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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13화
PAYLUA ORIGINAL · 제13화

13화. 일곱 그릇의 음식값

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5,281자

오프라인 책장
비가 내리기 시작한 것은 일곱 명이 식당 안으로 들어온 뒤였다. 왕도 남쪽 굴뚝지대에서 흘러온 연기와 빗물이 섞여 거리가 잿빛으로 흐려졌다. ‘마지막 한 숟갈’의 낮은 천장에서는 오래된 나무 냄새가 났고, 벽난로 근처의 두 탁자는 이미 만석이었다. 백도현은 손님들을 의자에 앉히고 젖은 외투를 벗어 말릴 수 있도록 줄을 걸었다. 그 사이 브론은 문 앞에 서서 자꾸만 밖을 돌아봤다. 그는 사람들의 발소리보다 그 뒤를 따라오는 어떤 냄새에 신경 쓰는 것 같았다. “누가 쫓아왔어요?” 도현이 물었다. “잘 모르겠어요. 이 아이들 옷에서 보리 가루 냄새가 나는데, 그 안에 종의 녹 냄새가 섞여 있습니다.” 도현은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아이에게 물었다. “어디서 왔니?” “남쪽 제분소요. 원래 거기서 밥을 줬어요.” 아이는 열세 살쯤 되었고 눈썹 위에 작은 상처가 있었다. 자신을 토마라고 소개했다. 옆의 여자아이는 토마의 여동생 미나였다. 다른 세 아이는 제분소 노동자들의 자녀였고, 뒤에 서 있는 어른 둘은 일할 수 없는 손을 붕대로 감고 있었다. “배급소가 왜 닫혔어?” “오늘 아침 관리인이 말했어요. 새로 등록한 사람만 먹을 수 있다고요. 아빠가 빵을 먹었다고 말했더니 가족 이름을 전부 쓰라더라고요. 우리 아빠 이름은 이미 기록에 있대요. 그런데 엄마까지 쓰래요.” 토마가 한쪽 주머니를 뒤졌다. 동화 하나가 젖은 손바닥에 올라왔다. “저희가 가진 전부예요.” 브론이 조심스럽게 도현을 쳐다봤다. 에스텔은 계산대 뒤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레온의 쇠숟가락은 주방 안쪽에 걸려 있었고,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검은 홈 하나가 붉게 빛났다. “일단 먹을 것부터 만들자.” 도현이 말했다. “미리 약속할게. 식사하고 나서 가족 이름을 쓰라는 말은 안 할 거야.” 토마가 미심쩍은 표정으로 물었다. “정말요? 그럼 나중에 값은 어떻게 받아요?” “장부에 식당 비용으로 적지.” “사장님이 혼내지 않아요?” 도현은 에스텔 쪽을 돌아봤다. “사장님?” 마녀는 짧게 숨을 내쉬었다. “얼마나 쓸 건데?” “콩 한 컵, 감자 세 개, 양파 둘, 남은 보리 약간. 빵은 어제 만든 걸 데우겠습니다.” “저기 저 꼬맹이가 식사 두 그릇을 먹어도?” “먹을 수 있으면요.” “그럼 고기 한 조각도 넣어.” 브론이 감탄했다. “사장님, 오늘 마음이 아주 좋으신가 봅니다!” “너는 고기 없는 거야.” “직원 차별입니다!” 아이들 사이에서 작은 웃음이 번졌다. 긴장으로 굳었던 어깨가 조금씩 풀어졌다. 도현은 가게에 남아 있던 말린 콩을 물에 불리기 시작했다. 원래는 전날 밤에 불려 두어야 했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었다. 그는 콩을 뜨거운 물에 잠깐 담근 뒤 새 물로 옮겨 충분히 끓였다. 냄비에 양파와 당근을 볶자 익숙한 달큼한 향이 주방을 채웠다. 잘게 썬 감자를 넣고 보리를 천천히 익혔다. 기름이 적어도 채소를 충분히 볶으면 깊은 맛을 낼 수 있었다. 토마는 조리대 앞에서 그 과정을 빠짐없이 지켜봤다. “왜 콩을 두 번 물에 넣어요?” “오래 묵은 콩은 익는 시간이 들쭉날쭉할 수 있거든. 이렇게 하더라도 완전히 부드러워질 때까지 기다려야 해.” “그럼 빨리 먹으려면?” “식당에서 미리 준비해야겠지. 배고픈 손님이 언제 올지 모르니까.” 토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가 가장 먼저 배운 것은 비밀 마법이 아니라 준비의 중요성이었다. 도현은 괜히 웃음이 났다. 