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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147화
PAYLUA ORIGINAL · 제147화

147화. 열여섯 개의 서명 없는 목소리

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4,182자

오프라인 책장
동쪽 수로의 입구는 왕궁 벽 아래로 난 좁은 구멍이었다. 배수문을 열자 차가운 물 냄새가 몰려왔다. 도현은 장화를 단단히 묶고 하엘이 준 유리등을 들어 올렸다. 미라가 남아 있는 제2저장고를 떠올리자 물길을 무턱대고 여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 새삼 느꼈다. 오르델은 수로의 물높이를 확인하고, 토렘은 출입구에서 지키기로 했다. 문제가 생기면 문을 닫는 사람이 필요했다. “끝까지 들어가시겠습니까?” 도현이 하엘에게 물었다. “내 발로 들어가겠다고 정했으니 들어가지.” 하엘은 구리 열쇠를 쥐고 앞장섰다. 종탑 밑의 길은 왕궁 도면과 달랐다. 처음에는 흙과 자갈이 깔려 있었으나 깊숙이 들어갈수록 바닥이 납작한 돌로 바뀌었다. 그 돌마다 작은 접시 모양 홈이 파여 있었다. 물방울이 홈을 건드릴 때마다 서로 다른 높이의 소리가 났다. 브론이 귀를 세웠다. “발소리가 일곱 개로 들립니다. 우리보다 하나 많아요.” “누가 따라옵니까?” 에스텔이 물었다. “아뇨. 빈 공간이 우리의 발소리를 한 번 더 돌려주는 것 같아요.” 도현은 돌아본 뒤 빈 수로에 마지막으로 발을 디뎠다. 물소리가 진짜 사람의 발자국처럼 뒤를 따랐다. 그들은 말을 줄였다. 설명하지 못하는 소리에 성급히 사람의 이름을 붙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지막 굽이를 지나자 커다란 돌문이 나타났다. 손잡이가 없는 문에는 글씨가 한 줄 새겨져 있었다. [열람자는 증언의 주인이 될 수 없다.] 오르델이 오래된 왕실 문자로 읽어 주었다. 도현은 그 문장을 몇 번 되뇌었다. 지금껏 그들이 마주친 계약 장치와는 반대되는 원칙이었다. 누군가의 말을 열람한다고 그 말을 자기 소유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뜻이었다. 하엘이 여섯 홈이 파인 열쇠를 밀어 넣었다. 문은 소리 없이 열렸다. 안쪽에는 곡식 창고처럼 높은 선반들이 있었다. 그러나 자루 대신 얇은 금속판과 서류들이 층층이 꽂혀 있었다. 가운데에는 작은 원형 탁자가 놓였고, 탁자 주위에는 의자 여섯 개만 있었다. 일곱 번째 의자의 자리는 매끈한 돌바닥이었다. “의자가 처음부터 없었어요.” 아일린이 중얼거렸다. “여긴 원본을 읽는 방이고, 위는 수령인을 만드는 장치군요.” 도현이 말했다. 방 안의 공기는 의외로 건조했다. 수로 바로 옆에 있으면서도 서류에는 물기가 배지 않았다. 선반 옆 돌틈에서 따뜻한 공기가 일정하게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도현은 화덕이 있는 곳을 찾아보려 했지만 원형 탁자보다 안쪽에는 돌문이 하나 더 있었다. 그 문은 잠겨 있었고, 손잡이에 붉은 밀랍이 두텁게 발라져 있었다. “수백 년 동안 문서가 남은 이유가 있겠지요.” 오르델은 선반 틈에 작은 쇳조각을 넣어 통풍을 확인했다. “지금은 잘 보관되고 있지만, 봉인을 건드리면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아일린은 자신이 들어온 길을 돌아보았다. 왕실의 후계자로 태어난 이래 궁전의 구조를 모른다는 생각은 거의 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어릴 때부터 바라봤던 탑의 아래에는 왕실 지도에 없는 방이 있었다. 그것도 왕궁이 백성들에게 제공한 식사의 원본을 보관하는 방이었다. “왜 이런 장소를 숨겼을까요?” “처음에는 숨기려는 목적이 아니었을 수도 있습니다.” 도현이 대답했다. “말을 적는 곳과 밥을 먹는 곳을 나눠 두는 게 원칙이었을지도 모르죠. 나중에 누군가 유리한 기록만 남기려고 감춘 거고요.” 그는 바닥의 먼지를 살폈다. 여섯 의자 앞에는 앉은 사람이 의자를 끌고 나간 흔적이 있었다. 반면 일곱 번째 자리로 알려진 곳에는 돌이 한 번도 마모되지 않았다. 실제로 의자가 있었다면 매번 같은 모양으로 닳았을 텐데 그런 흔적이 없었다. 에스텔은 손바닥을 짚어 마법의 흐름을 살폈다. “여긴 특별한 결계가 없어. 누가 앉으려고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곳이야.” 그 말에 도현은 작은 안도감을 느꼈다. 마법이 비어 있는 장소가 오히려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될 때도 있었다. 토렘은 연락용 줄을 당겨 위쪽 경비대에 신호를 보냈다. 잠시 뒤 줄이 두 번 울렸다. 왕궁 경비가 수로 입구를 지키고 있다는 뜻이었다. 아무도 위에서 내려와 도와줄 수는 없었지만, 밖에서 누가 들어오면 적어도 경고를 받을 수 있었다. 