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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123화
PAYLUA ORIGINAL · 제123화

123화. 꺼진 화덕에서 피어오른 연기

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4,228자

오프라인 책장
제1화덕에 도착하려면 마지막 수레길을 버려야 했다. 하르벤 마을을 지나자 나무는 키가 낮아지고 땅에는 검은 돌이 늘어났다. 낮에도 그림자가 길었다. 북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눈을 수평으로 밀어 길 가장자리를 지워 버렸다. 펠그는 수레의 방향을 두 번 바꾸더니 더는 못 간다고 선언했다. “말의 발목이 부러지면 돌아갈 수도 없소. 여기서부터는 사람 다리로 가야 합니다.” 도현은 통행료를 정확하게 정산하고 수레에서 내렸다. 펠그가 노끈 하나를 쥐여 주었다. 깊은 눈에서 서로 떨어지지 않도록 허리에 묶는 끈이었다. 그는 따로 돈을 요구하지 않았다. 대신 다시 돌아오면 끈을 반환해 달라고 했다. 물건값을 모른 척한 호의가 아니라 돌아오라는 약속이었다. 테온은 길잡이로 따라왔다. 본래라면 어른 하나를 데려오고 싶었지만, 마을 사람들은 일하는 날짜가 장부에서 사라질까 두려워 산을 오르지 못했다. 도현은 소년에게 미리 돌아갈 길과 대가를 설명했다. 위험하다고 생각하면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는 조건도 덧붙였다. “어른들은 그렇게 말하고 꼭 화냅니다.” 테온이 말했다. “그만두면 화내지 않겠다고 쓸까?” “그건 믿을 만하겠네요.” 브론이 끈을 세게 당겨 도현을 붙잡았다. 바로 앞쪽에 눈으로 덮인 틈이 있었다. 바닥을 막연히 디뎠다면 무릎이 아니라 허리까지 빠졌을 것이다. 눈길에서는 가장 멀리 보는 사람보다 발밑을 꾸준히 보는 사람이 필요했다. 산허리까지 오르는 동안 도현은 세 번 넘어졌다. 처음에는 발이 걸렸고, 두 번째는 손목에 감각이 없어 지팡이를 놓쳤다. 세 번째는 걸음을 멈추고 앞쪽의 눈 상태를 확인하느라 균형을 잃었다. 브론이 그의 팔을 붙들자 도현은 미안하다는 말을 하려다 멈췄다. “미안하다고 하기 전에 다친 곳부터 봅시다.” 브론이 먼저 말했다. “주방장님이 예전에 제 발톱 잘랐을 때 그러셨잖아요.” “그때는 손님 앞에서 발톱을 갈고 있어서 그랬죠.” “그래도 도움이 되는 말이었어요.” 도현은 앉은 채 장갑을 벗어 손가락을 확인했다. 석화 저주의 회색 반점은 전보다 진해 보였지만 아직 손가락 관절을 완전히 감싸지는 않았다. 그는 고통을 숨기려 애쓰지 않았다. 숨기면 나중에 더 위험한 순간에 동료가 그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테온은 지팡이 밑에 짚 조각을 묶어 주었다. 산길에서 미끄러움을 줄이는 오래된 방식이었다. 소년은 묶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작업을 끝내고 나서야 물었다. “원래 손이 안 좋으셨어요?” “다른 사람의 저주를 가져온 뒤부터 그래.” “그럼 그 사람은 나았어요?” “손을 다시 쓰게 됐어.” “그런데 아저씨는 왜 다른 사람 병까지 가져요?” 그 질문에는 아직 좋은 답이 없었다. 도현은 한참 생각하다 말했다. “처음에는 제대로 모르고 했고, 그다음에는 나은 사람을 보니까 멈추기 어려웠어. 하지만 지금은 다른 방법을 찾고 있어.” 소년은 그 답을 듣고도 만족하지 못한 듯했다. “그 방법 찾으면 저도 알려 주세요. 우리 마을 사람들도 손이 자꾸 굳어요. 추워서 그런 줄만 알았거든요.” 도현은 마을 사람들의 증상이 단순한 동상인지 저주와 관련된 것인지 구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 아프든 아이가 그들을 걱정한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했다. 에스텔은 그 대화를 듣고 산길 아래를 돌아보았다. 자신이 처음 이 길을 오르던 때에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지금은 서로가 서로에게 끈을 묶어 주고 있었다. 그 광경이 그녀에게 기묘한 안도감을 주었다. 오후 늦게 돌벽이 나타났다. 오래된 사원처럼 보였지만 벽 위에는 기도문이 아니라 반죽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창문이라기엔 너무 넓은 구멍들이 서로 마주 보고 있었고, 그 아래에는 연통이 층층이 이어져 있었다. 화덕 여러 개를 품은 큰 공동 주방이었다. 무너진 입구 위의 돌판에는 글씨가 남아 있었다. [제1화덕. 굶주린 사람은 이름을 남기지 않고 식사할 수 있다.] 그 아래 나중에 긁어 넣은 문장이 있었다. [식사 수령 기록이 없으면 다음 배급을 허가하지 않는다.] 도현은 두 문장을 번갈아 바라봤다. 같은 장소를 설명하는 것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뜻이 달랐다. 제1화덕의 지붕은 생각보다 넓었다. 