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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111화
PAYLUA ORIGINAL · 제111화

111화. 검은 장갑을 낀 마지막 손님

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4,089자

오프라인 책장
계단 위에서 박수를 치던 남자는 마지막 계단을 밟기 전에 멈췄다. 제0식탁의 지하실은 키 큰 사람에게 불친절한 곳이었다. 천장이 낮았고, 오래된 물자국이 벽을 따라 검게 흘러내렸다. 그 아래로 석재 식탁이 놓여 있었다. 반쯤 먹은 보리 수프에서 아직 김이 올랐다. 왕궁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장소에 들어온 남자는 그것을 보고 의외라는 듯 눈썹을 들었다. “소문에는 요리사라더니, 정말 요리를 했군.” 그의 검은 장갑은 손가락 끝까지 빈틈이 없었다. 소매에는 왕실 의전국의 은색 실이 한 줄 들어가 있었지만 이름표도 계급장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 짙은 회색 조끼의 단추마다 같은 모양이 반복되었다. 작은 왕관 아래에 입을 다문 그릇 하나. “누구십니까?” 아일린이 먼저 물었다. “발테르. 왕실 의전국의 최종 집행관이자 마지막 식사의 진행 책임자입니다, 전하.” “최종 책임자라고 소개했으면 먼저 이곳을 통제한 명령서부터 보여 주십시오.” 발테르는 천천히 장갑의 손목을 매만졌다. “원래라면 왕위 계승 예정자께서 그런 질문을 하실 일은 없을 텐데요.” “원래라면 왕위 계승 예정자에게 저주를 물려주지도 않았겠지요.” 아일린의 장갑 속에서 검은 왕관 문양이 한 번 꿈틀거렸다. 경비대장이 반사적으로 칼자루에 손을 얹자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검을 뽑아 해결할 수 있는 상대였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도현은 수프 그릇을 자신 쪽으로 당겼다. 그가 앞치마를 고쳐 매는 사이 발테르는 주방을 둘러보듯 식탁 가장자리를 쓸었다. 손가락이 닿은 돌에는 아무 자국도 남지 않았지만 도현은 그가 어디에서 잠깐씩 멈추는지 보았다. 균열의 시작점, 빈 접시 두 개, 그리고 레온이 사용했다는 부러진 주걱의 홈. 이 남자는 제0식탁을 처음 보는 사람이 아니었다. “실례지만 이곳에 얼마나 오래 드나드셨습니까?” “공식 업무를 맡은 지 스무 해쯤 되었네.” “그 전에 일하셨던 분들은요?” “그런 걸 묻고 있을 시간이 있나?” “주방의 책임자가 바뀔 때는 인수인계가 중요하거든요. 냄비 하나를 누가 샀는지 모르면 다음 사람이 똑같은 걸 또 사죠.” 발테르가 짧게 웃었다. “왕실 의전국을 냄비 가게에 비유하는군.” “똑같은 일이니까요. 값을 내는 사람이 다를 뿐.” 루카스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면서 집행관의 출입 시각을 적었다. 지하실 안에는 기록 장치가 몇 개 없었고, 벽에 매단 양초는 처음 켰을 때의 길이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시간을 속이는 마법이 있다면 양초만으로는 사건의 순서를 알기 어려웠다. 그는 자기 주머니시계를 꺼내 앞뒤 기록에 확인 표시를 했다. 아일린은 경비대장에게 계단의 출입을 지키되 먼저 누구를 공격하지 말라고 명령했다. 토렘은 왕궁에서 오래 복무했지만 의전국 집행관을 제지하는 일은 처음이었다. 그의 기사의 맹세가 왕실을 위한 것인지, 왕실의 어느 기관을 위한 것인지가 갑자기 어려운 질문이 되었다. “전하, 제 직속 상관이 반대하면 어떻게 합니까?” 토렘이 낮게 물었다. “상관의 명령도 문서로 받으세요. 그리고 그 사람이 지시한 일을 직접 확인하십시오.” “기록을 남기라는 말씀이군요.” “기록만 남기고 사람이 다치면 안 됩니다.” 도현은 그 말을 들으며 낡은 식탁 아래에 떨어진 숟가락 하나를 주웠다. 숟가락 끝은 유난히 닳아 있었다. 누군가 같은 자리에서 아주 오래 저었던 흔적이었다. 하지만 그 숟가락으로 실제 음식을 저었는지, 만들어 놓은 기록에 맞춰 그저 손만 움직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는 숟가락을 증거 봉투에 담지 않았다. 먼저 누가 쓰던 물건인지 찾아야 했다. 왕실을 비판하기 위해서라도 잘못된 추측을 증거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왕실에서 손님을 보내셨다면 식사부터 확인하겠습니다. 어떤 요리를 주문하셨습니까?” “주문?” “손님이 먹을 음식을 주문하셔야 만들죠.” “자네의 일이란 이미 정해져 있네. 마지막 종이 울리면 왕의 몫을 차리고, 지명된 사람이 대신 먹는 것.” 도현은 국자를 조용히 내려놓았다. “그러니까 주문자가 없다는 뜻이군요.” 