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문 앞 바닷물이 두 갈래로 갈라졌을 때, 마레온 외항의 사람들은 동시에 같은 방향을 바라봤다.
부두에 선 어부는 물살을 보며 그날의 조업을 걱정했고, 짐꾼은 물에 빠진 상자를 먼저 찾았다. 그러나 선박 수리 기술자 미란은 다르게 보았다. 그녀에게 그것은 힘이 잘못 분배됐다는 명백한 신호였다. 수문의 안쪽 날개가 제 방향과 반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동쪽 계류선을 풀어!” 미란이 부두 위에서 외쳤다. “큰 배부터 빼. 고정하면 배가 수문에 부딪혀!”
비상종이 울리자 선원들이 밧줄을 손에서 놓았다. 검은색 수리선은 비틀리며 항로를 가로질렀고, 그 옆의 어선 두 척이 급히 닻을 올렸다. 진혁은 수리선 선미의 아홉 개 홈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멀리 있어도 그 원형 잠금쇠는 눈에 띄었다. 창고에서 발견한 검은 돌과 같은 방식으로 만든 물건이었다.
“일단 배를 붙잡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가 말했다.
카렌은 얼굴을 찌푸렸다. “물이 저렇게 흐르는데 누가 올라가요?”
라일이 말을 마치고 난간에 손을 얹자 젖은 쇠가 차갑게 느껴졌다. 어릴 적 자신은 늘 누군가 지켜보는 가운데 좁은 물길을 건너야 했던 것 같았다. 물에 떨어지면 누구도 책임지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선명했다. 지금 이곳에는 구조대와 의무실과 자신을 말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는 그 차이를 생각하고 다시 줄을 말았다. 누군가 자신을 지켜 주는 곳에서 굳이 혼자 영웅이 될 필요는 없었다.
부두 끝에서 뱃고동이 한 번 울렸다. 다른 선박의 선장은 자신의 배를 포기하고 사람들이 건너올 길을 만들었다. 진혁은 그 모습을 보고 눈이 커졌다. 몇 척의 배가 뒤엉킨 항구에서 자기 재산을 지키는 일보다 사람을 옮기는 길을 만드는 일이 먼저라는 판단이었다. 바닷바람에 실려 온 고함 속에서도 그런 선택은 분명하게 보였다.
라일이 자신의 줄을 꺼냈다. “나도 안 올라갑니다. 이건 도둑이 아니라 바보가 할 일이에요.”
그의 농담에 모두 웃지 못했다. 수리선의 후미에서 흰 수증기가 뿜어져 나왔기 때문이다. 기관실에 들어간 물이 뜨거운 배관에 닿아 증기로 변하는 소리가 났다.
구조선이 출발하기까지의 짧은 시간은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부두 끝의 신호수가 붉은 깃발을 흔들었고, 병원에서 나온 간호사는 마른 담요와 따뜻한 물통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부두 한편에서는 아이와 함께 있던 여자가 작은 어선의 밧줄을 붙잡은 채 떨고 있었다. 배에 탄 사람은 그녀의 남편이었다. 그는 아직 안전한 구역으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진혁은 그 여자를 보고 자신의 행동이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 이상한 장치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보다, 저 배가 가라앉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앞섰다. 바다에 떨어진 물건은 나중에 건져 올릴 수 있어도 사람에게는 그런 두 번째 기회가 늘 주어지지 않았다.
카렌이 구조본부의 임시 탁자에 항로 지도를 펼쳤다. 그녀는 자신이 검을 잘 다루는 사람이라는 사실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출입 통제와 연락이라는 점을 빠르게 받아들였다. 선원들을 안전 지대로 옮기는 경비대와 바닷물을 거슬러 가는 구조선이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동선을 구분했다. 라일은 물살을 보며 구조용 줄의 길이를 다시 쟀다. 평생 남의 뒤를 따라 몰래 걸어온 남자가 이제는 누군가에게 줄을 던져 살리려 하고 있었다.
진혁은 장난을 한마디 던지고 싶었지만 참았다. 긴장한 사람들의 등을 보니 농담도 때를 가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멀리서 구조선의 종이 세 번 울렸다. 그 짧은 신호에 부두의 사람들이 동시에 숨을 내쉬었다.
