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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10화
PAYLUA ORIGINAL · 제10화

10화. 마지막 숟갈의 주인

저주받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 · 5,587자

오프라인 책장
왕실 만찬을 앞둔 새벽, 왕궁의 모든 주방에서 동시에 불이 켜졌다. 대리석 복도는 바쁘게 뛰어다니는 하인들로 가득했다. 흰 앞치마가 바람처럼 지나가고, 양철 수레 위에는 푸른 채소와 붉은 고기, 금박을 입힌 과일이 쌓여 있었다. 식재료가 모자란 적이 한 번도 없는 것 같은 풍경이었다. 왕도 바깥의 사람들이 지난겨울 감자 한 알을 나누어 먹었다는 사실은 그 화려함 속에서 보이지 않았다. 백도현은 주방 뒤편에서 브론과 함께 낮게 이야기했다. “열쇠는 제가 갖고 있을게요. 문제가 생기면 밖으로 나가서 에스텔 씨를 부르세요.” “왜 저는 늘 도움을 부르는 역할입니까?” “누가 더 빨리 뛰죠?” “저요.” “누가 더 냄새를 잘 맡죠?” “그것도 저요.” “그럼 제가 못 하는 일을 하는 셈이네요.” 브론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도현은 그가 쉽게 설득되는 것이 고맙기도 하고 조금 미안하기도 했다. 베네딕트가 알려 준 문은 서쪽 주방의 장작 창고 뒤편에 있었다. 화덕용 석탄과 마른 장작 사이에서 녹슨 쇠고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도현이 열쇠를 꽂자 손목의 저주 두 개가 동시에 꿈틀거렸다. 고리가 돌아가며 벽 전체에서 낮은 신음이 났다. 문 너머로 내려가는 계단은 지나치게 깨끗했다. 누군가 매일 쓸고 닦는 듯 먼지가 없었고, 벽에는 낡은 조리법이 조각되어 있었다. 왕궁의 금박 장식과 달리 여기는 소박한 돌과 쇠로만 이루어진 공간이었다. “옛날 주방이군요.” 브론이 말했다. “그런데 왜 냄새가 안 날까요?” 브론이 코를 움직였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요리를 만들었던 장소라면 기름과 재, 곡식 냄새가 남아 있어야 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냄새뿐 아니라 습기마저 사라진 듯했다. 계단 끝에는 긴 복도가 있었다. 열두 개의 문이 양쪽에 붙어 있었고, 맨 끝의 열세 번째 문 위에 작은 표지판이 걸려 있었다. [제7조리실.] “일곱 번째인데 열세 번째 문이네요.” “왕궁 사람들은 수학이 약한가 봅니다.” 도현이 대꾸했다. 그러나 웃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양쪽 문 사이에서 미세한 소리가 들렸다. 누구인지 모를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숟가락이 접시에 부딪히는 소리, 국을 후루룩 마시는 소리, 빵을 찢는 소리. 문을 열어 보니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빈 식탁과 사용 흔적이 없는 접시뿐이었다. 브론이 몸을 떨었다. “저는 이런 주방이 제일 싫습니다. 먹는 사람은 없는데 그릇 소리만 나요.” 도현은 접시 하나를 집어 들었다. 표면은 차가웠지만 중앙에 아주 작은 검은 알갱이가 있었다. 검은 시럽이 말라붙은 흔적이었다. 그는 빈 그릇을 다시 내려놓고 끝까지 걸어갔다. 제7조리실 문에는 보통의 자물쇠 대신 세 가지 질문이 새겨져 있었다. [누구를 위해 조리하는가?] [무엇을 대가로 지불하는가?] [마지막 한 숟갈은 누구의 것인가?] 도현은 한동안 문을 바라봤다. 조리법이라기보다 계약서 같았다. “첫 번째는 손님이죠.” 브론이 속삭였다. “두 번째는 돈이고요.” “마지막은 주방장님이 드시면 안 됩니까?” “내가 먹으려고 만든 게 아닌데요.” 도현은 손바닥을 문에 올렸다. “먹을 사람을 위해 만듭니다. 대가는 그 사람이 알고 동의한 만큼만 받습니다. 마지막 한 숟갈은….” 그는 잠깐 말을 멈췄다. 리아가 부르던 노래, 레온이 남긴 기록, 몸에 옮겨온 저주가 차례로 떠올랐다. “누구에게도 강요하지 않습니다.” 문이 열렸다. 안에는 평범한 조리대 하나가 있었다. 벽에는 수많은 조리 도구가 걸려 있고, 바닥에는 거대한 돌솥이 놓여 있었다. 솥의 안쪽 표면은 반짝이는 검은색이었다. 가장자리에는 손톱으로 긁은 듯한 글씨가 셀 수 없이 새겨져 있었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브론이 숨을 삼켰다. 