브론이 뒤에서 작게 킬킬거렸다. 발테르의 시선이 그쪽으로 돌아가자 늑대인간은 급히 헛기침했다. “저는 손님이 아닙니다. 식당 직원입니다.” 발테르는 서류철을 꺼냈다. 두꺼운 양피지 끝에는 금속 고리가 달려 있었다. 그가 첫 장을 펼치자 식탁의 그릇들이 미세하게 떨렸다. [최후 조리자: 백도현.] [대리 수령 후보: 왕국의 생존 수혜자 전체.] [미이행 시 채무 자동 승계.] “자네가 이곳까지 왔다는 사실이 후보 자격을 성립시켰네.” 루카스가 한 발 나섰다. “입장 사실과 조리 계약은 별개입니다. 식탁의 원본에서도 사적 식사 한 건은 추가 청구할 수 없다고—” “원본은 아직 전부 열리지 않았습니다.” 발테르가 말을 잘랐다. “불완전한 문서를 근거로 국정을 멈출 순 없지요.” 그럴듯한 말이었다. 루카스의 눈빛이 흐려졌다. 그러나 도현은 다른 부분을 보았다. 집행관의 서류 아래쪽에 그어진 잉크 선이 이상했다. 한 번 쓴 서명 옆에 같은 글씨를 억지로 덧씌운 자국이 있었다. 마치 남이 만들어 놓은 빈칸을 훔쳐 자기 이름으로 채우려 한 것 같았다. “후보가 몇 명입니까?” 도현이 물었다. “왕국의 규모만큼.” “정확히요.” 발테르는 입술을 다물었다. 아일린의 손등에서 검은 문양이 빛났다. 저주와 연결된 인원은 183,442명이었다. 하지만 그 숫자가 오늘의 살아 있는 인원인지, 역사 속에서 누적된 이름인지조차 완전히 확인되지 않았다. 도현이 말했다. “숫자도 확인하지 않고 주문을 받는 식당은 없습니다.” “이곳은 식당이 아니야. 왕국의 계약을 유지하는 기관이지.” “그럼 요리사도 필요 없겠군요.” 그 말에 발테르의 입꼬리가 멎었다. 도현은 상대가 자신을 반드시 필요로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식사가 실제로 만들어져야만 열리는 원본 기록. 그렇다면 아무런 음식을 차리지 않을 권리 역시 의미가 있었다. 그때 발테르가 검은 장갑을 낀 손으로 도현의 그릇을 가리켰다. 수프 위로 가느다란 검은 선이 뻗었다. 이미 먹은 흔적이 있는 그릇의 바닥에 새 문장이 떠오르려 했다. [왕위의 공식 식사로 소급 편입—] “손대지 마십시오.” 도현이 즉시 그릇을 들어 올렸다. 뜨거운 수프가 손가락에 조금 튀었다. 작은 화상이 남았지만 그는 그릇을 놓지 않았다. 발테르는 순간적으로 굳었다. 식탁이 아니라 요리사가 그릇을 들고 있어서는 소급 문장이 완성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미지급 의무를 이행하는 걸 방해하는군.” “제가 제 돈 내고 만든 음식입니다. 누구에게도 넘긴 적 없고요.” 에스텔이 부러진 주걱을 꺼냈다. 일곱 홈 가운데 하나가 미세하게 밝아졌다. “발테르. 사적 식사를 공식 식사로 바꾸려면 양쪽의 인장이 있어야 해. 그 규칙은 당신도 알잖아.” “아직 그걸 기억하는군, 마녀.” 그의 말투가 달라졌다. 에스텔은 주걱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우린 전에 만난 적이 있습니까?” 도현이 물었다. “나는 그녀가 이 식탁에 누구를 두고 떠났는지 알고 있네.” 발테르가 대답했다. “다만 그녀는 기억하고 싶은 만큼만 말하겠지.” 에스텔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발테르는 그 반응을 만족스럽게 바라봤다. 그러나 더는 접근하지 않았다. 그는 서류철을 닫으며 아일린에게 얇은 검은 카드를 내밀었다. “다음 종이 울리기 전, 왕위 계승권을 행사하시든 포기하시든 선택하십시오. 선택하지 않으면 의전국이 보존 절차를 집행합니다.” “이 카드에 적힌 조건을 검토할 시간은요?” “남은 종소리 사이만큼.” 그가 계단을 올라가자 지하실의 찬 공기가 조금 풀렸다. 루카스는 곧장 카드를 천 위에 놓고 펼쳤다. 뒷면에는 명부 한 장의 보관 위치가 적혀 있었다. [남쪽 별채 제4재료실. 봉인 보관: 열여섯 장의 빈 식권.] “열여섯.” 브론이 중얼거렸다. 북부에서 돌아오지 못한 요리사들도 열여섯 명이었다. 그렇다고 그들이 식권이 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도현은 카드 가장자리의 접힌 자국을 살폈다. 발테르가 급히 내밀 때 손가락으로 눌렀던 부분이었다. 검은 장갑 끝에 하얀 실 세 가닥이 남아 있었다. 도현은 루카스에게 그 모양을 따로 그려 달라고 했다. 손바닥을 받치는 세 매듭과 비슷했지만, 매듭이 묶이는 방향은 정반대였다. 누군가는 보호를 위한 표시를, 누군가를 붙잡는 표시로 바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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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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