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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105화
PAYLUA ORIGINAL · 제105화

105화. 제0식탁에는 왕좌가 없었다

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4,768자

오프라인 책장
철문을 연 것은 주걱도, 공주의 혈통도 아니었다. 도현이 발견한 것은 주방의 가장 낡은 부엌칼이었다. 칼날은 무디고 손잡이에는 까만 기름때가 배어 있었다. 손세척대 옆의 작은 고리에 매달려 있어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던 물건이었다. 그는 칼자루의 그을음을 문질렀다. 그 아래로 작은 글자가 드러났다. [화덕 관리 책임자: 불을 실제로 지핀 자.] “이건 오래된 안전 규칙이에요.” 도현이 말했다. “불을 지핀 사람이 불을 끌 책임도 있다는 뜻이죠.” “그런데 지금은 불이 없잖아요.” 브론이 말했다. “그러니까 문을 열려면 허위 가동 요청부터 멈춰야겠죠.” 그들은 마법 원통을 건드리기 전에 외부 배출구를 열어 압력을 낮췄다. 루카스가 현재 연기를 가동시키는 서명과 날짜를 베꼈고, 에스텔은 위조된 열 명령을 다른 사람에게 이전하지 않는 방식으로 차단선을 분리했다. 막힌 굴뚝의 검은 연기가 조금씩 옅어졌다. 원통의 바늘이 멈췄을 때 주방에는 처음으로 진짜 침묵이 찾아왔다. [가상 점화 기록: 무효 심사 접수.] [실제 화덕 온도: 냉각.] 철문이 딸깍 울렸다. 잠금쇠가 열리는 소리였다. “문 뒤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하죠.” 도현이 말했다. “그러기 전에 밖에 사람이 있는지부터.” 브론이 귀를 문에 댔다. “심장 소리는 없습니다. 물 흐르는 소리하고 금속이 떨리는 소리만 들려요.” 문은 두 사람이 힘을 합쳐야 열렸다. 오래 묵은 먼지가 바닥으로 쏟아졌다. 그 뒤에는 내려가는 계단이 나 있었다. 계단 벽에는 기름등 대신 작은 파란 구슬이 박혀 있었다. 발소리에 반응해 희미하게 빛나는 구슬이었다. 에스텔이 먼저 발을 내디뎠다. 그녀는 한 손에 작은 불빛을 들고 있었지만, 도현은 그 불빛이 주방의 화덕에 닿지 않도록 조심했다. 구슬에는 오래된 마법이 남아 있었고, 잘못된 불씨 하나가 기록을 가동시킬 수 있었다. 계단 끝은 넓은 지하실이었다. 그러나 도현이 예상한 비밀 연회장은 아니었다. 왕좌도 없고, 황금 식탁도 없었다. 방 한가운데에는 길고 낮은 돌판이 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낡은 나무그릇 하나만 있었다. 벽에는 빵을 반으로 나누어 놓은 그림과 텅 빈 들판을 걷는 사람들의 모습이 새겨져 있었다. “제0식탁.” 아일린이 속삭였다. 말을 하자 방의 천장에서 먼지가 한 줌 떨어졌다. 돌판 끝에 새겨진 작은 문장이 저절로 밝아졌다. [최초 제공 계약의 심리 장소.] [왕위의 채무 관리 기록 보관소.] 루카스는 즉시 기록을 옮겨 적었다. 그는 장부와 달리 이 문장이 실제 현장에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왕궁 밖의 기록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적힌 장소였다. 아일린은 낮은 돌판 앞에 무릎을 꿇었다가 곧 일어섰다. 누군가 경건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는데도 그럴 뻔했다. 그녀는 스스로의 무릎을 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왕실에서 자라면 오래된 물건을 보면 저절로 절을 하게 돼요.” “오래됐다는 이유로 맞는 건 아니죠.” 도현이 말했다. 방의 끝에는 조리용 물을 끌어오던 좁은 수로가 있었다. 