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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158화
PAYLUA ORIGINAL · 제158화

158화. 여덟 번째 주방의 마지막 세척

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4,137자

오프라인 책장
만찬장의 벽 뒤에서 나온 것은 부엌이라기보다 긴 복도였다. 한쪽 벽에는 이름 없는 접시들이 매달려 있었고, 다른 쪽에는 한 번도 쓰지 않은 앞치마가 줄지어 걸렸다. 바닥에는 물이 가늘게 흐르는데도 흙냄새가 났다. 왕궁의 화려한 천장과 달리 그곳의 벽돌은 군데군데 떨어져 있었고, 물때가 오래된 편지처럼 얼룩을 만들었다. 리데아는 모든 사람에게 들어오라고 하지 않았다. 왕위 계승자, 지정 조리자, 주방 책임자 세 사람만 들어올 수 있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복도 입구에 투명한 막이 생겼다. 아일린과 도현, 헥터가 앞으로 나섰다. “잠깐.” 브론이 말했다. “홀 직원은요?” “출입 대상이 아닙니다.” 리데아가 대답했다. 브론의 귀가 축 늘어졌다. 도현은 그를 향해 손짓했다. “여기서 확인한 걸 밖으로 전달해 주세요. 안에서 무슨 일이 생겨도 밖에서 아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저도 같이 들어가면 더 좋겠는데요.” “그럼 바깥에서는 누가 사람들 얘기를 듣겠어요?” 브론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돌아서기 직전 무언가 냄새를 맡고 도현의 팔을 잡았다. “주방장님, 조심하세요. 저기는 사람이 있는 곳과 없는 곳의 냄새가 동시에 나요.” 안으로 들어선 순간 도현은 어린 시절 학교 급식실을 떠올렸다. 금속 식판을 쌓아 놓은 소리, 물과 세제가 섞인 냄새, 한쪽에서 급하게 누군가를 부르는 목소리. 하지만 이곳에서는 그런 소리만 있었지 사람의 그림자는 없었다. 식판들은 일제히 오른쪽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손이 하나씩 닦는 것처럼. 헥터는 수조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아버지가 일하던 자리요.” 수조의 수도꼭지는 검게 변했고, 바닥에는 물이 흘러나가야 할 배수구가 없었다. 도현은 맨손으로 건드리지 않고 에스텔이 준 얇은 보호 장갑을 꼈다. 헥터는 은 숟가락을 수조 끝에 올렸다. 세 번 두드리고 두 번 더 두드리자 방 안의 접시가 모두 멈췄다. “집에 가겠다는 신호야.” 헥터가 말했다. 잠시 뒤 깊은 곳에서 다섯 번의 소리가 났다. “아직 사람이 남았다는 소리지.” 수조 아래쪽에선 자꾸 작은 기포가 올라왔다. 도현은 한 손으로 문틀을 붙잡고 물의 흐름을 관찰했다. 거품은 일정한 간격으로 솟았다가 사라졌다. 마치 누군가 물 밑에서 숨을 쉬는 것 같았다. 하지만 수조 옆면을 자세히 보니 숨구멍을 흉내 낸 얇은 관이 벽 안으로 이어져 있었다. “이것도 사람의 호흡을 기록한 장치인가요?” 도현이 물었다. 헥터가 말했다. “세척실에서 쓰던 공기 공급관과 비슷하오. 뜨거운 물을 오래 쓰면 수증기를 빼기 위해 설치하곤 했지.” “그러면 이 장치는 사람이 없어도 사람 숨소리를 만들 수 있겠네요.” 아일린은 벽을 따라 관을 살폈다. 그 끝은 아무도 들어가지 않은 작은 방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얇은 유리병이 일렬로 놓여 있었다. 병 안에는 잿빛 재가 들어 있었고, 각 병에는 날짜가 붙어 있었다. “유해인가요?” 아일린이 숨을 낮췄다. 도현은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수도 있지만, 이름표도 분석도 없이 단정하면 안 됩니다.” 그는 병 하나의 밑바닥을 살폈다. 잿빛 재 사이에 밀 껍질이 섞여 있었다. 불에 탄 곡물일 수도 있었다. 관을 따라 올라가는 냄새는 어릴 때 보았던 오래된 제빵 가마와 비슷했다. 수조에서 나는 호흡 소리와 사람처럼 움직이는 환영은 과거에 있었던 사건을 재생하는 장치였을 가능성도 있었다. “이곳에서 증언과 기억을 저장한 모양이군요.” 아일린이 말했다. “그렇다면 이 안에 살아 있는 사람을 가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흔적을 가둬 둔 것일 수도 있죠.” 헥터는 병 하나를 꺼내려다 멈췄다.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기록이라면 당장 가지고 나가고 싶었다. 그러나 잘못 만지면 유일하게 남은 증거를 훼손할 수도 있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원위치에 손을 내려놓았다. “오늘은 이 방이 있었다는 사실만이라도 확실히 남기겠소.” 그들은 병을 손대지 않은 채 보관 위치와 라벨을 적었다. 도현은 원본을 지키는 일이 답을 찾는 속도를 늦출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남겨진 사람들의 기억을 자신들의 편의대로 다뤄서는 안 됐다. 수조의 물 위로 희미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중년 남자가 접시를 닦고 있었다. 