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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85화
PAYLUA ORIGINAL · 제85화

85화. 동화 다섯 닢짜리 반격

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5,005자

오프라인 책장
월요일의 마레온 항구에서는 비가 그치자마자 경매가 시작됐다. 외항 제3부두에는 지난주 난파선에서 회수한 자재들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물에 젖은 모직, 뒤틀린 나무판, 녹슨 체인, 그리고 사람 키만 한 구리 관들이었다. 상인들은 물건 위에 덮인 방수포를 걷어 보며 살릴 수 있는 부분의 무게를 가늠했다. 항만 관리청은 침몰한 소형 준설선의 잔해를 하루라도 빨리 처분해 부두를 비워야 했고, 수리공들은 중고 부품을 싼값에 사려고 모였다. 서진혁 일행도 그 자리에 있었다. 북측 심실 관로의 예비 축받침을 찾기 위해서였다. “새 부품 도착까지 최소 스무 날.” 미란이 손가락으로 계산했다. “지금 쓰는 축은 무리하면 그보다 먼저 망가질 수도 있어요. 완전히 멈추면 모라 출력에 더 큰 부담이 가죠.” “그러면 중고 부품을 바로 끼워 넣을 수 있습니까?” 진혁이 물었다. “아니요. 재료 성분과 균열 검사를 통과해야 합니다. 합격해도 임시로 쓸 수 있는지 심사해야죠.” 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늘 ‘유물을 얻었으니 문제 해결’로 끝나지 않는 것이 현실이었다. 물건의 가치를 찾아내는 일과 그 물건을 사람들 앞에 안전하게 쓰는 일 사이에는 긴 거리가 있었다. 하역장 한쪽에서는 중고 부품 거래로 유명한 브레덴 상회가 벌써 검사 인력을 보냈다. 상회 대리인 아드릭은 반짝이는 흑색 지팡이를 들고 다녔다. 실제로는 다리가 불편하지 않았지만 지팡이 끝을 바닥에 두드리며 경쟁자들에게 자신이 왔다는 사실을 알리는 습관이 있었다. “루멘 경매장의 그 유명한 감정사 아닙니까?” 아드릭이 말했다. “모든 쓰레기에서 보물을 찾아낸다더니 여기까지 왔군요.” “쓰레기에서 보물을 찾는 게 아니라 쓰레기 값을 제대로 매기는 일이 제 직업입니다.” “그럼 우리가 같은 물건을 보고 다른 값을 부르겠군요.” 라일이 진혁의 귀에 속삭였다. “저 사람은 자기 지팡이에도 경매 시작가를 써 놨을 얼굴인데요.” 아드릭은 라일을 못 들은 척했다. 그의 곁에는 회계사와 창고 기술자가 있었다. 진혁은 오히려 그 점을 눈여겨봤다. 제법 준비된 경쟁자였다. 돈을 많이 가진 자가 이기는 것이 경매의 한 방식이라면, 어느 물건에 얼마까지 쓸지 제대로 아는 자가 이기는 것은 또 다른 방식이었다. 경매를 기다리는 동안 진혁은 미란과 함께 부두 식당에서 짧은 점심을 먹었다. 찬바람을 맞고 일하던 인부들은 짠 스튜에 빵을 찍어 먹었고, 창밖에서는 굵은 쇠사슬을 끌어당기는 소리가 났다. 한 무리의 선원들이 침몰한 준설선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큰 폭풍이 오기 전 선장이 하역을 서둘렀다면 배가 침몰하지 않았을 거라는 말도 있었고, 낡은 펌프를 그대로 쓴 소유주가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누구 탓인지 사람마다 다르네요.” 진혁이 중얼거렸다. 미란은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사고가 났을 땐 원인이 하나가 아닌 경우가 많아요. 부품이 낡았고, 정비를 미뤘고, 운항 결정을 잘못했을 수 있죠. 그런데 사고가 난 뒤 물건값만 따지는 사람도 있어요.” 진혁은 멀리 바다를 보았다. 파도 위로 부표가 흔들렸고, 작은 구조정 한 척이 난파선 주변을 돌았다. 