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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125화
PAYLUA ORIGINAL · 제125화

125화. 첫 번째 빵에는 주인이 없었다

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4,289자

오프라인 책장
유르다는 빵을 먹지 않았다. 제1화덕의 뒤편 창고에서 그녀가 꺼낸 건 식재료도 연장도 아니었다. 빛바랜 나무판 열아홉 장이었다. 판마다 오래전에 흰 물감으로 칠한 사람 손바닥이 남아 있었다. 세월이 흘러 손가락이 잘 보이지 않는 것도 있었지만, 그 가운데 셋은 유독 작았다. “이 판은 처음 화덕이 세워졌을 때 배급을 받던 사람들의 것입니까?” 도현이 물었다. “배급이라는 말을 쓰지 마.” 유르다가 짧게 답했다. “여기는 배급소가 아니었어. 마을 공동 부엌이었지.” 도현은 다시 물었다. “그럼 모두가 직접 구운 겁니까?”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만들고, 필요한 사람이 먹었어. 나중에 재료가 모자라면 다음 날 더 가져왔고. 아이들이나 병든 사람에게는 처음부터 대가를 묻지 않았지.” 그녀는 젊은 시절 이곳에 살았던 사람의 손녀였다. 화덕이 멈춘 뒤에도 가족들은 철거를 거부했다. 오래된 돌 속에 마법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조부모가 돌아가신 뒤에도 사람들을 먹여 살린 장소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왕국의 기록은 이곳을 완전히 다르게 부르고 있었다. [왕실 식량 공급 계약 제1호. 무상 식사 제공량 12,000인분.] 유르다는 판자 하나를 들며 코웃음을 쳤다. “열두 개 화덕에서 그 많은 빵을 한 번에 구웠다고 적혀 있어. 산길이 막힌 겨울에는 밀가루 한 자루도 귀했는데 말이야.” 도현은 기록의 숫자를 곧바로 거짓이라고 단정하지 않았다. 기간을 합산했을 수도 있고, 장부 단위를 다르게 썼을 수도 있었다. 다만 확인할 자료가 필요했다. “조리 기록은 없습니까? 며칠 동안 몇 자루를 썼는지, 화덕을 얼마나 달궜는지.” 유르다는 대답 대신 그들을 뒤편 계단으로 데려갔다. 창고 뒤쪽 바닥에는 얇은 검은 점들이 이어져 있었다. 에스텔이 그것을 보고 흠칫했다. “장작을 넣는 날짜 표시야.” “맞아.” 유르다가 말했다. “우리 집안은 장부보다 돌을 믿었어. 돌은 누가 나중에 종이를 고쳐도 그을음 자리를 남기니까.” 돌벽의 작은 구멍마다 서로 다른 나무못이 들어 있었다. 길고 짧은 못, 색깔이 다른 못, 반만 꽂힌 못. 유르다는 그 배열이 그날의 불길, 화덕 사용 횟수, 먹은 사람 수가 아니라 실제 구운 빵의 무게를 기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현은 작업대를 닦고 복사도를 그렸다. 사용한 화덕 수에 비해 한쪽 시기의 기록이 지나치게 빈약했다. 그런데 왕실 문서는 바로 그 시기의 배급량을 가장 크게 기록하고 있었다. “재료를 더 사용한 흔적도 없는데 배급량은 늘었군요.” “그때부터야.” 유르다가 말했다. “먹지 않은 빵을 먹었다고 적기 시작한 게.” 제1화덕이 마을 공동 부엌이던 시절에는 구운 빵을 보관하는 방법도 달랐다. 유르다는 창고 한편의 낡은 나무 틀을 보여 주었다. 네모난 틀 바닥에는 넓은 구멍들이 있었고, 틀마다 높이가 조금씩 달랐다. 도현은 손가락으로 틀을 만져 보고 빵을 일정한 무게로 나누는 도구였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누가 많이 일했는지에 따라 더 큰 빵을 줬나요?” “그렇지도 않았다고 들었어.” 유르다가 답했다. “다만 어린애가 들 수 있는 크기로 빵을 나누기 위해 썼지. 겨울에는 나르는 동안 굳지 않도록 천을 덮었고.” 도현은 밀가루 자루의 남은 양을 보고 잠시 생각하다 비교용 반죽을 만들었다. 자신들이 가져온 재료였기에 원본을 훼손할 걱정은 없었다. 같은 무게의 반죽을 나무 틀에 놓고 천천히 펴 보았다. 틀의 모서리에서 반죽이 살짝 튀어나왔다. 불에 구우면 비슷한 모양이 나올 듯했다. “왕도에서 온 빵 조각하고도 크기가 비슷합니다.” 에스텔이 말했다. 도현은 상자에 들어 있던 검은 빵 조각을 꺼내지 않았다. 먹을 수 있는지 알 수 없는 오래된 음식을 실험 재료에 섞을 이유가 없었다. 대신 나무틀 안쪽의 길이를 재고, 빵 조각의 외형을 그림으로 비교했다. “닮았다는 사실만 적죠. 같은 빵이었다고 확정할 순 없으니까.” 유르다는 그 말을 들으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수십 년 동안 산 아래 관리들이 와서 화덕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는 자신의 보고서에 필요한 문장만 골라 적었다. 처음부터 결론을 정해 두지 않는 낯선 요리사가 오히려 그녀에게 낯설었다. 그녀는 창고 깊숙한 곳에서 오래된 천 한 장을 꺼냈다. 검은 숯으로 작은 이름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그 이름들이 모두 최초 제공자라는 뜻은 아니었다. 다만 누군가 화덕을 함께 지켰던 사람들을 잊지 않으려 한 흔적이었다. 