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식 준비가 시작된 왕궁의 새벽은 축제라기보다 공사장에 가까웠다.
사람들은 붉은 융단을 나르고, 기둥마다 흰 천을 두르고, 금박이 벗겨진 접시를 닦았다. 수도 없이 반복되는 망치 소리가 북쪽 회랑을 울렸다. 하인들은 손님이 오기 전까지 작업의 흔적을 모두 감추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노동의 냄새까지 지울 수는 없었다. 젖은 목재와 마른 풀, 끓는 아교의 냄새가 대리석 바닥 위를 떠돌았다.
브론은 회랑 한가운데에서 걸음을 멈췄다.
“이만큼 차려 놓고 사람들은 왜 왕궁에서 일하는 걸 부끄러워합니까?”
“일하는 걸 부끄러워하는 게 아니에요.” 도현이 말했다. “일한 사람이 보이지 않게 만드는 게 문제죠.”
조리실까지 가는 길에 일행은 식당에서 일하던 세척 노동자 몇 명을 만났다.
새벽부터 유리잔을 닦은 사람들은 손에 바른 기름이 모두 씻겨 나가 손등이 트고 있었다. 그들은 도현 일행이 왕궁의 손님이라 생각하고 길을 터 주었다. 그러나 도현은 지나치지 않고 누구에게 재료 지급표를 확인받아야 하는지 물었다. 가장 어린 세척 노동자가 동그란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요리사님, 저희는 음식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접시 닦는 사람인데요.”
“그릇이 깨끗해야 음식도 안전하니까요. 그릇 하나 깨졌다고 임금에서 빼는지도 알고 싶고요.”
사람들이 서로를 바라봤다. 늙은 세척 노동자 하나가 작은 헝겊을 내밀었다. 안에는 오래된 배상 청구서가 들어 있었다. 왕궁에서 깨진 접시의 비용을 직원에게 청구한 문서였다. 도현은 그 문서의 날짜를 확인했다. 수십 년 전 일이었지만, 최근 문서에는 같은 양식이 남아 있었다.
“우리 식당도 그릇이 깨지면 직원이 돈을 내라고 농담하긴 하는데.” 브론이 말했다.
“그건 사장님께 항의할 계획이었습니다.” 도현이 답했다.
에스텔이 헛기침했다. “그릇이 저주 때문에 깨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생각해 봐.”
노인들이 작게 웃었다. 그러나 그 웃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왕궁의 세척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이름이 장부에 적힐 때마다, 실제로 손에 쥐지도 않은 음식과 그릇이 함께 계산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다만 어디에 항의해야 하는지 몰랐다.
오르델은 그들의 종이를 별도 증거로 받아 적었다. “대관식 심리에 지금 당장 다 올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최초 계약과 이어지는 항목은 확인할 수 있겠습니다.”
도현은 말했다. “완전한 증거가 되지 않아도 받은 사람과 보관한 사람을 남겨 두세요.”
왕궁의 가장 높은 곳에서는 왕관이 빛나고 있었지만, 발밑의 복도에는 누가 닦았는지 이름도 없는 접시들이 끝없이 쌓여 있었다. 도현은 그 광경을 쉽게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는 손목에 천을 감았다. 오래된 석화 저주가 새벽 추위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왕궁에 오기 전 에스텔이 손 상태를 확인했고, 이틀 연속 칼질을 오래 하지 않도록 역할을 나누기로 했다. 브론은 칼 대신 냄비를 옮기는 일만 하라는 지시를 받자 자신이 노동에서 해방된 것 아니냐며 기뻐했지만, 곧 대형 냄비 여섯 개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해방은 잠시였군요.”
“그러게 직원이라고 했잖아요.”
왕실 주방장은 데리고 온 요리사를 한참 내려다보았다. 이름은 헥터. 모자를 높이 세우고 흰 수염을 촘촘히 묶은 노인이었다. 그는 도현이 가져온 식재료 목록을 넘겨보고 코웃음을 쳤다.
“왕위 계승자의 만찬에 보리, 양파, 말린 사과라니. 귀족 손님들을 농사꾼으로 만들 셈인가?”
“그분들이 먹을 음식은 따로 준비하신다면서요. 제 몫은 제0식탁의 원본을 확인할 조리예요.”
“그럼 계약을 확인하는 데 맛은 필요 없겠군.”
“맛이 없으면 손님이 안 먹죠.”
헥터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문을 열었다. 그 뒤로 일곱 개의 주방이 이어져 있었다. 첫 번째는 제과실, 둘째는 육류 조리실, 셋째는 채소와 저장 식품을 손질하는 방, 넷째는 왕실 음료실이었다. 뒤로 갈수록 주방은 좁아졌고, 일곱 번째는 창문 하나 없는 밀실이었다.
도현은 문턱에서 멈췄다.
“여기 환기구는 어디 있습니까?”
헥터가 눈을 가늘게 떴다. “왕실 마법이 공기를 정화한다.”