바다에서 오래 일한 사람들이 쓰던 도구가 경매 물건으로 나오면, 그것은 누군가에게 돈이 되면서 다른 누군가에게는 실패의 흔적이 됐다. “그럼 우리도 조심해야겠네요.” “그래요. 고장 난 부품이 아니라 멀쩡한 부품이었다면 왜 배가 가라앉았는지 또 다른 질문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식당을 나오자 아드릭의 회계사가 미란에게 인사를 했다. 둘은 예전에 같은 시험기관에 다녔다고 했다. 경쟁 상회의 사람이지만 기술적 검사는 함께 해도 된다고 그가 말했다. 진혁은 적대적인 입찰과 정확한 검증이 반드시 반대말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배웠다. 경매사는 입찰 시작 전에 출품된 자재의 주요 손상 사례를 설명하고, 해수 침투가 발견된 부품에는 주의를 요구했다. 진혁은 설명문을 꼼꼼히 읽었다. 일부 가격에는 항만의 폐기물 처리 부담이 포함되어 있었다. 겉보기에 싼 가격도 운송비와 정화비를 합하면 오히려 비쌀 수 있었다. “당신은 저걸 살 때마다 돈을 더 줄지 덜 줄지부터 계산하는군요.” 카렌이 말했다. “감정사가 감정만 하고 돈을 생각하지 않으면 누군가 대신 계산하겠죠. 대개 제 손해로요.” 그녀는 말없이 그의 수첩 한쪽을 가리켰다. ‘안전 시험 비용’이라는 항목이 세 번이나 동그라미로 표시돼 있었다. 진혁은 머쓱하게 웃었다. 이제 자신의 계산에는 자신이 버는 돈만큼, 다른 사람이 다치지 않게 할 돈도 들어가 있었다. 첫 번째 물건은 파손된 준설선의 황동 밸브였다. 상태가 좋아 보였지만 검사표에는 염수 침투 흔적이 적혀 있었다. 아드릭은 은화 네 닢에 낙찰받았다. 미란은 고개를 저었다. 루멘의 냉각관에 넣기에는 위험했다. 두 번째는 볼트가 없는 청동 링 두 개였다. 입찰자는 적었다. 진혁은 손을 들려다 멈췄다. 표면의 균열을 확대경으로 확인하자 힘이 걸리는 부분에 가는 금이 퍼져 있었다. 겉보기에는 멀쩡해도 오래 쓰면 부서질 물건이었다. 경매사는 예정된 고철 가격에 그것을 넘겼다. 세 번째 물건에서 상황이 달라졌다. 나무 상자 안에는 얇은 흰 가루가 묻은 철제 고정대와 기름종이에 싸인 작은 링이 들어 있었다. 고정대는 뒤틀렸지만 링만은 이상할 만큼 깨끗했다. 표면에 물방울이 닿아도 오래 남지 않았다. 진혁의 손바닥이 가볍게 떨렸지만 그는 능력에 의지하지 않고 미란에게 치수를 확인해 달라고 했다. “재료가 특이해요.” 그녀가 말했다. “직접 검사할 수 있는 권한이 있으면 좋겠는데.” 경매사는 위험하지 않은 비파괴 측정에 한해 현장 감정을 허락했다. 미란은 표면 경도와 폭을 확인했고, 진혁은 발행된 구조 명세서를 뒤졌다. 작은 링의 옛 제조 표식이 마레온 외항의 폐업한 조선소 것과 일치했다. 그 조선소는 오래전 수중 진동을 줄이는 도구를 만드는 데 강점이 있었다. “축받침 자체는 아니에요.” 미란이 말했다. “하지만 과도한 떨림을 줄이는 완충 장치의 한 부분일 수 있죠. 문제는 그 성능을 모른다는 거예요.” 진혁은 견적을 냈다. 원래 필요한 부품값, 임시 지지 장치를 마련하는 비용, 시험에 들 돈, 실패했을 때의 손실. 결국 이 링의 입찰 상한은 그가 처음 생각한 금액보다 낮아졌다. 입찰이 시작됐다. 은화 두 닢. 장비 수집가가 세 닢을 불렀다. 아드릭이 네 닢을 제시했다. 진혁은 잠시 미란과 눈을 맞췄다. “다섯 닢.” 아드릭이 곧장 여섯을 불렀다. 진혁은 더 오르기 전에 경매사에게 묻고 싶은 사항이 있었다. 그는 상품 설명서에 기재된 책임 범위를 확인했다. 시험 중 부품이 파손되면 낙찰자가 책임지지만, 구매 전에 공개되지 않은 위험 균열이 발견되면 거래를 무효로 할 수 있다는 규정이었다. 경매사는 모든 입찰자에게 동일한 설명을 제공했다. “여덟 닢.” 진혁이 말했다. 아드릭은 지팡이를 한 번 두드렸다. “열 닢.” 진혁은 더 손을 들지 않았다.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놀랄 만한 행동이었다. 