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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104화
PAYLUA ORIGINAL · 제104화

104화. 연기가 나는 폐쇄 주방

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4,639자

오프라인 책장
남쪽 별채는 왕궁의 화려한 탑과 달리 낮고 길쭉했다. 색이 바랜 벽돌 벽을 담쟁이가 덮고 있었고, 동쪽 끝에는 지붕보다 조금 높은 굴뚝이 솟아 있었다. 도현은 오래된 주방이라면 저런 모습일 거라고 생각했다. 땔나무를 쉽게 들일 수 있도록 옆문이 넓고, 재료를 식히기 위해 북쪽 창문이 작았다. 그런데 굴뚝에서 연기가 나고 있었다. 하얀 연기가 아니라 물에 젖은 장작을 태울 때처럼 검고 무거운 연기였다. 냄새는 이상했다. 탄 기름이나 그을린 밀가루의 냄새가 거의 없었다. 대신 젖은 양피지와 오래된 금속의 냄새가 났다. “불이 아니라 문서가 타는 냄새군.” 루카스가 말했다. 브론이 코를 벌름거렸다. “안쪽에 살아 있는 사람이 하나 있습니다. 아니, 잠깐. 발자국 냄새는 둘인데 체취는 하나뿐입니다.” 도현은 그가 가리킨 방향을 봤다. 주방의 옆문에 새 자물쇠가 달려 있었다. 누군가 오래된 건물을 보호한답시고 최근 손을 댄 흔적이었다. 아일린은 동행한 경비대장에게 자물쇠를 부수라고 하지 않았다. 먼저 봉쇄 명령서를 확인하게 했다. 경비대장은 명령권자가 왕실 의전국이라고 보고했다. 그러나 '폐쇄 공간 안전 검사'에는 조사단 입회를 허용한다는 단서가 있었다. “입회하겠습니다.” 아일린이 말했다. “문을 연 시각과 열쇠 관리자를 남기세요.” 경비대장이 문을 열자 서늘한 공기가 밀려 나왔다. 연기는 굴뚝에서 새고 있었지만 안쪽 어디에도 불꽃이 보이지 않았다. 바닥에는 오래된 돌타일이 남아 있었고, 중앙 작업대는 새 천으로 덮여 있었다. 벽에는 손잡이가 달린 수동 화덕 일곱 개가 줄지어 있었다. “일곱 번째 화덕.” 도현이 중얼거렸다. 왕실 공개 조리 검증에서 도현이 본 화덕과 같은 구조였다. 다만 이쪽은 장식이 없고 실용적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화덕 앞면의 숫자는 왕실 문장 대신 음식을 놓는 방향을 표시하고 있었다. 에스텔은 그 앞에서 발을 멈췄다. “예전에 여기에서 일했어.” 도현은 그녀를 돌아봤다. 에스텔은 주방의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수십 년 전, 사람을 살리기 위한 구호 수프가 처음 끓던 날의 냄새를 찾는 듯했다. “그때 이곳의 조리실은 길고 더러웠어. 허기진 사람들이 바깥에 줄을 섰고, 우린 하루에 수백 그릇씩 죽을 만들었지.” “왜 문을 닫았어요?” “계약서를 읽기 시작한 뒤였어. 음식이 도착하기도 전에 수령자의 이름이 적혀 있었거든.” 브론이 천을 걷어냈다. 작업대 위에는 검은 유약을 바른 접시 한 장이 놓여 있었다. 거기에는 아직 음식 자국이 없는데 가장자리에는 작은 글자가 돌아가며 나타났다. [일곱 번째 종까지 준비가 끝나지 않으면 대리 조리사 지정.] 도현은 접시를 건드리지 않았다. “이런 물건을 만졌을 때 누가 지정되는지부터 알아야겠네요.” 그들은 작업대를 세 구역으로 나누고 외부 수거함과 보관함을 준비했다. 루카스는 물품마다 새 번호를 붙였다. 경비대장은 처음엔 이런 절차가 과하다고 생각했지만, 검은 접시를 든 하급 하인이 갑자기 손목을 붙들고 주저앉자 생각이 달라졌다. “제가 이걸 들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하인이 말했다. “그런데 손이 자꾸 저립니다.” 