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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116화
PAYLUA ORIGINAL · 제116화

116화. 정오에 빼앗길 주방

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4,108자

오프라인 책장
정오가 되기 전 왕궁 남쪽 별채에는 긴 줄이 생겼다. 도현이 원한 줄은 아니었다. 사람들은 '왕의 마지막 식사를 보면 저주가 낫는다'는 소문을 듣고 아이를 업거나 노인을 부축해 찾아왔다. 누군가는 죽은 친척의 식권을 들고 있었고, 누군가는 벨로스에서 온 운송 청구서를 품에 넣었다. 문 앞에는 왕실 경비가 두 줄로 서 있었지만 군중을 돌려보내기엔 너무 늦었다. “제0식탁을 열었으면 우리 것도 고쳐 주세요!” “왜 공주만 들어가요?” “아무것도 안 먹었는데 먹었다고 적힌 사람은 어떻게 합니까?” 도현은 그 질문들을 모두 들었다. 대답할 수 없는 것도 있었다. 자신이 확인한 계약은 일부뿐이었고, 저주를 한꺼번에 풀 방법은 없었다. 그렇다고 아무 말 없이 문을 닫으면 사람들의 분노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향할 터였다. 아일린은 낮은 계단 위에 섰다. 왕실 의복 대신 활동하기 편한 회색 겉옷을 입었다. 손등의 왕관 문양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여러분의 식권과 계약을 하나씩 조사하겠습니다. 하지만 오늘 이곳에서 모든 저주가 풀린다고 약속할 수는 없습니다.” 사람들의 얼굴이 굳었다. 누군가는 욕설을 내뱉었다. 도현도 그 마음을 이해했다. 너무 오래 기다린 사람에게 '조사하겠다'는 말은 아무런 위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높은 계단 대신 별채 옆의 오래된 주방으로 향했다.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있었다. 식당에서 가져온 감자와 양파, 왕실 창고에서 대가를 확인한 콩이 있었다. 식사를 기다리며 지친 사람들에게 따뜻한 국물이라도 나눌 수 있었다. “이건 치료식이 아닙니다.” 도현이 브론에게 말했다. “증세가 있는 분은 먼저 의관에게 안내해 주세요. 제가 의사는 아니니까요.” “그럼 저주도 흡수하지 않아요?” “흡수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으니 재료와 조리, 배식 기록을 따로 확인해야죠. 지금은 특별한 저주 해제 조리를 하지 않을 겁니다.” 브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줄을 서려는 사람들을 향해 큰 목소리로 외쳤다. “수프는 한 사람이 한 그릇씩! 안 먹어도 불이익 없습니다! 그릇은 반납해 주시면 제가 닦습니다!” “네가?” 도현이 물었다. “네. 오늘은 안 깨뜨릴 겁니다.” 주방의 낮은 창문으로 햇살이 기울었다. 도현은 감자를 굵게 잘라 냄비 바닥에 넣었다. 양파를 충분히 볶으면 오래된 감자의 풋내를 누를 수 있었다. 소금을 너무 일찍 넣지 않고, 물이 끓은 뒤 조금씩 맛을 보게 했다. 에스텔은 그의 입맛이 흔들릴 때마다 간을 함께 확인했다. 그동안 루카스는 구호식 배급표를 새로 만들었다. 아무리 단순한 수프라도 쉰 사람 몫을 만들 때는 주방의 움직임이 달라진다. 냄비 바닥에 양파가 붙지 않게 저으면서 옆의 물통을 채워야 했다. 감자는 크기에 따라 익는 시간이 달랐고, 일부는 싹이 나기 시작해 껍질을 더 깊게 벗겨야 했다. 도현은 싹 난 부분이 많은 감자는 버렸다. 버리기 아깝다는 이유로 누군가의 배를 아프게 할 순 없었다. 그는 요리를 나눠 맡겼다. 브론에게는 큰 국자를 주지 않았다. 손이 아직 급해서 그릇을 넘치게 채울 때가 많았다. 대신 줄을 정리하고 어린아이를 위한 낮은 자리를 마련하게 했다. 에스텔은 식재료를 확인했고, 토렘은 좁은 출입문에 사람이 몰리지 않게 경비를 배치했다. 배식을 시작하자 앞줄에 있던 어머니가 아이를 안고 쓰러질 듯 비틀거렸다. 아이는 얼굴이 붉었고 숨이 거칠었다. 도현은 국자부터 내려놓았다. 왕실 의관을 불러 아이를 살피게 했고, 물을 조금씩 마실 수 있는지 확인하도록 했다. 이곳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는 것도 중요했다. “기적의 음식 아니었어요?” 여인이 눈물을 흘리며 물었다. “아닙니다. 제가 만든 건 감자 수프예요. 아이를 치료해야 한다면 의관이 먼저 봐야 합니다.” 여인은 실망한 얼굴이었다. 그래도 의관의 진료를 받은 뒤 다시 줄에 돌아와 따뜻한 국물을 받아 갔다. 그녀는 한 숟가락 먹고 나서야 자신도 아침을 거른 채 서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듯했다. 또 다른 남자는 식권을 들고 소리쳤다. “나는 지난달에 죽은 사람이 먹은 것까지 값을 내라고 했소! 오늘도 이런 식권을 줘야만 합니까?” 루카스가 그의 식권을 받으려 하자 남자가 뒤로 물러섰다. 빼앗길까 두려운 것이었다. 도현은 고개를 들었다. “그 식권은 본인이 갖고 계세요. 