그는 수프가 다 익기를 기다리며 소금의 양을 쟀다. 손목에 있는 기억 저주 때문에 가끔 계량을 마쳤는지 헷갈렸다. 어제 적어 둔 조리 수첩을 꺼내 확인했다. 아픈 사람이 음식을 만드는 데 얼마나 많은 준비가 필요한지, 그는 이 세계에서 처음 배우고 있었다. 도현은 음식이 끓는 동안 사람들에게 물었다. 어디서 잠을 자는지, 따뜻한 물은 구할 수 있는지, 다친 손을 치료해 줄 사람이 있는지. 어린아이들이 한꺼번에 대답하려 하자 어른 중 하나가 손짓으로 말렸다. “질문을 많이 하면 명단을 만들려는 줄 아는 사람들이에요.” 그가 낮게 말했다. “배급소에서도 처음엔 사정을 물었거든요. 몇 명이 먹는지, 며칠 일했는지, 누구랑 사는지. 그러다 어느 날부터는 질문에 답하지 않으면 밥을 주지 않았습니다.” 도현은 젖은 수건을 가져와 상처 난 손을 덮어 주었다. 당장 치료할 수 있다는 허풍은 떨지 않았다. 상처가 깊으면 의원에게 보여야 했다. “불편하면 대답 안 하셔도 됩니다. 다만 지금 당장 위험한 곳에서 지내신다면 다른 방법을 같이 알아보죠.” 어른은 그제야 작은 한숨을 쉬었다. 토마는 동생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제분소에는 밤에 잠긴 방이 있어요. 노동자들이 늦게까지 밀을 빻는 동안 아이들이 거기서 기다려요. 문을 잠그는 건 밖에서죠. 아무도 다치지 않게 하려는 거라고 했어요.” “밖에서 잠근다고요?” 브론이 되물었다. “네. 가끔 종이 울리면 그 방에 있던 애들이 한꺼번에 잠들어요. 다시 일어나면 아침이 돼 있고요.” 도현은 브론과 시선을 나눴다. 제8창고에서 나온 사람들을 ‘소멸 처리’했다는 기록이 떠올랐다. 제분소의 잠긴 방까지 같은 방식이라면 더 많은 사람이 위험할 수 있었다. “오늘은 그것부터 확인할 수 없겠지만,” 도현이 말했다. “내일은 그 방이 어디인지 알려 줘. 지금은 배부터 채우자.” 미나는 식탁에서 두 손을 무릎 위에 가지런히 올렸다. 가장 어린 아이가 음식을 받기도 전에 허락을 기다리는 태도가 도현의 눈에 들어왔다. 그는 수프를 맛본 뒤 작은 그릇부터 내놓기로 했다. 마음껏 먹어도 된다는 말을 믿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리라 생각했다. 음식이 완성되자 브론이 그릇 일곱 개를 탁자에 놓았다. 토마가 동화를 도현에게 내밀었지만 그는 받지 않았다. “오늘은 가게에서 제공하는 식사야. 이 동전은 가지고 있어. 돌아갈 때 신발 끈이라도 사.” 토마는 손을 거두지 않았다. “그러면 빚지는 거잖아요.” “아니. 내가 준 거야.” “사람들은 늘 그렇게 말하고 나중에 받으러 와요.” 아이의 목소리에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의심이 있었다. 도현은 더 이상 설득하지 않고 장부를 가져왔다. 손님들 앞에서 빈 장을 펼쳐 보였다. [오늘의 무료 식사 제공: 7인분.] [비용 부담: 식당.] [추가 채권: 없음.] “이렇게 적을게. 너희 이름도 쓰지 않겠다.” 토마는 글씨를 오래 들여다봤다. 자신이 글을 읽지 못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도현은 알아챘다. 그래서 문장을 천천히 읽어 줬다. 옆의 어른 하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건 계약서가 아니오. 음식값을 받지 않겠다는 장부지.” “어른이 확인해 주셨으니 이제 먹자.” 도현이 말했다. 첫 숟갈을 뜨기 전, 식당의 모든 촛불이 동시에 짧게 흔들렸다. 레온의 쇠숟가락이 스스로 선반에서 굴러 떨어졌다. 도현은 숨을 멈췄다. [두 번째 심사. 청구할 음식값 결정.] [손님이 지불할 수 있는 대체 자산 목록: 기억, 감각, 노동, 혈족의 수명.] 고문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이것이 시스템이 원하는 답이었다. 지금 도현이 손님들에게서 돈을 받지 않더라도, 누군가의 미래를 대신 가져갈 수 있다는 제안이었다. 도현은 장부에 펜을 들었다. [대체 자산 수령 거절.] [가게 재고 감소를 감수함.] 