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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126화
PAYLUA ORIGINAL · 제126화

126화. 왕의 밀가루가 아닌 것

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3,931자

오프라인 책장
돌문 안쪽에는 세 종류의 냄새가 섞여 있었다. 젖은 흙, 녹슨 쇠, 오래 묵힌 밀가루. 도현은 문을 열자마자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어둠 속에서 희미한 수증기가 올라왔다. 얼음이 녹는 게 아니라 따뜻한 공기가 찬 바위에 닿아 물방울로 맺히고 있었다. 방은 작은 저장고였다. 지붕은 검은 암석으로 덮여 있었고, 벽에는 수많은 선반이 붙어 있었다. 선반의 자루 대부분은 먼지만 남긴 채 비어 있었다. 그러나 맨 아래 한 칸에는 아직 봉인된 밀가루 항아리 셋이 놓여 있었다. “오래됐으면 다 상하지 않았을까요?” 브론이 물었다. “마법이 보존했을 수는 있어도 먹을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도현이 말했다. “맛을 본다거나 냄새만 맡고 판단하지 말죠.” 유르다는 항아리의 새김을 살폈다. 첫 항아리에는 왕국의 곡물 문양이, 두 번째에는 마을의 손도장들이, 세 번째에는 아무 표시도 없었다. 도현은 각 항아리를 같은 위치에 놓고 빛이 닿는 방향을 바꿔 가며 관찰했다. 뚜껑의 먼지가 달랐다. 왕실 문양 항아리 위에만 얇고 검은 실이 한 가닥 걸쳐 있었다. “왜 저것만 묶었죠?” 유르다가 짧게 대답했다. “가져가려던 사람들이 있었으니까.” 그녀는 조부모가 들려준 이야기를 설명했다. 기근이 들던 해 왕실은 먼 평야의 밀가루를 제1화덕에 보내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한 것은 빈 수레와 성대한 문서뿐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이 아껴 둔 곡식을 꺼내 빵을 구웠고, 왕실은 그 빵을 왕의 구호 사업에 포함시켰다. “그 이야기는 누가 증명합니까?” 에스텔이 물었다. “수레 바퀴는 없어져도 길에 난 자국은 남지.” 유르다는 저장고의 바닥 판자를 들어 올렸다. 밑에는 오래된 화물 접수표가 두루마리로 묶여 있었다. 접수표에는 왕실 수레 한 대와 빈 자루 서른 개, 사람 열한 명이 도착했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밀가루 중량 칸에는 아무 숫자도 쓰이지 않았다. 왕실 장부에는 같은 날 왕실 곡물 30자루가 인도됐다고 나와 있었다. “완전히 같은 날짜입니까?” 도현이 확인했다. “당시 달력으로는 그래.” 유르다가 답했다. “하지만 왕실 달력과 산마을 달력은 하루 차이가 나. 그걸 먼저 맞춰야 해.” 도현은 두 기록을 겹쳐 보고 하루 차이를 반영했다. 그제야 숫자가 어긋나는 위치가 뚜렷해졌다. 도착한 물건은 빈 자루였고, 채워진 곡물은 마을 사람들이 내놓은 것이었다. “왕이 보내지 않은 밀가루를 보냈다고 기록했군요.” “그래서 왕은 자신이 제공한 빵을 거절할 수 있었어.” 유르다가 말했다. “원래 자기 것이 아니었으니까.” 그 말에는 분노가 섞여 있었지만 아직 중요한 의문이 남았다. 왕이 직접 그 장부를 봤는지, 관리들이 멋대로 기록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도현은 두 가능성을 모두 수첩에 남겼다. 도현은 빈 자루가 서른 개 도착했다는 기록 옆에 운송비도 적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운송비는 실제 물품의 무게가 아니라 빈 자루를 기준으로 계산된 것 같았다. 그 위에 나중에 덧씌운 잉크로 곡물의 총량이 적혀 있었다. “이걸 보세요.” 도현이 말했다. “운송인은 물건을 가져왔다고 주장하지 않았는데, 왕실은 공급한 것으로 합산했네요.” 유르다는 종이를 가까이 들여다봤다. “이 운송인의 이름은 알아. 우리 조부가 이야기를 했어. 산을 오르느라 발가락 하나를 잃었다고.” “그 사람이 거짓말을 했습니까?” “아마 처음에는 아니었겠지. 기록을 나중에 바꿨을 수도 있어.” 도현은 인쇄된 듯 일정한 간격의 글씨와 손으로 덧붙인 글씨를 따로 그렸다. 거짓 공급량을 입력한 사람을 찾으려면 언제 장부가 변경됐는지 확인해야 했다. 특히 왕이 실제로 그 문서를 봤는지와 상관없이, 왕국이 그 기록을 계속 쓰고 있었다는 사실은 이미 문제였다. 에스텔이 빈 자루에 손을 뻗었다. 그녀는 천의 거친 조직을 만지다가 갑자기 손을 거두었다. 예전에 세른이 보관하던 천과 같았다. 그때는 장작을 담는 데 썼지만, 왕실은 그것을 밀가루 자루라고 적었다고 했다. “옛날에는 종종 이런 일이 있었어요?” 도현이 물었다. “처음에는 실수라고 했어. 