복사본을 남기고 싶으면 여기서 함께 확인하면 됩니다.” 그제야 남자는 종이를 내밀었다. 죽은 사람의 이름이 남아 있는 부분은 신중하게 가렸고, 실제 사용된 수량을 따로 적었다. 서류를 보는 사람들이 종이보다 사람을 먼저 살피자 줄의 소란이 조금 잦아들었다. 브론은 사람들이 먹고 반납한 그릇을 큰 통에 모았다. 설거지가 밀리자 그는 부엌 옆에서 한숨을 쉬었다. “세상에, 사람들한테 밥을 준다는 게 이렇게 일이 많습니까?” 도현이 대답했다. “네. 그래서 없는 식사를 만들었다고 적기가 쉬웠던 모양입니다. 진짜 밥은 이 모든 과정을 거쳐야 나오니까요.” 브론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리고 그릇 하나를 더 씻었다. 그날 그는 깨뜨린 그릇이 하나도 없었다. 식권 소유 여부와 관계없이 실제 수령 여부만 표시했고, 이름을 밝히기 싫어하는 사람은 번호표로 구분했다. 아일린은 관리들에게 오늘의 임시 구호식이 제0식탁 채무와 연결되지 않는다는 확인문을 작성하게 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의심했다. 공짜 밥을 먹으면 나중에 더 큰 빚이 된다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정말 이름 안 써도 됩니까?” 한 남자가 물었다. “네. 다만 혹시 음식 때문에 몸이 불편하면 어느 그릇이었는지 확인할 수 있게 배식 번호는 드립니다.” “나중에 값을 달라고 하지 않겠소?” “재료비는 왕녀가 오늘의 구호 예산으로 지급했습니다. 이 내역도 공개할 겁니다.” 그 사람은 오래 서 있다가 조심스럽게 한 그릇을 받아 갔다. 바로 먹지는 않았다. 아마 누군가 그가 첫 숟가락을 뜨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도현은 그쪽을 바라보지 않고 다음 사람에게 국물을 담았다. 한편 제0식탁 아래에서는 다른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었다. 발테르는 집행인들을 이끌고 지하실로 내려갔다. 봉인석 주변에 검은 촛불을 놓았고, 식탁에 놓였던 빈 그릇들을 일렬로 세웠다. 그러나 자격 확인 기록은 이상하게 비어 있었다. “왕녀가 후보를 지정하지 않았습니다.” 부하가 보고했다. “지정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기록이 되지.” “오늘 밖에서는 별도의 식사가 실제로 진행 중입니다.” 발테르가 입꼬리를 굳혔다. “그 식사를 여기로 연결하지 못하게 막아.” 그가 봉인석을 눌렀을 때 경고 문장이 떠올랐다. [최근 정당한 사적 식사: 1건.] [미해결 이의 신청: 다수.] [강제 식탁 봉인 적법성: 검증 필요.] 발테르의 장갑이 검게 빛났다. 그는 이의 신청 부분을 덮으려 했지만 문장이 지워지지 않았다. 제4재료실에서 멈춘 무인 조리 업무와 말라의 증언이 새롭게 원본 기록에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기록을 쓰는 방식부터 바뀌었군.” 그는 낮게 중얼거렸다.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도장을 두려워했지만, 지금은 도장이 무엇을 뜻하는지 묻기 시작했다. 정오를 알리는 작은 종이 울렸다. 왕궁의 마지막 종이 아니라 평범한 시계 종이었다. 별채 안에서 검은 기둥이 솟아올라 제0식탁의 문을 닫으려 했다. 그러나 밖에서 동시에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는 먹지 않았습니다!” “저는 한 그릇만 받았습니다!” “이 이름은 죽은 남편의 것이 아닙니다!” 루카스가 배식표와 이의 신청서를 번갈아 확인해 기록하는 동안, 봉인석 표면에 가느다란 금이 생겼다. 목소리만으로 저주가 깨진 것은 아니었다. 다만 부정확한 기록을 덮어버리는 명령이 더는 원활하게 실행되지 않았다. 그때 도현의 왼쪽 손끝이 갑자기 굳었다. 석화 반점이 손바닥 가까이 올라왔다. 그는 뜨거운 국자를 놓치지 않으려 애썼지만 힘이 빠졌다. 브론이 얼른 국자를 받아 들었다. “주방장님!” 도현은 벽에 기대 숨을 골랐다. 손님들의 저주를 새로 흡수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기존 저주가 어떤 자극에 반응했는지는 확인해야 했다. 창밖을 보니 발테르가 지하실 입구에 서 있었다. 그는 검은 장갑을 벗지 않은 채 도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 요리사가 지금 제 이름을 대신 쓰고 있군.” 발테르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그렇다면 마지막 종에는 손 대신 무엇을 가져가야 할지 알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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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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