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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164화
PAYLUA ORIGINAL · 제164화

164화. 겨울 장부의 빈 숫자

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3,663자

오프라인 책장
첫 겨울의 부엌에서 가장 오래된 것은 화덕이 아니었다. 헥터가 벽의 밀가루를 털어 내다 발견한 작은 나무틀이었다. 나무틀에는 곡식을 재는 홈이 있었고, 한쪽 끝에는 손바닥이 닿아 반질반질해진 부분이 있었다. 오랫동안 사람들이 같은 곳을 잡았다는 뜻이었다. 도현은 그 나무틀을 보고 한국 식당에서 매일 아침 확인하던 계량컵을 떠올렸다. 화려한 마법 도구보다 이런 물건이 훨씬 믿음직했다. 누군가 실제로 들고 일을 했기 때문이다. 오르델이 벽 뒤에서 낡은 장부를 꺼냈다. 오래된 물기를 먹어 장마다 달라붙어 있었다. 무리하게 떼어 내면 글씨가 함께 떨어질 상황이었다. “왕실 보존고로 가져가면 복원할 수 있을 겁니다.” “그 보존고에서 기록이 바뀌었던 적이 있죠.” 아일린이 말했다. 오르델은 입술을 깨물었다. “맞습니다. 그래서 이곳에서 먼저 사진처럼 옮겨 그려야겠습니다.” 그들은 페이지를 열로 조금씩 말리며 그대로 베껴 썼다. 한 장에 열두 줄씩. 원래 기록에는 마을별로 곡식의 무게와 사람 수가 나뉘어 있었다. 첫 줄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첫 겨울. 서른세 가구. 확인된 배고픈 사람 백열두 명.] 다음 장에는 쉰여섯 가구, 그다음에는 예순세 가구가 등장했다. 얼어붙은 강이 풀리기 전까지 사람 수는 꾸준히 늘었다. 그러나 원래 장부에는 나라 전체에 대한 숫자가 없었다. “이건 왕국 전체를 구했다는 기록이 아닌데요?” 브론이 말했다. “한 마을의 부엌에서 시작한 구호 기록이죠.” 오르델이 답했다. “왕이 모든 사람에게 첫 빵을 제공했다는 선언이 어떻게 여기서 나왔죠?” 아일린이 물었다. 도현은 장부 마지막 장을 살폈다. 서른세 가구의 겨울이 왕국의 183,442명에게 이어지는 과정에는 빈 페이지가 세 장 있었다. 그 중 하나에는 유난히 선명한 왕실 인장만 남아 있었다. [추후 수령인 확장 승인.] 승인자의 이름, 확장 시점, 실제 식사의 내역은 없었다. “이 기록만으로는 현재 저주가 어떻게 늘어났는지 알 수 없습니다.” 도현이 말했다. “연결되어 있다는 건 보여 주지만, 누가 언제 인원을 추가했는지는 빈칸이네요.” 아일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왕위의 권한을 포기한 뒤에도 그녀는 여전히 왕국을 책임져야 할 사람이었다. 빈칸이 드러났다고 백성들의 식량이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오늘 궁정 배식에 필요한 곡식은 별도로 공급되고 있겠죠?” 헥터가 대답했다. “임시 예산이 통과됐습니다. 다만 일부 영지가 대관 지연을 이유로 세금을 보류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고 합니다.” “그럼 지상에서 협의할 사람이 필요하겠네요.” 아일린은 왕궁으로 전령을 올려 보냈다. 왕궁을 비우고 이 지하에서만 시간을 보낼 수는 없었다. 오르델은 장부의 다른 칸을 펼쳤다. 오른쪽 여백에 반복되는 짧은 표식들이 있었다. 빵 모양 열여섯 개. 그 옆에는 조리자 이름이 적혀 있었다가 긁혀 나간 흔적이 있었다. “실종된 요리사 열여섯 명과 연관 있을까요?” “숫자가 같다는 사실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도현이 말했다. “이름까지 같다고 말하려면 다른 원본이 필요합니다.” 에스텔은 여백을 오래 바라보았다. 그중 여섯 번째 표식 아래에서 손가락이 멈췄다. “이건 세른의 표시가 아니야.” “어떻게 알아요?” “세른은 사람을 구분할 때 이름이 지워져도 모양이 남게 하려고 매듭을 썼어. 그런데 여기에 있는 건…… 입을 막아 놓은 빵 모양이야.”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누군가 그들의 말을 저장한 게 아니라, 그들을 말하지 못하도록 등록한 것 같아.” 오르델은 장부를 훼손하지 않고 잉크 번짐을 살폈다. 원래 잉크 위에 새 잉크가 덧발라진 흔적이 드러났다. 위쪽 글씨는 한 글자로 읽혔다. [보관.] 아래쪽은 희미했다. [격리.] 그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을 수 있었다. 