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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101화
PAYLUA ORIGINAL · 제101화

101화. 첫 번째 종은 동쪽에서 울렸다

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4,405자

오프라인 책장
유리 온실의 아침은 어제와 다른 냄새가 났다. 시든 꽃잎에서는 풋내가 났고, 밤새 열린 통풍창 틈으로는 젖은 흙과 찬 나무껍질 냄새가 스며들었다. 리벨은 그 냄새가 반가워 잠시 문을 닫지 못했다. 백 년 동안 봄만 이어지던 곳에서 가을의 냄새를 맡는다는 것은 불편한 일이면서도 믿기 어려운 선물이었다. 도현은 작업대 앞에서 부러진 주걱을 내려다봤다. 손잡이의 일곱 홈 가운데 가장 깊은 홈에 금빛이 남아 있었다. [왕위의 마지막 식사에 초대합니다.] 문장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달리 문구를 덧붙이지도 않았다. 마치 먼저 대답할 쪽이 누구인지 확인하려는 것처럼 얌전히 빛나고 있었다. “이걸 들고 왕궁으로 돌아가면 또 잡혀가는 거 아닙니까?” 브론이 물었다. 그는 여행용 앞치마를 털고 있었다. 가방에는 소금과 말린 과일, 갈아 끼울 장갑 두 켤레가 들어 있었다. 도현이 한 켤레만 사 주겠다고 했는데 어느새 두 켤레가 된 모양이었다. “초대장이니까 가야 한다는 규칙은 없죠.” “그러면 안 갑니까?” “누가 보냈는지는 알아야겠어요.” 에스텔은 주걱을 손에 들었다. 찬 쇠가 손바닥에 닿자 그녀의 표정이 아주 잠깐 굳었다. 레온이 쓰던 주걱이었다. 식당이 처음 왕실 구호 계약에 얽혀 들던 때부터, 그녀는 이것을 버리지 못했다. “이런 초대장은 예전에도 있었어. 하지만 그때는 왕궁의 바깥 문까지만 갔지.” “안으로 들어가 보지는 않았어요?” “문이 없었거든. 초대받은 사람에게만 나타난다는 이야기가 있었어.” 도현은 그녀를 바라봤다. “그런데 레온의 주걱에는 왜 그런 문구가 새겨진 겁니까?” “그가 주걱에 새긴 건 조리 원칙뿐이야. 이 문장은 내가 처음 봐.” 그 대답을 들은 루카스가 수첩을 펼쳤다. 그는 주걱의 문구를 베껴 적으면서 발견 장소와 시각을 함께 기록했다. 왕위를 대가로 지급했다는 온실의 문장이 사실인지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오래된 기록 하나를 붙잡고 왕궁을 통째로 의심하는 일은 위험했다. “우선 왕도에 가서 원본과 대조하겠습니다. 아일린 공주에게도 직접 보여 드리고요.” “그건 맞아요.” 도현이 말했다. “다만 우리가 가진 단서의 한계를 같이 적읍시다.” 하나는 창가 의자에 앉아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아이는 어제 처음 밖으로 나가 본 뒤 밤새 두 번이나 잠에서 깼다. 바깥에서 들려온 개 짖는 소리와 나뭇잎 부딪히는 소리가 꿈처럼 낯설었기 때문이다. “너희는 또 가?” 하나가 물었다. “응. 온실에 온 이유를 이어서 알아보러.” “그럼 나도 따라가면 안 돼?” 에스텔이 놀라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도현은 바로 좋다고도 싫다고도 하지 않았다. “왕도로 가는 길은 멀고 복잡해. 낯선 사람이 많을 거야. 너를 억지로 데려가거나 남겨 두는 건 싫어. 먼저 여기 사람들과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이야기하자.” 하나는 입술을 내밀었다. “백 년이나 기다렸는데 하루 더 기다리는 건 싫어.” 브론이 옆에서 중얼거렸다. “그 말씀은 반박하기 어렵군요.” 리벨은 하나의 손을 잡고 말했다. “오늘 저녁에는 원하면 바깥 장터에 함께 가 볼 수 있어. 왕도로 갈지는 그 뒤에 네가 다시 골라도 돼.” 하나는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꼭 한 번에 세상 끝까지 가야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건 아니라는 말을 알아들은 듯했다. 도현은 짐을 꾸리기 전에 온실의 수프 냄비를 다시 살폈다. 어제 만든 수프가 반쯤 남아 있었다. 리벨은 이제 남은 음식을 날짜와 양으로 기록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런 일이 번거롭다고 했지만, 어제의 식사를 오늘 먹은 것으로 장부에 올리는 수법을 보고 난 뒤로는 생각이 달라졌다. “남은 건 식혀서 보관하고, 오늘 점심에는 새로 끓이세요. 감자 냄새가 조금 변했어요.” “냄새가 변하면 어떻게 알아요?” 도현은 대답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그는 코끝에 남은 향을 좇았다. 감자와 양파는 알아볼 수 있었지만 버터의 고소함은 희미했다. 기억을 먹는 저주가 요리사의 감각과 기억 사이를 조금씩 갉아먹고 있었다. “확신이 없을 때는 먹이지 않는 게 낫죠. 맛으로만 판단하지 말고 보관 시간도 확인합시다.” 리벨은 새 일지에 보관 시각을 적었다. 도현은 왼쪽 손목을 소매 아래 숨겼다. 석화 반점 가장자리는 차가웠고, 검은 가는 선은 손가락 쪽으로 미세하게 뻗어 있었다. 크게 악화되었다고 단정할 변화는 아니었지만 이제 손목을 잊고 지낼 수는 없었다. 