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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129화
PAYLUA ORIGINAL · 제129화

129화. 화덕을 압수할 수 없는 이유

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4,448자

오프라인 책장
도르센이 찍은 인장은 불을 끄는 명령으로 변했다. 먼저 가장 높은 화덕의 빛이 줄었다. 그다음 중간 화덕이 꺼졌고, 마지막으로 도현이 빵을 굽던 낮은 화덕에서 불씨가 시커멓게 말라붙었다. 바깥에는 여전히 눈보라가 일고 있었다. 화덕을 끄면 서류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추위에 쓰러진다. “지금 이 불을 끄시면 부상자가 위험합니다.” 에스텔이 말했다. “임시 사용 허가는 왕실 소유 식량의 정당한 수령 확인 뒤에 발급됩니다.” 도르센이 대답했다. “아이 먹을 수프 한 그릇에도 허가가 필요합니까?” 브론이 물었다. “필요하면 신청하세요.” 도현은 그 말을 듣고 작업대 앞으로 갔다. 온기가 남은 낮은 화덕 안에는 아직 익히지 못한 작은 반죽 한 덩이가 있었다. 그는 손을 넣어 온도를 확인하려다가 왼손이 저렸다. 석화가 퍼진 손끝은 뜨거움과 차가움을 구별하지 못할 때가 있었다. “브론, 화덕 온도 좀 봐 줘요.” “저는 냄새는 맡지만 돌이 얼마나 뜨거운지는 몰라요.” “그럼 유르다 씨와 함께 확인합시다. 손대지 말고.” 유르다는 돌판 앞에 금속판을 가까이 대어 남은 열기를 살폈다. 오래된 불씨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도르센의 인장은 왕실에서 관리한다고 등록된 화덕의 불을 억눌렀지만, 돌 안쪽에 남은 열까지 가져가지는 못했다. “이 화덕을 누가 만들었는지 기록해 주십시오.” 도현이 도르센에게 말했다. “국가가 설치한 구호시설입니다.” “그보다 오래된 기록이 있습니다.” 도현은 유르다가 보관한 나무판을 펼쳤다. 여러 사람의 손바닥이 찍힌 판이었다. 어린아이와 성인, 손가락이 세 개밖에 남지 않은 사람의 손도 있었다. 돌벽과 같은 그을음 무늬가 남아 있어 이 화덕과 무관한 물건이라 단정하기 어려웠다. “이 사람들이 왜 국가의 시설을 만들었다는 기록은 사라졌죠?” 도르센은 인장 달린 장갑을 벗지 않았다. “구호시설의 소유권은 최초 설치자의 사적 기여와 별도입니다.” “좋습니다. 그럼 설치 후 왕실이 실제로 인수했다는 문서를 보여 주십시오.” 관리의 대답이 막혔다. 그가 가져온 것은 사용 중단 명령뿐이었다. 인수한 물품 목록이나 주민 동의 기록은 없었다. 도현은 유르다에게 증언을 부탁했지만 강요하지 않았다. 유르다는 잠깐 눈을 감고 조부가 물려준 이야기와 자신이 직접 봐 온 화덕 상태를 나누어 설명했다. 도현은 말끝마다 어느 부분이 전언인지 따로 기록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게 있습니다.” 유르다가 말했다. “이 화덕의 열은 누구에게도 소유권을 넘긴 적이 없어.” 도르센이 웃었다. “열에 소유권이 없다는 말로 국가 명령을 뒤집을 수 있겠습니까?” “그럴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도현이 말했다. “그래도 지금 있는 불을 끄는 이유가 식량 대금을 받기 위해서라면, 누가 어떤 식량을 제공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그는 저장굴에서 나온 새 곡물 자루의 매듭을 살폈다. 왕실 도장은 최근에 찍혀 있었지만 자루 목을 묶은 끈은 오래된 산마을 방식이었다. 매듭 아래에는 세 가닥으로 얽힌 작은 털실이 있었다. 아이의 손을 받치던 최초 인장과 닮은 방향이었다. “식량 보관 기록을 보겠습니다.” 도르센은 마침내 문서를 꺼냈다. 거기에는 저장굴의 곡식이 '왕실 제1차 구호분 잔여물'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런데 생산 연도에는 불가능한 숫자가 남아 있었다. 같은 항목이 백 년 동안 매년 같은 양으로 이월되어 있었다. “저렇게 오래된 곡식이 이렇게 멀쩡할 수 있습니까?” 브론이 물었다. “마법 보존이라면 가능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아직 확인하지 않았잖아요.” 도현이 말했다. “그리고 자루의 손잡이 매듭이 새것입니다.” 유르다는 자루 하나를 열고 생산자 표식을 찾아냈다. 하르벤 마을의 최근 생산 연도가 적혀 있었다. 보관굴에서 나온 식량은 왕실이 백 년 전에 내려보낸 곡식이 아니라, 최근 마을 사람들이 눈사태에 대비해 모아 둔 비축분이었다. 도르센은 그제야 얼굴을 굳혔다. “그건 누군가 바꿔치기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럴 수도 있죠. 그러니 생산자들을 만나 확인합시다. 확인 전에는 왕실 몫이라고 단정해 압수하지 마세요.” 밀로의 아버지가 앞으로 나왔다. 그는 자신이 바로 하르벤 생산자 중 한 사람이라고 밝혔다. 저장굴을 점검한 날과 맡긴 곡물의 무게를 알고 있었다. 테온도 다른 농가의 표식을 알아보았다. 증언이 모이자 도르센이 내민 장부 한 장으로는 그 모든 기록을 지우기 어려워졌다. 도르센과 이야기하는 동안 도현은 자신의 왼손이 더욱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 손목에 있던 석화 반점이 진해졌고, 손가락을 펼칠 때마다 가벼운 소리가 났다. 