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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153화
PAYLUA ORIGINAL · 제153화

153화. 하녀가 먹지 않은 세 접시

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3,870자

오프라인 책장
여덟 번째 주방 앞에서 밤을 샐 수는 없었다. 왕실 경비대는 오후 점검이 끝났으니 외부 조리자들이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 헥터는 자신이 평생 일한 주방에서 무엇을 확인하는 데도 허락이 필요한 상황에 분개했지만, 지금 당장 문을 열어서는 안 된다는 데는 동의했다. 접시에서 들리는 소리가 기억인지 유인인지 검증할 사람이 없었다. 도현은 왕궁 후문에 도착해서야 손에 힘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석화된 손목을 장갑 아래에 감추자 브론이 슬쩍 곁에 섰다. “괜찮다고 하시겠죠?” “아프다는 말을 하려고 했습니다.” 브론은 당황해 입을 다물었다. 도현이 웃었다. “너무 오래 버텼어요. 오늘 저녁은 쉬어야겠습니다.” “그럼 저도 쉬어도 됩니까?” “설거지까지요.” 브론은 고개를 숙였다. “세상은 역시 쉽게 변하지 않는군요.” 그들이 도착한 숙소는 왕궁 안의 호화로운 별관이 아니었다. 도현은 왕궁으로부터 지급되는 숙식이 대리 수령 기록으로 돌아올 가능성을 꺼렸고, 아일린의 허락을 받아 외곽의 작은 여관을 빌렸다. 요리하지 않아도 저녁값을 치러야 한다는 사실이 왠지 마음에 들었다. 여관 주인은 먼저 돈을 받고 음식을 내놓았다. 도현은 며칠 만에 누군가의 메뉴판을 손님 자격으로 읽었다. 감자구이와 버섯수프가 있었다. 종이 옆에는 ‘뜨거우니 천천히 드십시오’라는 글씨가 삐뚤게 붙어 있었다. “이곳은 참 괜찮군요.” “먹지도 않으셨는데요?” 에스텔이 물었다. “뜨겁다고 적어 놨잖아요.” 식사가 시작되려던 때, 한 소녀가 여관의 뒷문으로 들어왔다. 왕궁 하녀복 위에 낡은 외투를 걸쳤고, 발목까지 젖은 치마에는 석회 가루가 묻어 있었다. 그녀는 도현을 찾았다. 이름은 니아, 열일곱 살. 왕궁 접시 세척실에서 일했다. “여덟 번째 주방을 보셨다고 들었어요.” 브론은 바로 문을 잠그려다가 소녀가 내민 작은 나무 토막에 멈췄다. 토막에는 헥터 아버지의 숟가락 소리와 같은 세 번, 두 번의 홈이 파여 있었다. “어디서 받았습니까?” 도현이 물었다. “세척실에서 주웠어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그 물건이 있었어요. 그런데 어제 제 이름이 사라졌어요.” 니아는 하녀 명부의 사본을 펼쳤다. 자신의 이름 아래에 세 끼 식사가 지급됐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먹은 것은 부엌에서 몰래 얻은 찬 빵 한 조각뿐이었다. 더 이상한 건 세 접시의 수령인이 모두 다른 이름이라는 점이었다. 첫 접시는 니아, 둘째는 니아의 죽은 어머니, 셋째는 ‘아직 오지 않은 아이’였다. “어머니는 십 년 전에 돌아가셨어요. 저는 아이도 없어요.” 오르델이 기록의 날인과 날짜를 확인했다. “대관식 준비위원회 배식 증명서군요. 발급은 오늘 아침입니다.” “이러다 제가 없는 사람까지 먹였다고 하는 거 아닐까요?” 니아의 목소리가 떨렸다. 도현은 저주를 고쳐 주겠다는 약속부터 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가 실제로 오늘 무엇을 먹었는지 확인했다. 니아는 점심에 물을 마셨고, 늦은 오후에 빵 조각을 받았다. 그 빵을 준 사람은 세척실의 노파였다. 누구에게 얼마를 받았는지도 모르지만, 노파는 ‘나중에 갚지 않아도 된다’고 분명히 말했다. “그럼 세 접시 중 오늘 먹은 건 한 접시도 아니군요.” 도현이 말했다. “맞아요.” “그 사실을 적어 둘 수 있습니까? 제가 대신 쓸 수도 있지만, 니아 씨가 쓰는 편이 더 확실해요.” 니아는 펜을 들었다. 종이 위에 손이 떨렸다. 세척실에서는 이름을 쓸 일이 없었기에 서툰 글씨가 삐뚤게 이어졌다. 그러나 누구도 글씨를 대신 고치지 않았다. 그때 여관 밖에서 발걸음이 들렸다. 니아는 이의를 적은 종이를 접으려다 손을 멈췄다. “제가 어머니 얘기를 자꾸 하는 건 이상한가요?” 도현은 그녀가 내민 문장을 다시 보았다. 어머니는 오래전에 세상을 떠났는데도 오늘 아침 접시 한 개를 수령한 사람으로 등록되어 있었다. “왜 이상하겠어요?” “왕궁에서는 돌아가신 사람 이름을 입에 올리면 일을 늦춘다고 해요. 그런데 집에서 어머니가 만들던 수프의 냄새가 아직 생각나요. 