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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15화
PAYLUA ORIGINAL · 제15화

15화. 공짜 식사에 숨은 값

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5,387자

오프라인 책장
다음 날 아침 식당 문을 두드린 사람은 왕실 관리가 아니었다. 녹색 외투에 커다란 가죽 가방을 멘 중년 남자가 조심스럽게 들어왔다. 그의 얼굴은 말끔했지만 눈 밑에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 사람 특유의 그늘이 있었다. “식당 위생 감사관 벨리온입니다. 혹시 오늘도 영업합니까?” 브론은 대답하기도 전에 도현을 바라봤다. “저분은 거짓말하면 개구리 소리가 나는 분이잖아요.” “브론, 손님 앞에서 그렇게 소개하면 안 됩니다.” 도현이 말했다. 벨리온은 귀 끝까지 붉어졌다. “내게는 왕국 공무원의 품위가—꿱!” 식당 안에 짧은 정적이 흘렀다. 토마가 주방 뒤에서 웃음을 참느라 고개를 숙였다. 벨리온은 이마를 짚었다. “좋아. 나도 그 품위가 별로 남지 않은 건 알고 있어.” 도현은 그에게 자리를 안내했다. 얼마 전 거짓말 저주와 발설 금지 저주 때문에 고통받던 사람이었다. 강제로 치료하지 않고 따뜻한 음식을 내준 뒤로, 그는 조금씩 말을 조심하는 법을 배운 듯했다. “오늘은 위생 점검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왔습니다.” 벨리온이 말했다. “어떤 음식을 드릴까요?” “그 전에 이걸 보시오.” 그는 가방에서 낡은 사본 한 장을 꺼냈다. 종이는 두 겹으로 이어져 있었고, 아래쪽에는 구호위원회의 실인이 희미하게 찍혀 있었다. [구호 수혜자 정리 명단.] [대상: 연락 불능, 신원 미상, 채권 이전 불가 인원.] [처리 방안: 보관 대상 전환.] 도현은 이름들을 훑다가 손가락을 멈췄다. 토마와 미나의 가족 이름이 있었다. 바로 옆에는 브론의 고향과 같은 지명이 적혀 있었다. “이걸 어디서 얻으셨습니까?” 벨리온은 컵의 손잡이를 만지작거렸다. “위생국이 최근 구호 시설에도 점검을 나가고 있소. 그런데 점검 항목에 음식 보관 상태보다 주민 신원 확인이 먼저 있었지. 의아해서 옛 문서를 찾았소.” “누가 지시했나요?” 그는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목구멍에서 아주 작은 개구리 울음이 났다. “그 이름은 아직 말할 수 없소. 하지만 지시문은 보여 줄 수 있지.” 도현은 사본을 받아 들었다. 지시문에는 ‘식탁의 마지막 정산’이라는 표현이 반복되어 있었다. 날짜는 삼 일 뒤였다. 왕실이 이미 공표한 자선 만찬과 같았다. “본 만찬 날짜가 바뀌지 않았군요.” “바뀌었소. 궁에서 하는 건 사전 만찬이야. 진짜 행사는 왕도 전역에서 열린다고 하더군.” “어떻게요?” “왕실 구호 식사를 배급소, 여관, 사원까지 뿌릴 거요. 사람들이 평범한 저녁 식사처럼 받아 먹게 만들려는 거지.” 도현은 냄비에 넣으려던 소금통을 내려놓았다. 고문관은 마지막 한 숟갈을 요리사에게 먹이려 하고 있었다. 동시에 왕도 전체에 새로운 식탁을 깔 계획이라면, 저주가 단지 기존 계약을 정산하는 데서 끝나지 않을 수 있었다. “그 음식을 먹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설명할 예정입니까?” 벨리온이 씁쓸하게 웃었다. “'왕실이 제공하는 기적의 무료 식사'라고 쓰겠지.” 도현은 벽에 걸린 메뉴판을 바라봤다. 가격을 명확하게 쓰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달았다. 무료라고 말하고 뒤에서 다른 값을 가져가면, 그것은 음식이 아니라 함정이었다. 그는 벨리온에게 조리 중이던 감자 파이를 내놓았다. 전날 남은 채소를 잘게 썰고 기름을 적게 넣은 음식이었다. 벨리온은 한입 먹더니 눈을 감았다. “좋군.” “이번에는 거짓말이 아닌가 보네요.” “맛에 관해서는 원래 거짓말을 잘 안 하오.” 브론이 옆에서 물었다. “감사관님, 그럼 지난번에 저희 주방이 깔끔하다고 하신 건?” “꿱.” 그들이 웃는 동안 토마는 뒤에서 미나의 식사를 챙겼다. 