이제 물은 흐르지 않았다. 바닥에는 땅에 떨어진 보릿겨가 돌처럼 굳어 붙어 있었다. 도현이 손으로 긁어 냈더니 작은 보리 알맹이가 하나 드러났다. 그는 그것을 섣불리 먹거나 가져가지 않고 밀봉 봉투에 담았다. 에스텔은 벽의 그림을 오래 바라봤다. 그림 속 사람들은 모두 빈 그릇을 들고 있었고, 맨 앞의 사람에게만 아주 작은 빵 조각이 있었다. “이곳은 왕을 대접하기 위한 식당이 아니었어.” “그럼 뭐였습니까?” “기근 때 누구에게 먼저 음식을 줄지를 의논하던 자리.” 루카스가 고개를 들었다. “그런 장소가 왜 왕위 채무 보관소가 됐죠?” 답은 돌판 밑에 숨어 있었다. 도현은 돌판 다리 아래의 철고리를 발견하고 브론과 함께 들어 올렸다. 두꺼운 장부 한 권이 나왔다. 표지에는 검은 쇳가루가 박혀 있었다. 페이지는 손으로 넘길 수 없도록 봉인되어 있었다. [최초 지급 내역.] [원제공자: 미확인.] [지급한 자: 왕실 외부.] [보증 대상: 왕국의 왕위.] [미지급 사유: 반환 기한 경과.] 아일린은 장부를 보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왕국을 구하기 위해 왕실이 식량을 빌려 왔다고 배웠어요. 그런데 보증 대상이 왕위라니요.” 도현은 글자를 다시 읽었다. “식량을 빌려 왔다는 사실과 왕위가 담보였다는 사실은 동시에 성립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대가가 어째서 백성들의 식사로 바뀌었느냐겠죠.” 벽 옆에는 작은 금속판 하나가 있었다. 그것에는 낯선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보증자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채무는 보증자에게 귀속된다.] [보증자 변경: 원제공자의 허락 필요.] 도현은 손목의 반점을 바라봤다. 사람들이 받지도 않은 음식을 받은 것으로 기록된 이유가 조금 선명해졌다. 누군가 왕실이 져야 할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는 조항을 후대에 끼워 넣은 것일지 모른다. “여기엔 백성들에게 청구할 수 있다는 말이 없습니다.” 그가 말했다. 루카스가 서둘러 덧붙였다. “하지만 아직 전체 계약을 보지 못했습니다. 장부의 표지만으로 대체 조항이 위조라고 확정할 순 없어요.” “맞습니다. 그래서 펼쳐 봐야겠죠.” 루카스는 지하실에 함께 내려온 경비대장의 도움으로 방의 전체 구조를 그렸다. 식탁은 왕좌가 들어설 만큼 높지 않았고, 그 옆에는 임시로 화덕을 놓았던 자리가 일곱 군데 있었다. 흙바닥의 그을음 크기가 제각각이었다. 많은 사람에게 음식을 나누려던 공간이라면 이런 불규칙함은 자연스러웠다. 에스텔은 돌판 앞의 작은 수로에서 오래된 나무주걱을 하나 발견했다. 손잡이가 닳아 거의 둥글게 되었고, 끝은 뜨거운 냄비에 오래 담갔던 탓에 검게 변했다. 누군가 매일 이것으로 죽을 저었을 것이다. 왕실의 금박 장식보다 오히려 그 물건이 오래된 구호 주방의 진실에 가까워 보였다. “나도 처음에는 이곳을 몰랐어.” 에스텔이 말했다. “왕궁에서 큰 냄비를 끓이는 일은 도왔지만 아래에 방이 있다는 얘긴 듣지 못했지.” “레온은 알았을까요?” “그는 부러진 주걱을 발견한 뒤부터 자꾸 제0식탁이라는 말을 했어. 어디에 있는지 아는 것 같았지만 나한테는 자세히 말하지 않았어.” 도현은 에스텔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그녀는 한동안 낡은 주걱을 만지작거렸다. “그때 나는 그가 또 혼자 해결하려 한다고 화를 냈어. 그런데 돌아오지 않았지. 그게 아직도 마음에 걸려.” “혼자 오지 말라고 하는 게 잘못은 아니었어요.” “그래도 내가 더 물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도현은 그것에 대한 답을 쉽게 주지 않았다. 