에스텔이 재빨리 장갑과 주머니를 건넸다. 하인은 접시를 내려놓았다. 손목에는 짧은 잉크 자국이 남았다가 서서히 흐려졌다. “이미 지정된 겁니까?” 아일린이 물었다. “아직 아닙니다.” 에스텔이 말했다. “잡는 순간 반응을 보이는 표시일 뿐일 수도 있어요. 기록 없이 단정하면 안 됩니다.” 도현은 하인에게 이름과 명령자를 물었다. 남자는 토렘이라 했고, 왕실 의전국 소속의 하급 관리라고 했다. 어젯밤 누군가 자신에게 별채를 청소하고 빈 접시를 준비하라고 명령했다는 것이다. 그는 무서워 도망치고 싶었지만 도망친 대가가 자신의 가족에게 돌아갈까 봐 머물렀다. “지금 이 주방에 남겠다고 스스로 결정했습니까?” 도현이 물었다. 토렘은 한참 망설이다 고개를 저었다. “그럼 여기서 나가셔도 됩니다. 누가 불이익을 준다면 그 사실을 공주님께 직접 말하세요.” 경비대장이 입을 열려다 아일린의 눈빛을 보고 다물었다. 공주는 자신이 그 말을 실제로 지킬 수 있도록 명령권자의 이름부터 적었다. 별채 내부를 더 살피자 화덕마다 이상한 차이가 있었다. 첫 번째 화덕에는 뜨거운 냄비를 내릴 때 생기는 반원형 흠집이 남아 있었다. 두 번째와 세 번째에도 같은 흠집이 있었지만, 네 번째부터는 그을음이 거의 없었다. 일곱 번째는 가장 새것처럼 반짝였다. 도현은 주방에서 쓰던 소금 자루를 떠올렸다. 멀리서 보면 모두 같은 포대지만 실제로 쓴 자루와 장부에서만 개봉 처리한 자루는 무게부터 다르다. 여기에서도 실제로 불을 지핀 화덕과 이름만 붙인 화덕이 다른 역사를 가진 것이다. “이쪽 네 개는 마지막으로 쓰던 날이 달라 보여요.” 에스텔이 흠집을 살폈다. “옛날엔 첫 세 개에서 큰 냄비를 끓였지. 나머지는 음식이 식을 때 데워 먹으라고 둔 작은 화덕이었어.” “지금은 왜 전부 같은 크기로 보이죠?” “나중에 벽돌을 덧댄 거야. 겉모습을 맞추려 했겠지.” 도현은 경비대장에게 벽돌의 보수 연도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경비대장은 밖으로 나갔다가 낡은 도면을 들고 돌아왔다. 가장 오래된 도면에는 화덕이 세 개밖에 없었다. 네 개가 더해진 것은 왕실 구호위원회가 해산된 뒤였다. “누군가 일곱이라는 숫자를 맞추려고 주방 자체를 고쳤군요.” 루카스가 말했다. 그때 작은 폭음이 났다. 다섯 번째 화덕의 문이 저절로 열렸다. 안쪽에서는 불꽃이 아니라 검은 종이 조각들이 바람처럼 소용돌이쳤다. 브론이 반사적으로 달려들어 문을 닫으려 했지만 도현이 외쳤다. “손대지 마세요! 닫는 사람이 점화자로 기록될 수 있어요!” 브론은 한 걸음 물러났다. 에스텔이 작은 봉인띠를 공중에 걸어 종이들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했다. 루카스는 가장 가까운 기록판에서 마법 반응을 읽었다. [화덕 점검 인원: 자동 지정 대기.] “실제로는 정비를 하러 왔는데 조리를 시작한 걸로 만들려는 겁니다.” 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작업자들에게 화덕을 강제로 닫지 말고 내부 압력을 줄일 수 있는 통로부터 찾으라고 했다. 화덕 옆의 오래된 공기구멍이 먼지로 막혀 있었다. 쇠꼬챙이로 직접 후비는 대신 나무 자루를 길게 연결해 뚜껑 바깥쪽에서 먼지를 털었다. 문 안쪽의 종이 조각이 한 차례 더 돌다가 차분히 가라앉았다. 루카스는 실제 정비와 자동 지정 경고를 서로 다른 칸에 기록했다. 