니다. 제공 완료 선언 권한이 정지되어 배급표가 검증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잘못 배식하면 부족분의 책임이 제게 넘어옵니다.” “실제 받은 사람만 확인하면 되지 않나요?” 브론이 물었다. “그렇게 처리할 권한이 없습니다!” 관리인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는 단순히 심술을 부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열쇠를 가진 채로도 문을 열면 자신이 빚을 떠안을까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럼 창고의 문을 부수겠습니다.” 토렘이 말했다. 도현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 문을 부수면 재료는 꺼낼 수 있겠죠. 그런데 기록이 그대로면 내일 또 멈춥니다.” 아일린이 말했다. “그러면 실제 배급을 위한 임시 명령을 내릴게요. 누구에게 어떤 책임이 생기는지도 명시해야겠어요.” 그녀는 종이에 서명했다. 왕실의 허위 완료 권한을 다시 쓰지 않고, 현장에 있는 식재료를 오늘 제공할 수 있도록 감독관과 기록자를 임시로 배정한다는 내용이었다. 왕궁 예산으로 재료를 지급하고 관리인 개인에게 부족분을 자동 청구하지 않는다는 조항도 넣었다. 관리인은 한참 문서를 보더니 열쇠를 건넸다. “그래도 장부가 제 이름을 요구하면…….” “그때는 누가 실제로 무엇을 했는지 증빙하겠습니다.” 아일린이 답했다. “모르는 위험까지 없다고 약속하진 않겠어요.” 부엌에서 큰 냄비를 꺼냈다. 헥터가 콩을 불리고, 니아와 타니아가 채소를 씻었다. 도현은 아직 왼손으로 칼을 제대로 잡을 수 없어 조리 순서를 설명했다. 브론은 아이들에게 따뜻한 물을 나눠 주며 줄을 정리했다. 한 여자가 앞쪽에서 손을 들었다. “저희 아버지는 이름이 지워졌어요. 그런데 제가 대신 받아도 되나요?” “아버님이 이곳에 계십니까?” 도현이 물었다. “집에 누워 계세요. 움직일 수가 없어요.” “그럼 아버님 몫이라고 기록하고 가져가세요. 대신 드셨다는 뜻이 아니라 전달하실 식사라고 적을 겁니다.” 여자는 고개를 숙였다. 그녀가 받은 것은 굶주린 아버지에게 가져갈 수프였다. 먹지도 않은 음식을 자신이 대신 먹었다는 빚이 아니었다. 첫 열 그릇이 나갔을 때 창고 벽에 붙은 마법 장부가 갑자기 움직였다. [기존 수령자 확인 불가. 현장 책임자를 대리 수령인으로 지정합니다.] 검은 글자가 도현의 이름을 찾아 움직였다. 그의 손목이 차갑게 조여 왔다. 화덕 아래에서 본 주철 국자와 같은 모양이 벽에서 튀어나왔다. “또 저입니까?” 도현이 팔을 등 뒤로 감췄다. 에스텔이 재빨리 마법으로 그의 앞을 막았다. 국자 끝에서는 몇 방울의 검은 액체가 떨어졌다. 바닥에 닿은 방울은 사람 이름처럼 일그러졌다. “이건 받아먹는 순간 계약이 되는 도구야.” 에스텔이 말했다. 도현은 창고의 실제 배식 기록을 가리켰다. “우리는 현장 책임자를 정했습니다. 책임은 조리와 지급을 확인하는 것이지, 모든 음식을 대신 먹는 게 아닙니다.” 오르델은 각자가 맡은 일을 나누어 기록했다. 재료를 내준 사람, 조리한 사람, 받은 사람의 증언이 따로 쌓였다. 열한 번째 수령자는 직접 받았다고 대답했다. 열두 번째는 받지 않겠다고 했다. 그릇은 그대로 냄비 옆에 남았다. 국자는 계속 도현에게 다가왔다. 도현은 한 발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왼손 피부에서 작은 돌 조각이 떨어졌다. 순간 손등이 굳는 통증이 밀려왔다. “주방장님!” 브론이 달려오려 했다. “받아주지 마세요!” 도현이 소리쳤다. “제 손 때문에 누가 대신 계약하지 말라고요!” 그의 목소리를 들은 사람들이 멈췄다. 브론은 국자를 붙잡으려던 손을 내렸다. 대신 도현이 넘어지지 않도록 어깨를 받쳤다. 아일린이 관리인에게 물었다. “오늘 당신이 실제로 내준 곡식의 양을 말해 주세요.” 관리인은 떨면서 대답했다. “보리 열두 자루 중 한 자루, 콩 두 자루 중 반 자루입니다.” 니아가 말했다. “저는 지금까지 서른여덟 그릇을 옮겼습니다. 그중 두 그릇은 아직 수령하지 않았어요.” 받은 사람들도 자신이 받은 몫을 확인했다. 