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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132화
PAYLUA ORIGINAL · 제132화

132화. 누가 내 이름으로 밥을 먹었나

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4,182자

오프라인 책장
문 안의 여자는 자신을 소개하지 않았다. “식사하러 온 사람입니까, 사람 찾으러 온 사람입니까?” 도현이 대답했다. “사람을 찾으러 왔습니다. 그런데 문이 먼저 이름을 요구하는군요.” “그럼 아직 안 빼앗겼네. 다행이야.” 여자는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 문 안쪽에서 물건을 끄는 소리가 들리고, 쇠사슬이 바닥을 긁었다. 브론은 자신의 발치에 남은 흰 실을 보았다. 움직일 때마다 실이 발목을 따라왔지만 힘을 주어 끊으려 하면 손가락 사이로 흩어졌다. “제 발목에 손님 번호표라도 붙은 느낌입니다.” “번호표가 아니라 미완성 기록일 거야.” 에스텔이 말했다. “여기서 함부로 실험하면 더 위험해.” 도현은 문 옆의 판에 네모 칸이 여러 줄 새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왼쪽에는 사람 이름을 적는 칸, 오른쪽에는 식사 배급 여부를 표시하는 칸이었다. 왼쪽의 이름은 지워져도 오른쪽의 숫자는 남아 있었다. 적어도 이 문을 만든 누군가는 이름을 출입 확인이 아니라 식사 수령과 연결하려 한 것이다. 도현은 왼편 칸 한쪽에 남은 작은 흠집을 따라가며 읽었다. [이름 없는 수령 불가. 미수령분은 다음 방문자에게 이월.] “이름이 없으면 밥을 안 주면서, 안 먹은 밥값은 다음 사람에게 넘기는군요.” “대체 언제부터 그랬을까.” 에스텔이 물었다. “원래부터가 아닐지도 모르죠.” 도현은 식판 틈에 눈을 맞추었다. 안에는 굵은 손잡이가 달린 나무 서랍이 있었다. 문을 열지 않고도 식판이나 종이를 주고받을 수 있는 구조였다. 서랍을 천천히 당기자 종이조각 하나가 걸려 나왔다. 색이 바랜 영수증이었다. [식사 제공: 한 그릇. 수령자: 카르노. 잔여 채무: 열두 그릇.] “카르노라는 사람을 아나요?” 도현이 물었다. 뒤쪽에서 굵은 기침 소리가 났다. 좁은 갱도로 뒤늦게 따라온 노인이 있었다. 유르다가 안내해 준 퇴역 광부였다. 그는 여기까지 오르기를 원치 않았지만 폐광 문이 열렸다는 소식을 듣자 견딜 수 없었다고 했다. “내 이름이오.” 도현이 손을 들어 입을 막으려 했지만 늦었다. 문이 낮게 울었다. [후보명 인식: 카르노. 잔여 채무 열두 그릇 확인.] 노인의 낡은 구두 밑으로 흰 실 한 가닥이 뻗었다. 브론이 급히 그를 붙잡았고 에스텔은 문과 일행 사이에 보호막을 세웠다. 보호막을 친 뒤에야 그녀는 도현에게 눈짓했다. 방금 마법이 막은 것은 당장 몸이 끌려가는 일이었지, 등록된 채무 자체가 아니었다. 카르노가 씁쓸하게 웃었다. “나는 여기서 밥을 먹은 적 없소. 광산을 나오던 날 굴착 작업이 끝난 뒤 지급한다던 수프 한 그릇도 못 받았지.” “열두 그릇은요?” “비가 오는 날마다 이월됐어. 어느 날은 내가 쓰러졌다고 적혔고, 어느 날은 아내가 대신 받았다고 적혔지. 아내는 이 광산에 들어온 적도 없었는데.” 문에 적힌 식사의 숫자가 거꾸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카르노의 그림자가 길어져 문틈으로 미끄러졌다. 노인은 허리를 움츠렸다. 도현은 나무 서랍을 다시 밀어 넣었다. “안에서 듣고 계신 분. 이 사람은 자기가 받지 않은 식사를 받았다고 적힌 겁니다. 원본을 볼 수 있습니까?”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안쪽에서 여자가 답했다. “원본은 안쪽에 있어. 하지만 들어오려면 누군가 이름을 맡겨야 하네.” “맡기면 돌아받습니까?” “전에는 그랬어.” “지금은요?” “모르겠어. 내가 마지막으로 나갔던 날은 너무 오래전이라.” 에스텔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도현은 여자의 말투에서 단순한 두려움이 아니라 오랜 기다림을 느꼈다. 그러나 목소리만으로 여자가 살아 있다고 판단할 수는 없었다. 다른 저장고에서도 사람을 흉내 내는 기록과 잔향을 만난 적이 있었다. 카르노는 한동안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의 눈은 영수증이 아니라 문 옆의 작은 손잡이를 향했다. 손잡이는 아래쪽부터 닳아 있었다. 키가 작은 사람이 여러 번 잡았다는 뜻이었다. “여기 아이들도 드나들었습니까?” 도현이 물었다. 카르노는 고개를 끄덕였다. “갱도 안에 아이를 들인 건 아니오. 부모에게 빵을 건네러 문 앞에 오곤 했지. 내 딸도 한 번 왔소. 열 살도 안 되었을 때였어.” 그는 딸에게 바깥에서 기다리라고 했는데, 아이가 갱도 앞에서 몇 시간이나 기다렸다고 했다. 