한편 머릿속에는 오래전 어머니가 부르던 목소리가 먼 종소리처럼 희미해졌다. 그는 눈을 감고 짧게 호흡했다. 늘 이런 순간이면 다른 사람의 저주를 빼앗아 해결하고 싶다는 유혹이 들었다. 자신이 견디면 누군가는 웃을 수 있다고 믿고 싶었다. 그러나 이제는 자신의 몸이 하나뿐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에스텔이 가만히 그의 손을 잡았다. “이번에는 너 혼자 하지 마.” “하고 있지 않습니다.” “아니, 아직도 혼자 해결하려는 표정을 하고 있어.” 도현은 그 말을 부정하지 못했다. 그는 브론에게 작업대 주변의 사람들을 살피게 하고, 유르다에게 화덕의 상태를 맡겼다. 테온과 밀로에게는 더 이상 위험한 곳으로 다가오지 말라고 부탁했다. 각자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정하자 그제야 숨이 조금 편해졌다. 도르센도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왕국의 오래된 구호 계약에서는 한 사람이 모든 식사의 책임을 떠안도록 했다. 그런데 이들은 일을 서로 나눴다. 잘못된 기록이 있으면 따로 남겼고, 당장 할 수 없는 일은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런 방식으로 왕국 전체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관리가 물었다. 도현은 손끝을 움직이며 대답했다.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한 사람이 쓰러지면 끝나는 방식보다는 오래 가겠죠.” 그 순간 화덕 아래에서 진동이 일었다. 돌벽 틈의 그을음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중앙 돌상이 낮게 울었다. [화덕 소유권 분쟁 접수.] [사유: 실제 제공자 기록 미확인.] 왕실 인장의 빛이 꺼졌다. 동시에 낮은 화덕의 불씨가 다시 살아났다. 모든 화덕이 켜진 것은 아니었지만 부상자를 따뜻하게 지킬 만큼의 열은 되돌아왔다. 도르센은 어느 왕궁 관리보다 현장을 자세히 알고 있는 듯 보였다. 그는 화덕의 통풍구가 어디인지, 왕실 인장을 찍으면 어느 화덕부터 꺼지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에스텔은 그가 처음 왔다고 주장한 말을 떠올리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곳에 처음 오셨다는 분이 어떻게 내부 구조를 그렇게 잘 압니까?” “왕실 보관 지도에 모두 나와 있습니다.” “그럼 지도에서 관리하지 않는 낮은 화덕의 구조도 아십니까?” 도르센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낮은 화덕에는 원래 아이가 혼자 문을 열 수 있도록 만든 기계장치가 있었다. 왕실 명부에는 그 화덕이 단순한 보조 화로로 적혀 있었다. “화덕의 안전을 위해 관리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안전 점검을 했다는 기록을 보여 주세요.” 도현이 말했다. 도르센은 서류철에서 여러 장을 꺼냈다. 모두 왕도에서 같은 날짜에 승인한 문서였다. 실제 산에 올라온 사람이 누구인지 적힌 방문 기록은 없었다. “점검한 기록이 아니라 점검하라고 지시한 기록입니다.” “그 차이가 그렇게 중요합니까?” 도현은 발밑의 그을음을 가리켰다. “굴뚝이 막히면 사람이 다칩니다. 지시문이 있다고 굴뚝이 뚫리지는 않죠.” 도르센은 그 말을 듣고 잠시 화덕을 살폈다. 그는 아주 조용하게 말했다. “왕궁은 늘 그랬습니다. 전하께서 한 번 명령을 내리면 일이 끝났다고 믿습니다.” “당신도 그렇게 믿습니까?” 대답은 바로 돌아오지 않았다. 도르센의 눈길이 테온과 밀로에게 머물렀다. 어쩌면 그도 산에서 자란 사람이었을지 몰랐다. 그러나 그에게 과거를 고백하라고 재촉하는 대신 도현은 문서의 사실관계만 물었다. “왜 이곳의 불을 끄라고 했습니까?” “제0식탁의 대리 지정이 정지됐기 때문입니다. 위에서는 첫 화덕이 열리면 수많은 청구가 다시 움직일 거라 두려워합니다.” “그러면 더더욱 원본을 확인해야죠.” 도르센은 씁쓸하게 웃었다. “그 말 때문에 여기까지 왔겠군요.” 대화가 끝나기도 전에 낮은 화덕의 벽돌 틈에서 쇠가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도르센이 문서철을 닫으려는 순간 낡은 벽돌 하나가 떨어졌다. 그 뒤에 숨겨진 작은 공간에서 쇠상자가 미끄러져 나왔다. 에스텔의 부러진 숟가락과 같은 금속으로 만든 상자였다. 안쪽에는 짧은 기록이 있었다. [첫 제공의 증언은 제1화덕에 남긴다. 마지막 조리자는 세른.] 도현이 조심스럽게 글씨를 읽었다. 옆에는 열여섯 개의 아주 작은 구멍이 뚫려 있었다. 하얀 식탁의 빈 식권과 정확히 같은 숫자였다. 그러나 구멍은 사람의 생사를 말하지 않았다. 도현은 이제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대신 뚜껑 안쪽의 희미한 문장을 발견했다. [왕의 자필은 제1화덕에서만 드러난다.] 에스텔은 숨을 들이켰다. “그 사람이 정말 여기 남겼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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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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