검은 글자가 한 사람의 이름을 찾지 못하고 여러 칸으로 갈라졌다. [현장 수령 증언 분리.] [자동 대리 수령 지정 보류.] 국자가 쿵 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검은 액체는 더 이상 흘러나오지 않았다. 사람들은 환호하려다가 도현의 손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저주가 저절로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아직 왼손을 펼 수 없었다. “점심부터 마저 드세요.” 도현이 말했다. “식으면 다시 데워야 하니까.” 배식이 계속되자 창고 바깥의 두 줄도 조금씩 사라졌다. 아직 배급표를 가진 사람과 없는 사람을 따로 세우기는 했지만, 니아가 직접 이름을 물어 기록하고 타니아가 받은 그릇 수를 확인하자 양쪽 모두 음식을 받을 수 있었다. 도현은 수프를 받지 않은 사람들의 말을 별도로 적었다. 어떤 남자는 이미 집에서 밥을 먹었다며 그릇을 거절했다. 아이 하나는 양파를 싫어해서 한 숟갈만 먹고 돌아갔다. 늙은 여자는 따뜻한 물만 부탁했다. 그는 그들을 모두 ‘수령 거부자’로 같은 칸에 묶지 않았다. 이유와 선택은 달랐다. “이렇게 적으면 수고가 너무 많지 않겠소?” 관리인이 물었다. “오늘은 많겠죠.” 도현이 말했다. “하지만 내일부터는 자주 나오는 사유를 미리 분리할 수 있습니다. 배급표가 없는 사람도 계속 나올 테니 그 절차도 필요하고요.” 관리인은 실무자의 눈으로 기록을 살폈다. 그가 두려워한 것은 관리 업무 자체가 아니었다. 자신이 확인하지 않은 식사 한 그릇 때문에 평생 빚을 질까 봐 무서웠던 것이다. 아일린이 이번 배식의 경비를 왕궁 임시 예산으로 부담하고 개인 대리 징수를 막는 명령을 내렸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그는 처음으로 창고 바깥으로 나왔다. “오늘 내준 곡식은 제가 확인하겠습니다.” 관리인은 자루 무게를 재고 남은 양을 기록했다. 몸집 작은 아이가 무거운 자루를 옮기려 하자 직접 도와주었다. 토렘은 통로를 막은 울타리를 치웠다. 반대편에 기다리던 사람들도 그제야 창고 안의 냄비를 볼 수 있었다. 헥터는 양파와 콩을 넣은 수프에 마른 허브를 조금 뿌렸다. 바깥 날씨가 쌀쌀해 오래 기다린 사람들에게는 따뜻한 국물이 필요했다. 아버지의 식사를 가져가려던 여자는 방금 받은 그릇이 식을까 걱정했다. “집까지 얼마나 걸리십니까?” 도현이 물었다. “골목을 둘 지나야 해요.” 브론이 두꺼운 천을 찾아 그릇을 감싸 주었다. 뚜껑을 덮고 새지 않는지 확인했다. 그러고는 받아 가는 사람의 이름과 집에 있는 사람의 이름이 같은 칸에 쓰이지 않도록 따로 표시했다. “대신 먹는 게 아니라 대신 전달하는 거죠.” “그렇죠.” 도현이 대답했다. 브론은 조금 으쓱한 표정을 지었다. “이 정도면 저도 장부를 볼 줄 아는 것 같습니다.” “방금은 식사 기록이었지 장부 전체는 아니었습니다.” “주방장님은 칭찬을 오래 못 하시네요.” 그 짧은 농담을 듣고 도현은 웃었다. 식당의 작은 방명록을 만들자던 브론이 이제 왕궁에서 사람들에게 식사를 나눠 주고 있었다. 저주를 흡수하는 요리사 혼자서 해내는 구원이 아니라, 음식을 만드는 사람과 나르는 사람과 기록하는 사람이 함께 만들어 가는 식사였다. 그가 눈을 감았을 때 어린 시절의 미역국 맛은 여전히 선명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건네진 뜨거운 그릇의 무게는 오른손에 남아 있었다. 그는 그 감각을 잊지 않으려 했다. 그때 창고 바닥을 타고 낮은 종소리가 울렸다. 지하의 첫 겨울의 부엌으로 이어지는 배수구에서 낡은 종이 한 장이 밀려 올라왔다. [원래 조리자 세른의 기록: 한 사람이 모든 배고픔을 떠맡으려 하면 화덕은 다시 닫힌다.] 그 아래에는 오늘 처음 나타난 문장이 있었다. [세 갈래 매듭의 셋째 실: 왕실 보존고로 반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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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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