경비대장은 두 가지가 왜 중요한지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자신이 화덕을 닫았더라면 새 조리사가 되었다고 주장받았을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얼굴이 창백해졌다. “이런 곳을 왜 그냥 폐쇄만 해 놨습니까?” 아일린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는 왕궁의 폐쇄된 시설이라는 말만 믿고 아무도 해를 입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자신을 돌아봤다. 문에 자물쇠가 달렸다고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누군가 그 안에서 여전히 사람의 이름을 등록하고 있었으니까. 도현은 화덕 일곱 개를 다시 보았다. 일곱 개는 처음부터 있던 전통이 아니라, 누군가 전통처럼 보이게 만들기 위해 나중에 숫자를 맞춘 흔적이었다. 그 사실은 주방의 벽돌에 직접 남아 있었다. 그들은 주방 중앙의 손세척대 뒤에서 오래된 철문을 찾았다. 철문에는 왕실 문장이 없었다. 대신 세 개의 그림이 새겨져 있었다. 매듭, 반달, 뒤집은 그릇. 유리 온실 문에서 보았던 것과 같은 조합이었다. “똑같은 문이 두 군데나 있다니.” 브론이 말했다. 도현은 손가락으로 그림의 가장자리를 짚었다. “문이 똑같다기보다는 같은 규칙을 옮겨 심은 것 같아요.” 철문 아래에는 반죽이 말라붙은 자국이 있었다. 도현이 냄새를 맡자 오래된 보리와 식초 향이 섞여 있었다. 식재료로 문을 봉인했다는 사실이 이상했지만 이 세계의 마법 주방에서 음식은 주문이자 기록이었다. 에스텔은 주걱을 꺼냈다. 일곱 홈이 문 쪽을 향하자 쇠가 따뜻해졌다. 그러나 철문은 열리지 않았다. [접근 권한 확인.] [초대의 수락 여부: 기록 없음.] [왕위 보유자의 요청: 미등록.] 아일린이 말했다. “제가 요청하면 되겠군요.” 루카스가 그녀를 막았다. “공주님, '왕위 보유자'가 공주님을 뜻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왕위 계승권자와 현재 왕위 보유자는 다른 사람입니다.” 아일린이 손을 내렸다. “제가 또 너무 빨랐군요.” 도현은 철문 옆에 오래된 문장을 발견했다. 청소 도구가 걸려 있던 못 뒤에 가려져 있었다. [불을 지핀 사람만이 화덕을 열 수 있다.] “그러면 누가 불을 지폈는지부터 확인해야겠네요.” 주방에는 불이 없었다. 그런데 굴뚝은 계속 연기를 뿜었다. 도현은 환기구를 따라 주방 뒤쪽의 작은 방으로 갔다. 그곳에는 연기 색을 바꾸는 마법 원통이 있었다. 그리고 원통에 꽂힌 종이 한 장에는 오늘 날짜보다 오래된 서명이 적혀 있었다. [화덕 가동 요청: 왕위 계정.] [기계 작동 담당: 미지정.] 브론이 천장을 올려다봤다. “그럼 지금 누가 불을 피운 겁니까?” 도현은 원통의 뚜껑을 열지 않고 답했다. “아무도요. 장부가 불이 켜졌다고 우기는 겁니다.” 그가 말을 마치자 원통이 쾅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벽 뒤에서 무거운 쇠막대가 내려왔다. 누군가가 진짜 불을 만들지 않고도 조리가 시작됐다는 증거를 꾸미려 하고 있었다. 도현은 처음으로 등골에 소름이 돋았다. 빈 접시를 청구하는 수준을 넘어, 이제는 요리사의 움직임과 화덕의 열까지 기록으로 위조하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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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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