도현은 아이에게 오늘만큼은 일하지 말고 쉬라고 해 두었다. 토마는 무슨 일이든 돕고 싶어 했지만, 빚을 갚아야 한다는 마음에서 벗어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벨리온은 식사를 마친 뒤 주머니에서 은화 몇 닢을 꺼냈다. “값을 받으시오. 오늘 식사는 공식 업무도, 개인적인 호의도 아니오. 내가 돈을 내고 먹은 것이오.” 도현은 값을 받고 장부에 적었다. “받았습니다. 영수증도 드리죠.” “영수증까지?” “맛있게 먹은 건 기억에 남지만 금액은 자꾸 잊히는 세상이라서요.” 벨리온이 영수증을 받는 순간, 레온의 숟가락에 은빛 줄 하나가 그어졌다. 도현의 시야에 짧은 문장이 나타났다. [자발적 대가 지불: 확인.] [원래의 식탁 채무와 무관한 정상 거래.] 그는 벨리온에게 잠깐 기다려 달라고 부탁했다. 장부를 열어 저주 없이 완료된 거래를 다시 확인했다. 손님은 돈을 냈고, 요리사는 음식만 제공했다. 누구의 기억도 움직이지 않았다. “왜 그렇게 놀라시오?” “이런 거래를 식탁이 인정했다는 게요.” “그게 뭐 특별한 일이오?” “여기선 특별한 모양입니다.” 도현은 잠시 주방으로 들어가 세척대의 작은 종이를 가져왔다. 거기에 베네딕트에게 배운 왕실 시식회 위생 점검표를 옮겨 적었다. 오래된 양식이었지만 도현은 몇 가지 질문을 더했다. [재료 구입처는 분명한가.] [조리 중 누군가 강제로 넣은 재료가 있는가.] [손님이 알고 동의하지 않은 대가가 있는가.] 벨리온은 종이를 훑고 인상을 찌푸렸다. “마지막 항목은 위생 점검과 관계가 없는데.” “음식을 먹고 기억을 잃는 나라라면 아주 중요한 위생 항목 아닐까요?” “그걸 위생국 규정으로 넣으라는 건가?” “아니요. 공식 규정이 되기 전이라도 사람들이 질문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벨리온은 서류 가장자리를 두드렸다. 원래 위생 감사관은 재료가 상했는지, 조리실이 깨끗한지만 확인한다. 그러나 왕실의 구호 사업에서는 그보다 위험한 것을 놓치고 있었다. 그는 급하게 들고 다니던 수첩을 펼쳤다. “사실 식당 몇 곳에서 새 재료를 배급받았소. '검은 시럽'이라는 이름으로 왔지. 맛이 좋아진다고 설명했는데, 보관 날짜도 원산지도 적혀 있지 않았소.” “그걸 쓰는 식당이 많습니까?” “적어도 여덟 곳이오. 나는 이상하다고 보고했지만 상부에서는 조사할 필요가 없다고 했소.” 도현의 얼굴이 굳었다. 본 만찬을 위한 준비는 왕궁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었다. 평범한 식당들이 좋은 재료라는 말만 믿고 그 시럽을 사용한다면 저주는 순식간에 퍼질 수 있었다. “그 여덟 곳을 알려 주세요. 시간이 있으면 직접 찾아가겠습니다.” 벨리온은 당황한 표정으로 수첩을 닫았다. “그쪽으로 가면 위생국을 적으로 돌릴 걸세.” “그쪽 손님도 제가 만든 음식을 먹는 손님과 다르지 않으니까요.” “그 말은 책임이 크다는 뜻이야.” “압니다. 하지만 규정을 믿고 있는 사람들에게 검은 시럽의 진실을 알릴 수는 있겠죠.” 벨리온은 망설이다가 주소 여덟 개를 적었다. 식당 이름 옆에는 곡식 창고와 연결된 도장 번호까지 붙였다. 그는 종이를 건네며 낮게 말했다. “내 이름은 아직 드러내지 마시오. 안 그러면 다시는 이런 자료를 가져오지 못할 테니.” 도현은 그 약속만큼은 지킬 수 있다고 답했다. 도현은 서랍에서 아침에 받은 폐기 명단 사본을 꺼냈다. 고문관이 들고 다니는 장부와 이 식당의 장부가 서로 다른 원칙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한쪽은 모든 식사를 계약으로 만들려 했고, 다른 쪽은 거래마다 누가 무엇을 주고받았는지 분명히 적었다. 둘이 충돌한다면 어느 쪽이 우선할까. “벨리온 씨. 왕국의 구호 장부는 누가 감사합니까?” 그는 대답 대신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공식적으로는 구호위원회가 스스로 점검하오. 외부 감사 권한은 없소.” “만든 사람이 자기가 만든 걸 검사한다고요?” “맞소.” “식당에서도 그러면 손님이 한 번 먹고 다신 안 오죠.” “왕국은 손님이 나갈 수 있는 식당이 아니라서 문제지.” 둘은 잠시 서로를 바라봤다. 벨리온은 아까보다 더 어두운 표정이었다. 