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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128화
PAYLUA ORIGINAL · 제128화

128화. 반으로 나눈 마지막 빵

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4,298자

오프라인 책장
다음 날 아침, 제1화덕의 남은 밀가루는 주먹 두 개 분량이었다. 밤새 부상자의 체온이 올라갔다. 밀로는 다리를 펴지 못했고, 아버지는 눈에 젖은 옷을 말리느라 잠을 이루지 못했다. 도현은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식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거짓 장부를 거절하는 것은 옳았지만, 그것만으로 배고픈 사람이 배부르지는 않았다. “눈이 조금 약해졌습니다.” 브론이 바깥을 다녀와 말했다. “서쪽 골짜기까지는 갈 수 있을지도 몰라요.” “위험한지부터 확인해요. 먹을 것을 찾겠다며 동료를 잃으면 그건 해결이 아닙니다.” 유르다는 가까운 곳에 겨울 저장굴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제1화덕에 사람들이 모여 살던 시절, 혹독한 겨울이 닥치면 마을들은 저장 식량을 서로 나누곤 했다. 지금은 그 길을 쓰는 사람이 거의 없었지만 굴의 입구에는 오래된 돌표시가 남아 있었다. 도현은 브론과 유르다에게 이동 경로와 귀환 시간을 정하게 했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썰매 밧줄을 묶고, 너무 늦으면 돌아오기로 약속했다. 테온은 뒤따르겠다고 했지만 에스텔이 아이와 부상자를 돌보는 역할이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왜 저는 맨날 남아야 하죠?” 테온이 툴툴거렸다. “여기 남는 일도 해야 하니까. 저 불이 꺼지면 우리 다 추워.” 소년은 난롯가의 장작을 들여다보고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도현은 남은 밀가루에 따뜻한 물과 소금을 넣어 단단한 반죽을 만들었다. 발효할 시간이 부족했기에 얇게 밀어 굽는 쪽을 택했다. 에스텔이 반죽을 잡아 주자 그는 오른손으로 밀대를 밀었다. 찬 돌판이 손바닥을 얼리듯 식히고, 한편으로 화덕의 열기는 얼굴을 달구었다. “이게 마지막 빵입니까?” 밀로가 물었다. “여기 있는 재료로는 마지막이겠지.” 도현이 말했다. “그럼 반은 제가 안 먹을래요.” “왜?” “아빠한테 주려고요.” 아이가 빵 조각을 손바닥에 올려놓았다. 도현은 서둘러 말리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나누고 싶다는 마음까지 빼앗는 것도 강요일 수 있었다. 대신 아버지에게도 다른 빵 한 조각이 준비돼 있음을 보여 주었다. “네가 나누면 네가 배고플 수도 있어. 그래도 나누고 싶니?” 밀로는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제가 한입 먹고 나머지 줄래요.” 도현은 빵을 잘라 주고 선택한 양을 기록했다. 바로 그때 낮은 화덕에서 오래된 목소리가 울렸다. “너는 먹고 싶은 만큼 먹어도 된다.” 수십 번 들은 문장인데도 오늘은 마지막 말이 달랐다. 예전에는 '배가 고프냐'고만 물었다. 이번에는 양을 선택할 권리를 설명하는 것 같았다. 에스텔이 곧장 화덕 앞으로 갔다. 돌벽의 오래된 홈 두 개가 희게 빛나고 있었다. 유르다가 가져온 나무판 중 작은 손바닥이 찍힌 판에서도 같은 빛이 일었다. “어떤 사람이 그 문장을 처음 말했지?” 도현이 물었다. 에스텔은 세른의 목소리를 떠올리려 했다. 그러나 기억이 흐렸다. 어릴 적 눈에 묻힌 장작을 주워 오던 날, 세른은 그녀에게 늘 작은 빵을 주었다. 배가 고프지 않다고 거절하면 억지로 먹이지 않았다. 대신 나중에 먹을 수 있도록 천에 싸 주었다. 그때 도현은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왕궁의 제0식탁은 '거절'을 채무 발생의 이유로 기록했다. 그러나 제1화덕에서는 거절이 단지 나중에 먹겠다는 선택일 수 있었다. “왕이 빵을 거절한 것과 아이가 빵을 거절한 것을 일부러 같은 칸에 넣은 겁니다.” “그래서 아이가 거절한 기록으로 왕의 몫을 지울 수 있었군요.” 에스텔이 중얼거렸다. 도현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결론을 서두르지 않았다. 두 기록이 섞였다는 가능성이 높아졌을 뿐, 누가 섞었는지는 여전히 모르는 일이었다. 오전 내내 도현은 부상자의 곁에서 작은 일을 했다. 밀로의 다리에 댄 부목이 너무 조이지 않는지 확인하고, 아버지가 아이에게 뜨거운 물을 조금씩 마시게 도왔다. 에스텔이 마법으로 통증을 줄여 주었지만 아이가 딛지 못하는 발목까지 바로 낫는 것은 아니었다. “저희 집에도 화덕이 있었어요.” 밀로가 말했다. “엄마는 바닥에 물을 조금 뿌리고 빵을 넣었어요. 그러면 겉이 바삭해졌거든요.” “증기가 빵 껍질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해.” 도현이 말했다. “잘 기억했네.” “엄마는 지금 동생하고 마을에 있어요. 지붕이 괜찮을까요?” 도현은 아이가 원하는 대답을 함부로 해 주지 않았다. 