“누가 확인했죠?”
“왕실 안전관이.”
“점검 기록을 보여 주세요.”
헥터는 황당하다는 듯 오르델을 바라보았다. 오르델은 말없이 서류를 꺼냈다. 기록에는 일곱 번째 주방에서 최근 십 년 동안 불을 피운 적이 없다고 적혀 있었다. 그런데 바닥에는 새 그을음이 남아 있었다.
“기록상 사용하지 않은 곳에서 불이 났군요.” 도현이 말했다.
바닥의 검댕은 소량의 기름에 반응해 파랗게 번졌다. 에스텔은 무릎을 굽혀 손끝에 작은 보호막을 띄웠다.
“이건 일반 장작의 재가 아니야. 서명 마법에 쓰는 봉인 왁스를 태운 흔적이야.”
그 순간 주방 벽에서 문 하나가 나타났다. 일곱 번째 주방의 뒤쪽인데도 위치상 들어갈 공간이 없었다. 헥터의 얼굴이 굳었다.
“저런 문은 없었소.”
브론이 문틈을 맡았다. “안에서 음식 냄새가 나는데요. 생고기나 구운 빵도 아니고…… 사람들이 밥을 먹고 난 뒤의 냄새가 납니다.”
“그런 냄새도 구별합니까?” 도현이 묻자 브론이 어깨를 으쓱했다.
“모두가 다 먹은 식당에는 따뜻한 김이 남죠. 그런데 저기는 식어 가는 그릇 냄새만 나요. 이상해요.”
문에는 작은 은판이 박혀 있었다.
[여덟 번째 주방. 왕실이 제공했다고 기록된 미완성 식사 보관소.]
도현은 손잡이를 잡지 않았다. 문 위의 문장에서는 식사를 만들어 냈다는 사실과 먹였다는 사실을 일부러 혼동하고 있었다. 그동안 그들이 맞서 온 수많은 장부의 논리와 같았다.
“정식 출입 절차가 있습니까?”
헥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벽에서 한 뼘 물러서더니 목을 가다듬었다.
“내가 이 주방 책임자로 일한 지 마흔 해요. 그런데 이 문은 처음 봅니다.”
“왕궁에서 일해도 모를 수 있죠.” 도현이 말했다. “문이 진짜 없던 것일 수도 있고요. 일단 들어간 사람 기록부터 찾아봅시다.”
헥터의 조리사 명부는 평범했다. 요리사와 보조들의 근무표, 들어온 재료와 버린 음식의 중량이 매일 적혀 있었다. 그런데 서른두 해 전 기록의 끝에는 이상한 이름이 하나 있었다.
[제8주방 담당자: 식사를 끝내지 못한 사람.]
“사람 이름이 아니잖아요.” 브론이 말했다.
그때 일곱 번째 주방의 오븐이 혼자 열렸다. 따뜻한 공기는 없었다. 대신 낡은 접시 수십 개가 쇠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도현은 급히 브론에게 뒤로 물러나라고 손짓했다. 접시는 바닥에서 깨지지 않았다. 하나씩 뒤집히더니 밑바닥을 보였다.
[완성으로 보고.] [실제 제공 시각: 미기재.] [수령자: 빈자리.]
에스텔은 표정이 굳었다. “여기가 수십 년 동안 먹이지 않은 음식들을 완성했다고 처리한 곳인가 봐.”
“저주가 쌓인 그릇이라면 건드릴 수 없겠네요.” 브론이 말했다.
도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실물이라면 보존 상태는 확인할 수 있어요. 식사를 받지 못한 사람이 누구였는지도요.”
한참 만에 헥터가 낮게 말했다.
“어릴 때 아버지가 한 말이 있소. 왕실의 주방은 일곱 개이지만, 가장 많은 사람을 굶기는 주방은 여덟 번째라고.”
도현이 돌아보았다. “아버지도 요리사셨습니까?”
“그분은 요리사가 아니라 그릇을 닦는 사람이었소. 서른두 해 전 어느 날 일을 그만두었지. 그 뒤로 누구도 여덟 번째 주방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소.”
문 안쪽에서 누군가 아주 작게 숟가락으로 그릇을 두드렸다. 세 번. 잠시 쉬고 다시 두 번.
브론의 귀가 바짝 섰다. “안에 사람이 있어요.”
헥터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소리는…… 아버지가 퇴근할 때마다 나를 부르던 소리요.”
그러나 도현은 소리를 기억이라고 단정하지 않았다. 이 왕궁은 살아 있는 사람의 목소리도 서명으로 바꿀 수 있는 곳이었다. 그는 오르델에게 접시와 문을 기록하라고 한 뒤, 헥터에게 물었다.
“아버님이 마지막으로 집에 돌아온 날, 저녁은 드셨습니까?”
헥터의 눈에서 오래된 두려움이 번졌다.
“아니. 그날부터 누군가 아버지 몫의 저녁을 대신 받았다고 적혀 있었소.”
제152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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