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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118화
PAYLUA ORIGINAL · 제118화

118화. 왕위를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

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4,202자

오프라인 책장
아일린은 아침부터 자신의 이름이 적힌 왕위 계승 문서를 읽고 있었다. 왕궁 북쪽 기록실에는 두꺼운 카펫이 깔려 있었다. 창문은 높고 좁아서 바깥의 소리가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사람들은 왕족에게 편안한 장소라고 생각했지만, 아일린은 그 방을 좋아하지 않았다. 글자가 너무 많았고, 그 글자들 중 자신의 동의를 받은 것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태어난 날, 왕실은 후계자 등록을 했다. 첫 생일에는 축복식을 열었다. 열 살에는 왕실 식탁 예절을 배웠고, 열다섯 살에는 정식 후계자로서 이름을 올렸다. 그 사이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물어본 기록은 한 줄도 없었다. “전하, 궁정 기록관이 왔습니다.” 문이 열리고 늙은 기록관이 들어왔다. 그의 이름은 오르델이었다. 한때 제0식탁의 봉인을 담당했지만 지금은 명예직으로 물러나 있었다. “제가 청구한 원본을 가져오셨습니까?” “전하께서 요청하신 것은 왕위 계승 권리 문서였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함께 보셔야겠습니다.” 그가 내민 것은 작은 회색 책이었다. 표지에는 '왕위가 비었을 때의 의무'라고 쓰여 있었다. “왕위를 포기하면 의무도 사라지는 것 아닙니까?” 아일린이 물었다. 오르델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법에는 빈자리가 생기면 다음 계승자가 권리와 의무를 이어받는다고 쓰여 있습니다.” “다음 사람이 없다면요?” “왕실 보호 명목으로 임시 집행인이 권한을 갖습니다.” “그 집행인을 정하는 사람은 누구지요?” 기록관이 책장을 넘겼다. 오래된 조항 아래에는 은색 도장이 찍혀 있었다. [임시 집행인 지정 기관: 왕실 의전국.] 아일린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왕위를 포기하면 발테르가 그 자리에 임시 집행인을 앉힐 수 있었다. 그런 다음 새 왕위 보유자의 이름으로 부채를 다시 백성들에게 넘길지도 몰랐다. 자신이 도망친다고 해서 저주가 풀리는 구조가 아니었다. “그럼 왕실이 저지른 일을 왕실이 해결할 방법은 없는 건가요?”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니라, 누가 무엇을 약속했는지 원본이 가려져 있습니다.” 오르델은 책의 뒤쪽을 펼쳤다. 그 안에는 왕위가 백성의 생계를 보호하기 위해 생겨난 권한이라는 옛 규정이 있었다. 배고픈 사람을 먹이지 못했을 때 왕은 마지막에 자기 몫을 내려놓는다고 적혀 있었다. 아일린은 도현이 처음 보여 준 문장을 떠올렸다. [대가를 인수하는 자는 왕위를 내려놓을 각오로 마지막에 먹는다.] 단순히 권력을 포기한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왕이 식사를 먼저 받지 않고, 백성의 배고픔 앞에서 자신의 특권을 마지막으로 돌린다는 책임의 선언일 수 있었다. 그날 오후 아일린은 왕궁의 대신들을 불렀다. 회의를 준비하는 과정부터 의전국의 방해가 있었다. 대회의실에 있어야 할 원본 문서가 갑자기 소독을 이유로 반출됐고, 대신들에게는 서로 다른 시작 시각이 전해졌다. 회의가 열리지 않았다고 만들거나, 참석자가 부족하다고 주장하기 좋은 방식이었다. 아일린은 의전국의 공문을 그대로 믿지 않았다. 왕실 서기관을 세 명 따로 불러 시각과 장소를 대조했다. 그중 한 명은 며칠 전부터 문서를 옮기던 일을 담당했다. 그는 입을 다물고 있다가 공주가 누구의 책임인지 묻지 않겠다고 하자 조심스럽게 말했다. “문서에 '보호 조치'라고 적혀 있었지만 어디로 옮겼는지는 쓰여 있지 않았습니다.” “옮긴 시각은요?” “새벽 네 시 반입니다. 다만 제 이름으로 적힌 반출 기록에는 새벽 세 시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 시간에 근무하셨습니까?” “아닙니다. 경비 교대 기록을 확인하면 알 수 있습니다.” 아일린은 그의 말을 서두르지 않고 받아 적었다. 한 번 바뀐 문서는 다시 바뀔 수 있었다. 그러나 세 사람이 같은 장소에서 각자 본 것을 기록하면 나중에 서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녀는 이미 몇 차례 허위 기록이 발동하는 장면을 보았다. 확인 없이 도장을 찍는 일이 얼마나 쉬운지 이제 잘 알았다. 회의장 앞에는 무릎을 꿇고 있는 원로 대신이 있었다. 오랫동안 왕실을 섬긴 사람이었다. 그는 아일린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전하, 지금 이런 문제를 밖으로 내보내시면 백성들이 왕실을 불신할 겁니다.” “이미 믿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집 앞에서 밥 한 끼 받기 위해 밤새 줄을 서지요.” “왕실의 권위가 무너지면 더 큰 혼란이 찾아옵니다.” 