그날은 비가 내려 작업이 늦어졌고, 카르노는 배가 고파 빵을 받지 못한 채 퇴근했다. 딸이 직접 싸 온 검은 빵을 건넸지만 장부에는 왕실 구호식 두 그릇을 받았다고 적혔다. “딸이 나눠 준 걸 왕실이 제공했다고 했단 말입니까?” 브론이 되물었다. “맞소. 내가 항의했더니 아이가 가져온 빵도 광산의 배급 체계에 들어온 순간 국가 물품이라더군.” 카르노의 목소리가 조금 흔들렸다. 그는 그때 딸의 이름을 장부에 적지 않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 후로도 딸이 광산 앞에서 기다리던 모습을 기억할 때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딸은 이제 다른 마을에서 살고 있었고, 카르노는 오랜 세월 빚 문제를 숨겨 왔다. 도현은 아이의 이름을 묻지 않았다. 사람을 찾기 위해 필요한 정보일 수는 있지만, 지금은 또 다른 채무 등록의 통로가 될 위험도 있었다. 대신 카르노가 직접 기억하는 날짜와 날씨, 광산 입구에서 본 사람들을 적었다. “그 아이가 가져온 빵을 먹었습니까?” “먹었지. 돌처럼 딱딱했지만 세상에서 제일 맛있었어.” “그럼 누구에게 고맙다고 하셨나요?” “딸에게.” 도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실을 왕실 제공이라고 바꿔 적을 수는 없죠.” 쇠문 뒤에서는 잠깐 그릇이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 누군가 대화를 듣고 있는 듯했다. 카르노는 소리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주머니를 열었다. 그때 카르노가 품에서 작은 가죽 주머니를 꺼냈다. 주머니에는 광산 출입용으로 쓰던 납판이 들어 있었다. 양쪽에 그의 손가락 자국이 찍혀 있었다. “이걸 갖고 있소. 들어갈 때 받은 내 물건이야. 문이 진짜 내 이름을 알고 있다면, 나갈 때 받아야 할 것도 알겠지.” 카르노는 손가락으로 납판의 테두리를 문질렀다. 원래는 매일 작업을 마친 뒤 이 납판에 구멍을 하나씩 냈다고 했다. 마지막 날에는 자신의 구멍이 막혀 있었다. 담당자가 이미 퇴출을 완료한 사람이라고 했지만, 장부에는 다음 날도 그가 들어와 밥을 먹은 것으로 적혔다. “그때 이상하다는 생각은 안 하셨습니까?” 도현이 물었다. “했지. 하지만 담당자는 장부가 맞고 내가 날짜를 잘못 기억한다고 했어.” 에스텔이 납판을 등불에 비춰 보았다. 구멍을 막은 금속의 색이 다른 부분보다 밝았다. 나중에 메웠다는 가능성은 있었지만 그것만으로 누가 메웠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새 금속을 긁어 내지 않았다. 함부로 건드렸다가 중요한 흔적을 잃을 수 있었다. “이 차이도 보여 주는 게 좋겠네요.” 브론은 목을 앞으로 빼고 냄새를 맡았다. “새것에 가까운 납 냄새가 납니다. 그래도 언제 넣었는지는 모릅니다.” 카르노는 두 사람의 말을 듣고 납판을 다시 품에 넣으려다가 멈췄다. 늘 혼자 숨기던 물건을 누군가 진지하게 살펴보는 것이 낯선 듯했다. “처음에는 내 기억이 틀린 줄 알았소. 딸애에게도 그랬지. 내가 잘못한 일이 있으니 빚이 생겼을 거라고.” 도현은 고개를 저었다. “잘못했는지를 알아보려면 먼저 실제로 받은 게 무엇인지 확인해야겠죠. 그전에 죄가 있다고 정해 놓을 이유는 없습니다.” 카르노는 납판을 도현에게 건넸다. 노인의 손에 남은 작은 떨림은 동굴의 냉기만으로 생긴 것이 아닌 듯했다. 납판 뒷면에는 날짜와 서명이 남아 있었다. 출입일과 퇴출일은 같았고, 퇴출을 확인한 감독자의 도장은 확실히 찍혀 있었다. 도현은 그 증거를 보고서야 노인의 말을 확인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납판을 서랍에 넣었다. 물건이 안으로 넘어가자 문이 이상하게 떨렸다. [퇴출 기록 확인. 채무 기록과 불일치.] 브론의 발목을 따라다니던 흰 실이 한 번 반짝였다. 카르노의 발목에 생긴 실은 바닥에 붙은 채 더 이상 뻗지 않았다. 문 안에서 여자가 놀란 듯 숨을 들이켰다. “퇴출 기록이 남아 있었구나.” “혹시 당신도 그런 걸 갖고 있습니까?” 도현이 물었다. 여자는 답하지 않았다. 대신 서랍 안으로 작은 금속 그릇이 밀려 나왔다. 바닥에 삼각형 표시가 세 개 찍혀 있었다. “내 이름 대신, 그 그릇을 보여 줘.” 에스텔이 그릇을 들었다. 그녀의 손이 떨렸다. “이건 세른이 쓰던 계량 그릇이야.” “그럼 안에 있는 분은 세른을 알고 있다는 뜻인가요?” “아니.” 여자의 목소리가 바로 돌아왔다. “그 사람이 나를 여기에 남기고 갔다는 뜻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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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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