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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103화
PAYLUA ORIGINAL · 제103화

103화. 아무도 앉지 못하는 왕의 자리

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4,366자

오프라인 책장
'마지막 한 숟갈'의 문은 열려 있었다. 왕도로 돌아온 도현은 가장 먼저 그 사실에 안도했다. 골목의 돌바닥에는 오후에 내린 비가 남아 있었고, 낡은 간판에서는 페인트 조각이 조금 벗겨져 있었다. 문 앞에 누군가 놓아둔 작은 꽃다발이 보였다. 지난번에 수프를 먹고 돌아갔던 노인의 감사 인사였다. 하지만 식당 안은 평소보다 조용했다. 계산대 옆 의자에는 아일린 공주가 앉아 있었다. 화려한 드레스 대신 회색 망토를 걸쳤고, 손등을 감싼 장갑은 젖어 있었다. 그녀는 식탁 위에 빈 찻잔 하나를 올려놓고 벽의 시계를 보고 있었다. “공주님, 왕궁에서 기다리시는 줄 알았습니다.” 도현이 말했다. “왕궁은 요즘 저를 기다리지 않아요.” 아일린은 어색하게 웃었다. 가까이 보니 눈 밑이 어두웠다. 손목의 검은 왕관 모양 저주도 장갑 가장자리로 조금 번져 있었다. 도현은 저주가 다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그 변화를 지금까지의 기록 없이 심각한 악화로 단정하지는 않았다. 브론이 두 사람 사이에 찻주전자를 내려놓았다. “공주님도 식사하러 오셨습니까? 저희 오늘 아직 저녁 준비도 못 했는데요.” “식사는 아니에요. 부탁하러 왔어요.” 도현은 앞치마를 걸었다. “부탁을 듣기 전에 따뜻한 물부터 드릴게요. 그건 제가 지금 제공할 수 있습니다.” 공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도현은 물을 데우는 동안 시장에서 사 온 양파를 볶았다. 브론이 껍질을 벗기고 에스텔이 냄비를 올렸다. 여행 내내 긴장한 손으로 서류를 쥐고 있던 루카스조차 접시를 닦았다. 오래 비웠던 식당이 조금씩 제 소리를 되찾았다. 아일린은 김이 오르는 그릇을 바라봤다. “왕궁에서는 요즘 모든 조리사가 음식을 내기 전에 서명을 해요.” “알고 있습니다. 공개 조리 검증 때도 그랬죠.” “이제는 손님에게 음식을 내지 않아도 준비했다는 사실만으로 서명하라고 합니다. 일곱 번째 종이 울릴 날을 대비한답시고요.” 에스텔이 손을 멈췄다. “새로운 대리 수령인을 늘리려는 수법이군.” “왕실 의전관은 국가의 위기라고 주장해요. 저를 포함해 누군가 왕의 마지막 식사에 참석해야 한다고.” “왕의 마지막 식사가 뭡니까?” 도현이 물었다. 아일린은 주위를 살폈다. 골목에는 저녁 장사 소리가 멀리 울렸고, 식당 창문은 잘 닫혀 있었다. 그녀는 소매에서 접힌 종이를 꺼냈다. 왕실 도장이 찍혔지만 가장자리는 손으로 찢겨 있었다. [왕위 유지에 필요한 대가를 미지급한 경우, 지정 식사자의 몫으로 대체할 수 있다.] 도현은 종이를 오래 바라봤다. “이런 조항이 언제 생겼습니까?” “왕실 보관소의 등본에는 처음부터 있던 것처럼 적혀 있어요. 하지만 아버지의 개인 기록에는 그런 문구가 보이지 않아요.” “두 기록의 작성 시점은요?” 루카스가 물었다. “다릅니다. 제가 가져온 건 대조를 허락받지 못한 사본뿐이에요.” 루카스는 우선 사본이라는 점을 기록했다. 아일린이 직접 보았다는 진술만으로 원본을 확정할 수는 없었다. 도현도 성급히 왕실의 범죄라고 선언하고 싶지 않았다. 이곳의 저주는 사람이 만들어 낸 말과 마법 장치가 얽혀 있어 어느 한쪽의 거짓말만 잡아내도 끝날 일이 아니었다. 도현은 수프 두 그릇을 내놓았다. 감자와 양파를 끓인 평범한 수프였다. 아일린의 그릇에는 작은 숟가락을 놓았고, 자신의 앞에도 같은 그릇을 가져왔다. “드시기 싫으면 안 드셔도 됩니다.” “어째서 매번 그렇게 말씀하세요?” “먹을 사람만이 자기 몫을 결정할 수 있으니까요.” 아일린은 숟가락을 들었다가 손등의 검은 문양을 보고 놓았다. 잠깐 침묵이 흘렀다. 도현은 공주가 부끄러워하지 않도록 자기도 물잔을 들었다. “마지막 식사라는 이름이 수상합니다.” 그는 말했다. “왕궁의 누가 죽는다는 뜻으로 겁을 주는 건지, 계약의 마지막 이행이라는 뜻인지부터 분리해서 봐야겠어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 이야기를 하면 충성을 의심받아요.” 브론은 수프를 먹다가 고개를 들었다. “그럼 왕궁엔 메뉴판도 없고, 질문도 하면 안 되는 겁니까?” “메뉴판은 있어요.” 아일린이 힘없이 웃었다. “질문할 권리가 없을 뿐이죠.” 그들이 수프를 먹는 동안 식당의 단골 몇 사람이 밖에서 문을 두드렸다. 에스텔이 문을 열자 비를 맞은 재단사와 신발 수선공이 들어왔다. 두 사람은 식당이 며칠 동안 문을 닫은 것을 걱정했다고 했다. 재단사는 저주받은 가족을 데려왔던 손님이 아니라, 그저 퇴근길에 뜨거운 수프를 사 먹던 사람이었다. “오늘은 장사합니까?” 수선공이 물었다. “정식 영업은 내일부터 하려고요.” 도현이 말했다. “재료를 새로 들여와야 해서요.” 수선공은 아쉬운 얼굴이었다. 그는 도현이 부재한 동안 왕도에 벌어진 일을 전했다. 