경비대는 인근 선박의 접근을 막고, 항만 구조선을 호출했다. 제9창고 임대인으로 적힌 에다르 크룸은 그 사이 조타실 문을 박차고 나왔다. 그는 무언가를 들고 선미로 향했다. 조금 전 스무 동화를 주고 산 폐품 상자였다. 거기서 구명환 몇 개를 꺼내 수면에 던지자 둥근 철제 부속이 수로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저기선 왜 자꾸 고철을 버리죠?” 카렌이 물었다.
진혁은 입술을 깨물었다. “구명환을 버리는 게 아니라 아래 장치에 붙이는 겁니다.”
미란이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금속 고리가 조류 유도판을 잠깐 고정할 수 있어요. 하지만 잘못 끼우면 그 힘이 수문 날개를 부숴 버립니다.”
“그럼 지금 뭘 해야 해요?”
“저 물길을 멈추기보다 압력이 빠질 시간을 줘야 해요. 창고 아래 보조 수로가 열릴 가능성이 있어요.”
사고가 벌어진 지 십여 분이 지났을 때, 안쪽에 묶여 있던 작은 어선이 갑자기 옆으로 기울었다. 줄이 선미 난간에 걸려 있어 끊지 않으면 선체가 옆의 벽에 부딪힐 상황이었다. 선장은 갑판 위로 올라왔지만 줄을 자르기 위해 접근하기에는 물살이 거셌다.
진혁은 손바닥이 근질거리는 것을 느꼈다. 무엇이든 만져 답을 얻고 싶었다. 그러나 닻줄의 과거를 본다고 해서 지금의 장력을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 미란은 줄의 각도를 눈으로 계산한 뒤 구조대에게 다른 방향으로 보조줄을 연결하게 했다. 서서히 힘을 분산시키자 선체가 수평을 되찾았다. 선장은 간신히 부두로 건너와 아내를 껴안았다. 곁에서 보던 사람들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제가 한 일은 없네요.” 진혁이 중얼거렸다.
카렌이 고개를 돌렸다. “왜요, 모든 일을 직접 해야 만족합니까?”
“그런 건 아닌데…….”
“그럼 잘된 거죠. 사람들이 다 살아 있잖아요.”
진혁은 대답하지 못했다. 감정사의 가치는 자신이 얼마나 눈에 띄었는지가 아니라, 필요한 판단에 얼마나 도움을 주었는지에 달려 있을 것이다. 오늘은 미란의 기술과 구조대의 경험이 더 중요한 순간이었다.
라일이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었다. “결국 남을 살리는 일도 팀으로 하는 거군요. 도둑질이랑 비슷하네요.”
“거기다 비유하지 마요.” 카렌이 말했다.
“결과가 다르니까 이제는 다른 직업이라고 할 수 있겠죠.”
세 사람은 잠시 웃었지만, 바로 다시 수면을 살폈다. 바다는 장난스러운 대화를 듣지 않는다는 듯 거칠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때 부두 반대편에서 회색 머리의 노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수선방에서 본 바로 그 사람이었다. 그는 작업복을 입고 있었고 손에는 파란 실로 묶인 오래된 등잔을 들고 있었다.
“거기 서 있는 녀석.”
노인이 라일을 보며 말했다. “혹시 그 표식 기억하니?”
라일의 표정이 변했다. 노인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오래전 자신이 누군가에게 혼났던 기억이 떠올랐다. 짙은 기름 냄새, 얼어붙은 손가락, 젖은 낡은 장갑.
라일이 노인의 이름을 불렀을 때 손끝이 저렸다. 그 음절은 기억의 깊은 곳에서 올라온 것이 아니라, 얼마 전 읽었던 장부에서 배운 것이었다. 하지만 눈앞의 노인이 그 글자와 연결되는 순간 마음이 이상하게 흔들렸다. 어린 시절이 통째로 돌아오기를 바랐던 자신이 오히려 겁을 먹었다. 기억이 돌아오면 좋았던 순간뿐 아니라 버림받았던 순간도 함께 찾아올지 몰랐다. 그는 카렌의 검집을 한번 보고, 진혁의 젖은 코트를 한번 봤다. 지금의 자신은 그때 혼자였던 아이와 달랐다. 오늘은 곁에 돌아갈 사람이 있었다.