과거의 일을 후회하는 사람에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위로하는 말은 간단하지만, 그 말이 실제로 책임을 설명해 주지는 못한다. 에스텔은 자신이 빠뜨린 것을 하나씩 인정하려 하고 있었다. 브론은 지하실 구석에서 크기가 다른 숟가락 일곱 개를 발견했다. 제일 작은 것은 아이의 손에 들어갈 만했고, 제일 큰 것은 두 손으로 들어야 했다. 그는 숟가락을 크기 순서대로 놓다가 문득 도현에게 물었다. “같은 음식을 먹을 때 숟가락 크기가 다르면 공평하지 않은 거죠?” “꼭 그렇지는 않죠. 어린아이와 어른이 같은 숟가락을 쓰면 오히려 불편할 수 있어요.” “그럼 누구에게 어떤 숟가락이 맞는지는 어떻게 아나요?” “물어봐야죠.” 브론은 작은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동안 제0식탁의 모든 규칙은 먹을 사람에게 묻지 않고 크기부터 정해 둔 것 같았다. 주방 한쪽에서 발견한 이런 사소한 물건이 오히려 그 원칙을 비판하고 있었다. 루카스는 바닥에서 금속판을 하나 건졌다. 앞면에는 왕국의 오래된 문장이, 뒷면에는 손으로 새긴 짧은 메모가 있었다. '누구의 이름도 없는 몫을 먼저 만들지 말 것.' 작성자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도현은 그 문장이 오래된 조리실의 원칙과 닮았다고 느꼈다. 주걱 일곱 홈에 숨겨진 레온의 말 또한 누군가 먹지 않은 음식을 제공했다고 적지 말라는 것이었다. 제0식탁이 처음부터 저주를 퍼뜨리기 위해 만들어진 장소였다면, 왜 이렇게 다른 방향의 흔적들이 남아 있는 것일까. 그들은 장부를 억지로 열지 않았다. 돌판 한쪽에 작은 홈이 있었는데, 주걱의 부러진 끝과 크기가 맞아 보였다. 에스텔이 조심스럽게 주걱을 대자 홈에서 파란 불빛이 잠깐 흘렀다. [조리 원칙 소지자 확인.] [열람을 위해 한 사람의 식사가 필요합니다.] 브론이 얼굴을 찌푸렸다. “또 먹으라네요. 그래도 이번엔 배고픈 건가요?” 도현은 문장을 끝까지 읽었다. 그 아래에 작은 글자가 추가되었다. [식사 제공자와 수령자의 명시적 동의가 있어야 합니다.] [참석하지 않은 사람의 몫은 청구할 수 없습니다.] 그는 잠시 생각했다. 이곳에서 지금껏 만난 마법 규칙 가운데 가장 정상적인 문장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 정상적인 규칙이 후대에 어떻게 변했는지 아직 알 수 없었다. 아일린이 말했다. “제가 먹겠습니다. 왕실의 책임을 확인하는 일이니까요.” “공주님, 저주 때문에 위험할 수 있습니다.” 도현이 대답했다. “먼저 어떤 음식이어야 하고 무엇을 열람하게 되는지 확인해야죠.” 그 순간 돌판 맨 끝에서 새로운 빛이 켜졌다. 그때 머리 위에서 네 번째 종이 울렸다. 오래된 돌판 아래로 잔진동이 전해졌다. 아직 식탁은 누구의 식사도 제공한 것으로 기록하지 않았는데, 왕궁의 시간표만은 자기 길을 가고 있었다. [대체 수령인 자동 지정 기능: 외부 개입 감지.] [외부 개입자: 왕실 의전국.] 한쪽 벽에 감춰져 있던 작은 문이 열리며 금속 발소리가 울렸다. 누군가 이 지하실이 열렸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도현은 장부에서 손을 뗐다. 아직 아무도 식탁에 앉지 않았다. 그런데 빈 그릇의 바닥에는 누군가 먹은 듯한 검은 흔적이 서서히 생겨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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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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