헥터는 숨을 삼켰다. 그림자의 키와 어깨가 기억 속 아버지와 닮아 있었다. 그러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도현은 헥터의 어깨를 잡고 속삭였다. “기억하고 계신 모습과 닮았다고 해서 바로 그분이라고 판단하지 마세요.” “알고 있소.” 헥터가 말했다. “그래도 손을 뻗고 싶어지는군.” 그림자가 돌아보았다. 목소리가 물 밑에서 올라왔다. “마지막 접시를 닦지 않으면 퇴근할 수 없다.” 헥터가 물었다. “아버지, 저를 아십니까?” “마지막 접시를 닦지 않으면 퇴근할 수 없다.” 같은 문장이었다. 질문에 맞춰 대답하지도 않았다. 헥터는 손을 내렸다. 환영이든 남겨진 기억이든, 그 그림자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했다. 아일린은 방 안쪽에 놓인 열여섯 개의 선반을 살폈다. 제2저장고의 표식과 같은 형상이 있었다. 각 선반에는 누군가 사용했던 조리 도구가 놓여 있었다. 깨진 도마, 손잡이가 닳은 국자, 오래된 밀가루 자루, 갈라진 계량컵. 그러나 그중 어떤 것도 실종 요리사의 현재 생존을 확인하는 증거는 아니었다. “이것들이 모두 그 사람들의 물건일까요?” 아일린이 물었다. “가능성은 있어요. 각자 언제 들어왔고, 누가 확인했는지부터 살펴봐야죠.” 도현이 대답했다. 수조 뒤에는 낡은 나무 문이 있었다. 문 위의 문장은 뜻밖에도 평범했다. [청소 도구실.] 도현은 그 글씨가 마음에 걸렸다. 왕실의 복잡한 장치가 감춰 놓은 곳에 청소 도구실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게 오히려 진실에 가까워 보였다. 그 안에는 걸레와 솔, 오래된 쟁반이 가지런히 보관되어 있었다. 구석의 작은 장부 하나만 유난히 새것처럼 보였다. 헥터가 말했다. “아버지는 접시를 닦는 순서를 매번 기록하셨소. 깨진 접시가 섞이면 손을 다치니까.” 장부 첫 장에는 식사 수령자의 이름이 아니라 세척 날짜만 있었다. 둘째 장부터는 이름이 흐려진 접시의 숫자가 적혀 있었다. 어떤 날은 열두 개, 어떤 날은 한 개, 어떤 날은 한 개도 없었다. 몇 년 뒤부터 수량이 이상하게 늘어났다. [미수령 접시 16개, 증언 보존 대기.] 아일린이 손을 떨었다. “미해결 증언 열여섯 개와 숫자가 같아요.” “같다고 해서 같은 사건은 아니죠.” 도현이 말했다. “하지만 대조할 근거는 생겼습니다.” 그들이 원본 페이지를 기록하는 사이, 수조의 그림자가 갑자기 바뀌었다. 중년 남자가 아이의 손을 붙잡고 있었다. 아이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남자는 문을 향해 외쳤다. “배식 담당이 아니면 이름을 쓸 수 없어! 그릇을 하나 남겨야 해!” 목소리가 멎자 제자리로 돌아왔다. 아까와 같은 문장만 반복했다. 도현은 그 짧은 발화에 시간이 섞여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원본 기억과 반복 명령이 같은 곳에 붙어 있었다. 그때 바깥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브론의 외침이었다. “주방장님! 밖에서 마지막 접시를 내라고 합니다!” 리데아는 이미 만찬장으로 돌아갔고, 유리판에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었다. 대관 전야 만찬이 자동 종료될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도현은 장부를 챙기려 했지만 손끝이 굳어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 아일린이 대신 사본을 보관했다. “당신은 혼자 모든 걸 들 필요 없어요.” 그녀가 말했다. 헥터는 수조의 환영을 마지막으로 바라보았다. “아버지를 찾으러 다시 오겠소. 하지만 오늘은 이 방에 남은 사람을 세는 일이 먼저겠지.” 그는 원본을 함부로 뜯지 않았다. 장부의 표지와 보관 위치를 표시하고, 세 사람 각자 서로 다른 내용을 기억해 확인했다. 나중에 문이 사라지더라도 증언을 비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복도를 돌아나오는 동안 수조에서 세 번 두 번의 소리가 다시 울렸다. 이번에는 더 깊은 곳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모두를 대신해 식사를 끝내지 마세요.” 도현은 걸음을 멈췄다. 이전까지 반복되던 명령과 달리, 이번 문장은 그들이 한 행동에 반응한 것처럼 들렸다. 하지만 그 말을 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그들은 문 밖으로 나왔다. 만찬장에는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일곱 번째 의자 위에 뜨거운 검은 빵이 하나 놓여 있었다. 도현이 만든 빵은 아니었다. [마지막 접시 제공 준비 완료.] [지정 조리자 확인만 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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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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