증언을 격리했을 수도, 실제 사람을 격리했을 수도 있었다. 그들은 장부의 여백에 원래 있던 다른 숫자도 찾았다. 곡식 한 자루를 가져온 사람의 이름 앞에 ‘그릇 두 개를 더 가져감’이라는 메모가 있었다. 처음에는 도둑질 기록처럼 보였다. 그러나 다음 날 항목에는 같은 사람이 그릇 두 개를 씻어서 돌려주었다고 적혔다. “그릇은 가져갔다가 돌려줄 수도 있었군요.” 브론이 말했다. 헥터는 웃었다. “자네도 그럴 수 있네. 다만 그릇을 깨지 않는다는 조건이 붙겠지.” “저희 식당은 원래 그릇에 저주가 있어서 깨지잖아요.” “지금 그 말을 들은 에스텔 사장님 표정은 못 봤나?” 브론은 슬쩍 고개를 돌렸다. 에스텔은 듣지 못한 척하고 있었지만 귀 끝이 붉어졌다. 도현은 장부의 다른 부분에서 누군가 매일 물을 나르던 기록을 찾아냈다. 큰 솥에 물을 채우려면 바깥 우물까지 여러 번 걸어가야 했다. 물 나른 횟수 옆에는 어느 날부터 ‘추가 제공분’이라는 항목이 적혔다. 하지만 물을 나른 사람은 식사조차 받지 못한 날이 있었다. “일은 했는데 밥은 못 먹었네요.” 도현이 말했다. 아일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기록부터 보상해야 할 사람이 있었겠어요.” “그렇지만 누가 언제 받아야 하는지 현재 기준으로 판단하긴 어렵습니다. 후손들에게 빚을 무작정 붙일 수 없듯이, 똑같이 보상금을 아무렇게나 배분하면 또 문제가 생기겠죠.” “그러면 후손과 마을의 공동 기록을 대조해야겠죠.” 아일린은 서기관들에게 과거의 약속과 현재의 구호를 구분하는 임시 원칙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옛 책임을 조사한다는 이유로 오늘 줄 서 있는 사람의 수프까지 지연해서는 안 됐다. 도현은 현재 등록 숫자 183,442를 여러 차례 확인했다. 숫자는 너무 커서 막연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 안에는 창고 앞에서 하루치 식사를 기다리던 사람, 병든 아버지를 위해 그릇을 들고 가던 여자, 배급표를 잃어버려 다른 줄에 서 있던 아이가 들어 있었다. “저주받은 사람 수가 곧 빚진 사람 수라는 뜻은 아닙니다.” 그가 말했다. “저주와 연결된 사람이 전부 잘못을 한 것도 아니고요.” 오르델은 그 말을 별도로 적었다. 왕궁의 낡은 장부는 ‘연결 대상’을 ‘채무 대상’으로 바꾸어 적는 경우가 잦았다. 그래서 도현이 처음 왕궁에 왔을 때 자신에게 붙는 저주를 설명하는 방식도 잘못 해석될 뻔했다. 에스텔은 손목을 보고 말했다. “네가 저주를 품고 있다고 해서 그 저주를 만든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니까.” 그 말에는 자신을 향한 경고도 섞여 있었다. 오래전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문을 잠근 그녀가 그 결과를 전부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모른다는 이유로 그날의 선택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남은 글씨를 덮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여러 해에 걸쳐 덧쓴 문장마다 잉크가 달랐다. 역사란 아름다운 한 줄로 정리할 때보다 서로 다르게 적힌 흔적을 그대로 볼 때 더 많은 것을 말해 주었다. 그러던 중 부엌의 문이 거칠게 열렸다. 호위대장 토렘이 지하로 내려온 것이다. 그의 얼굴에는 먼지가 잔뜩 묻어 있었다. “공주님. 왕궁 지상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무슨 일인가요?” “대관식 연기 이후 처음으로, 국영 배식 창고가 배급표를 받지 않고 있습니다. 장부에 기록되지 않은 사람은 굶어야 한다며 창고 문을 닫았습니다.” 도현은 장부에서 눈을 뗐다. 화덕이 수백 년 전의 기록을 보여 주는 동안, 오늘 왕도의 누군가는 빈 그릇을 들고 서 있었다. “창고는 어디에 있습니까?” 그가 물었다. 토렘이 대답했다. “바로 이 부엌 위입니다. 지상 창고의 벽 너머에서 같은 종소리가 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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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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