“도르?”
노인이 멈췄다. “그 이름을 어디서 들었지?”
“장부에서요. 배달인 조합의 도르.”
노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게 옳지. 기억이 나서 부른 줄 알았구나.”
그는 서둘러 미란에게 다가갔다. “그 배를 쫓느라 시간을 쓰면 안 됩니다. 제9창고 밑에는 두 번째 방류관이 있어요. 저들이 열려는 건 원부 보관고가 아니라 압력 균형을 맞추는 옛 수문이에요.”
미란이 눈썹을 올렸다. “그 사실을 어떻게 알죠?”
“내가 열두 해 전 저곳에 물자를 날랐으니까.”
도르는 등잔을 내려놓았다. 노인은 떨리는 손으로 바닷가의 오래된 벽돌에 두 개의 선을 그었다. 하나는 외항으로 향하는 물길, 다른 하나는 내항의 모래 저장조로 이어졌다. 현행 지도에 없는 통로였다.
“그때 아홉 번째 의자는 사람이 아니었어요. 사람이 앉으면 안 되는 자리였지.”
“무슨 뜻이죠?” 카렌이 물었다.
노인의 입술이 잘게 떨렸다. “나머지 여덟 명의 서명 앞에서 거절을 기록하는 자리. 누군가 억지로 거래를 성립시킬 때 그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남기기 위한 칸 말이오.”
진혁의 머릿속에서 화령의 여덟 번째 칸과 루멘의 중지선이 연결됐다. 처음부터 원부는 모든 사람을 거래에 묶는 도구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추측이 곧 증거는 아니었다.
“도르 씨, 그 사실을 확인할 기록이 있습니까?”
노인은 자신이 들고 온 등잔의 밑바닥을 두드렸다. 작은 나사가 돌아갔고 손바닥만 한 금속 덮개가 떨어졌다. 그 안에는 아주 얇은 유리판 한 장이 숨어 있었다. 빛을 비추면 물결 모양과 붉은 점 아홉 개가 나타났다.
“원부 보관고의 위치를 아는 사람은 줄었지만, 열면 안 되는 순서를 기억한 물건은 아직 남았소.”
도르는 유리판을 미란에게 넘기려다 멈췄다. “지금 저 배가 건드린 장치는 마지막 점이 아니오. 세 번째 점이오. 남은 여섯 개를 제자리에 놔두면 살 수 있어.”
그때 수리선 기관실에서 폭음이 났다. 분출된 수증기와 검은 연기가 하늘로 솟았고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웅크렸다. 갑판 끝에 있던 에다르가 균형을 잃고 물로 떨어졌다. 그는 떠오르자마자 구명환을 붙잡았지만, 자신이 버린 철제 고리에 매달린 줄이 어깨를 감고 있었다.
“사람이 빠졌어요!”
라일이 소리쳤다. 구조선은 이미 다가오는 중이었다. 카렌은 손을 뻗어 라일을 막았다. “직접 뛰지 말아요.”
“나도 알아요.” 라일은 난간에 구조용 줄을 고정하고 구명 튜브를 멀리 던졌다. “저 사람 살려서 물어봐야 할 게 산더미거든요.”
에다르가 구조 튜브를 붙잡자 구조대는 그를 갑판으로 끌어올렸다. 그는 기침을 하며 젖은 서류를 내뱉었다. 갈라진 입술 사이로 뜻 모를 말을 반복했다.
“그 사람은 몰라…… 난 경매만 준비했어. 나는 번호만 받았단 말이야.”
도르가 그를 보더니 눈을 감았다. “또 같은 짓을 시작했구나.”
“누가요?” 진혁이 물었다.
노인은 한참을 침묵했다. 거친 숨소리 사이로 바닷바람이 지나갔다.
“사람을 사고파는 사람이 아니오. 사람을 사고팔 수 있다고 믿게 만드는 장부를 파는 자들이지.”
그 말 뒤에 미란의 무전기가 울렸다. 제9창고 지하의 압력이 갑자기 내려갔다는 보고였다. 사고는 멈춘 것처럼 보였지만, 진짜 문은 이제야 열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제95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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