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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137화
PAYLUA ORIGINAL · 제137화

137화. 명령서를 들고 돌아온 사람

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4,309자

오프라인 책장
도르센은 갱도 입구에서 장갑을 벗었다. 왕실 제복을 입은 남자가 장갑을 벗는 일은 생각보다 눈에 띄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의 손은 늘 검은 가죽 속에 감춰져 있었다. 이제는 손등의 오래된 동상이 드러났다. 손가락 두 개에는 색이 돌아오지 않은 흉터가 있었다. “퇴각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도르센이 말했다. “그런데 당신들이 아직 안에 있다는 소식을 들었지요.” “그럼 구하러 온 겁니까, 내쫓으러 온 겁니까?” 브론이 물었다. 도르센은 서류를 펼쳤다. “두 명령이 함께 내려왔습니다.” 도현은 그를 안쪽으로 들이기 전에 문 앞에 이름을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설명했다. 도르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원래 이 갱도의 설계를 알고 있었다. 광산 출입 기록이 왕실 명부로 넘어간 뒤, 어떤 장치가 어디에 생겼는지까지 배웠다고 했다. “그래서 제1화덕도 그렇게 잘 아셨군요.” 에스텔이 말했다. “저는 산에서 태어났습니다. 떠난 뒤엔 올라와 본 적 없다고 말한 건 사실이 아닙니다.” 카르노가 그를 자세히 바라보았다. “당신 어머니가 여기 식당에서 일했지 않소?” 도르센이 몸을 움찔했다. “노인장, 지금 그 얘기가 무슨 도움이 됩니까?” “누구에게 빚을 떠넘겼는지는 아는 편이 낫지.” 도르센은 대답 대신 안쪽 문을 바라보았다. 카르노는 더 캐묻지 않았다. 도현도 그의 사적인 과거를 당장 고백하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일몰에 어떤 일이 발생하며, 지금 눈앞의 사람들이 어떻게 빠져나갈 수 있는지였다. “기록을 전부 지우면 어떻게 됩니까?” 도현이 물었다. “왕궁에서는 '불완전 증언 일괄 정리'라고 합니다. 이름 없는 기록을 폐기하고 확인된 이름으로 빈칸을 채운다고 하지요.” “확인된 이름이라는 건?” “왕궁 중앙 명부에 남아 있는 생존자의 이름입니다.” 브론이 으르렁거렸다. “결국 살아 있는 사람한테 전부 떠넘기는 거군요.” 도르센은 부정하지 않았다. “당신들의 반대가 옳다고 해도, 여기서 장치를 부술 수는 없습니다. 벽 뒤의 갱도 배수관과 연결돼 있어요. 쇠줄 하나가 끊어지면 물이 어디로 갈지 모릅니다.” 도르센은 보고서와 함께 작은 종이봉투를 가져왔다. 봉투에는 자신이 제1화덕에서 발급했던 압수 명령의 사본이 담겨 있었다. 그는 그 명령이 실제로 누굴 위험하게 했는지 처음으로 계산해 보았다고 말했다. “부상자 한 명, 아이 두 명, 폭설에 고립된 사람들. 제가 인장을 찍으면 화덕이 꺼진다는 건 알았습니다.” “그런데도 찍으셨군요.” 에스텔이 말했다. “서류에는 임시 대피소가 설치된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실제로 설치됐는지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도현은 잠시 그를 보았다. 그 말은 구실처럼 들릴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가 무엇을 직접 확인하지 않았는지 밝힌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었다. “다음에는 확인할 생각이십니까?” “이번에는 그러려고 왔습니다. 다만 의전국이 제게 주는 권한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어디까지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카르노가 지팡이를 짚고 한 걸음 나왔다. “오랫동안 여기 사람들은 왕궁의 명령을 무서워했소. 그런데 그런 말을 전하던 사람도 무서웠다는 건 처음 들었군.” “무서웠습니다.” 도르센이 대답했다. “명령을 거부하면 제 가정이 배급 대상에서 빠질 수 있습니다. 제 어머니가 그 일을 겪으셨지요.” “그래서 남의 가정을 빼버린 거요?” 도르센은 입을 다물었다. 한참 뒤 고개를 숙였다. “변명할 수 없습니다.” 그는 자신에게 면죄부를 주지 않았다. 도현도 그에게 손을 내밀어 화해를 선언하지 않았다. 이곳에서 중요한 것은 자책을 얼마나 잘 말하는지가 아니라 이제 어떤 기록과 행동을 남기는가였다. 브론은 서류봉투를 받아 들고 한쪽 모서리에 날짜를 적었다. “이것도 원본과 사본을 구분할까요?” “그렇게 하세요.” 도르센이 말했다. “제 지시문이 실제 현장을 대신하지 못하도록.” 그가 말을 끝내자 도현은 도르센의 손등을 다시 보았다. 흉터는 오래되었지만 추울 때마다 아플 것 같았다. 도르센은 그 손으로 왕실 인장을 붙잡고 오래 살아왔다. 앞으로 그 손으로 무엇을 적을지, 도현은 아직 알지 못했다. 그 말이 끝나자 먼 벽에서 둔탁한 소리가 났다. 오래된 수조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었다. 미라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이 저장고가 마지막으로 폐쇄될 때도 비슷한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왕실 관리들은 증언을 보관하는 사람을 안에 남겨 둔 채 수문을 내렸다. “먼저 사람부터 내보내야 합니다.” 