시장에서는 모든 음식 가게가 왕실의 일곱 요리 중 한 가지를 의무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소문 때문에 평소 팔리지 않던 향초와 검은 포도주의 가격이 뛰었다고 했다. “하루는 왕실에서 반찬값을 준다고 했어요. 다음 날은 가게가 음식을 준비하지 않으면 벌금을 매긴다고 하고요.” “공식 명령서를 보셨어요?” 루카스가 물었다. “아니요. 시장 조합장이 들었다는데…” 아일린은 그 말을 듣고 눈을 내리깔았다. 왕실의 이름을 빌린 명령이 자기에게도 오지 않는다는 사실이 새삼 부끄러웠다. 그녀는 신분을 감추고 있던 망토의 앞자락을 여며 얼굴을 가렸지만, 도현이 조용히 말했다. “모르는 명령을 아는 것처럼 설명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확인할 수 있는 것부터 확인해 주시면 됩니다.” 공주는 수선공에게 시장 공고 날짜와 배포자를 물었다. 재단사는 공고를 떼어 오겠다고 했고, 수선공은 자신이 본 전단의 내용을 기억나는 대로 적었다. 누구도 이 작은 진술을 왕실의 최종 판단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 누가 무엇을 주장했는지 거슬러 올라갈 첫 기록은 되었다. 손님들이 떠나자 도현은 빈 그릇을 씻었다. 물을 받아 놓은 대야에는 감자 부스러기가 떠다녔다. 손목이 조금 뻣뻣해서 왼손으로 그릇을 닦는 속도가 느려졌다. 에스텔은 아무 말 없이 다른 쪽의 그릇을 가져갔다. 도현은 자신이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하기 전에 누군가가 알아차리는 것이 고맙고도 미안했다. “나중에 손목을 다시 보자.” 에스텔이 말했다. “지금은 괜찮습니다.” “괜찮다고 느끼는 것도 확인이 필요해.” 도현은 손을 멈췄다. 지난번에는 그녀가 이런 위험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다투었다. 이제 에스텔은 모른다는 말을 감추지 않았고, 도현도 혼자 버틸 수 있다고 허세를 부리지 않으려 했다. “식사 다 하고 확인합시다.” 도현이 대답했다. 두 사람은 잠시 마주 보았다가 동시에 웃었다. 도현은 그 웃음이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서로에게 절박한 비밀이 남아 있는데도 가게의 작은 일을 함께하면 하루쯤은 견딜 수 있었다. 식사가 끝나갈 무렵 공주는 도현의 주걱을 봤다. 일곱 홈 사이로 빛이 새어 나왔다. 아일린의 손목에 새겨진 왕관 무늬가 같은 박자로 움직였다. [제0식탁 접근 조건: 초대 대상 또는 왕위 보유자의 명시적 요청.] 루카스가 숨을 들이켰다. “이건 왕궁의 위치를 말하는 게 아니라 접근 자격을 말하네요.” 아일린은 똑바로 앉았다. “그러면 제가 요청하겠습니다. 저의 저주가 어디서 시작됐는지 확인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도현은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 “공주님 개인의 요청입니까, 왕실의 명령입니까?” “제가 결정한 부탁이에요. 거절해도 처벌하지 않겠습니다.” 그녀는 말한 뒤 잠시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왕실의 권위를 이용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한 사람처럼 보였다. 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같이 조사하겠습니다. 다만 제게 저주를 다 옮기겠다는 약속은 하지 마세요. 저도 그런 약속 못 합니다.” 아일린은 눈을 감았다 뜨더니 작게 대답했다. “그걸 원한 건 아니에요.” “좋습니다. 그럼 어디부터 가죠?” “남쪽 별채요. 왕실 주방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곳입니다.” 루카스가 눈썹을 찌푸렸다. “그곳은 오래전에 폐쇄됐다고 들었는데요.” “그렇죠. 그런데 어제부터 연기가 납니다.” 아일린은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누구도 불을 붙이지 않았는데, 왕의 식탁만 차리라는 명령이 매일 새벽 그곳에서 나오고 있어요.” 도현은 오래된 수프 냄비를 바라봤다. 불을 지피지 않았는데 연기가 나는 주방. 재료가 도착하기 전에 식사를 청구하는 장부. 모두 익숙한 위험 신호였다. “오늘은 공주님부터 조금 쉬세요. 내일 아침에 갑시다.” 아일린은 잠시 망설이다 수프를 한 숟가락 먹었다. 그녀의 손목에서는 아무런 새 빛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따뜻한 국물이 식도를 지나갔다. 공주는 눈을 내리깔았다. “이런 식사는 참 오랜만이네요.” “식사는 원래 이런 거니까요.” 창밖에서 세 번째 종이 울렸다. 이번에는 왕궁 안쪽에서가 아니라 남쪽 별채의 폐쇄된 굴뚝 아래에서 올라오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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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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