돌기둥 열두 개가 눈을 떠받들고 있었고, 그 사이의 홈에는 바람이 흘러가는 방향대로 얼음이 쌓였다. 도현은 높은 벽을 올려다보며 이곳이 단순한 개인 식당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느꼈다. 수십 명이 동시에 반죽을 하고, 바깥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순서대로 음식을 가져갔을 모습이 떠올랐다. 브론은 쓰러진 나무선반을 들어 보았다. 선반에는 아이 키에 맞춰 만든 작은 받침대가 붙어 있었다. 그는 그것이 무슨 용도인지 몰라 물었다. “빵을 받는 사람마다 키가 다르잖아요.” 도현이 말했다. “높은 식탁에 그릇을 올려놓으면 작은 아이는 손이 닿지 않으니까요.” 테온은 받침대에 올라가 보았다. 눈을 털어낸 자리에 발바닥만 한 홈이 있었다. 수많은 아이가 그 위에 섰다가 내려왔을 것이다. 그는 잠시 웃다가 다시 선반을 바라보았다. “우리 관문에도 이런 게 있으면 좋겠네요. 거기는 어른들끼리 서류 쓰는 높은 책상밖에 없어요.” 에스텔은 작은 받침대를 보며 오래전 자신이 빵을 받던 장면을 떠올렸다. 당시에는 누군가 대신 들어 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다. 그게 누군가의 특별한 배려였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도현은 받침대를 원래 자리에 놓았다. 나중에 복원할 때 필요한 물건일 수 있었다. 그는 잠시 그림을 그린 뒤, 눈더미에 반쯤 묻힌 건물 입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에스텔이 입구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그녀는 땅을 짚고 한쪽 벽의 작은 구멍을 찾았다. 어릴 적 세른이 '너무 뜨거울 때 손을 피하던 자리'라며 알려 준 틈이라고 했다. 도현이 손을 넣자 차가운 돌 뒤로 작은 철고리가 만져졌다. 고리를 돌리니 안쪽에서 무거운 걸쇠가 풀렸다. 문이 열리는 순간 따뜻한 냄새가 흘러나왔다. 소금도, 버터도, 육수도 아닌 막 익은 밀의 냄새였다. 오래전에 폐허가 된 건물에서 날 수 없는 향이었다. 브론이 코를 벌름거렸다. “화덕은 꺼져 있습니다. 그런데 냄새가 벽에서 납니다.” 그들은 조심스럽게 들어갔다. 안쪽에는 높이가 다른 열두 개의 화덕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아이도 닿을 만한 낮은 화덕부터 커다란 빵삽이 필요한 높은 화덕까지 있었다. 중앙의 돌상에는 빵을 식히던 망과 곡물 계량용 놋그릇이 남았다. 가장 먼 구석에서만 희미한 붉은 빛이 번졌다. 거기로 가까이 가자 에스텔의 호흡이 빨라졌다. “여기야. 세른이 마지막으로 작업하던 화덕.” 화덕 입구에는 바깥에서 가져온 숟가락과 똑같은 모양의 홈이 있었다. 에스텔이 부러진 숟가락을 끼우자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안에는 재 대신 반짝이는 검은 유리 조각이 흩어져 있었다. “불이 꺼지면서 모래가 녹은 겁니까?” 브론이 물었다. “아니. 이 정도로 얇은 유리가 만들어지려면 아주 일정한 온도를 오랫동안 유지해야 해.” 도현이 말했다. “누군가 불을 관리했던 거죠.” 그는 주변을 살폈다. 장작은 오래되어 손대면 부서졌지만, 재받이에는 어제 치운 듯 반듯한 자국이 있었다. 화덕 앞 작업대에는 깨끗한 천 한 장이 펼쳐져 있었다. 천 아래에는 아직 마르지 않은 손바닥 자국이 찍혀 있었다. 테온이 천을 보고 뒷걸음질 쳤다. “우리 마을 관문 문양이랑 같아요.” 자국은 세 줄이었다. 하나가 기억으로 그렸던 보호의 매듭과 비슷했다. 그러나 지운 흔적 때문에 끝부분이 보이지 않았다. 도현은 천을 건드리지 않았다. 원본일 수도 있는 물건을 가져온 뒤 다시 제자리에 놓을 수는 없었다. 그는 루카스에게 받은 기록지에 위치와 상태를 적고, 브론에게 냄새가 어디서 강해지는지 확인하게 했다. 에스텔은 중앙의 가장 낮은 화덕 앞에 무릎을 꿇었다. “세른은 여기서 아이들에게 빵 굽는 걸 가르쳤어. 나도 불을 피우는 순서를 배우다 몇 번이나 손을 데었지.” “그때는 마법을 쓰지 않으셨습니까?” “마법보다 장작이 먼저였으니까.” 그 말이 끝나자 낮은 화덕의 벽이 안쪽에서 두드려졌다. 똑, 똑, 세 번. 테온이 에스텔 뒤로 숨었다. 브론은 털을 바짝 세웠다. 도현은 고개를 숙여 작은 문 틈을 살폈다. 반대편에는 움직이는 그림자가 있었다. 사람 그림자처럼 보였지만 키가 너무 낮았다. “안에 누가 있습니까?” 잠시 뒤 굵은 목소리가 돌아왔다. “불을 피우러 왔으면 이름부터 대지 마.” “왜죠?” “이름을 대는 순간 네가 태어나기도 전의 빵값이 붙으니까.” 낮은 화덕의 문고리가 안쪽에서 한 번 더 움직였다. “대신 물어보거라. 정말 배가 고프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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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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