아일린은 잠시 침묵했다. 왕국의 질서가 무너지면 먼저 피해를 볼 사람들도 분명히 있었다. 왕실을 한순간에 없애겠다는 선언이 얼마나 큰 위험을 부를지 알고 있었다. “그 혼란을 두려워하는 마음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혼란을 막겠다고 잘못된 비용을 계속 다른 사람에게 떠넘길 수는 없습니다.” 대신은 고개를 숙였다. 아일린은 그를 지나치며 한마디를 더했다. “오늘은 누군가를 처벌하겠다는 회의가 아닙니다. 기록을 없애지 말자는 회의입니다.” 그녀는 회의장 문을 직접 열었다. 창가의 긴 식탁에는 차도 과자도 없었다. 미처 허락받지 않은 식사는 준비하지 말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대신 사람들 앞에는 빈 종이와 펜, 원본을 확인할 때 쓸 날짜표가 놓여 있었다. 왕실의 권위가 처음으로 거창한 잔치가 아니라, 누구도 대신 서명할 수 없는 빈칸을 지키는 일에 쓰이고 있었다. 발테르는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서명이 있는 통지문만 도착했다. 마지막 종 이후 모든 절차를 의전국이 집행한다는 문구였다. “저는 왕위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하지 않겠습니다.” 아일린이 말했다. 대신들의 얼굴이 굳었다. 그중 한 사람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녀의 다음 말에 다시 긴장했다. “왕위가 제 이름을 이용해 백성에게 빚을 넘긴 기록을 공개하겠습니다. 계승권을 유지하겠다는 말이 면책을 인정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왕실의 체면은 어찌하실 겁니까?” 대신이 물었다. “체면보다 배고픈 사람들이 먼저입니다.” “전하께서는 정치 경험이 부족하십니다.” “그렇다면 이 일을 오래 맡아 오신 분들이 무엇을 하셨는지 더 자세히 살펴봐야겠지요.” 아일린은 준비한 문서를 내밀었다. 왕실 예산에서 지급된 구호식 비용과 실제 수령 명부가 얼마나 다른지 조사한 결과였다. 일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고, 일부는 명백히 허위였다. 그녀는 미확인 부분을 숨기지 않았다. 대신 궁정 기록관에게 원본 보관 명령을 정식으로 발부했다. 바깥에서는 병든 손님들이 왕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일린은 회의를 마친 뒤 그들 앞에 나갔다. 나이 든 여인이 그녀의 손을 보더니 머뭇거렸다. “공주님도 저주가 있습니까?” “네.” “그럼 우리와 다를 게 없군요.” 아일린은 잠시 생각하다 대답했다. “저는 왕궁에서 살았고, 여러분은 그동안 도움을 받지 못하셨습니다. 그 차이는 분명히 있습니다.” 여인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일린은 그 앞에서 자신이 지닌 권한을 어떻게 쓰겠다고 약속했다. 선택한 사람에게만 식사를 주는 규정을 없애고, 원본과 실제 배급 기록을 함께 남기는 일부터 시작하겠다고. 그날 저녁 도현은 아일린의 결정을 듣고 한참 말이 없었다. “제가 포기했다면 편했을까요?” 그녀가 물었다. “당장은요. 하지만 다음 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죠.” “저도 두렵습니다.” “그건 저도 마찬가지예요.” 도현이 자신의 굳은 왼손을 들어 보였다. “그래도 서로 못 하는 일을 대신해 줄 사람은 조금 늘었네요.” 브론이 불쑥 끼어들었다. “제가 왕 대신 밥을 먹으면 안 됩니까? 그런 건 잘할 수 있는데.” “오늘은 본인 몫만 드세요.” 도현이 말했다. “왜 우리 식당에서만 저는 그 말을 듣습니까?” 웃음이 짧게 지나갔다. 아일린의 손등에서는 검은 왕관이 여전히 움직였다. 하지만 그녀는 처음으로 그 문양을 자신의 몸에서 떼어내야 할 흉터만으로 보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전가하지 말아야 할 책임이 눈앞에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밤이 깊어 갈 무렵 오르델이 몰래 식당을 찾았다. 그의 손에는 회색 책에서 뜯어 낸 오래된 종이 조각이 있었다. “왕실 기록실에 있던 마지막 문서입니다. 이걸 지운 사람이 누군지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종이에는 발테르의 이름이 적혀 있지 않았다. 대신 훨씬 오래된 문장이 있었다. [마지막 식사 불응 시, 왕이 아니라 증언을 보관한 자가 표식을 맡는다.] 아일린이 종이를 읽다 고개를 들었다. “그럼 이 기록을 가진 사람은 왕이 아닌데도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건가요?” “그런 뜻으로 고쳐 쓸 수도 있습니다.” 오르델이 대답했다. “그게 위험한 겁니다.” 종이 아래에는 세 개의 매듭이 그려져 있었다. 처음에는 아이의 손목을 지키기 위해 묶었던, 그 매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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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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