벨리온이 떠난 뒤 도현은 가게를 잠깐 닫았다. 검은 시럽을 배급받은 여덟 식당에 같은 시간 안에 직접 갈 수는 없었다. 그는 자신이 아는 요리사 네린에게 간단한 편지를 보냈다. 왕실 시식회에서 향신료 소스를 나눠 주려 했던 젊은 요리사였다. [검은 시럽이 들어오면 조리에 쓰지 마십시오. 성분과 공급 기록을 따로 보관해 주십시오. 위험 여부를 조사 중입니다.] 네린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답장을 보내 왔다. [이미 상자 한 개가 들어왔습니다. 냄새가 이상해서 열지 않았습니다. 창고에 봉인하겠습니다.] 도현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자기 기술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서로 믿고 질문할 수 있는 요리사 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든든했다. 그는 나머지 식당에도 무조건 겁을 주기보다 확인할 수 있는 정보를 보내 달라는 쪽지를 썼다. 일부는 답하지 않겠지만 적어도 나중에 누가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는 기록될 것이다. 저녁 장사가 시작되기 전, 도현은 벽의 메뉴판을 고쳤다. 맨 아래에 한 줄을 더 썼다. [재료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으면 조리 전에 물어보세요.] 브론이 읽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손님들이 귀찮게 질문할 텐데요.” “그게 더 낫죠. 아무것도 모르고 먹는 것보다는.” “저는 오늘 감자 수프에 고기가 들어가는지 질문하겠습니다.” “당신 그릇에는 안 들어갑니다.” “이건 차별이라니까요!” 도현은 웃었지만 속으로는 다음 만찬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계산하고 있었다. 재료 하나를 막는 것으로는 끝나지 않는다. 누가 그 시럽을 만들고, 누구의 이름으로 배급하는지도 찾아야 했다. 그날 오후 도현은 에스텔에게 부탁해 식당 창고의 마법 장부를 살폈다. 옛 기록의 빈 칸에는 시대마다 다른 요리사의 이름이 있었고, 어떤 페이지에는 손님이 먹지 않은 마지막 한 숟갈이 검은 얼룩으로 남아 있었다. 레온의 기록이 시작된 곳에는 독특한 문장이 적혀 있었다. [첫 주인 승인 조건: 미지급 비용을 설명할 수 있는 자.] 그러나 그 아래 이어져야 할 이름은 찢겨 있었다. 도현이 페이지를 빛에 비추자 종이 뒤에 희미하게 눌린 자국이 나타났다. [왕국의 첫 구호 비용 납부자: 미확인.] “첫날부터 돈을 낸 사람이 없다고요?” 에스텔이 창고 문에서 말했다. “그날 모두가 굶주렸으니까. 누군가는 밥을 먼저 만들어야 했어.” “밥을 먼저 만드는 것과, 나중에 누구에게나 비용을 청구하는 건 다릅니다.” “레온도 그걸 뒤늦게 알았지.” 도현은 찢긴 부분의 끝을 손가락으로 만졌다. 종이의 결이 다른 곳보다 매끈했다. 오래되어 떨어져 나간 게 아니라 누군가 날카로운 도구로 잘라 낸 흔적이었다. “누가 납부자 이름을 지웠습니까?” 에스텔은 고개를 돌렸다. “모르는 사람은 아니야.” 도현은 그녀가 이번에도 끝까지 말하지 않을 것을 직감했다. 그때 창고의 잠긴 서랍이 저절로 덜컹거렸다. 서랍 틈으로 새하얀 종이 한 장이 밀려 나왔다. [식당 소유권 심사 제3문항 예고.] [누가 마지막 한 숟갈을 먹어야 하는가?] [주의: 답변이 확정되면 철회할 수 없음.] 도현은 종이를 접지 않았다. 마지막 문항의 답은 아직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했다. 자신을 대신해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는 답만큼은 쓰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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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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