에스텔은 그 가운데 익숙한 글씨 하나를 손끝으로 따라갔다. 세른의 이름 뒤에는 '불길을 마지막으로 확인하는 사람'이라는 짧은 설명이 붙어 있었다. 그녀는 글씨를 만지다가 손을 거두었다. 그가 화덕을 지키던 날 자신은 왜 도망쳐야 했는지, 아직 모든 기억을 떠올릴 수 없었다. 한동안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바람이 굴뚝을 울렸고 높은 화덕에서 굳은 재가 한 줌 떨어졌다. 도현은 그 소리를 들으며 부엌이라는 장소의 무게를 생각했다. 이곳에선 누군가를 구하겠다는 거창한 말보다 반죽 하나를 끝까지 굽는 일이 더 중요했을 것이다. 유르다는 처음부터 그들을 신뢰한 것은 아니었다. 왕실 인장이 찍힌 문서와 통행증을 보고 경계했고, 도현이 기록하겠다고 수첩을 꺼낼 때마다 눈이 날카로워졌다. “너도 결국 종이만 가져갈 거지?” “지금 확인할 수 있는 걸 남기려고 합니다.” “그 말은 예전에도 많이 들었어.” 도현은 그녀가 꺼낸 물건을 함부로 갖고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사진을 찍는 마법 도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여기서는 그림과 치수가 전부였다. 브론이 맡은 냄새와 에스텔이 기억하는 위치도 별도로 적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남긴 기록이 언젠가 도움이 될 수 있었다. “그럼 왕실에는 뭐라고 보고할 거냐?” “원본이 여기 있다는 것, 사본이 아닌 이상 직접 와서 확인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확인 전에는 누가 최초 제공자였다고 확정할 수 없다는 것을요.” 유르다는 잠시 창고 창문을 바라봤다. 바깥의 눈보라는 아직 멀리 있었지만 하늘 끝이 검어지고 있었다. “한 가지는 기억해 둬. 여기는 사람들이 굶지 않게 하려고 만든 곳이야. 왕실 문서가 어떻게 말하든 그 목적은 안 바뀌어.” “그래서 더 정확히 보려는 겁니다.” 도현의 대답에 유르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곧 난로를 열어 사람들이 손을 녹이게 해 주었다. 그 작은 변화가 허락인지 시험인지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그날 점심을 함께 먹을 자리는 생겼다. 점심 무렵 테온은 유르다가 쓰는 작은 난로를 고쳤다. 삐뚤어진 굴뚝 연결부를 다시 끼우고, 새는 틈에 진흙을 발랐다. 보답으로 유르다는 말린 산버섯과 흰 콩을 건넸다. 도현은 그것으로 두툼한 수프를 끓였다. 버섯은 흙 냄새가 강해서 오래 볶았고, 콩은 익힌 뒤 일부를 으깨 국물에 농도를 냈다. 유르다는 한 숟갈 먹고 미간을 좁혔다. “소금이 조금 부족한데.”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럼 왜 더 안 넣지?” “제 혀가 요즘 믿을 만하지 않아서요. 다른 사람 의견을 들어 보려고요.” 에스텔이 간을 확인하고 소금을 한 꼬집 더 넣었다. 유르다는 그 과정을 이상하게 지켜봤다. 옛 화덕지기는 완성된 음식을 혼자 책임지는 요리사를 본 일이 많았다. 자기 미각이 불완전하다고 인정하는 요리사는 드물었다. 식사가 끝나자 유르다가 첫 번째 나무판을 들었다. 오래된 그림 아래 희미한 글자가 있었다. [첫 반죽: 누구의 소유도 아님.] [먹을지 말지는 받을 사람에게 묻는다.] “왕실은 이 문장을 보고 최초 제공자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적었어.” 도현이 물었다. “하지만 만든 사람은 있었겠죠?” “있었지. 다만 혼자 만들지 않았을 뿐.” 에스텔은 그 말을 듣자 오래된 장면을 떠올렸다. 눈이 덮인 주방 한가운데서 세른이 부러진 숟가락으로 반죽을 덜어 주고, 작은 손들이 순서대로 그릇을 받던 모습. 그녀는 손끝으로 나무판을 쓸었다. “세른은 매일 마지막에 먹었어. 아이들에게 다 나눠 준 다음에.” 유르다의 눈길이 변했다. “세른이라는 이름을 아직 기억하는 사람이 있었구나.” “그 사람은 어디 있습니까?” 도현이 물었다. 유르다는 창고 저편의 돌문을 가리켰다. “모르겠어. 하지만 왕실이 화덕을 닫으러 왔던 날, 세른이 혼자 그 문으로 들어가는 걸 봤다는 증언은 남아 있어.” 돌문의 바깥에는 왕실 인장보다 오래된 글씨가 적혀 있었다. [먼저 빵을 꺼낸 손이 마지막에 잠금쇠를 잡는다.] 도현은 천천히 글씨를 베껴 적었다. 아직 세른이 최초 제공자였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러나 누군가 마지막에 남아 화덕을 지켰다는 사실만큼은 가까워졌다. 그때 돌문 밑으로 미지근한 물이 한 방울 흘러나왔다. 유르다는 얼굴을 굳혔다. “안쪽에 얼음이 녹고 있어. 그 방은 불을 쓰지 않는 곳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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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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