라일도 잠깐 입술을 벌렸다. “포기합니까?” “네. 그 가격이면 새 완충 장치에 가까워져요.” 아드릭이 웃으며 낙찰을 받았다. 그러나 진혁의 시선은 상자가 놓인 나무 받침에 머물렀다. 링을 감싸던 기름종이 아래, 원래 포장재였던 것 같은 얇은 천이 붙어 있었다. 종이 한구석에는 다른 규격의 링을 표시한 문양이 찍혀 있었다. “저 천은 별도 물품인가요?” 진혁이 물었다. 경매사가 목록을 확인했다. 천은 포장 폐기물로 분류됐다. 실제로 물품에 포함됐는지 여부는 경매소가 확인 후 발표하기로 했다. 진혁은 소유권이 애매한 상태에서 가져가겠다고 하지 않았다. 다만 버려질 예정이라면 폐기물 판매 절차에 따라 별도 입찰을 신청했다. 아드릭은 코웃음 쳤다. “비싼 링은 내가 사고, 당신은 싸구려 천이나 사겠군요.” “값싼 천도 물건을 잘 감싸면 제법 돈값을 합니다.” 경매사가 확인한 결과 기름종이와 천은 잔해 일괄품의 부속 포장재였다. 아드릭은 이미 낙찰한 링과 함께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포장재를 가지고 갈 의사가 없었다. 경매 관리청의 승인을 거쳐 천은 다음 소액 처분 품목으로 분리됐다. 진혁은 동화 다섯 닢에 그것을 낙찰받았다. 그날 오후 시험실에서 천의 조직을 살핀 미란은 눈을 크게 떴다. 그것은 평범한 포장천이 아니라 염분을 머금지 않도록 특별히 짠 오래된 절연 섬유였다. 보존 상태가 나쁜 부분을 잘라내도 소형 기계 시험에 쓸 분량이 남았다. 미란은 더 자세한 시험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가능성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장치 자체를 사는 것보다 시험 재료를 마련한 거군요.” 카렌이 말했다. “제 계획도 딱 거기까지였어요.” 진혁이 대답했다. “성능이 안 나오면 동화 다섯 닢짜리 비싼 걸레가 되겠지만요.” 시험은 보수적으로 진행됐다. 마른 구리판과 절연 섬유 사이에서 발생하는 열을 측정했고, 진동 저감 효과를 안전한 저출력 조건에서만 확인했다. 결과는 예상보다 좋았다. 동화 다섯 닢으로 산 천에서 손바닥만 한 시험용 패드 몇 개를 만들 수 있었다. 주문이 들어온다면 작은 수익을 얻을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모라 펌프의 출력 부담을 낮출 장치 설계에 참고할 만했다. 저녁 무렵 브레덴 상회 대리인 아드릭이 시험실을 찾아왔다. 그는 자기 링에 결함이 없다는 재검사표를 손에 들고 있었고, 표정은 오전보다 더 불편해 보였다. “그 천이 어디서 왔는지 아십니까?” “난파선의 포장재였죠.” “그 전 말입니다. 원래 그 조선소가 누구에게 납품했는지.” 진혁이 대답하지 않자 아드릭은 종이를 내밀었다. 오래된 거래 명세서 맨 끝에 익숙한 두 글자가 있었다. ‘루멘.’ 그 아래에는 현장 품질 검수자의 이름이 작게 적혀 있었다. 유나였다. 아드릭은 낮게 말했다. “나는 그 링을 살 생각이 없었습니다. 누군가 꼭 오늘 그것을 사라고 돈을 줬지요. 당신이 사는지 보라는 말도 함께 했습니다.” “누가요?” “모릅니다. 하지만 대금 지급 조건에 이상한 문장이 있었습니다.” 그가 보여 준 계약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루멘 북측 선반의 공백이 드러나면 잔금 지급.’ 진혁은 손에 든 동화 다섯 닢짜리 천을 내려다보았다. 누군가는 그가 무엇을 살지보다, 무엇을 발견할지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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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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