출발 준비는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리벨은 온실의 첫 공동회의를 열었고, 실렌은 관리장 권한을 내려놓은 사람이 어디까지 현장 안전에 관여해야 하는지 설명해야 했다. 회의가 열린 곳은 유리 지붕 아래의 작은 포장실이었다. 실내에는 보리 자루가 쌓였고, 바닥은 마른 꽃잎과 신발에 묻은 진흙으로 더러워져 있었다. 백 년 동안 꽃이 지지 않을 때에는 이런 청소조차 거의 필요 없었다고 했다. “내일 첫 열매가 열린다면 누가 가져가죠?” 젊은 노동자가 물었다. 실렌은 무심코 관리자의 몫을 이야기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리벨이 대신 말했다. “먼저 실제 수확량을 세야 해요. 그다음에 일한 사람들의 동의와 바깥 농가에 대한 배상 문제를 논의합시다.” 노동자들 사이에서 탄식이 흘렀다. 몇몇은 한 세대가 기다린 수확이 눈앞에 있는데 또 의논부터 하느냐고 화를 냈다. 도현은 그 마음을 이해했다. 한국에서 레스토랑의 재료를 받았을 때도 공급이 늦어지면 다음 손님을 어떻게 대접할지부터 걱정했던 자신이었다. 그러나 재료가 도착했다는 이유로 이미 팔린 걸로 장부에 적을 수는 없었다. “오늘은 열매가 열리지 않을 수도 있죠.” 도현이 말했다. “그럼 아무것도 얻지 못한 날일까요?” 농부 달렌이 고개를 저었다. “우리 밭의 물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소. 나는 그걸 먼저 볼 거요.” 리벨도 손을 들었다. “저는 퇴근 시각을 정하고 싶어요. 지금까지는 꽃이 시들지 않으니까 저희도 쉬면 안 된다는 말을 들었거든요.” 도현은 그 말을 들으며 오래된 주방의 밤을 떠올렸다. 준비 시간이 끝났는데도 손님이 남아 있어 뒷정리를 마치지 못하던 새벽. 그는 그때 주방 식구들에게 따뜻한 국이라도 먹이고 싶어 남은 채소로 수프를 끓였다. 그 기억의 전체 모습은 희미했지만, 뜨거운 냄비를 두 손으로 들었던 감각만은 아직 선명했다. 실렌은 실제로 일한 시간을 확인할 수 있도록 오래된 작업 종을 리벨에게 넘겼다. 한 노동자가 그 종을 들고 한 번 흔들어 보았다. 너무 소박한 쇳소리에 모두 잠시 웃었다. 진짜 노동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알리는 물건이 오랫동안 사람들의 시간을 빼앗는 장치 옆에 걸려 있었다는 사실이 우스웠다. 회의가 끝나자 리벨은 기록 첫 장에 '오늘 쉬는 사람'이라는 새로운 칸을 만들었다. 누군가 쉬었다는 이유로 다음 식사의 몫이 깎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도현은 그 빈칸을 보고 오래 생각했다. 훌륭한 식당은 맛있는 음식만 만드는 곳이 아니라, 그 음식을 만드는 사람도 다음 날 다시 올 수 있는 곳이어야 했다. 그날 정오, 온실 바깥의 작은 종이 한 번 울렸다. 관리장이 교대 시각을 알릴 때 치던 소박한 종이었다. 그런데 그 소리 뒤로 아주 먼 방향에서 한 번 더 울림이 돌아왔다. 동쪽 들판, 그보다 먼 산등성이, 알 수 없는 방향에서 같은 음이 순서대로 메아리쳤다. 브론은 귀를 바짝 세웠다. “바람 소리가 아닙니다. 누가 같은 종을 세 번 친 것처럼 들려요.” 도현의 주걱이 뜨거워졌다. 쇠에서 빛이 일어나며 새 글씨가 잠깐 나타났다. [제0식탁: 첫 종 전달 확인.] [초대 대상: 조리 원칙의 소지자.] [수락 기록: 없음.] “그냥 초대받았다고 자동으로 수락한 건 아니네요.” 루카스가 말했다. 도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인 일이군요.” 그러나 에스텔은 주걱의 가장자리에서 번진 그을음 자국을 보고 있었다. 그녀는 아주 옛날 왕실 구호 창고에서 들었던 같은 종소리를 기억했다. 그날 사람들은 새 식량이 도착한다며 손뼉을 쳤다. 그 뒤로 그들의 내일이 조금씩 장부에서 지워졌다. “도현.” 그녀가 낮게 말했다. “저 종은 식사를 알리는 종이 아니었어.” “그럼 무슨 종이었습니까?” “누가 대가를 낼 차례인지 알리는 종.” 그때 온실의 새벽 기록부가 혼자 펼쳐졌다. 아직 적지도 않은 내일 날짜의 칸에 희미한 잉크가 스며들었다. [왕위의 식사 준비까지 남은 종: 여섯.] 도현은 서둘러 종이를 덮지 않았다. 대신 루카스에게 지금 나타난 문장을 그대로 기록해 달라고 부탁했다. 종이 일곱 번 울린 뒤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초대에 응하지 않았다는 사실부터 지워지지 않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 바깥에서는 리벨이 하나와 함께 시든 꽃잎을 모으고 있었다. 아이는 꽃잎을 쥐고 웃었다. 꽃이 다시 피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배운 얼굴이었다. 도현은 아이를 한 번 더 돌아보았다. 왕국에서 오래 빼앗긴 것은 꽃의 봄이 아니라 사람마다 다른 내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제 누군가 그 내일을 왕위라는 이름으로 다시 청구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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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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