순간 냄비 안에서 검은 거품이 하나 올라왔다. 도현은 즉시 국자를 내려놓았다. 레온의 숟가락이 달그락거리며 흔들렸다. 거품이 작은 입처럼 벌어지더니 속삭였다. “손해를 누가 책임질 것인가?” 그 목소리는 아이들이 듣지 못했다. 브론만이 귀를 뒤로 눕혔다. 도현은 냄비에 손을 넣지 않고 불을 껐다. 식당 안에서 누군가의 기억을 빼앗지 않아도 재료는 소모된다. 그래서 가격을 매기고 장사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손해를 본다는 이유로 모르는 사람의 생명까지 청구할 권리는 없었다. “재료값은 제 장부에서 치르겠습니다.” “네 것은 무엇인가?” “제 노동과 남은 재료를 관리할 책임입니다.” “노동의 장기 담보를 설정한다.” “아니요. 오늘 일한 만큼입니다. 미래의 시간은 팔지 않아요.” 검은 거품이 터졌다. 불이 꺼진 냄비에서는 다시 평범한 수프 냄새가 났다. 토마가 도현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아저씨, 왜 그러세요?” “아니야. 뜨거우니까 조심해서 먹어.” 아이들이 밥을 먹는 동안 밖에는 비가 거세졌다. 처음에는 그릇 소리만 났다. 곧 미나가 오빠에게 감자를 건네며 속삭였고, 다른 아이가 입가에 묻은 수프를 손등으로 닦았다. 도현은 벽에 기대 서서 그 모습을 보았다. 전날 왕궁에서 본 화려한 접시보다 이 낡은 그릇들이 훨씬 식탁답다고 느꼈다. 마지막 숟갈을 남기고 미나가 배를 두드렸다. “이제 배불러요.” 도현은 남은 수프를 억지로 먹이지 않았다. 아이의 배가 부른 것으로 충분했다. 그때 쇠숟가락의 두 번째 홈이 천천히 검게 변했다. [두 번째 주인 심사: 판정 불능.] [미지급 비용: 식당이 자발적으로 부담.] [손님 및 혈족에게 청구할 권리: 발생하지 않음.] “판정 불능이라고요?” 브론이 중얼거렸다. “이 시험은 채점하는 법을 모르나 봅니다.” 도현은 숟가락을 집어 들었다. “모르는 문제가 나왔나 보죠.” 식사를 마친 사람들이 돌아가려 할 때 토마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내일도 일하러 오면 안 돼요? 재료 손질하는 건 할 수 있어요. 그냥 밥을 얻어먹는 건 싫어서요.” “학교에는 안 가니?” “제분소에선 글을 배우는 데 돈이 들었어요.” 도현은 잠깐 생각한 뒤 말했다. “먼저 안전하게 쉴 곳부터 찾아 보자. 그리고 일한다면 나이에 맞는 가벼운 일만, 급여와 시간을 정해서. 오늘 밥값을 갚는 건 아니야.” 토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약속이 얼마나 특별한 것인지 아이의 표정을 보고 알 수 있었다. 손님들이 모두 떠난 후 도현은 오늘의 장부를 확인했다. 뜻밖에도 무료 식사 제공 항목 아래에 작은 글씨가 번져 있었다. [장부 일치 실패.] [제분소 배급 대상 7인: 어제 자로 명부에서 삭제됨.] [삭제 사유: 최종 정산 대상 제외.] “제외됐다고?” 브론이 다가왔다. “그럼 저 사람들은 저주에서 풀려난 겁니까?” 도현은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삭제된 이름이 저주 해제와 같은 뜻이라면 좋겠지만, 시스템이 사람을 숫자로 다루는 방식은 이미 수차례 보았다. 그때 식당 문 아래로 빗물에 젖은 배급표 일곱 장이 밀려 들어왔다. 조금 전 토마가 보여 주었던 것과 같은 종이였다. 그러나 종이 뒷면에는 새 붉은 도장이 찍혀 있었다. [구호 대상자 폐기 완료.] [폐기물 수거 예정: 오늘 자정.] 브론이 잔뜩 굳은 얼굴로 문밖을 바라봤다. “주방장님. 사람을 버린다는 말은 대체 무슨 뜻입니까?” 도현은 배급표를 모아 장부에 끼웠다. “누가 버리려 한다면 우리가 먼저 찾아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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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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