조리대 위에는 낡은 레시피 한 장이 놓여 있었다. 이름은 '기근을 끝낸 수프'. 재료란에는 보리와 감자, 소금, 물이 적혀 있었다. 마지막 칸에는 붉은 잉크가 번져 있었다. [검은 시럽 한 방울.] [배급자 서명.] [수혜자와 그 혈족의 식탁 연결.] 도현은 레시피를 읽고 나서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건 요리가 아니야.” 브론이 물었다. “왜요?” “보리와 감자로 수프를 만들 수는 있어요. 많은 사람에게 나누어 줄 수도 있고요. 그런데 여기에 다른 사람의 미래를 담보로 잡는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식탁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 식탁을 이용한 일이죠.” 그는 레시피 아래쪽에서 작은 각주를 발견했다. [마지막 한 숟갈을 남기면 계약의 최종 정산이 미루어진다.] 도현의 눈이 커졌다. 어째서 전임 요리사들이 마지막 한 숟갈을 남기라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저주가 완전히 정산되지 못하게 시간을 벌어 온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해결이 아니었다. 계약은 계속 쌓였고, 누군가 마지막 숟갈을 먹는 순간 오래 미뤄진 청구가 한꺼번에 시작될 수 있었다. “그럼 누가 마지막 숟갈을 먹는 겁니까?” 브론이 물었다. 도현은 레시피 뒤편의 기록을 넘겼다. 몇 년마다 한 번씩 왕실 연회가 열렸고, 그때마다 '대표 조리사'가 최후의 한 숟갈을 먹는 의식을 치렀다. 뒤에는 대부분의 요리사 이름이 지워져 있었다. “전임 요리사들이요.” 도현이 낮게 말했다. 그들은 저주를 풀기 위해 사라진 게 아니었다. 왕국의 계약을 연장하기 위해 계속 희생된 것일 수 있었다. 바로 그때 문 뒤에서 쇳소리가 났다. 조리실 바닥이 진동했고 벽 위의 조리 도구가 일제히 흔들렸다. 브론이 도현의 팔을 잡았다. “누군가 옵니다.” 어둠 속에서 국왕의 고문관이 나타났다. 전날 도현의 수프를 먹었던 회색 수염의 남자였다. 검은 실금이 이제는 얼굴 옆까지 뻗어 있었다. 그의 뒤로 인간의 냄새가 나지 않는 호위병 여섯 명이 줄지어 섰다. “제법 멀리 왔군, 요리사.” 도현은 레시피를 접어 품속에 넣었다. “이곳이 왜 폐쇄됐는지 알아보러 왔습니다.” “폐쇄된 적은 없네. 중요한 의식을 준비하는 곳이니까.” “사람을 소모품으로 쓰는 의식이겠죠.” 고문관은 불쾌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친절하게 웃었다. “왕국이 몇 세대를 살아남았는지 아는가? 기근이 들면 굶는 자가 생기고, 병이 돌면 죽는 자가 생긴다. 그때 극소수의 요리사가 희생해 다수를 살릴 수 있다면 효율적이지 않은가?” “희생할지 물어보셨습니까?” “왕을 섬기는 자는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법이지.” 도현은 마른웃음을 지었다. “제가 한국에서 일할 때도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었죠. 매번 야근하는 건 직원이었고 좋은 평가를 받는 건 사장이었습니다.” 고문관은 이해하지 못한 얼굴이었다. “자네는 외부에서 왔어. 이 세계와 관계없는 자니 저주를 더 오래 견딜 수도 있겠지. 그러니 자네에게 가장 적합한 역할이 생긴 거야.” 도현은 손목을 내려다봤다. 에스텔이 왜 처음부터 자신을 이 식당에 들였는지, 고문관이 왜 이렇게 쉽게 그의 출신을 아는지 의심이 퍼졌다. “저를 이 세계로 데려온 것도 왕실입니까?” “그 질문에 답하면 협상이 어려워질 것 같군.” 고문관이 손을 들자 호위병들이 다가왔다. 브론이 몸을 낮추며 으르렁거렸다. 도현은 그의 어깨를 잡아 멈췄다. “싸워도 이기기 어렵습니다. 우선 말을 더 들어보죠.” “좋은 판단이야.” 고문관은 두툼한 문서 한 장을 펼쳤다. [왕국 구호 만찬 대표 조리사 임명장.] [임무: 왕국의 식탁 최종 정산.] [보상: 왕실 작위, 영지, 귀환 문 개방.] 마지막 줄을 본 도현의 손이 멈췄다. 고문관은 그 반응을 기다렸다는 듯 웃었다. “돌아가고 싶지 않은가? 네가 왔던 세계로.” 도현의 머릿속에서 어머니가 끓이던 미역국의 맛을 잃었던 순간이 떠올랐다.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은 그의 마음을 흔들었다. 