그다음에는 전부 정해진 절차라며 말을 못 하게 했지.” 수백 년 동안 이어진 저주의 근원에 실수와 고의가 언제 갈라졌는지 알려 줄 선 하나가 숨어 있었다. 도현은 그것이 이 왕국을 무너뜨릴 수도, 고칠 수도 있는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항아리 뚜껑을 다시 닫으려는 순간 세 번째, 무표식 항아리의 밑에서 금속이 긁히는 소리가 났다. 에스텔이 장갑을 끼고 항아리를 조금 들어 올렸다. 바닥에는 작은 둥근 금속판이 놓여 있었다. 판에는 반쪽짜리 숟가락 그림과 글씨가 있었다. [화덕관리 세른. 봉인하는 자는 제공자가 아니다.] “그럼 세른은 최초 제공자가 아니었다는 뜻인가요?” 브론이 물었다. 에스텔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 사람이 남긴 글씨일 수도 있어. 세른은 다른 사람의 공을 가로채는 걸 제일 싫어했거든.” 수수께끼가 풀리는 대신 더 복잡해졌다. 도현은 금속판을 기록한 뒤 자리에 돌려놓았다. 이름을 찾기 위해 서둘러 물건을 빼돌리면 장부를 조작한 사람과 다를 것이 없었다. 조사하는 동안 도현은 왕실 문서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제공'이라는 단어를 자세히 보았다. 어떤 곳에서는 재료를 보낸 일을 뜻했고, 다른 곳에서는 음식을 조리했다는 뜻으로 쓰였으며, 또 다른 곳에서는 식사를 실제로 먹었다는 의미로 등장했다. 세 가지 행위가 한 칸에 합쳐지면 얼마든지 숫자가 부풀려질 수 있었다. 그는 수첩 한쪽에 새 표를 만들었다. 재료를 기부한 사람, 운반한 사람, 요리한 사람, 실제 먹은 사람. 각각 다른 줄이었다. “이런 걸 왜 이제야 생각했을까요?” 에스텔이 물었다. “제가 요리사가 되기 전에는 매번 이렇게 했거든요. 식재료를 발주하는 사람과 돈을 내는 사람, 먹는 사람을 구분하지 않으면 가게가 망해요.” “이 왕국은 오래전부터 망했어야겠군.” “장부만 보면 벌써 수백 번은 망했습니다.” 브론은 작은 표를 보고 갑자기 웃었다. “그럼 저희 식당에서 제가 먹어치운 직원 식사도 적어야 합니까?” “이미 적고 있어요.” “언제부터요?” “당신이 계산대 밑에 빵을 숨겨 둔 첫날부터요.” 브론은 잠시 굳었다가 변명했다. “손님이 오기 전에 배고파서 그랬습니다.” “그럼 그때 먹었다고 적으면 되죠. 숨겼다고 없어진 음식이 되는 건 아니니까.” 작은 웃음이 지나갔다. 도현은 다시 원본 접수표로 돌아왔다. 누가 어떤 재료를 보냈는지 확인하는 일이 이렇게 복잡한데, 수만 명의 저주를 한 장부로 계산한다는 발상 자체가 무서웠다. 유르다는 저장고 벽에 작은 날짜 표시를 해 두었다. 도현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녀는 자신의 조부가 들려준 이야기를 적어 둔 날이라고 설명했다. 직접 기억하지 못하는 일을 오늘 처음 본 사실처럼 말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도현은 그 습관을 마음에 새겼다. 기록은 종이로 남기기도 하지만, 무엇을 모르는지 남기는 일도 기록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도현은 왕실의 대단한 비밀을 찾는 것보다 이 단순한 원칙을 지키는 게 더 어렵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날 오후 북풍이 갑자기 거세졌다. 입구의 종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화덕 위에 쌓인 눈이 무너졌다. 테온이 뛰어와 소리쳤다. “하르벤 쪽 길이 막혔어요! 수레가 돌아간 자리도 안 보여요!” 유르다는 굴뚝을 올려다보았다. “산의 첫 폭설이야. 사흘은 내려갈 수 없을지도 몰라.” 식량 자루를 펼쳐 본 도현의 표정이 굳었다. 다섯 사람이 먹을 몫을 계산하면 겨우 이틀 반이었다. 공동 부엌은 따뜻했지만, 그 안에 사람들이 먹을 재료는 많지 않았다. “난로를 먼저 살려야 합니다.” 도현이 말했다. “그리고 오늘 먹을 양은 지금 정하죠. 내일 존재하지 않는 식사를 장부에 적지 말고.” 마지막 말을 듣자 제1화덕 중앙의 돌상에서 누군가가 웃는 듯한 소리가 났다. [현재 공급 가능 식사: 부족.] [미래 공급분 선차용 제안.] 도현은 그 문구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들이 풀러 온 계약의 습관이, 굶주림 앞에서 다시 손을 내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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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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