도현이 말했다. “목소리만 남은 사람은 어떻게 내보냅니까?” 도르센이 되물었다. “확인도 안 하고 없던 사람 취급해서는 안 되죠. 나갈 수 있는 사람부터 나가고, 남은 증언을 어떻게 보관할지 결정합시다.” 일행은 갱도 입구까지 이동 경로를 다시 확인했다. 카르노는 낡은 배수 통로를 기억하고 있었다. 오래전 광부들은 무릎까지 물이 차도 높은 통로를 통해 나올 수 있었다. 그러나 이후 왕실에서 만든 벽 때문에 길 일부가 막혔다고 했다. “도르센 씨, 벽을 누가 막았습니까?” “왕실 토목국입니다.” “막으라는 명령서가 있습니까?” “지금은 없지요.” “그럼 어째서 막았는지 알 수 없군요. 하지만 열면 물이 빠질지 확인할 길은 있겠습니다.” 도현은 도르센이 가지고 온 편지의 마지막 줄을 다시 보았다. 집행에 실패했을 경우 현장 관리자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문장이었다. 처음에는 이 사람도 결국 자신에게 닥칠 벌이 무서워서 돌아왔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이라도 이곳을 떠나면 명령을 거역한 사실을 숨길 수 있습니까?” 도르센이 고개를 저었다. “이미 출입 확인 기록이 남았습니다. 제가 이곳에 온 것은 왕궁도 알 겁니다.” “그럼 왜 들어오셨습니까?” “제 어머니 목소리를 듣게 될 줄 알았기 때문은 아닙니다. 그 사실을 알고 왔던 건 아니니까요.” 그는 갱도에 내려오기 전에 하르벤 사람들의 임금 장부를 보았다고 했다. 몇십 년 전부터 오래된 식사 미수령분이 매년 신규 채무처럼 넘어가 있었다. 수년이 지나 사람과 집이 바뀌었는데도 숫자는 같았다. 도르센은 자신이 승인한 문서들 가운데에도 그런 서류가 있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열두 그릇이 남아 있으면, 그 사람에게 무조건 열두 그릇을 먹였다고 생각했습니다. 서류가 그렇게 되어 있으니까.” “실제로는 안 먹었어도?” 카르노가 물었다. “그게 제가 확인하지 않은 부분입니다.” 도현은 도르센에게 아무 위로도 하지 않았다. 이 사람의 지난 선택 때문에 실제로 손해를 본 사람이 눈앞에 있었다. 다만 사실을 바꿀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행동을 바꾸려 한다면, 그 선택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었다. “그럼 지금은 어디를 먼저 확인해야 하는지 아실 겁니다.” “예. 수문이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는지요. 도면이 아니라 현장을 보겠습니다.” 도르센은 수문 설계도를 꺼내 바닥에 펼쳤다. 일행은 배수관과 증언 조리대의 연결을 하나씩 살폈다. 마력이 걸린 쇠줄은 기록을 갈아 쓰는 장치의 일부였지만, 그 아래에는 기계식 수문을 작동시키는 별도의 손잡이가 있었다. “이걸 사용하면 안쪽 문이 닫힙니다.” 도르센이 말했다. “한 번 닫히면 이곳의 기록은 왕궁에서만 열람할 수 있어요.” “그러면 지금 필요한 사본부터 가져가야겠군요.” “모두 옮길 시간은 없습니다.” 도현은 열여섯 칸을 다시 보았다. 각 칸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조차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무작정 전부 가져가겠다고 고집하면 사람도 기록도 잃을 수 있었다. “모든 걸 구하겠다는 약속은 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무엇을 구했고 무엇을 남겼는지 거짓 없이 쓰겠습니다.” 미라가 조용히 말했다. “그 말을 세른도 했어.” 도르센이 처음으로 그녀를 똑바로 보았다. “당신은 오래전 문지기라고 주장하는 기록입니까?” “그래. 그런데 나를 가짜라고 생각해도 좋아. 그럼 내가 보여 주는 것부터 확인해.” 미라는 그의 앞으로 손바닥만 한 병을 밀어 놓았다. 병 안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들이 춥다고 해서 장갑을 꿰맸어요.' 도르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목소리가 이어졌다. '하지만 수프를 받은 적은 없어요.' 그는 병을 붙들려다 멈췄다. “제 어머니의 목소리입니다.” “목소리가 닮았다는 사실과 실제로 남기신 말은 구분해야 합니다.” 도현이 조용히 말했다. 도르센은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압니다. 그래서 더 확인해야겠군요.” 문밖에서 첫 번째 일몰 종이 울렸다. 도르센은 왕실 인장을 벽에 들이대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관직 표식을 벗어 조리대 위에 올렸다. “왕실 지시를 전달했지만 아직 집행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본 그대로 기록해 주십시오.” 그때 수조의 압력이 치솟았다. 천장 틈에서 찬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미라가 소리쳤다. “지금은 증언보다 먼저 살아 있는 사람들을 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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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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