다른 건 기억이 잘 안 나는데 그것만 떠올라요.” 니아는 어머니가 감자를 깎는 방식까지 자세히 설명했다. 껍질을 두껍게 벗기면 먹을 게 줄어든다며 칼을 돌려 잡았다고 했다. 그 손놀림을 어렸을 때 따라 하려다가 손가락을 베었고, 어머니는 그 뒤로 한동안 칼을 만지지 못하게 했다고 했다. 도현은 그 이야기가 아주 평범해서 더 오래 귀에 남았다. 자신의 어머니 미역국 맛은 잊었지만, 어머니가 부엌에서 등을 돌려 보이던 모습까지 잃은 것은 아니었다. 기억 저주가 하나의 맛을 지워도 사랑했던 시간이 전부 지워지는 것은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말해 본 적이 있었다. “그 수프를 직접 만들 수 있습니까?” 도현이 물었다. “잘 모르겠어요. 집에서는 감자도 비싸서 자주 못 먹었거든요.” “그럼 다음에 재료가 있을 때 같이 만들어 봅시다. 다만 어머니와 꼭 같은 맛을 내야 하는 건 아니에요.” 니아는 의외라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그럼 실패한 것 같지 않나요?” “저도 요리하다 실패한 적이 많아요. 어떤 때는 재료가 달라서 다른 맛이 나는 게 맞습니다.” 니아는 조금 웃었다. “그럼 기억이랑 다른 맛이 나도 괜찮겠네요.” “오늘 닭고기 수프를 끓이는 중이니 우선 그걸 드실래요? 값은 제가 냅니다. 빚으로 적지 않을게요.” 니아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물만 마시고 싶어요. 배가 뒤집힐 것 같거든요.” 도현은 그 선택을 받아들였다. 말을 듣는 사람이 자신을 구해 주겠다고 서두르지 않는다는 사실에 니아는 조금 안심한 표정이었다. 그때 문밖에서 갑작스러운 구두 소리가 들렸다. 니아는 표정이 다시 굳었다. 왕실 문양을 단 두 남자가 들어와 니아를 지목했다. 세척실 물품 반출 조사에 협조해야 한다는 명령이었다. “증인 보호 신청을 해 두었습니다.” 아일린이 문가에서 말했다. 조금 전 연락을 받은 공주가 먼저 도착해 있었다. “그녀가 가져온 물건의 출처를 확인하기 전에는 강제로 데려갈 수 없습니다.” 한 남자가 발끈했다. “공주 전하, 왕궁 물품을 훔친 사람에게 왕실이 왜 관대해야 합니까?” “아직 훔쳤는지 확인되지 않았어요.” 아일린이 대답했다. “그리고 왕궁이 누군가에게 먹이지 않은 세 끼를 먹였다고 기록했다면, 그것도 확인해야 합니다.” 남자들이 돌아간 뒤 니아는 온몸을 떨었다. 에스텔이 마법으로 그녀를 잠재우려 하자 도현이 막았다. “당사자가 원하면 해 주세요. 지금은 따뜻한 물이 먼저일 수도 있습니다.” 니아는 물을 마시고 조금 숨을 골랐다. 그녀는 헥터의 아버지를 본 적 없다고 했다. 그러나 여덟 번째 주방으로 통하는 배수구에서 매일 새 접시가 나온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접시에는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다가, 세척실 물에 담그면 이름이 지워졌다. “지워진 이름은 어디로 가죠?” 브론이 물었다. 니아는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어요. 그런데 접시를 닦는 사람이 하루에 하나씩 이름을 잊어버리는 날이 있어요. 전날 같이 일하던 하녀 이름도 기억이 안 나요. 분명 있었는데.” 도현의 기억 저주가 반응하듯 관자놀이가 욱신거렸다. 그는 자신이 잊은 미역국 맛과 타인의 이름을 잊어버리는 고통 사이에 공통된 기척을 느꼈다. 그렇다고 두 저주가 동일하다고 확신하지는 않았다. “니아 씨, 마지막으로 이름을 잊은 건 언제였습니까?” “어제요. 여덟 번째 주방에서 은접시를 한 묶음 가져오라고 한 날.” 그녀가 내민 나무 토막의 뒷면에서 지워졌던 글씨가 천천히 나타났다. [세척한 접시 열여섯 장. 주인 확인 실패.] 에스텔이 숨을 들이켰다. 열여섯이라는 숫자가 우연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중앙 명부실의 미해결 증언과 너무 정확히 겹쳤다. 도현은 니아가 쓴 한 문장을 다시 읽었다. '나는 세 접시를 먹지 않았다.' 그것은 짧지만 지울 수 없는 증언이었다. 그리고 누군가 그 증언을 지우러 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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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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