연락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가족이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대신 눈보라가 잦아들면 사람을 보내 확인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때까지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것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밀로는 자신이 좋아하는 빵을 설명했다. 가장자리가 얇고 가운데가 두꺼운 빵이었다. 가운데를 뜯으면 김이 나오고, 그 안에 마른 과일을 넣어 먹는 것이 좋다고 했다. 도현은 구할 수 있는 재료를 떠올렸다. 당장 과일은 없었지만 밀로가 좋아하는 식감은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반죽 일부의 가운데를 조금 두껍게 남겨 구워 보았다. 불 조절이 쉽지 않아 가장자리가 먼저 마르려 했지만, 팬을 돌리고 젖은 천으로 잠시 덮어 두자 안쪽은 부드럽게 익었다. 에스텔이 먼저 맛을 보았다. “조금 단단하지만 나쁘지 않아.” “저는 요즘 단단한 것과 바삭한 걸 잘 구분 못 해요.” “그래서 나한테 먼저 먹였구나?” “자발적 시식입니다.” 에스텔이 눈을 흘기자 도현이 웃었다. 밀로도 웃었다. 아이가 아픈 다리를 잊은 듯 잠깐 즐거워하는 것을 보며 아버지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때 도현은 생각했다. 이 세계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왕실 계약을 무너뜨리는 것만은 아니었다. 가족이 함께 먹던 빵 한 조각을 다시 구워 주는 일도 있었다. 그 단순한 일을 빼앗는 계약이라면 끝내 고쳐야 했다. 점심 무렵 브론이 눈투성이가 되어 돌아왔다. 유르다와 함께 끌고 온 썰매에는 말린 뿌리채소와 저장용 곡물 자루가 실려 있었다. 그러나 브론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가져온 건 맞습니다. 그런데 식량 저장굴 앞에 사람이 있었습니다.” “누군데요?” 도현이 물었다. “산악 배급 감독관이라면서, 가져가는 식량은 모두 왕실 제공량으로 기록해야 한다더군요.” 유르다가 바로 덧붙였다. “우리가 먹을 수 있는 것인지 확인했고, 남은 사람들에게 분배하겠다고도 했어. 그래도 장부에 이름을 쓰라기에 거절했지.” 남자가 썰매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짙은 회색 외투와 단정한 가죽 장갑을 낀 사람이었다. 눈길을 걸었는데도 장갑에는 흰 먼지 하나 묻지 않았다. “왕실 제1화덕의 임시 집행관 도르센입니다.” 그가 제복 안에서 문서를 꺼냈다. “국가 소유 저장 식량을 반출하셨으니 이제 서명을 받아야겠습니다.” “누가 저장했습니까?” 도현이 물었다. “계약상으로는 왕실이 보관한 재산입니다.” “실제로는요?” 도르센의 웃음이 조금 사라졌다. “이곳은 사실을 조사하는 법정이 아닙니다.” “맞습니다.” 도현이 말했다. “사람들에게 밥을 해 주는 주방이죠. 그래서 재료부터 확인하려는 겁니다.” 도르센은 식량 자루 앞을 지나며 그것을 손가락으로 눌렀다. 그는 저장굴의 곡식이 나라 소유라는 말을 되풀이했지만, 누가 그 곡식을 기르고 그곳에 가져다 놓았는지는 묻지 않았다. 유르다는 그가 그런 말을 하는 이유를 짐작했다. 왕실에서 온 사람은 기록에 적힌 것을 실제보다 먼저 믿도록 교육받는다. 눈앞에 곡식이 있어도 장부에서 소유자를 정해 주지 않으면 손댈 수 없고, 장부에 식사가 있었다고 하면 빈 그릇을 보고도 있었다고 적는 것이다. “당신도 배가 고플 텐데.” 도현이 도르센에게 물었다. “실제 음식을 먹고 싶지 않습니까?” “내 업무와 관계없는 질문입니다.” “그럼 업무 중 식사 수령 여부는 어떻게 처리하십니까?” 도르센이 대답하지 않자 브론이 작은 빈 그릇을 하나 가져왔다. 그는 그릇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말했다. “여기에는 지금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 빈 그릇을 받았다고 수프를 먹었다고 적으면, 제 배가 찰까요?” 관리의 표정이 흔들렸다. 잠시 뒤 그는 말했다. “이곳의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맞습니다. 그래서 더 확인하려는 거죠.” 도현이 대답했다. “하지만 가장 간단한 사실부터 틀리게 적으면 나머지를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도르센은 그릇을 보다가 끝내 손대지 않았다. 밀로는 아버지 뒤에 숨어 있었고, 중앙 돌상의 검은 표식은 점점 짙어졌다. 도르센은 중앙 돌상으로 다가가 검은 표식을 찍었다. [제1화덕 무단 점유 확인.] [화덕 사용 중단 및 잔여 식량 압수.] 불이 점점 작아졌다. 천장 굴뚝에서 차가운 바람이 거꾸로 흘러들었다. 사람들의 입에서 하얀 김이 새어 나왔다. 밀로는 반쪽 남은 빵을 주머니에 꼭 쥐었다. 그 작은 빵이 지금 이곳에서 누구 몫인지, 도현은 누구보다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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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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