하지만 문서의 다른 항목을 잊을 수는 없었다. “십팔만 명의 저주를 제 몸으로 옮기면 돌아갈 수 있다고요?” “왕국의 선의가 그 정도 보상을 하지 못할 이유가 없지.” “선의라면 먼저 위험을 알려 주셔야죠.” 도현이 임명장을 돌려주려는 순간 문서 가장자리가 살아 있는 것처럼 꿈틀거렸다. 검은 글씨가 손가락을 향해 기어올랐다. [계약 수락 절차 개시.] 도현은 재빨리 손을 떼었다. 그러나 손바닥에 검은 선 하나가 남았다. “서명도 안 했습니다!” “자네는 이미 조리실의 문을 열었고, 마지막 숟갈의 소유자를 선언했네.” 고문관의 웃음이 사라졌다. “그것만으로도 이곳의 옛 계약은 자네를 후보자로 인정해.” 도현은 이를 악물었다. 아까 문에 답한 말이 동의로 해석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자신의 말은 분명했다. 마지막 한 숟갈을 누구에게도 강요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것이 왜 계약 수락이 되어야 하는가. 그는 왼손의 회색 반점을 보여 주었다. “제 몸에 이미 저주가 두 개 있습니다. 세 번째를 받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저주 십팔만 개를 한 번에 옮기라고요?” “그래서 만찬까지 시간을 주는 거야. 마음의 준비를 하게.” 고문관이 손짓했다. 호위병들이 도현과 브론을 에워쌌다. 그때 멀리서 종이 한 번 울렸다. 조리실의 돌솥이 흔들렸고, 검은 바닥에 금이 갔다. 귓가에 수많은 사람의 식사 소리가 몰려왔다. 도현의 몸에 있던 두 저주가 갑자기 잠잠해졌다. 너무 고요해서 오히려 두려웠다. [대표 조리사 후보 감지.] [식탁 정산 예정 인원: 183,442명.] [최종 숟갈 제공 준비.] 바닥에서 빛줄기가 솟아오르자 호위병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고문관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아니, 아직 종을 울릴 때가 아닌데….” 브론이 도현의 팔을 잡았다. “주방장님, 아래에서 냄새가 납니다. 사람이 있어요.” 돌솥 아래쪽에서 오래된 문이 열리고 있었다. 누군가 안쪽에서 쇠사슬을 끌며 걸어왔다. 들려오는 발소리는 느리고 무거웠다. 그러다 마침내 어둠 속에서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해진 흰 조리복, 검게 그을린 손가락, 먼지투성이 얼굴. 그의 두 눈은 오랜 잠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흐릿했다. 남자는 도현을 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누가… 마지막 한 숟갈을 먹었나?” 도현은 한 걸음 물러섰다. “아직 아무도 먹지 않았습니다.” 남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식당 지하실에서 보았던 작은 구리 냄비와 똑같은 모양의 문양이 그의 손등에서 빛났다. “다행이군.” 그는 자신을 가리켰다. “나는 레온이다. 이 저주를 요리로 막아 보려다 갇힌 놈이지.” 도현이 숨을 삼켰다. “전임 요리사 레온?” “그리고 네가 일하는 식당의 첫 번째 주인이다.” 돌솥에서 검은 증기가 치솟았다. 레온은 굳어 있는 고문관을 쳐다보더니 낮게 웃었다. “저 인간이 아직도 같은 짓을 하는군.” 고문관은 뒤로 물러났다. 공포에 질린 그의 눈에서 처음으로 진짜 감정이 보였다. 도현이 물었다. “저주를 없애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까?” 레온은 한참 도현을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이 도현의 손목으로 향했다. “그 전에 답해라. 네가 여기 들어오기 전에 누가 문을 열어 주었지?” 도현의 머릿속에 비 내리던 한국의 밤이 떠올랐다. 골동품 주방 문. 낡은 손잡이. 그리고 그때 분명 혼자였다고 믿었던 골목. 레온이 조용히 말했다. “이 식당은 요리사를 우연히 부르지 않는다.” 그 말이 끝나자 도현의 눈앞에 새로운 글씨가 떠올랐다. [식당의 다음 주인 심사 개시.] [심사 대상: 백도현.] [불합격 시: 귀환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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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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