그때 선반 한구석에서 브론이 낡은 접시를 발견했다. 뒷면에는 숫자 여섯 개가 적혀 있었다. 물과 돌을 거쳐 색이 흐려졌지만 손자국은 선명했다. “이 접시도 증언입니까?” 도현은 접시를 받아 들었다. 접시 바닥에는 음식 찌꺼기가 없었고, 표면은 닦은 듯 깨끗했다. “음식이 있었는지부터 확인해야겠네요. 접시가 있다는 이유로 먹었다고 할 수는 없으니까요.” 브론은 고개를 끄덕이며 빈 접시를 제자리에 놓았다. 오래된 선반이 약하게 흔들렸다. 그 안에서 종이 한 장이 접혀 떨어졌다. 문장 두 개가 짧게 적혀 있었다. [들어오지 않은 사람에게 의자를 배정하지 않는다.] [의자를 배정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보존한다.] 아일린은 그 문장을 조용히 두 번 읽었다. 왕궁의 다른 기록과 달리 부정한 것을 부정한 그대로 남기는 방식이었다. 그녀는 그 종이를 원본 위치에 둔 채, 오르델에게 현장에서 사본을 작성해 달라고 부탁했다. 훼손하지 않는 것이 첫 번째 보존이었다. 그다음에야 일행은 열여섯 표식의 대조를 시작할 준비를 마쳤다. 선반 뒤에서 물소리가 조금 커졌다. 도현은 그 소리가 마치 오래된 사람들이 다시 이야기할 자리를 찾아 움직이는 것처럼 들렸다. 그들은 제2저장고에서 안전하게 옮겨 온 열여섯 개의 증언 표식을 꺼냈다. 보관되어 있던 이름은 진짜인지 확인되지 않았고, 일부는 생존자와 연결되지도 않았다. 도현은 열여섯 개를 모두 '미확인'으로 표시했다. 서로 다른 출처의 기록을 한데 묶는 일부터 잘못될 수 있었다. 원형 탁자 위에 첫 표식을 놓자 허공에 낮은 목소리가 울렸다. “나는 그날 밀가루 자루를 들었지만, 빵은 보지 못했다.” 도현은 바로 적지 않았다. 소리가 진짜 사람의 것인지, 뒤에 덧씌운 말인지부터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 표식에서는 아주 어린 목소리가 들렸다. “못 먹은 건 못 먹었다고 적어 주세요.” 세 번째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열여섯 개 전부 살아 있는 사람의 증언인지는 여전히 모르겠군요.” 오르델이 말했다. “그렇죠. 하지만 서로 똑같은 내용을 말하도록 만든 흔적은 있습니다.” 금속판 일곱 개에는 문장의 맨 끝이 정확히 같았다. '그러므로 왕실이 제공했다고 인정한다.' 나이와 말투가 달라도 그 부분만은 기계처럼 같았다. 미라의 저장고에 있던 증언 조리대가 떠올랐다. 사람의 말을 끓여 다른 말로 바꾸던 장치 말이다. 에스텔은 첫 표식을 잡고 눈을 감았다. “세른은 증언을 남길 때 사람마다 서로 다른 표시를 쓰게 했어. 같은 말을 했다고 해서 같은 마음이었던 건 아니니까.” 그녀는 표식 뒷면을 살폈다. 첫째와 넷째, 아홉째 표식에는 아주 작은 밀 이삭이 새겨져 있었다. 세른의 계량 그릇과 닮은 무늬였다. 그러나 그 뜻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때 원형 탁자가 밝아졌다. [기록 대조: 열여섯 건.] [대조 가능 원문: 세 건.] [강제 결론 첨부: 일곱 건.] [미해독: 여섯 건.] 아일린이 손바닥을 모았다. “적어도 일곱 개에는 누군가 결론을 붙였다는 뜻이군요.” “예. 하지만 그 결론을 누가 붙였는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도현은 원문 세 건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옮겨 적고, 강제 결론이 붙은 일곱 건은 사본에 다른 표시를 했다. 기록을 바로잡는 과정에서도 누군가의 말이 지워지는 일을 피해야 했다. 그는 아무 이름도 새로 쓰지 않았다. 그 순간 탁자 안쪽에서 작은 금이 갔다. 에스텔의 손끝이 얼어붙었다. 균열을 따라 검은 글씨가 떠올랐다. [제7열람석 미배정. 기존 후보명을 자동 배치합니다.] [후보: 백도현.] 도현이 한 걸음 물러서자 바닥의 빈자리에서 의자 그림자가 솟아올랐다. 실제 의자는 없었지만 그 자리로 들어오라는 강한 끌림이 느껴졌다. “나가지 마!” 하엘이 소리쳤다. “등 돌리면 스스로 자리에 앉은 것으로 기록될 거야!” 도현은 발을 멈췄다. 빈 의자의 그림자가 그의 앞치마 자락을 향해 뻗었다. 손목의 회색 반점은 얼음장처럼 차가워졌고, 머릿속에서는 미역국의 향을 떠올리려는 생각마저 지워지는 듯했다. 그는 입을 열었다. “저는 여기 기록을 보러 왔습니다. 누구의 말을 대신할 의사는 없습니다.” 의자 그림자가 잠시 흔들렸다. 그러나 바로 사라지지는 않았다. 저 멀리 왕궁 위에서 두 번째 종이 울렸다. 일곱 번째 종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여섯 번의 울림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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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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